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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매향유희
작가 : 정린
작품등록일 : 2017.6.3

상처는 아물수록 단단해진다. 사랑의 기억을 이겨내고 강해지는
한 여자의 로맨스무협판타지

 
제 5화. 뼈에 사무치는 깊은 인연
작성일 : 17-06-07 22:26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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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대화를 나누던 일행들이 운행의 일행에게 시선을 멈추었다. 운향이 눈치를 주면서 일행에게 빨리 자리를 뜨길 바랐다. 하지만,

 

 "저기, 형님들, 형님들은 어디서 오셨소?"

 

 "저희는 한양에서 이제 막 내려가려는 중입니다."

 

 혜명이 거짓으로 대답했다.

 

 "아, 그렇소, 밤길이 위험하오니 오늘은 그 곳으로 가지 않는 편이 좋겠소만,"

 

 "네, 따로 묵을 곳을 봐둔 곳이 있습니다. 근데, 아까 귀가 열려 잠시 들었소만, 그 솜씨 좋은 묘령의 사내는 어디에서 보셨소?"

 

 "그건 왜 물어보는게요?"

 

 "저도 사내인지라, 칼 솜씨에 흥미가 당겨서 말이요."

 

 "한양 중심지 지나가다 판이 벌어졌길래 우연히 보았소만, 혹시 칼 쓰는 분들이오? 웬만하면, 검은 마주대지 않는 게 나을 듯 싶소만. 으흠."

 

 "네. 그러지요."

 

 주막 안에 사내들은 운향의 일행들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전부 얼굴을 가린 채로 있었지만 남자라고 하기엔 어딘가 수상한 그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혜명이 남성인지라 다행이긴 했지만, 시비가 붙으면 귀찮아 질 거라서, 서둘러 빠져나왔다.

 

 "운향님, 혹시 그 검객을 아십니까?"

 

 "네, 알 것 같습니다. 필연이지만, 자칫 혈원골수(血怨骨讐) 악연이 될 수도 있는 사람입니다."

 

 ※혈원골수(血怨骨讐) : 뼈에 사무치는 깊은 원수

 

 "어렵군요."

 

 "네, 인연이란 게 거스를 수도, 막을 수도 없이 흘러가는 것이라 어렵지요. 인명은 재천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허, 그렇군요."

 

 "아마도 저희 도서원과 인연이 깊을듯합니다. 혜명님도 어느 정도는 감을 잡으셨겠지만, 곧 인연이 닿을 것 같은 예감입니다."

 

 "오, 전 기대가 됩니다. 이야기 듣는 내내 뱃속이 싸르르하니, 보고 싶어 근질거리고 있었거든요."

 

 운향은 입 꼬리를 치켜 올려 경계서린 미소를 띠었다. 그 인연이 어떻게 이어질지 운향도 예측하기 어려웠다. 도서원이나 자신의 입장에서는 거물을 적으로 두고 있기보다는 안으로 품길 원하지만, 검객의 입장에선 그것이 가히 매혹적일지가 의문이었다.

 

 ‘그는 어떤 사람일까.’

 

 그런데, 문득 곁에 있어야할 존재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혜명님 재희가 안 보이는 것 같습니다."

 

 "재희!!!"

 

 

 

 [주막집]

 

 

 재희는 고개를 깊게 숙이고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검객의 이야기에 다들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 재희는 담 넘어 지나가는 행렬에 귀를 열고 있었다. 일순간의 일렁임, 흑립(양반가의 모자)을 쓰고 지나가는 중년의 사내에게 시선을 빼앗겨 슬그머니 일어나 행렬이 멀어지도록 보고 있었다.

 

 "왜일까, 이 마음은."

 

 자신도 영문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알 수 없는 아련한 마음이 긴 행렬의 발자국처럼 구불구불 길을 내고 있었다. 

 

 어디로 닿는 길이었을까, 어디로 가려던 길이었을까. 그 마음의 길 끝에 무엇이 있었을까.

 

 재희는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자신의 일행이 자신을 남겨두고 떠나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누군가 어깨를 툭 쳤다. 재희가 행렬을 따라 걸어온 뒷담벼락으로 소변을 보려고 아랫도리를 내리며 다가왔다. 

