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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태양의 날개
작가 : 금령
작품등록일 : 2017.6.2

각종 의뢰 임무를 수행하며 최고의 혜택을 누리는 국가 공인의 전투원, '단군'. 꿈과 희망으로 가득한 소녀 미르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집을 나와 단군이 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수상한 소년과 할머니를 만나 이해관계에 따른 협력을 하게 되는데...
미르가 단군이 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년과 할머니의 속셈은 무엇일까?
세상에 나와 낯선 것에 마주친 소녀 미르와, 제각각의 속내를 숨긴 사람들이 만나 이 세상의 비밀과 어둠을 파헤치는 이야기.

 
단군이 되어라 (3)
작성일 : 17-06-07 01:07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8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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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군, 의뢰받은 임무를 수행하며 각종 혜택을 누리는 전 세계 공인의 강자.

 단군이 되면 각종 시설 이용이 무료이거나 큰 폭의 할인을 받게 되고, 프리랜서처럼 자신이 원하는 의뢰를 골라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돈을 벌 수 있다. 또한 어딜 가나 신분이 보장되고 국가 공무원에 응시할 때에도 가산점이 붙는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실력 있는’ 단군일 때의 이야기이고, 무능한 단군은 저절로 도태되도록 시스템이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꿈을 좇는 사람들에게는 위험 부담보다는 밝고 이상적인 면이 훨씬 더 커 보이지 않겠는가.

 미르 역시 단군이 되는 것을 당장의 목표로 삼고 안락한 집을 떠나 불확실하고 낯선 땅으로 나선 모험가 중 하나였다. 럼멜하트 상단에서의 추격전이 있기 이틀 전, 난생 처음 와 보는 도시의 땅을 밟은 미르는 갈 곳을 몰라 여기저기 헤매고 있었다.

 ‘당당하게 집을 나오긴 했는데 이제부터 어디로 가야 하지?’

 살짝 둘러보니, 도시는 그리 번화한 곳은 아니었지만 활기차고 생기가 넘쳤다. 이른 오후라 가게가 모두 열려 있었고, 건물들은 고풍스러우면서도 깔끔했다. 쌍꺼풀이 없는 크고 검은 눈을 이리저리 굴려 특이한 건물과 잘 정돈된 길을 구경하다가, 미르는 길 한복판에 멈춰 서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 도시에 단군 시험 접수처가 있다더니 어디야, 도대체?’

 미르는 깔끔한 가게들이 단정하게 늘어선 거리를 휙휙 돌아봤지만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표지판은 보이지 않았다. 때마침 근처 가게에서 이제 막 문을 열었는지, 사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광고판을 가지고 거리로 나왔다. 미르는 그에게 길을 물어볼 생각으로 다가가려 하는데, 다른 쪽에서 먼저 자신을 불러 세웠다.

 “이봐, 럼멜하트 상단이 이 마을에 있다고 들었는데, 어디로 가면 돼?”

 이렇게 물어온 사람은 미르의 또래로 보이는 소년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키에, 과하진 않지만 꽤 퉁퉁하게 살이 오른 몸집, 그리고 짧은 검은색 곱슬머리와 진한 눈썹을 가진, 퉁명스러운 인상의 소년. 미르는 그의 연녹색 눈과 마주치고는 눈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년은 사람을 잘못 골랐다. 자신 역시 길을 헤매던 여행자였으니 말이다.

 “어, 어? 미안, 잘 몰라. 나도 여기 처음이라...”

 “뭐야,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율이 귀찮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자 미르의 뒤쪽에서 안내판을 단단히 고정한 가게 주인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상단에 가려고? 이 길을 쭉 가다 보면 광장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나올 거다. 그걸 따라 가다 보면 오른쪽에 있을 거야.”

 “오, 정말? 고마워, 아저씨.”

 율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미르는 상단이라는 말에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어, 친절해 보이는 사장이 들어가기 전에 얼른 말을 걸었다.

 “아저씨, 그 상단은 뭐 하는 곳인가요?”

 “허허, 상단이니까 물건을 파는 곳이겠지. 우리 제국 최대의 상단 중 하나라 없는 게 없단다.”

 “뭐야, 럼멜하트 상단도 몰라? 너 이 제국 사람 아니지?”

