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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은 구슬
작가 : 키라이스트
작품등록일 : 2017.6.6

어느 날 공주가 죽었습니다.
왕자는 공주의 시신을 붙잡고는 그 안을 절규로 가득 채웠습니다.

절규를 들은 저승의 여인은 지상에 입을 벌렸습니다.
배를 가득 채운 그녀는 왕자에게 속삭였습니다.
공주의 죽음이 절망스럽다면 그걸 뒤집어 봅시다.

폐기된 공사현장에서 여학생이 철봉에 꽂힌 채로 발견된다. 주변에 피 한 방울도 남기지 않은 시신의 얼굴은 만족한 듯 편안하다. 자살로 판명된 시신에게 영력이 사용되었음을 알게 된 테인은 그 주변의 조사를 시작하고, 아들인 김호련은 만나고 싶지 않았던 이서영과 같은 학교에 진학한다.

 
첫째 날, 유하빈
작성일 : 17-06-06 23:39     조회 : 315     추천 : 0     분량 : 4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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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긴장한 서영은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을 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녀는 시선을 나무계단으로 향했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스커트를 입은 여성의 하반신이 시야에 들어왔다. 서영이 놀란 것을 알았을까. 허리 아래로 하얀 두 개의 손이 내려왔다. 두 손은 앞으로 내밀며 손바닥을 보였다.

 

 “아직 영업시간이 아닙니다만, 손님이신가요?”

 

 상반신이 계단 그림자에 가려져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당황함이 없는 청아한 목소리다. 그에 이끌리듯 경계심이 풀리려던 서영은 계단을 내려오는 구두 소리에 눈에 힘이 들어갔다. 계단을 내려온 여성이 벽 쪽으로 걸어갔다.

 

 “어제 밤 남편이 가게 문을 잠그는 것을 또 잊었나보네요. 설마 들어오실 줄은 몰랐거든요.”

 

 가게가 주황빛으로 밝아졌다. 서영은 천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두워서 보이지 않던 천장은 벽과 같은 통나무로 매워져 있고 곳곳에 파인 깊은 구멍 안쪽으로 백열등이 보였다. 걸어오는 구두 소리가 들렸다. 그림자를 넘어 밝은 전구 아래로 발이 들어서고 여성의 상반신이 눈에 들어왔다. 얼굴을 확인한 서영의 머리에 핏기가 가셨다.

 

 ‘느낌이 달라.’

 

 어깨까지 스트레이트로 내려온 흑발에 짙은 검은 빛 눈동자. 얼굴과 목을 따라 보이는 새하얀 피부와 당당한 걸음걸이. 아름답지만 무언가가 다르다. 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뭐든 것을 꿰뚫어 보는 것 같은 느낌, 보통 사람과는 격이 다른 ‘이질적인’ 감각이다. 감각에 밀려 머릿속이 멍해진 서영을 향해 여성은 미소 지으며 다가오더니 휴대폰을 쥔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는 그녀를 다시 자리에 앉혔다.

 

 “지금 되는 건 유자차하고 녹차 밖에 없는데 드시겠어요?”

 “아니요. 시간이 없어서. 나중에 다시 올게요.”

 

 비틀거리듯 허둥지둥 의자를 빠져나온 서영은 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가게의 문고리가 시야에 들어왔고 거리가 빠르게 가까워졌다. 그녀는 문고리를 잡았다. 문이 다 열리는 것을 기다리지 못한 발이 문틈을 비집고 나갔다. 그녀는 순간 어딘가 어색한 감각을 느꼈다. 이미 가방을 들고 있는 오른손, 그러나 문고리를 잡고 있는 왼손은 무언가 놓친 듯 허전함을 전하고 있다.

 

 ‘휴대폰은?!’

 

 문을 열던 손이 멈췄고 서영은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앉아있던 테이블에서 여성이 미소를 짓고 있고 손에 휴대폰이 들려있었다. 문고리를 잡은 손에 힘이 풀렸다. 여성은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뒤돌아섰다.

