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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은 구슬
작가 : 키라이스트
작품등록일 : 2017.6.6

어느 날 공주가 죽었습니다.
왕자는 공주의 시신을 붙잡고는 그 안을 절규로 가득 채웠습니다.

절규를 들은 저승의 여인은 지상에 입을 벌렸습니다.
배를 가득 채운 그녀는 왕자에게 속삭였습니다.
공주의 죽음이 절망스럽다면 그걸 뒤집어 봅시다.

폐기된 공사현장에서 여학생이 철봉에 꽂힌 채로 발견된다. 주변에 피 한 방울도 남기지 않은 시신의 얼굴은 만족한 듯 편안하다. 자살로 판명된 시신에게 영력이 사용되었음을 알게 된 테인은 그 주변의 조사를 시작하고, 아들인 김호련은 만나고 싶지 않았던 이서영과 같은 학교에 진학한다.

 
첫째 날, 이서영.
작성일 : 17-06-06 22:27     조회 : 525     추천 : 0     분량 : 4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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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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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체는 아름답다. 철골에 등이 뚫린 채로 밤새 있었지만 핏기가 없는 새하얀 피부를 가진 얼굴은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듯 편안하다.

 

 나는 내 모습을 본다. 살아있을 때에 비해 아름다운 모습에 서운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벅차오른다. 갈 때가 되었는지 지면으로 끌어당겨지며 얼굴에서 시선이 점점 멀어진다. 손이 없기에 마음을 신체에 뻗었다. 머릿속으로 지나가는 주마등에 추억이 재생된다. 추억들 속 내 모습에 지금의 시체를 덧씌워보았다. 본 적 없는 그이의 놀란 얼굴이 상상된다.

 

 저 몸으로 추억을 쌓아보고 싶다.

 어디선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에는 나 밖에 없으니 분명 착각이겠지.

 

 시신에 고정된 시야에 푸른 하늘과 그림자에 가려진 건물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 꼭대기에서 그림자가 솟아나더니 손을 흔들었다. 그 순간 나는 죽었다는 현실을 실감했다. 시야가 어두워지며 몸에 힘이 빠진다. 덜컥 겁이 났다.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다시 살고 싶으냐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벽치며 깔깔대는 소리가 들렸다.

 

 옥상에 있는 그림자에서 검은 물방울이 떨어졌다. 시체 옆 돌에 떨어진 물방울에서 깨지는 소리가 났다. 유리조각이 시체 옆에 흩뿌려진다. 검은 유리조각이 햇빛을 받아 흑요석처럼 빛났다.

 

 ---

 

 시야가 흔들리고 차체가 기울었다.

 몸이 차내를 굴러 시트 밑으로 떨어졌다. 고개를 숙였어야 보일 바닥에 소녀는 매달렸다. 그녀는 70도 이상 기울어진 바닥을 기어 올라갔다. 그녀는 손을 뻗어 유리창이 깨진 뒷좌석 손잡이를 잡았다. 문은 가볍게 열렸다.

 소녀는 밖으로 나왔다. 보닛 조각이 널브러진 아스팔트 위로 세 명의 사람이 보인다. 몸 곳곳이 검게 그을렸고 전신에 불기가 남아있지만 신음소리에 묻혀 불에 타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소녀의 고개가 왼쪽으로 돌아섰다. 짧은 단발에 마른 체구의 남성이 시야에 들어왔다. 소녀는 이미 숨이 끊어진 것을 알았다. 그녀는 손을 들어 남성이 들어온 시야를 한번 쓸었다. 남성의 몸에 남은 불기가 거세지며 그 안에 있는 신체가 검게 변했다.

 고개가 돌아간다. 머리가 절반쯤 타버린 여성에서 시선이 멈춘다. 소녀는 숨이 끊어지기 직전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여성에게 다가가 얼굴을 들어 올려 시선을 마주했다.

 소녀는 여성에게 말을 걸었다. 여성의 입가가 비틀린다. 소녀가 손을 놓자 여성의 전신에서 불길이 일어 낙엽을 태우듯 신체가 오그라들었다.