 

 재희, 흠칫 놀라서 피하며 빠져나오려는데,

 

 "이봐, 일행은 벌써들 출발한 것 같던데,"

 

 뒤 따라 들어오는 사내도 재희를 보더니, 한마디 건넸다.

 

 "어, 이 사람은 아까 그..."

 

 볼일을 보는 사내는, 당황하는 재희의 행동에 뭔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다.

 

 주막집 뒷길로 난 통로는 한 사람만 겨우 지나다닐 정도로 좁아서, 재희는 뒤따라 들어오는 사람을 피해 미처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뒤편으로는 볼일을 보는 사내, 그리고 뒤따라 들어오는 다른 일행, 재희는 그 옆으로 비켜서서 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온 사내가 일행에게 눈짓을 건네자, 뒤따라 들어오던 사내가 재희의 길을 막았다.

 

 "잠깐, 실례 좀 해야겠는데."

 

 재희 고개를 숙인 채, 멈춰섰다. 사내의 말소리가 들렸다.

 

 "그렇지? 내가 여자를 몰라볼 사내가 아니지!"

 

 "형님, 여인네란 말입니까? 으흐흐흐."

 

 팔을 잡으려는 사내의 팔을 재희가 막아쳤다. 그리고, 순식간에 허리를 꺾어 뒷목을 강타했다. 하지만, 틈을 타 뒤에서 와락 껴안은 바람에 재희는 그의 품에 갇혀버렸다.

 

 "품에 안으니, 말캉말캉하니 여자가 맞네. 맞아."

 

 "놓아라, 감히."

 

 "이 얼마 만에 품어보는 여색의 향인가, 이 오라버니가~응?"

 

 그때였다. 뒷 담벼락 지붕 아래로 검은색 상하의 의복과 검은 복면으로 얼굴을 둘러싼 이가 나타났다. 

 

 벚꽃잎이 흐드러지게 나리는 하얀 배경으로 검은 바람처럼 나타난 그는 키도 훤칠하게 컸다. 마르지 않은 체구에 다부진 몸매, 또렷하게 빛나는 날카로운 눈매, 망설임없이 검을 휘둘러 단칼에 사내의 상투를 베었다. 

 

 툭~!

 

 바닥에 떨어진 상투 모양이 마치 남정네의 그것처럼 모양을 갖춰 있다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이런, 젠장, 언놈이냐? 언놈이 비겁하게 뒤에서 칼질을."

 

 사내는 재희를 안은 채, 뒤에서 공격해 온 검객을 돌아봤다.

 

 "아니. 당신은..그 ... 그때.. 그..."

 

 "사내답지 못하게 뒤에서 겁탈하려는 네 놈의 행실을 보았다. 괘씸해서 사내 구실 못하도록 다른 걸 베어버리기 전에, 그만 썩 꺼지거라."

 

 두 사내는 줄행랑을 쳤다. 재희는 사내가 숨통을 조일만큼 꽉 붙들고 있었던 탓에 순간 실신을 하고 말았다.

 

 "이보시오. 정신 차리시오. 이보시오."

 

 

 ******

 

 

 우르르쾅!

 

 낮에만 해도 좋았던 날씨였는데, 구름이 몰려오더니 엉켜 붙어 부딪히고 소리를 내고, 빛을 뿜었다. 서로를 자극하고, 천기(天氣)를 부르고, 새로운 인연에 반응을 보이며 세상에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검객은 재희를 안은 채, 함께 재희의 말에 올라탔다. 그녀가 비를 맞았다. 잠시 말을 멈춰 상의를 벗어 그녀를 감싸 주었다.

 

 재희는 천둥소리에 놀라 잠시 눈을 떴다. 남자의 맨가슴에 파묻혀 어디론가 가고 있는 말, 그러나 그녀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고된 여정의 피곤함과 추위에 떨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예고 없이 오는 비를 피하지 못하고 맞아야 하는 것처럼, 두 사람은 함께 비를 맞았다.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길을 달렸다. 차가운 비는 두 사람의 열을 빼앗아 가고, 받아들인 사람들은 그저 운명 앞에 함구(緘口)할 뿐이었다. 

