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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바람의 심장
작가 : Yak쟁이
작품등록일 : 2017.6.6

외계행성 천한(天漢)에서 온 무리가 고조선을 침공했다. 고조선은 남아 있었지만, 천한의 속국이나 다름 없어졌고 고조선을 지키던 싸울아비들은 몰락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싸울아비의 심장을 지키고 있는 자들이 남아있다.
이건 싸울아비 중에서도 자유로운 바람의 심장을 지닌 고주모의 이야기이다. 싸울아비의 심장을 가졌지만, 음식 솜씨가 없어 주막 운영은 영 꽝이다.
사실은 약빨고 썼습니다. 주5회에서 4회 연재 예정입니다.

 
악몽의 부엌 1
작성일 : 17-06-07 14:07     조회 : 249     추천 : 0     분량 : 5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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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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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부터 북상한 장마전선은 10년 동안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강우량을 보이고 있습니다. 장마는 약 한 달 정도 지속될 것으로, 극심한 농작물 피해가 우려됩니다."

 고주모는 방구석에 누워 텔레비전 속 기상 캐스터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반쯤 돌아누운 그의 옆에는 만화책이 잔뜩 쌓여 있었다. 한참 영업을 해야 하는데 비가 와서 올 손님이 없었다. 한 10분 정도 뉴스를 보고 있을 때, 문을 벌컥 열고 녹색 머리카락의 윤나리가 안으로 들어왔다.

 "쉐프가 요리를 하질 못함다! 어떻게 된 검까? 왜 아무도 안 오는 검까?"

 "바보냐? 우리 주막은 다 야외에서 먹을 수 있잖냐. 어느 비 오는 날의 미친 싸울아비가 와서 비맞으면서 밥을 먹겠냐? 천막이라도 쳐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치지도 못하니까, 너도 옆방에서 텔레비전이나 봐. 0니버스는 340번이다."

 "어린 애가 아님다! 그런 유치한 만화 안 봄다! 애들이나 그런 거 봄다!"

 "뭐? 이 녀석이 0니버스를 무시해? 0니버스는 말이다. 한 때 우리들의 희망과도 같은 존재였다고! 그지같은 학원 문제집 다 풀고 탈출하면 항상 우릴 맞이해주는 친구보다 더 좋은 친구였다고."

 "그래봐야 요새는 애니매이션도 안 함다! 그냥 애들 프로만 함다! 완전히 틀려먹었슴다! 당신 인생처럼 말임다!"

 "뭐라고? 감히 이 꼬맹이가!"

 둘이 서로에게 눈총을 날리고 있을 때 문을 열고 치우친왕이 들어왔다. 갈 곳이 없는 윤나리는 주막에 붙어 살았지만 치우친왕은 나름 집안이 잘 살갈기에 아침에 출근했다.

 "넌 또 왜 왔어? 비 오는 날은 휴업이라고 했잖아? 오늘 와도 시급은 챙겨주지 않을 거니까. 애초에 챙겨줄 돈도 얼마 없지만 말이다."

 치우친왕은 기쁜 얼굴로 광고 포스터를 주모에게 던졌다. 독설로 유명한 어느 쉐프가 진행하는 '악몽의 부엌'이라는 방송 프로그램 포스터였다. 음식을 먹고 썩은 표정을 지은 쉐프의 얼굴이 압권이었다.

 "이거 보자고? 본방송 월요일 밤 11시 40분에 하는데? 왜? 치우야? 지난 주 방송 못 봐서 재방송이라도 보고 싶어? 집에 컴퓨터로 다운 받아. 토렌0라던가 김씨의 토렌0라던가."

 치우는 주모가 치우친왕을 부르는 일종의 애칭이었다. 네 글자라 이름을 다 부르기 귀찮기도 했지만.

 "불법이잖아요!! 둘 다! 애초에 우리 집 컴퓨터는 거실에 있다고요. 뭘 좀 보려고 해도 눈치가 있어서 볼 수도 없어요. 그게 아니라 우리가 악몽의 부엌에 당첨됐어요. 일주일 뒤에 쉐프가 방문한대요."

 "뭐?! 그게 정말이냐? 그런데 어쩌지? 한 달 동안 장마라는데? 단군왕검 아버지 우사가 화가 나서 비를 잔뜩 내리붓는다는데? 터잡으신 단군 할아버지와 바둑 두다 진 모양인데?"

 "이 참에 천막이라도 좀 사다가 치자고요. 요리 잘 하는 나리도 있겠다, 분명 좋은 효과가 날 거라고요."

 "그럴까? 퇴직금은 최대한 아끼려고 했는데."

 주모는 망설였지만 치우가 설득한 끝에 천막을 구하기로 마음먹었다. 셋은 나란히 우산을 쓰고 시장에 있는 농막사를 찾아다녔다. 질퍽 질퍽 흙이 신발에 달라붙어 그리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발바닥에 붙은 흙을 쳐다보던 주모는 앞을 지나가는 새하얀 하복을 입은 사내들 중 하나와 어깨를 부딪쳤다.

 "이런 실례."

 "아 미안합니다."

