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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금요일에 만나요
작가 : 시더우드
작품등록일 : 2017.6.6

감정의 무게를 재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노래 가사처럼 사랑과 우정 중 무엇이 더 무거울까요.
죄책감과 질투 중 어느 것이 더 가벼울까요.
감정의 경중에 따라 우리는 선택을 하기도 하고 또는 선택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여기 한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가 있습니다.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그들은 자신의 선택을 고민합니다.
선택이 어떠하든 누군가는 상처를 받을지도 모르지요.
어쩌면 모두가 행복할 수도 있겠지요.
서로의 선택이 바꿔 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첫번째 금요일 : 비오던 날
작성일 : 17-06-06 23:41     조회 : 342     추천 : 2     분량 : 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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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살다 보면 하나씩 자신만의 '방향'을 가지기 마련이다.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거나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방향에서부터 시작해 친구, 연인, 가족 등 자신의 우선 순위에 따라 또는 삶의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나에게도 딱 한가지, 철이 들고 나서부터 지켜온 나만의 방향이 있는데 그것은 '남의 일에 간섭하지 말자' 였다.

 

 내가 원래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고, 다만 타고나길 조금 냉정한 성정이긴 했다. 어려서부터 가족의 지나친 관심이 나를 지치게 해 이렇게 된 것 같기도 하고. 중학교 때 사소한 일에 휘말려 왕따 주동자로 몰릴 뻔한 일이 계기가 되었던 것 같기도 하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는 남의 일에 간섭하는 것이 너무 싫었다. 남의 개인사정이 뭐든 궁금하지 않았고 내게도 아무 관심도 갖지 말아줬으면 했다. 그나마 내가 관심을 갖고 챙길 수 있는 사람들의 범위는 보통 사람들에 비해 지나치게 좁았다. 그 이상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내게 행복을 버리라는 것과 일맥상통했다.

 

 그래서 나에게 '대학교 입학'은 악몽에 가까웠다. 모두가 환상을 품고 두근두근 기대하며 가는 첫 술자리나 모임이 나에게는 끔찍하게만 느껴졌다. 자기소개부터 시작해 사소한 별명을 공개하고 웃음을 만들고 각자 자리에서 수다를 떨다 번호를 교환하고 끊임없이 서로를 향해 관심을 보이는 일들. 대학에 입학한다는 기쁨에 잔뜩 부풀어 있지는 않았어도 고등학교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입학도 하기 전부터 와장창 깨졌다.

 

 그러면 아예 아웃사이더가 되면 해결되지 않겠냐는 답변이 돌아오겠지만, 온전히 홀로 다니기에 대학은 내게 너무 낯선 곳이었다. 낯도 많이 가리고 수줍음이 많은 성격에 혼자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그 상상 자체만으로도 죽을 것 같았다.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해지지 못하는 개인주의자라니, 다시 생각해도 나는 어쩌다 낯선 환경에 뿌리를 내린 새싹처럼 참으로 살아남기 어려운 예민한 존재였다.

 

 반면에 80여명 정도 되는 같은 과의 동기들은 모두 행복해 보였다. 그 때는 나만 알고 나만 생각하던 때라 다들 낯섦에 적응하고 있는 과정이라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어디 가서 이름을 내밀기 부끄럽지 않은 대학에 입학했다는 기쁨에 다들 들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어쩜 저렇게 빨리 호형호제를 할 수 있는지. 내 눈에는 신기하기만 했다. 나도 겨우 에너지를 쥐어 짜 사람들을 알음알음 사귀었다. 특이한 이름 덕에 사람들에게 얼굴을 알리기는 쉬웠다. 안녕-안영! 사람들은 나를 이렇게 불렀다. 단과대 건물을 지나갈 때면 종종 동기들이나 선배들이 이렇게 인사를 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민망함에 소름이 돋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러니 첫 개강, 첫 수업에 들어가는 일은 최고로 걱정되는 일 중 하나였다. 대학 수업은 대체 어떨까. 여기서도 자기소개를 하라 그러면 창 밖으로 뛰어 내리는 게 낫지 않을까. 수업에서도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걸까 등등 별별 고민이 다 들었다. 수강신청 때 억지로라도 동기들과 수업 시간표를 맞추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전공 수업은 그럭저럭 다닐 수 있을 것 같은데, 교양 수업은 어떻게 혼자 다녀야 하나 걱정이었다. 입학식은 목요일, 개강일은 금요일이었다. 개강 첫 날부터 새내기답게 나는 9시 수업을 신청해 놓았다. 아니, 9시부터 시작해 6시까지 연속으로 수업이 있었다. 수강신청이 끝나고 누군가 내 시간표를 물어봐 대답을 해주면 다들 어이가 없어 웃음을 지었다.

 

 입학식 뒤풀이까지 모두 끝나고 한껏 지친 몸으로 잠이 들었다. 내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술기운에 묻어두고. 일어나 보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비가 오는 첫 개강이라…길조는 아니겠지 같은 생각을 하며 서둘러 집을 나섰다. 그래도 비 오는 길거리,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버스를 타니 비관적인 생각이 조금 사라졌다. 그래, 어쩌면…괜찮을 수도 있잖아?

 

 괜찮긴 무슨. 교양을 듣는 강의동 교실을 열자 마자 좌절했다. 삼삼오오 떠들며 웃음 짓는 무리들. 하필이면 둘 혹은 셋 씩 앉아야 하는 책상 배열. 이미 반 씩 차 있는 자리. 우리 과 사람 없나? 아무도 없다…. 나는 울적하고 기가 죽어 교실 뒤편 그나마 둘이 앉을 수 있는 자리로 향했다. 수업 시작 전까지는 15분이 남아 있었다. 아직 아무 것도 채워지지 않은 노란 옥스포드 노트를 꺼내 들고 고등학교 때 쓰던 두툼한 필통 하나를 꺼내 들었다. 자리를 정리해도,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핸드폰을 켰다. 친구도 많이 없는데 이렇게 이른 9시에 카톡이 와 있을 리가 없지. 엄마에게서 '우리 딸, 개강 첫날이네. 파이팅!^^' 하는 문자 한 통만 덩그러니 와 있었다.