 미르와 사장의 대화를 듣고 있던 율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 미르가 고개를 끄덕이자, 사장이 조금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저런, 우리 제국은 치안이 아주 좋은 편이지만 여자아이가 혼자 다니면 위험할 수도 있단다. 조심하렴.”

 “고맙습니다, 아저씨.”

 미르가 밝게 웃으며 인사하자 사장은 즐거운 여행 하라는 말을 덧붙이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미르는 아직 궁금한 것이 남은 듯, 옆에 서있던 율에게 물었다.

 “그런데 정말로 그 상단에는 없는 게 없어?”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가 보지. 근데 너, 아까부터 왜 반말이냐?”

 “응? 내가 그랬어? 네가 먼저 반말해서 그런가보지, 뭐.”

 “…….”

 악의가 전혀 섞이지 않은 밝은 미소에 율은 할 말을 잃었다. 그가 발끈한 얼굴로 주먹을 쥐고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데, 미르는 더 이상 그에게는 관심이 없다는 듯 중얼거리며 돌아섰다.

 “오래된 책이나 금지된 물건도 팔려나...”

 “......뭐?”

 율이 미르의 말에 흠칫 반응한 순간, 미르가 걸어가고 있던 방향의 골목에서 멀리 다급한 비명과 함께 사람 두 명이 튀어나왔다.

 “강도야!! 저 놈 잡아!!”

 쏜살같이 달려오는 시커먼 복장의 남자 뒤로 새하얀 머리를 풀어헤친 구부정한 노인이 지팡이를 휘두르며 따라오고 있었다. 하지만 젊음의 차이인지, 노인은 강도를 몇 걸음 따라가지도 못 했다.

 미르는 강도가 도망치면서 자신에게 점점 가까워지자, 본능적으로 그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율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서로를 힐끗 쳐다보고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 호기로운 기합 소리를 내며 강도에게 달려들었다.

 “이야아-!”

 하지만 이게 웬일일까? 다리에 차가운 기운만 느껴질 뿐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럴 리가, 팔은 휘적휘적 잘만 움직이는데?

 미르와 율은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으악! 이게 뭐야?!”

 “야! 강도 너, 거기 안 서?!”

 목청껏 소리를 질렀지만 약 올리듯 멀어져 가는 강도를 붙잡을 수는 없었다. 그런 미르와 율의 곁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물론 그 중에는 강도를 쫓던 노파도 있었다.

 “어이구, 괜찮니, 얘들아?”

 “이러다 동상 걸릴 텐데...”

 그렇다. 미르와 율은 두 다리가 두껍고 단단한 얼음에 갇혀, 강도에게 달려들던 자세 그대로 길 위에 얼어붙어 있었다. 강도가 보통 강도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미르와 율은 강도를 잡지 못해 분하면서도 그보다는 약간의 쪽팔림이 더 견디기 어려웠다.

 “잠시만 기다려보렴, 내가 저 옆 가게에 가서 토치라도...”

 “아뇨, 그러실 필요 없어요.”

 친절하게도 나서주려던 시민을 미르가 제지했다. 강도가 얼음술사인 것이 다행이었다. 무릎까지밖에 얼리지 못 한 걸로 보니 그렇게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겠지, 미르는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그리고 몸을 숙여 다리를 얼린 투명한 얼음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러자 미르의 손에서 붉은 기운이 도는 기체가 일렁이면서 얼음을 빠르게 녹이기 시작했다. 주위에 몰린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놀라움을 숨기지 못 하고 있었다.

 “휴, 신발이 조금 젖었네. 아, 너도 녹여줄게.”

 어느새 흥건한 물이 되어버린 자리에서 신발을 걱정하던 미르는 율에게로 다가가 똑같이 얼음을 녹여주었다.

 술사인가 봐, 단군일지도 몰라, 불의 술사인가? 아냐, 그냥 열로 녹였잖아,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미르와 율을 둘러쌌다. 율도 얼음으로부터 자유로운 몸이 되자, 미르는 뿌듯한 얼굴로 일어났다.

 “됐다! 아, 할머니, 괜찮으세요? 강도를 당하신 것 같은데...”

 미르는 노파에게 말을 하다가, 그녀가 말없이 진지하고 날카로운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음을 느끼고 말을 흐렸다. 뭐지? 하며 힐끔 율을 쳐다봤지만 율 역시 노파와 비슷한 표정이었다. 내가 뭔가를 잘못한 건가? 미르가 고개를 갸웃할 때쯤, 노파와 율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너.”