 

 “휴대폰은 여기 놔두겠습니다. 앉아서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여성은 그대로 계단 뒤에 있는 문 안으로 들어갔고 서영은 잠시 공항상태인 머릿속을 추슬렀다. 도망가고픈 공포를 불안감이 억눌렀다. 그녀는 테이블로 돌아가 앉았다. 여성이 들어갔던 문은 금방 다시 열렸다. 달달한 향기가 가게 안에 희미하게 퍼졌다.

 

 밖으로 나온 여성의 손에는 접시와 커피 잔이 담긴 쟁반이 들려있었다. 김이 올라오는 커피 잔에서 풍겨오는 향긋한 냄새에 침이 고였다. 여성은 테이블에 쟁반을 놓았다. 커피 잔에는 유자차로 추측되는 노란 액체가, 접시에는 엄지손가락 크기의 찹쌀떡과 꿀떡 수개가 놓여있다.

 

 꼬르르륵

 

 지금까지 아프던 장이 달달한 향기를 눈앞에 두고 주인을 배반하듯 배속에서 요동쳤다. 당황스런 상황에 얼굴이 빨개진 서영과 대조적으로 여성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내 크게 웃기 시작했다.

 

 “아, 죄송해요. 너무 웃겨서, 하하하하!”

 

 웃던 여성은 서영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웃음을 참지 못한 듯 손으로 입을 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피해서 할 말을 찾지 못한 서영을 뒤로 한 여성은 방금 그녀가 나온 문으로 향하다가 간신히 웃음을 넘긴 듯 입에서 손을 때고 말했다.

 

 “차와 빵은 첫 손님이시니 서비스로 드릴게요. 맛있게 드시고 가세요.”

 

 문 안으로 들어가는 여성의 모습을 쳐다보던 서영의 시선이 경첩소리를 내며 닫히자 시선을 테이블 위에 놓인 쟁반으로 돌아갔다. 김이 올라오는 찻잔에서 향긋한 향기가 콧속으로 들어섰다. 입 안에 침이 고였다. 그녀는 차를 한잔 마셨다.

 

 ‘시원해, 달다.’

 

 솔잎 차를 마신 것 같은 개운함이 식도를 넘어가 속이 풀리며 목구멍에 단맛이 남았다. 그녀는 위장의 이끌림에 따라 접시 위의 찹쌀떡을 하나 집어 절반을 베어 물었다. 아이스 떡을 씹는 식감에 단맛이 혀를 사로잡았다. 떡의 내부에는 바닐라가 섞인 듯한 팥이 들어있다.

 

 위장에서 계속되는 재촉에 그녀의 손이 빨라졌다. 갑작스런 허기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이성이 밀려났고 쟁반 위의 음식들이 비어지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남은 차를 모두 마신 서영은 든든해진 위장에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그녀의 시선이 여성이 들어간 문쪽을 향했다. 방금 전 여성에게 인사라도 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여성의 이질감이 떠오르자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성이 사라진 문을 향해 서영은 허리를 한번 숙이고 가게를 나섰다.

 

 문 밖으로 나오자 잊고 있었던 냉기가 다시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한 서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10분 정도는 더 가야 하는데 9시까지 6분밖에 남지 않았다.

 

 교직원들에게 물어물어 1학년 교무실 앞에 도달한 서영은 조심스럽게 문을 살짝 열고 얼굴 반쪽을 가져다 댔다. 입구 앞에 있는 빈 책상들 너머 벽에 걸린 ‘동아리 함’이라는 종이가 붙은 열쇠보관함과 그 위로 천장에 닿도록 걸려있는 원형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시간은 이미 9시가 지나있다.

 

 시야에 담긴 책상들이 비어있음을 확인한 그녀는 발소리를 줄이며 교무실 내부로 들어가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책상 너머 공중에서 좌우로 흔들리는 팔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이어서 수 일전 전화로 들었던 목소리가 책상 너머로 들려왔다.

 

 “조금 늦었구나. 네가 이서영 맞지? 오늘 전학 온다던.”