 소녀의 시야가 검게 변했다. 강이 물결치듯 어둠이 흔들리고 머리와 시야가 울러인다. 몸이 떠오르며 감각이 명확해진다. 의식의 표면에 도달했을 때 서영은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알람과 진동음이 베개 옆에서 번갈아가며 들렸다. 머릿속이 어질하다. 몸을 움직이려 하자 밤새 피로가 풀리지 않은 몸을 신경들이 짓누르며 옭아맨다. 그녀는 손끝에 힘을 줬다. 손이 움직이자 발끝에 힘을 준다. 발끝이 움직이면 그제야 허리가 움직이며 가위가 풀린다. 서영은 몸을 굴려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손을 휘저었다. 베게에 닿은 볼이 축축하다. 손끝에 휴대폰 액정이 닿았다. 그 위를 손가락으로 수차례 두들기자 소리가 멈췄다.

 

 서영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시트와 잠옷이 축축하다. 그녀는 옷을 벗고 방에 있는 욕실로 들어갔다. 세면대 위에 걸린 거울을 보자 매마른 몸에 눈물 자국이 남은 창백한 얼굴이 들어왔다. 그녀는 뜨거운 물로 땀과 얼굴을 씻어냈다. 잠결이 씻겨 내려가며 꿈 내용이 떠올랐다. 빈번하게 꾸는 꿈이다. 왜 어린 여자아이로 나오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갓난아이였던 여자애는 점점 성장하고 있다. 방을 나서서 1층으로 내려간 그녀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며 텔레비전을 틀었다. 지역 아침뉴스의 오프닝에 저번 주 죽은 여학생에 대한 기사가 떴다.

 

 5일 전, 한 여학생이 폐건물 철골에 박힌 채로 발견되었었다. 사인은 오래 지나지 않아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것으로 판명 났지만 허리가 뚫린 시신의 주변에 혈흔이 없다는 사실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다.

 새벽에 근처를 지나가던 신고자가 연락하기 이전까지 방치된 시신이다. 시신은 회수되었지만 피는 발견되지 않았다. 입고 있는 옷에서도. 주변에서도. 뛰어내린 곳에서도.

 사람들은 기묘함에 매혹된다. 사람들은 이 시신에 다양한 해석을 건다.

 

 서영은 텔레비전을 껐다. 아침을 먹은 그녀는 1층 한족에 있는 방으로 이동했다. 문을 열자 냉기가 콧속을 지나 뇌를 자극했다. 방 한쪽에 있는 열린 창문으로 냉기가 들어오고 있었다.

 이 방은 그녀의 방보다 작다. 책상 하나에 침대 하나. 벽걸이 식 옷걸이가 가구의 전부임에도 고시원보다 조금 나은 정도다. 가지런히 정리된 침대 위를 확인한 서영의 시선에 다려둔 교복이 들어왔다. 고개를 돌리자 책상 위에 놓인 a4 용지가 보였다. 날린 글씨로 쓰인 짧은 문장이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첫날이라 먼저 갈게. 누나도 늦지 마.’

 

 서영은 편지를 집어 방으로 이동했다. 그녀는 침대 밑에 넣어둔 상자를 꺼냈다. 안에는 지난 3개월 간 모아둔 쪽지들이 가득하다. 서영은 가져온 편지를 안에 넣고 다시 침대 밑에 넣었다.

 

 3개월 전부터 아침마다 오고 있는 편지의 내용은 모두 남동생인 유영이가 이전에 그녀에게 보냈던 문자메시지의 내용이다. 보내오는 편지에 의문을 품은 적은 없었다. 그녀는 휴대전화를 켜고 문자 내역을 확인했다. 오늘 온 편지는 9월 6일 왔던 것. ‘응’, ‘아니’ 같은 간단한 답장을 제외하고 모두 오고 있다. 누가 보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이미 잊었다. 포기했다는 말이 가장 가까운 의미일지도 모른다. 남은 문자메시지는 앞으로 12개, 문자가 끝났을 때 남동생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기대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

 

