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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은 구슬
작가 : 키라이스트
작품등록일 : 2017.6.6

어느 날 공주가 죽었습니다.
왕자는 공주의 시신을 붙잡고는 그 안을 절규로 가득 채웠습니다.

절규를 들은 저승의 여인은 지상에 입을 벌렸습니다.
배를 가득 채운 그녀는 왕자에게 속삭였습니다.
공주의 죽음이 절망스럽다면 그걸 뒤집어 봅시다.

폐기된 공사현장에서 여학생이 철봉에 꽂힌 채로 발견된다. 주변에 피 한 방울도 남기지 않은 시신의 얼굴은 만족한 듯 편안하다. 자살로 판명된 시신에게 영력이 사용되었음을 알게 된 테인은 그 주변의 조사를 시작하고, 아들인 김호련은 만나고 싶지 않았던 이서영과 같은 학교에 진학한다.

 
첫째 날, 김호련
작성일 : 17-06-07 00:12     조회 : 331     추천 : 0     분량 : 5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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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련이 걸어 나오자 서영은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호련과 시선을 피했다. 그녀의 입가가 비틀렸다. 찻집에서 본 여성과 같이 머리가 울리는 정도는 아니지만 다른 학생들과 다른 존재감이 있었다. 이런 사람들을 하루에 두 번이나 만났다는 것이 불쾌하다.

 

 호련은 그녀의 옆으로 다가와 섰다. 박현수가 그를 교탁으로 불렀고 교탁에 선 그가 학생들에게 인사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김호련이라고 합니다. 첫 전학이라 어색하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학생들이 박수치는 소리가 들린다. 그의 발소리가 박수소리 쪽으로 멀어졌고 박현수가 서영을 불렀다. 그녀는 교탁에 다가갔다.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보자 그녀에게 몰린 학생들의 시선이 들어온다. 서영은 그 안에 있는 호련의 눈동자와 마주했다. 다른 시선들이 시야에서 배제된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서영이라고 합니다.......”

 

 박수소리와 함께 자리로 들어가는 그녀의 등 뒤로 학생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자리에 앉은 서영은 거절의 감정을 담아 정면을 쳐다보았다. 그녀를 바라보던 몇몇 학생들의 눈들이 멈칫했고 입가에 자잘한 균열을 그리며 앞으로 돌아갔다.

 

 첫 수업이 끝나고 그녀의 주위로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서영은 그들을 바라보며 묻는 질문에 형식적으로 대답했다. 학생들은 흥미를 잃은 듯 이내 자리를 벗어났고 그 사이로 김호련이 다가왔다. 서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멋쩍게 웃으며 뻣뻣하게 왼손을 내밀었다.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 조금 불편해서. 그래서......”

 

 서영은 교실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그녀에게서 멀어졌던 학생들의 시선이 조금씩 쳐다보고 있다. 이런 상황은 싫다. 그녀는 입끝을 비틀며 그에게 말했다.

 

 “다른 애들은 너에게 관심 많은 것 같은데, 가서 말 걸어봐. 귀찮게 하지 말고.”

 

 서영은 호련의 손을 쳐냈다. 내쳐진 손을 바라보던 그는 쉬는 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방송음이 울리자 자리로 돌아갔다.

 

 점심시간이 되자 학생들을 따라 학생식당에 도달한 서영은 입구 밖까지 길게 늘어선 대기줄을 확인하고는 학교 밖으로 나섰다. 얼굴도 모르는 학생들과 같은 곳에 앉아 시끄러운 소리 속에 밥을 먹을 생각은 없었다. 15분 즈음 걷자 대로변이 나왔고 신호등이 있는 모퉁이 건너편을 보자 수일 전 봐두었던 작은 우동집이 보였다.

 

 최근에 개업한 듯 외장은 깨끗했다. 그녀는 신호등을 건너 우동집 안으로 들어섰다. 장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새하얀 벽으로 놔둔 내부는 점심시간임에도 손님은 없었다. 가게의 절반을 차지한 주방 안쪽에서 앞치마를 입은 20대 중반 정도의 여성이 나와 그녀에게 물었다.

 

 “주문하시겠어요?”

 

 가게 한쪽에 설치된 계산대에는 아무도 없고 종업원이라고는 주방 안쪽으로 보이는 여성의 어머니로 추측되는 아주머니 한 분이 전부다. 사람 좋아보이게 웃는 여성과 사람 없는 가게, 만족스러워진 서영은 메뉴판에서 가장 비싼 음식을 주문했다.