 서로의 얼굴을 확인한 주모와 그 남자는 금새 썩은 표정으로 휙 고개를 돌렸다. 그 남자의 이름은 금화. 주모가 사는 아사달의 치안을 책임지는 '부여군'이라는 무리를 이끄는 수장이었다. 경찰 청장 수준은 아니고 경찰 서장 쯤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어쨌든 그는 주모와는 주막에 들렀다가 음식이 너무 맛이 없어 불평을 한 끝에 서로 검으로 대결까지 했던 사이였다. 실은 금화가 검을 뽑을 때 주모는 활을 들었지만.

 "이런, 알고보니 실례가 아니었잖아?! 어이, 요리꽝. 아직도 주막 운영하냐?"

 "너야말로 밥상 엎지르는 진상이 무슨 경찰이냐? 진상으로 전향하지 그래? 쇼 미더 진상에 나가라고. 네가 100퍼센트 우승이니까."

 둘이 서로 으르렁 거릴 때 치우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금화가 먼저 치우의 옆에 찬 검은 색 칼집을 보고 표정을 풀었다. 유명한 집안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 하면 인사에 불이익이 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대신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너무 그러지 마시고, 금화 씨도 언제 한 번 주막에 들러 주세요. 새 쉐프가 왔거든요."

 금화와 부여군 무리들은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갈 길을 걸어갔다.

 "저 잘난 척 하는 진상들!"

 "그러지 말고, 얼른 농막에 가서 천막부터 구하자고요."

 

 일주일 뒤. 천막이 빗물을 막아주는 가운데 스태프들은 촬영을 위해 부엌과 마당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주모와 나리는 아침 일찍부터 부엌 청소를 하고 있었다.

 "아궁이가 거울처럼 보일 정도로 깨끗하게 닦아야 해! 텔레비전에 나오는데 그을음 가득한 아궁이를 보여주면 안 되잖아. 장작도 타다 남은 건 버리고 새 것으로. 재료는 오늘 밭에서 제대로 봅아왔지?"

 "물론임다! 신선한 걸로만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뽑아왔슴다!"

 "그래야지! 오늘 그 고 뭐시기 쉐프에게 잘 보여야 된다!"

 "알게씀다!"

 부엌 문이 열리며 프로그램 담당 PD가 안으로 천천히 들어왔다. 주모는 치우친왕인 줄 알고 일부러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넌 말이야.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이제야 와? 아주 깔끔하게 입고 왔겠지? 응? 당신은 누구야?"

 "저기, PD인데요. 저희 스탭들이 좀 작업을 해야 하는데, 비켜주실 수 있으신지."

 "아, 물론입니다! 무조건입니다! 예. 예!"

 주모는 굽신거리며 나리를 데리고 부엌 문 밖으로 나섰다. 바깥에는 치우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서있었다. 깔끔한 제복을 입고 오라고 했는데, 치우는 주모의 말과는 정반대로 어인 누더기를 입고 있었다.

 "누가 그렇게 입고 오랬냐! 너는! 오늘이 어떤 날인지 몰라? 아니면 뭐냐? 주막 일 그만두고 정치인으로 갈아타려는 거냐? 그래서 시민 코스프레를 위해 누더기를 입었어? 이대로 야시장 돌아다니며 어묵 하나 먹으면서, 기호 1번을 꼭 단군왕검으로 찍어달라고 하게? 경제를 살릴 서민 단군왕검! 치우친왕. 이러려고? 너무 지나쳤다고, 이 놈아."

 "그게 아니라 PD가 입어야 한대요. 고조선의 토속적인 이미지를 연출해야 한데요. 형이랑 나리 둘 다요."

 조금 흥분한 주모가 PD의 멱살을 잡았다.

 "어이! 이게 뭐야? 왜 우리가 누더기를 입어야 되는데? 제대로 설명해! 이 자식아!"

 "켁! 케켁! 그, 그게 아니고요. 처음에 쉐프가 등장하면서 주막을 보며 욕을 한 사발 해야 되거든요. 그래야 사람들이 재미있게 봐서. 그래서."

 주모는 잡았던 멱살을 놓았다. 부엌 밖으로 스탭들이 나가자 다급한 마음에 서둘러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뒤따라간 나리가 부엌 안을 보곤 할 말을 잃어버렸다.

 "재료가 다 상해씀다! 밭에서 뽑아오지도 않은 게 이씀다! 아궁이 닦았는데 다시 시커매져씀다!"

 "방송을 위해 일부러 그렇게 했나 봐. 일부러 쉐프에게 맛없는 음식 맥여서 욕 먹게 하려고!! 이 자식들을 그냥!"

 발끈한 주모가 나가려다가, 나리가 뒤에서 붙잡고 말렸다.

 "안 됨다! 그러면 또 돈 못 범다! 그러면 우리 강도짓 해야 됨다!"

 "그건 너나 그렇고! 후우. 그래, 방송이니까 내가 참는다! 참아!"

 주모와 나리는 코디가 제공해준 누더기 옷으로 갈아입고, 쉐프가 오길 기다렸다. 차타고 오는 고 쉐프가 촬영하는 사이 주막에선 네레이션 음성 녹음을 진행중이었다.