 

 서영은 고개를 푹 숙이고 책상을 돌아가 팔의 주인을 확인했다. 2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 외모의 남교사가 그녀를 보고는 팔을 내렸다. 직접 대면하는 건 처음이지만 수 일전 전화로 들었던 목소리에, 이름은 이미 알고 있다.

 

 “늦어서 죄송해요. 신현수 선생님.”

 “괜찮으니 와서 앉아보렴.”

 

 흰색 와이셔츠 밖으로 군청색 스웨터를 입고 사회 초년생을 예상하게 하는 맑은 미소는 옆 책상의 의자를 빼며 앉기를 권하는 중저음의 목소리와 대조되어 괴리감이 느껴졌다. 서영이 의자에 앉자 신현수는 책상에서 파일을 꺼내 펼쳤다.

 

 “어디... 2주전에 서울에서 이사 왔고 현재 고모, 고모부와 동거 중. 성적은 과락없이 전체적인 중상위권. 동아리 활동은 없었고. 오늘 처음 와본 학교는 어때?”

 “이전 학교와 비슷해서 익숙해지기는 쉬울 것 같아요.”

 

 혼나는 것 같지는 않자 그녀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 뒤로 이어진 민감한 이름에 몸이 곤두섰다.

 

 “네 이전 담임이신 이혜신 선생님이 전화 주셨어. 너를 잘 지켜봐달라고.”

 “뭐라고 하셨나요?”

 “부모님이 아닌 사람들과 사니까 자주 확인해 달라고.”

 

 서영은 무릎 위의 양손을 꽉 쥐였다. 머릿속은 백지가 되었지만 지금 얕보이면 안 된다.

 학생으로서의 죄책감은 이미 사라졌다. 입에서 메마른 목소리가 건조하게 묻는다.

 

 “다른 선생님들도 알고 계신가요?”

 “아니. 나 혼자만 알아.”

 “입이 무거우시길 바랄게요.”

 “그건 당연하지. 다른 질문은?”

 “없어요.”

 “그럼 교실로 갈까? 한명 더 오기로 했는데 조금 늦네. 김호련이라고 하는데 나중에 만나겠지만 너랑 비슷한 상황인 것 같으니까 잘 지내보렴.”

 

 교무실을 나와 한 층을 오르던 서영의 귀에 대리석 계단을 타고 내려온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학 왔다는 실감이 들며 어깨에 힘이 들어가 등이 바짝 섰다. 층을 올라가서 복도에 들어서자 목소리의 크기가 줄어들었다. 수업중인 교실들을 지나는 그녀의 귀에 새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발원지인 교실에서 신현수가 멈췄다. 그는 서영을 복도에 세워두고 교실 문을 열었다. 그가 교실로 들어서는 순간 열린 문으로 내부가 잠깐 보였다. 학생들이 교실 한군데에 몰려있었다. 문이 닫혔고 낮은 중저음이 교실을 넘어 그녀가 서 있는 복도에 울렸다.

 

 “내가 없을 때는 떠들지 말라고 했었지?”

 

 교실에서 들리던 소리들이 멈췄다. 신현수는 문을 열고 서영을 교실로 불러들였다. 서영은 학생들이 몰려있던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의 중심에 있는 책상에 앉아있던 남학생이 서영과 시선을 마주했다. 짧은 단발에 살짝 굽은 등, 교실에 있는 다른 남자들에 비하면 마른 체구를 가지고 있었지만 마주한 눈동자는 뭔가를 깨달은 사람처럼 명확한 초점이 있었다.

 

 서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찻집에서 만난 여성과 같은 느낌이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본능적으로 저 애가 김호련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하지만 찻집의 여성에 비하면 느낌이 약하고 분명한 사람의 범주에 들어있다. 신현수가 그에게 물었다.

 

 “언제 오나 했더니 여기 있었구나. 교실이 여기라는 것은 어떻게 알았어?”

 “학교에 연락했더니 행정실로 연결되더라고요. 거기서 반이 어디인지 들었습니다.”

 “일단은 나와 보렴. 새로 온 친구도 있으니 제대로 인사는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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