 

 테이블에 앉자 주방 안쪽에서 나는 고소한 튀김 향에 만족하며 미소 짓는 그녀의 입가는 가게 문이 열리고 들어온 남성 손님을 확인하고는 일자로 다물어졌다. 호련은 들어오며 주방을 향해 말했다.

 

 “튀김 어묵 우동 하나 주세요.”

 

 그는 서영을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잠시 주춤했다. 그는 그녀가 앉은 자리에서 멀리 떨어진 자리에 등을 보이고 앉았다. 서영은 그가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넓게 느껴졌던 가게 내부의 느낌이 좁아졌다. 조금씩 머리가 지끈거린다. 왜 여기에 있는 건가. 미리 선불로 내놓은 돈은 둘째 치고 도망가고 싶어졌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주방 안에서 음식이 담긴 쟁반을 든 여성이 나왔다. 들린 쟁반에서 나는 고소한 향기에 잠시 망설이던 서영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다행이 음식은 냄새에 지지 않을 만큼 맛있었다.

 식사하는 동안 그녀의 시선은 자주 김호련에게 향했다. 무시하려 고개를 숙인 채로 식사를 했지만 그의 위치가 확실하게 느껴졌다. 쫓기고 있는 것 같은 답답한 느낌에 음식이 자꾸 혀를 지나쳐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음식 그릇이 절반 정도 비워졌을 때 바닥을 끄는 의자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자 가게를 나서는 김호련이 보였다, 그는 서영과 눈을 한번 마주치고는 문에서 멀어졌다.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긴장이 풀리듯 입가에 미소가 돌아왔다. 그녀는 남은 식사를 느긋하게 마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산대에서 돈을 꺼내는 그녀에게 여성 종업원이 웃으며 하는 말은 기분을 땅에 떨어뜨리기에 충분했다.

 

 “아까 그 학생 분이 손님 분까지 모두 내고 가셨어요.”

 

 교실로 돌아온 서영은 지갑에서 3만원을 꺼냈다. 호련을 만나 돈을 갚으며 경고를 줄 생각이었지만 그는 쉬는 시간마다 다른 학생들에게 둘러싸인 터라 다가서기가 쉽지 않았다. 오후 수업이 모두 끝난 이후 교실을 나서는 호련을 확인한 그녀는 책상 안에 돈을 넣어두려다가 그만두었다. 이런 식으로 갚는다면 자신을 배신하는 패배감이 들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그에게서 느껴지는 꺼림직한 느낌이 사라지면 직접 갚을 것이다.

 

 학교를 나서 아파트 단지 입구에 도착해 입구 비밀번호를 누르던 그녀는 등이 묵직해지는 감각에 깜짝 놀랐다.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공기가 무거워진 듯 몸이 긴장했다. 그녀는 빠르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단지 안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탔다. 전광등의 숫자가 높아지는 동안 몸의 긴장도 풀려갔다. 집 안으로 들어간 그녀는 신발을 벗자마자 거실 소파에 누었다. 하루 사이에 한계를 넘은 몸이 기진맥진했다.

 아파트 입구에서 단지 내부를 바라보던 호련은 7층에 불이 켜지는 것을 확인하고 발을 돌려 레노바로 향했다. 가게 입구에 다다른 그는 나무문 너머로 하빈의 존재를 느끼고는 미소를 지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아침의 스커트와는 달리 밤색 종업원 복을 입은 하빈이 테이블에 앉아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호련이 테이블에 다가가 앉자 그녀는 눈을 수차례 깜빡이며 즐겁게 물었다.

 

 “어땠니? 반년 만에 만난 짝사랑은.”

 “많이 수척해졌던데요. 그것보다, 저를 괴물 보듯이 이상할 정도로 피하던데 왜 그런 거죠?”

 “그러니? 네가 뭘 잘못한 건 아니고? 오랜만에 만났다고 귀찮을 정도로 쫓아다닌 건 아니야?”

 “어머니!”

 

 떠오르는 게 있는 그는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하빈은 깔깔대며 그의 반응을 즐기듯 검지손가락을 그의 눈앞에 대고 좌우로 저었다. 호련은 생각을 머릿속에 우겨넣으며 얼굴을 식혔다.

 

 “설마 하루 종일 저를 쫓아다니셨나요?”

 “아니, 난 여기서 못 나가잖니.”

 “테인을 시켜서 감시하셨던 건지 여쭤보는 겁니다.”

 “그이도 무리야. 너도 알고 있잖니. 이전에 죽은 여학생 때문에 그가 얼마나 바쁜지.”

 

 문득 현장을 중심으로 마을을 몇 바퀴째 돌고 있을 테인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서영의 문제에 밀려 금세 잊혀졌다.