 “너...”

 너? 미르가 의아한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보자, 노파와 율이 여전히 굳은 얼굴로 짤막한 질문을 던졌다.

 “술사냐?”

 “단군이야?”

 “엥? 이제 단군 등록하러 가는데요?”

 지금 상황에 왜 저런 심각한 얼굴로 물어보는 것일까? 미르는 아마도 주변 사람들이 얼빵하다고 생각했을 얼굴로 나름 최선의 대답을 선택했다. 그에 노파는 어쩐지 경계하는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왜 저러는 걸까, 주변을 에워싼 사람들은 왜 이렇게 당황하는 걸까? 미르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을 억지로 이해하려고 하고 있을 무렵, 구경꾼들을 비집고 중절모를 쓴 신사가 앞으로 나왔다.

 “실례합니다만, 그 아가씨와 잠시 얘기해도 되겠습니까?”

 “저요?”

 미르가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묻자, 신사의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노파가 미르의 손목을 재빠르게 움켜쥐며 말을 가로챘다.

 “이 아이는 방금 날 도와줘서 내가 사례를 하려고 하는데... 그쪽은 뉘시오?”

 “잠시 궁금한 게 있어서 그럽니다. 아가씨, 괜찮을까요?”

 “미안하지만 이 아이는 안 될 것 같소. 가던 길 마저 가시게.”

 미르는 자신을 두고 왜 이런 대화가 오가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복잡한 얼굴로 둘 사이에서 어버버하고 있는 것도 잠시, 신사가 미르를 꼭 데려가야겠다며 팔을 뻗어오는 순간 노파가 의외의 힘으로 미르를 잡아당기며 소리쳤다.

 “뛰어!”

 “????”

 

 

 잠시 후, 신사는 주변 건물의 사이사이와 골목길까지 다 들여다봤지만 미르를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아쉬움 반, 낭패 반이 섞인 얼굴로 걸음을 늦추더니, 돌아갈 곳이 있는 듯 방향을 틀어 사라졌다.

 그리고 어느 골목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장신의 남자가 있었다. 눈이 비치지 않는 선글라스에 베레모를 쓰고 발목까지 오는 검은색 코트를 입은 그는, 신사가 멀어져간 길을 물끄러미 보며 담배연기를 내뱉었다. 남자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담배꽁초를 바닥에 툭 떨어뜨리더니 코트를 휙 벌렸다.

 “이제 됐다.”

 “흐아- 답답해 죽는 줄 알았네!”

 바깥의 상쾌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 숨을 들이켠 미르는 짙은 담배 향까지 함께 마시고는 콜록콜록 기침을 했다.

 “담배 냄새를 못 맡는구나. 아무것도 안 하고 서 있으면 의심스러워서 어쩔 수 없이 핀 거니 이해해라.”

 “네에...”

 미르는 대답을 하며 남자에게로 눈을 돌렸다가, 어느새 남자는 온데간데없고 아까 자신을 끌고 도망친 노파의 부리부리한 눈과 마주치자 자기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떨었다.

 “우와... 진짜 신기하네요. 변신술이에요?”

 “...일단 자리를 옮기자꾸나. 아까 너를 봤던 사람들이 없을 만한 장소로.”

 

 

 미르가 노파를 따라 들어온 곳은 낡아 보이면서도 깨끗한 식당이었다. 아까 도와주려고 했던 것이 고마우니 자신이 사겠다며 노파가 간단한 음식을 주문했다. 같이 있던 남자애도 도우려고 했는데... 미르는 속으로 생각했지만 이 할머니의 의도는 감사 표시보다는 다른 쪽인 것 같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내 이름은 진달래다. 네가 말한 대로 변신술사지.”

 주문을 마치고 직원이 돌아가자 노파가 먼저 입을 열었다. 겉보기에는 굉장히 늙어 보이는 할머니인데 생각보다 목소리가 젊고 또렷했다.

 “아, 저는 미르라고 합니다! 저는 열 술사예요.”

 미르가 대답하자 진달래는 뭔가 고심하듯 잠깐 옆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더니, 날카로운 눈매의 검은 눈을 들어 미르를 바라보았다.

 “너, 단군이 되겠다고 했지?”