 '본 프로그램은 조금의 조작도 없는 순수 리얼 쇼 프로그램입니다. 15세 미만의 어린이, 청소년들은 시청을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녹음이 끝나자 컨셉을 잡기 위해서라며 PD는 주모에게 마루에 앉아 누워 있도록 부탁했다. 곧 대문이 열리며 금발의 180cm이 넘는 장신의 서양인이 들어왔다. 얼마나 인생에 스트레스를 달고 사는지 이마에 주름살이 가득했다.

 "씨x 이게 무슨 식당이야? 고조선의 얼? 단언컨데 이 집은 고조선에 대한 모욕입니다. 누가 보면 한국 민속촌에 자리잡은 줄 알겠군."

 시작부터 불평을 쏟아내는 쉐프는 주모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계속 딱딱한 마룻바닥에 누워있느라 허리가 아팠던 주모는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벌떡 일어나 그와 악수했다.

 "반갑습니다. 골든 뤰쉬입니다."

 "아, 외국인이시군요.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이런 쥐구멍같은 곳에서 장사하시느라 힘드시겠군요. 장사는 어떠신지요?"

 "적자에 적자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좋지 않아요. 이 가게를 내줄 수는 없습니다."

 주모가 운영하는 주막은 나리가 온 이후로 적자는 아니었지만, 주모는 대본에 따라 일부러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사장님 연기를 했다. 골든은 신호에 맞춰 부엌을 나온 나리와도 악수를 했다.

 "당신이 헤드 쉐프겠군요. 맞나요?"

 "그러씀다. 내가 헤드 쉐프임다. 반가씀다!"

 "꼬맹이가 요리라니. 어떤 어린이 세트가 나올지 기대되는군요. 아, 더는 기다릴 수 없군요. 장거리를 이동하면서 몹시 배가 고픈 상태입니다. 바로 음식을 주문해도 되겠습니까?"

 나리가 발끈하기 전에 주모는 후다닥 골든과 악수하고 자리로 안내했다. 급조한 메뉴판을 들고 기다리던 치우친왕은 골든에게 메뉴판을 내밀었다.

 "주막에서 라비올라? 흥미롭군요. 애미의 떡찧는 가게처럼 동네 가게에서 사온 냉동은 아니겠지요?"

 "네, 저흰 그 날 아침에 밭에서 캐온 재료로 요리합니다."

 "제발 먹다 맛이 너무 형편없어 도로 뱉지 않게 되길 바랍니다. 응? 그리고 여기 연어 버거가 있었나요? 연어도 밭에서 납니까? 크크크."

 제작진이 주막을 골탕먹이려는지 메뉴판도 치우가 가지고 있던 메뉴판에 몇 가지가 멋대로 추가돼 있었다. 하지만 치우는 나리가 준비했겠거니 하고 생각하고 메뉴를 수첩에 적었다.

 "얼마나 구역질나는 음식을 내게 갖다줄지 기대되는군요. 분명 저기 있는 주모를 설득시키는 게 무척 어려울 것 같습니다."

 치우는 메뉴판과 주문 목록을 주모에게 갖다 줬다. 주모는 그대로 부엌으로 가 나리에게 메뉴를 있는 그대로 말했다.

 "연어 버거 말임까? 연어 없슴다! 밭에서 연어가 나질 않씀다!!"

 "어떻게든 해 봐! 저 골든 양반 입맛에 맞게. 알았지?"

 "노, 노력해 보게씀다!"

 주모는 코를 막고 바깥으로 얼른 나갔다. 상한 재료들이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리는 작은 코를 빨래 집게로 틀어막고 있엇다.

 

 그리고 15분 뒤.

 치우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를 연어 버거를 접시에 담아 골든이 앉아 있는 밥상 위에 놓았다. 외형은 몹시 그럴싸했지만, 치우는 뒤늦게 연어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돼 빵 사이에 든 뭔가가 무척 궁금했다.

 "흠, 겉보기엔 그럴싸 한데, 과연 고조선의 연어 버거는 무슨 맛을 낼까요?"

 골든은 한 입 베어물었다. 상상 그 이상으로 맛있는 연어 버거의 맛에 잠시 할 말을 잃고 눈을 번쩍 떴다.

 "조, 존맛."

 "네? 존맛이요?"

 무의식적으로 대답한 골든은 잠시 당황하다 금방 말을 바꿨다.

 "그러니까, 존경할 정도로 맛이 없습니다! 이건 x발 너무 맛이 없어서 곰 석쇠조차 생존을 포기할 맛입니다! 이건 연어주의자들에 대한 모욕입니다."

 치우는 속으로 '연어주의자가 뭐야!!' 라고 소리지르고 싶었지만 애써 참고 접시를 들었다.

 "죄송합니다. 이건 바로 치우도록 하겠습니다."

 접시를 치우려 하자 골든은 자기도 모르게 그 접시를 붙잡았다. 치우가 당황해 빤히 쳐다봤고 골든은 피디의 눈치를 살피다 접시를 애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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