 집을 나설 때 들리는 자동문 잠김 소리는 마음을 편하게 한다. 서영은 자동문 위에 있는 자물쇠를 잠그고 하나 밖에 없는 열쇠를 주머니에 넣었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서영은 눈을 찌푸렸다. 내심 긴장한 상태에서 식사를 한 탓인지 속이 쓰렸다. 엘리베이터를 나와 아파트 단지를 나서는 동안에는 손이 배에 얹혔다. 밖에 나오자 한기가 담긴 바람에 몸이 떨렸다. 3월의 중반에 이르렀지만 가시지 않은 냉기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학교로 이동하던 그녀의 시야에 고급 주택가가 들어왔다. 지난주에 봤던 찻집 하나가 떠올랐다. 목구멍을 넘어가 속을 풀어주는 따뜻한 차를 상상하자 추위에 말라가던 입가에 침이 고인다.

 

 그녀는 주택가로 골목 입구에서 잠시 멈췄다. 시간을 확인하니 아직 40분 정도가 남아있다. 그녀는 발을 골목 안쪽으로 들였다.

 

 “찻집... 인가?”

 

 주택가에 위치한 찻집을 살펴본 서영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저번 주, 이 마을에 이사 왔을 때 봤던 때와는 조금 달라진 외장이 거부감을 일으킨다.

 

 고급스런 느낌을 풍기는 깨끗한 외면의 2층 주택. 흰색 페인트가 칠해진 2층에 비해 찻집으로 사용 중인 1층은 수일 전과는 달리 외벽이 통나무로 매워져 오두막집을 연상시켰고 내부가 보이지 않는 어두운 창문은 무거워 보이는 갈색 철제문과 어우러져 ‘바(bar)’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공사하는 분위기는 없었는데.’

 

 그녀의 기억 속에 있는 찻집은 속이 들여다보이는 넓은 유리벽에 2층과 같은 흰색 페인트가 칠해진 나무문이 있는 가게였다. 그러나 지금은 문 모서리에 붙은 작은 철종 밑에 달린 ‘LENOVA’라고 쓰인 작은 나무판만이 이곳이 이전에 보았던 찻집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유일한 것이다.

 

 땅 땅 땅

 

 철문인 탓인지 종소리가 무겁게 들린다. 서영은 조심스럽게 철문을 열었다. 무겁게 밀린 문이 발 하나가 들어갈 정도에서 손이 멈췄다. 어딘가 이상한 곳이 되어있다면 돌아갈 생각이었던 서영은 틈으로 얼굴을 반쯤 밀어 넣었다. 내부를 확인한 그녀의 입이 벌어지며 탄성이 흘러나왔다.

 

 오두막 홀

 나무로 된 테이블

 짙은 빛을 내는 창들

 홀 끝에 있는 원형 계단

 

 천장부터 바닥에 이르기까지 가공되지 않은 통나무로 이루어진 내부는 주택보다는 오두막집 내부를 연상시켰고 황갈색이 섞인 검은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변색된 햇빛에 살짝 어두워진 내부는 사람을 안정시키는 안락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내부로 들어서자 홀의 양쪽으로 늘어진 원목 테이블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원탁의 원목 테이블들과 자리마다 4개씩 배치된 원목을 잘라 만든 동그란 의자에서는 가게 분위기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홀의 끝에 있는 카운터 뒤로 천장을 지나 2층으로 이어진 나무 계단은 이 중에서 유일하게 가공된 나무로 이루어져 있어 호기심이 느껴졌다.

 

 ‘점원은 없나.’

 

 맞아주는 사람이 없어 가게에는 적막함을 더한다. 서영은 테이블 중 하나에 문을 등지고 앉아 조금 기다리고 했다. 시간은 아직 남는다.

 

 아침시간인 탓인지 등 뒤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밖이 보이지 않는 창문과 약간 어두우면서도 고요한 분위기의 오두막집은 그저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속이 가라앉아 아픔을 잊혀졌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냈다. 이제 25분 정도 남았다. 시간이 아슬아슬하다. 얼마나 더 있을지 가늠하는 그녀의 귀로 여성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손님이라니. 오랜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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