 “네. 이 도시에 등록할 수 있는 기관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요, 도대체 어디 있는 건가요?”

 “안 그래도 그것과도 관련이 있는 이야기다. 내가 지금부터 하려는 얘기는.”

 “……?”

 미르는 의아함을 담아 진달래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조금 심각한 얼굴인 것 같기도 했다. 아까 사람들이 놀란 것이나, 신사가 자길 붙잡으려 한 것과 관련 있는 걸까? 노파는 미르의 궁금증을 이해한다는 듯 차분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최근 이 도시에서 장사를 시작한 럼멜하트 상단은 제국 내 3대 대기업임과 동시에 특정 술사를 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단장인 럼멜하트가 죽은 첫째 황후의 친오빠라 그런지 제국에 대한 충성심이 강력하여, 요새 군사력이 많이 약해진 벨라루스 제국에 술사를 보급하려고 무진장 애쓴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 술사나 다 잡아가는 것은 아니고, 단장 본인이 생각하기에 유익하고 큰 전력이 될 만한 능력을 엄선하여 매달 상단 전체에 공고를 내린다고 한다. 그에 해당하는 술사를 포섭하거나 잡으면 상여금이 엄청나다고 하니 상단 직원들은 물건을 파는 것만큼이나 술사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럼 이번 달의 목표물은 저 같은 열 술사인 건가요?”

 “정확히는 불이나 열 관련 능력자야. 놈들은 처음엔 신사적으로 접근하지만 술사 쪽에서 계속 거부할 경우엔 납치까지도 불사하니까 조심해야 한다. 네가 황실로 들어가는 걸 원한다면 몰라도, 가기 싫은데 억지로 잡혀갈 순 없잖냐.”

 “그런데 그거 범죄 아니에요?”

 미르는 나지막하게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황실 외척이라 그런가, 납치라는 일을 어찌 그렇게 쉽게 행할 수 있는 것일까? 진달래는 같은 생각인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범죄지. 하지만 납치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은 황실로 들어가는 게 출세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래도 그게 범죄가 맞다고 해서 네가 마음 놓고 있어도 된다는 건 아니다. 놈들이 나쁜 게 맞지만, 원치 않는 일이 일어난 후에는 후회해도 늦으니까.”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할머니.”

 “하지만 단군이 되면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네? 정말요?”

 “그래. 단군은 협회에서 철저하게 신분을 보장받으니까. 일개 상단은 물론 황실이 직접 나서도 건드릴 수 없지.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말이야.”

 “그럼 제가 어서 단군이 되면 되는군요! 할머니도 단군이신가요?”

 미르의 물음에 진달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없이 검지를 세워보였다. 그러자 그 손가락 위로 메달처럼 생긴 동색의 납작한 원이 나타났다. 그걸 본 미르가 신기함과 설렘으로 가득한 눈을 빛내며 물었다.

 “단군 자격증이군요! 저도 빨리 얻고 싶어요. 어디서 시험을 신청하면 되나요?”

 “문제는 바로 그거다. 시험 신청.”

 “네...?”

 진달래가 손가락 위에 떠 있던 자격증을 없애며 말하자, 미르가 멍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시험 신청이 문제라니?

 진달래는 시험 신청을 어디서 하는지도 모르는 미르를 보며, 도대체 뭘 하던 아이인 건지 의문이 생겼지만 인내심을 갖고 이야기해주었다.

 진달래에 의하면 대륙 곳곳에 단군 협회의 지부가 설치되어 있다. 이를 ‘소도’라고 하는데, 이곳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단군 지망생들의 등록을 받는 것이다. 단군의 신분이 철저히 보장되는 만큼 소도 역시 외부로부터 철저히 보호받는데, 소도 주변으로 그어진 흰 경계선 안은 독립적인 구역으로 인정된다. 즉, 황제가 행차해도 소도 구역 안에 들어간 노예조차 건드릴 수 없다는 뜻이다.

 “그 말은 곧, 제가 소도의 경계선 안으로만 들어가면 상단에서도 절 어떻게 하지 못 한다는 건가요?”

 “바로 그거다. 그런데, 럼멜하트 상단이 그걸 그냥 두고 볼 리가 없지 않겠냐?”