 

 

 [문욱의 집]

 

 

 날이 밝았지만, 비는 계속되었다. 

 드디어 비가 그치고, 사방이 조용해졌다. 재희는 천천히 자신이 머문 곳을 둘러보았다. 조선의 양반가인 듯싶었지만, 안에 가구들과 장식은 평소 볼 수 없었던 생소한 것이었다. 아마도 이웃나라의 그것과 장식인 듯싶었다.

 

 잠자리 옆에 갈아입을 옷이 놓여 있었다. 후리소데(일본 미혼여성이 입는 옷)였다.

 

 재희는 이 낯선 옷을 갈아입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뜨거운 자신의 이마를 짚어보며 기억을 더듬었다.

 

 ‘다들 왜, 날 버려두고 간 거지? 이 곳에는 얼마나 있었던 걸까,’

 

 재희는 문을 열었다. 습기를 머금은 바깥공기가 한 움큼 들어왔다. 문 틈새로 찬 공기가 들어오자, 몸을 떨었다. 기운이 없었다. 구름 사이로 얼핏 보이는 달의 모습이 그 이전과 달라진 모양으로 짐작컨대 이 곳에서 이틀쯤 지낸 것 같았다. 문을 닫고 자리에 누웠다.

 

 어딘가에서 남자의 기침소리가 들려왔다. 기침 소리가 유난히 더 커지기 시작했다. 재희는 옆에 놓인 옷을 둘러 입고, 방을 나섰다. 여리고 진한 꽃이 가득 수놓은 고급스런 옷감이었다.

 

 방 앞으로 놓인 복도를 따라 기침소리가 나는 곳으로, 자신도 기침이 나오려는 입을 틀어막고 조심조심 걸었다. 몇 개의 방을 지나가고, 넓은 마루가 보이고, 그 건너에 큰 방 옆으로 다시 또 몇 개의 방들이 있었다. 재희는 걸음을 멈춰 섰다. 방 안 기침소리가 더 거칠게 들렸다.

 

 재희는 누군가를 떠올렸다. 검은 옷을 입고 있던 검객. 굵고 낮은 목소리, 자신을 위해 옷을 벗어 덮어주고 알몸으로 비를 맞고 달려온 그 사람.

 

 미닫이문을 살짝 들어 소리가 나지 않게 열고 들어갔다.

 

 몹시 끙끙 앓고 있는 한 사람이 보였다. 그의 이마를 짚었다. 자신의 이마보다 훨씬 더 뜨거웠다. 재희는 향의원에서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배운 적이 있었다.

  환자 옆에는 간호를 하던 사람이 놓고 간 듯한 물이 담긴 그릇과 수건이 놓여 있었다. 재희는 수건을 적셔 그의 이마에 얹어 놓았다.

 

 "누구냐?"

 

 재희는 대답하지 않았다. 잠결에 살짝 눈을 떠서 재희를 슬쩍 보더니, 힘겨운 듯 다시 눈을 감았다.

 

 "하운이구나, 어제보다 괜찮아진 것 같으니, 너도 이제 그만 가서 잠을 자도록 하거라. 며칠간 네가 고생이구나. 건너에 있는 손님에게도 다시 가봐야할텐데."

 

 재희는 역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힘들게 축 늘어진 그의 손에 자신의 손을 가져다 얹었다. 그가 살포시 눈을 떴지만, 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재희는 고마운 마음을 손끝으로나마 전하며 어서 쾌차하길 빌었다.

 

 여리게 스며들어온 달빛으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넓은 이마, 짙은 눈썹, 두터운 콧방울, 과묵할 것 같은 도톰한 입술, 큰 키에 어울리는 듯 굵직한 선을 지닌 사람이었다.

 

 잠든 사내의 얼굴을 이토록 가까이 지켜본다는 게 생소했지만, 재희는 개의치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곁에서 더 머물고 싶었지만, 나오려는 기침을 참지 못하고 방을 나왔다.

 

 날이 밝았다. 누군가 들어왔다. 길고 가는 눈, 동그란 얼굴의 흰 피부를 지닌 앳된 미소녀였다.

 

 재희와 눈을 마주치더니, 반가운 듯 화색을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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