 

 “서영이 왜 저를 불편해 하는 지 알려주세요.”

 “아마 너를 피해 다니는 건 아침에 나를 만났기 때문이겠지. 네가 아침에 집은 나선 이후 그 애가 여기 왔었단다. 저 문을 열고 들어와서 앉아있는 걸 보고는 나도 깜짝 놀랐지.”

 

 호련의 고개가 문으로 돌아갔다. 하빈이 이사 온 직후 문 안쪽에 새겨놓았던 문자에는 흠집이라고는 없었다. 그의 입이 살짝 벌어지며 눈을 수차례 깜빡였다.

 

 “외부인은 못 들어오잖아요.......어떻게.......”

 “반년 전 판도라는 이미 깨어났을 거야. 지금에 와서야 이런 형태로 우리가 실감하게 된 거지. 그 아이는 나를 보고 당황했었지만 왜 그런지는 아마 잘 모를 거다.”

 “어떻게 해야 하죠?”

 “설득해야지. 그 애 안에 있는 판도라가 너를 아군이라고 인식하도록 해야 해. 그건 네 나름이니 방법은 나도 모르겠구나. 내일부터는 가게를 열어야겠다. 그녀에게는 여기가 편할 테니 다시 올지도 몰라.”

 

 가게 2층에 있는 자신의 방에 들어간 호련은 침대에 쓰러지듯 엎어져 왼손을 바라보았다. 인사를 건넸을 때 맞았던 감각이 기억나 서운해진 감정은 점심시간 때 돈을 대신 냈던 부끄러움이 열기로 물들였다. 이불 속에 얼굴을 파묻고 한참을 있던 그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첫날부터 잘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드디어 너를 만났다.

 너를 붙잡기 위해 여기에 온 걸 알면 너는 어떻게 할까.

 네가 나를 죽이게 될까 내가 너를 죽이게 될까

 네가 주는 칼날이라면 달게 받을게.

 

 ---

 

 김현수는 멀어지는 수험생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들이 복도에서 사라지자 그는 기지개를 펴며 3층으로 내려갔다. 아무도 없는 1학년 교무실로 들어가 자리에 앉자 등이 의자에 파묻히며 눈이 감긴다.

 

 야간 자율학습시간 내내 교사 초년생이라고 학생들의 장난기에 이리저리 휘둘리던 자신이 생각나자 목이 살짝 뜨거워지며 머리가 아파왔다. 본래 담당이셨던 교사분이 아이가 병원에 실려 가게 된 문제로 갑자기 부탁한 거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원망스러워졌다.

 

 탈출구를 찾던 생각의 끝에 호련과 서영이 떠올랐다. 자신이 처음으로 받은 전학생. 그는 책상 위에 있는 노트의 맨 앞장을 폈다. 호련이 전학 온 학교의 행정실을 통해 알아낸 그의 이전 담당 교사의 전화번호가 중간 정도에 적혀있었다. 스마트폰을 켜고 전화번호를 입력한 그는 예의가 아닐까 잠시 고민하다가 통화버튼을 눌렀다.

 

 [누구시죠?]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혹시 유희빈 선생님 되십니까?”

 [예, 맞는데요? 누구시죠?]

 “저는 일산에 있는 주립 고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하고 있는 김현수라고 합니다. 혹시 사흘 전까지 맡고 계셨던 김호련이라는 학생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제가 이번에 그 학생을 맡게 되었습니다만 아직 경험이 얕아 조언을 구하고자 합니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는 교무실 벽에 걸린 시계를 살짝 바라보았다. 9시 30분. 10시 이전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미 지난 학생에 관해 캐묻는 것은 불쾌했던 걸까.

 

 [.......죄송합니다만, 그 애에 관해서는 별 말씀을 드릴 수가 없겠네요.]

 “아닙니다.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뇨, 그게 아니라. 저도 그 애를 오래 맡은 게 아니라요. 한 달 정도? 아니, 그것보다도 짧았던 것 같네요.]

 “예?”

 

 그는 무심결에 되물었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강원도 쪽에서 전학 왔던 아이인데 너무 빨리 다시 전학을 가버려서 저도 놀랐어요. 그 아이에 대해 여쭤보고 싶으셨던 거라면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별다른 특징 없이 조용했던 아이라고 밖에는.......]

 “아닙니다. 그럼 혹시 한 가지만 알려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전화를 끊은 김현수의 머릿속이 차갑게 식었다. 그는 외부 사이트에 접속이 되지 않는 교내 컴퓨터 대신 개인 노트북을 꺼내 와이파이로 인터넷에 접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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