 

 

 

 

 같은 시각, 율은 드디어 럼멜하트 상단을 찾아내곤 그 주변을 탐색하고 있었다. 이걸 도대체 왜 못 찾았을까 싶을 정도로 크고 화려한 상단이었다. 이동식 상단답게 대형 마차와 천막들로 이루어졌지만 그럼에도 하나하나 고급스럽고 화려했다. 듣자하니 상단이 도시에 온지 일주일이 지났다지, 그럼 앞으로 2주는 더 머무를 것이다.

 율은 손님인 척 태연하게 상단 안으로 들어갔다. 일단은 동태를 파악하는 게 최우선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럼멜하트 상단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기에, 고위 경영진이 모이는 곳이 어딘지도 알고 있었다. 중요한 정보는 그들에게 가는 법이니 우선 그들을 찾아 쓸 만한 정보를 얻어야 한다.

 의심을 받지 않도록 매장 쪽에서 두리번거리던 율은 멀지 않은 곳을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는 한 남자를 보고 눈을 빛냈다. 아까 길거리에서 만난 여자아이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던 남자다. 이제 돌아오는 것을 보니 한참 그녀를 찾아다녔던 것인가 보다. 아무래도 저 자를 따라가면 좋은 정보가 나올 것 같은걸? 율은 이렇게 생각하곤 남자의 뒤를 밟았다.

 

 

 “그게 정말인가?”

 “예, 부장님. 제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레너드, 자네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기회일세. 부서장님께서 아시면 무척 좋아하실 텐데, 하필 어제 출장을 가셔서...”

 “부장님께서는 상단을 움직여 소도를 둘러싸주십시오. 그 아이는 단군 시험을 치려 하고 있었습니다. 상단 안에 소도가 있으면 자연히 우리에게 기회가 생길 겁니다.”

 “그거 좋은 생각이군. 그럼 자네는 그 아이의 얼굴을 기억해서 몽타주를 만들게.”

 “알겠습니다.”

 부장은 설레는 듯 먼저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 율은 천막 뒤에 숨어 주위를 살피며 엿듣다가 쾌재를 불렀다.

 ‘좋았어. 상단의 관심이 그 녀석에게로 집중되면 내 일이 수월해지겠지.’

 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레너드는 근처를 지나다니던 시종을 붙잡고 말을 걸었다.

 “이봐, 너 골동품 전문가 렌 과장이라고 누군지 알아?”

 “예! 알고 있습니다.”

 “그럼 이걸 좀 감정해보라고 해. 오늘 어떤 도둑이 훔치고 달아나다 멍청하게 흘린 건데, 싸구려 같진 않아서 말이야.”

 도둑이 훔친 물건? 율은 설마 싶어 천막에 딱 붙은 채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그가 있는 쪽에서는 레너드의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레너드는 시종에게 손에 든 뭔가를 주려고 하고 있었는데, 시종이 당황한 듯 몸을 떨었다.

 “예...? 훔친 물건이라면 주인을 찾아야 하는 게 아닌가요?”

 “글쎄, 그냥 주라면 줘! 이미 주인을 잃은 물건인데 뭐 하러 귀찮은 일을 해?”

 “아, 알겠습니다. 전달하겠습니다.”

 기가 죽은 시종이 허리를 숙이며 레너드로부터 뭔가를 받아들었는데, 율은 그게 뭔지 잘 보이지 않아 인상을 찌푸렸다. 그 때 레너드가 걸음을 옮겨 율의 눈에 옥색 빛을 내는 길다란 무언가가 들어왔다. 하지만 얼핏 본 바로는 무엇인지 알아채기 어려웠고, 그저 좀 전에 할머니가 도둑맞은 물건이겠거니 하고 돌아설 뿐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뭘 엿본 거지?”

 “힉!”

 율이 돌아선 곳에는 우락부락한 경호원 하나가 인상을 구긴 채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시종도 아니고, 손님이라면 직원 구역에 숨어서 얘기를 엿들을 리 없고... 너 뭐 하는 놈이냐?”

 “아, 그, 그게...!”

 “됐고, 내가 지금 할 일이 많으니까 일단 얌전히 묶여 있어라. 나중에 심문하러 올 테니까.”

 ‘으아아, 안 돼...!’

 율은 팔이 뒤로 꺾인 채 손목을 묶이면서, 어찌 할 방도도 없이 속으로 비명을 지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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