 

 수업 시작 10분 전. 이제 사람들은 거의 다 자신의 친구들을 만나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1학년 전용 수업이라 다들 앳되고 흥분되어 보였다. 아는 얼굴이 왔을까 싶어 누군가 들어올 때마다 흘끔 고개를 돌렸지만 아직 동기들 얼굴도 다 못 외운 주제에 있을 리가 없었다. 안되겠다. 화장실이라도 다녀와야지.

 

 화장실에서 억지로 시간을 끌었다. 모두가 왁자지껄한 교실에 있는 것은 너무나 괴로운 일이었다. 처음 써본 틴트가 잘 발려 있는지 확인하고, 화장실에서 단장을 하는 정말 예쁜 대학생 언니들을 곁눈질하고 손도 한 번 더 닦고 하다가 3분 전에 맞춰 화장실을 나왔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비워 뒀던 옆 자리에 누군가 와 있었다. 보려고 본 건 아닌데 그 사람 덩치가 유난히 커서 한눈에 들어왔다. 모자를 꾹 눌러 쓴 남자였다. 자리를 옮길까 싶었지만 이미 남아 있는 자리는 없었다. 그러나 벽과 맞닿은 책상 안쪽에 자리를 잡았던 터라 들어가려면 이 덩치 큰 남자가 자리를 비켜줘야만 했다.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을 누르며 남자를 불렀다.

 "저기요…"

 "네?"

 "잠시만 들어갈게요."

 남자는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바람에 책상은 앞 사람 의자를 치고 의자는 뒷 사람의 책상을 쳐버렸다. 방해가 될 정도의 덩치다. 일어나자마자 남자는 사과하고 내게 자리를 내주기 바빴다. 교실에 있는 모두가 주목하는 상황에 나는 기절할 지경이었다. 서둘러 자리에 앉는데 남자가 먼저 덩치만큼이나 낮고 중후한 목소리로 인사를 걸었다. 얼굴은 하얗고 포실포실 앳되어 보였는데 덩치와 목소리가 그러니 새내기 같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죄송해요. 빨리 비켰어야 하는데."

 "괜찮아요."

 침묵. 아, 나는 이런 순간이 제일 싫더라. 대학에 오면 이런 민망한 순간을 매번 마주해야 한다고 왜 고등학교 선생님들은 말해주지 않았을까. 침묵을 어쩔 줄 몰라 하며 빈 노트만 응시하고 있는데, 다시 남자가 말을 붙였다.

 "여기 자리 맡아두신 건 아니죠? 어디 학과예요?"

 "신문방송이요."

 "헐!!"

 남자의 눈이 동그래졌다. 나는 더 놀라서 비명을 지를 뻔 했다. 몸집이 커서 그런가 행동이 극적인 면이 있었다.

 "저도 신방인데! 00학번 맞죠? 와, 대박. 동기 한 명 정도 있을 것 같았는데 딱 만나네요."

 "아…!"

 동기라는 말을 듣자 OT에서 선배들에게 둘러 쌓여 술을 마시던 덩치 큰 사람이 기억이 났다. 덩치가 커서 선배들 눈에 띄었는지 과에서 가장 짓궂다는 남자 선배들이 단체로 달려가 술을 먹인 것 같았다. '와, 나였으면 집에 갔다.' 이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났다.

 "저 그쪽 본 것 같아요. 그 선배들이 엄청 술 먹였던 분 맞죠?"

 "맞아요, 다들 그런 걸로만 기억하네. 근데 그쪽이라니, 동기인데 이름으로 불러요. 저는 김건이예요."

 "저는 박안영이예요."

 "어, 이름 기억난다. 사람들이 계속 안녕안녕 했던 거 들었어요."

 안녕안녕, 하면서 손을 흔들었다. 나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다른 때 같으면 민망하거나 했을 텐데 낯선 상황에 그래도 같은 경험을 공유한, 나를 기억하는 사람을 만나니 너무나 반가웠다. 대학에서 만난 사람에게 이렇게 자연스럽게 웃어 보인 것도 처음이었다.

 "그런데, 나이 여쭤봐도 될까요…?"

 "왜요? 좀 나이 있어 보여요?"

 "아니 그게 아니라…"

 남자가 방금의 나처럼 웃어 보였다. 웃고 있지 않을 때는 친절해 보이는 인상은 아니었는데 웃으니까 눈이 사라지면서 보조개가 보였다.

 "그런 말 많이 들어서 괜찮아요. 이렇게 보여도 스무살이예요. 00년생. 동갑이죠?"

 "맞아요. 동갑이네요."

 "괜찮으면 말 편하게 해요."

 "그래…"

 나는 멋쩍게 웃었지만 건이는 편하게 웃어 보였다. 친구 생겼네, 그렇게 말했다. 금방 교수가 들어오고 수업이 시작됐다. 첫 수업의 긴장감은 어느새 작은 기대로 바뀌었다. 옆에 누군가 있으니까 훨씬 낫구나. 교수가 가끔 어렵고 이상한 이야기를 할 때면 건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처음 보는 사이인데, 웃음이 나왔다.

 

 그게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비 오는 금요일, 낯선 곳에서 만난 덩치 큰 친구, 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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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이브 17-06-11 03:32
 
아련한 추억~ 떠오르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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