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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성녀
작가 : 시안
작품등록일 : 2017.6.4

신과 같이 찬양받던, 그녀가 성녀로서 강림한다. 신의 권능을 가진 성녀라는 이름 아래, 그녀는 세계에 판결을 내린다. 멸망이냐? 부흥이냐? 모든 것은 성녀의 뜻!

 
1장. 성녀, 강림하다(3)
작성일 : 17-06-06 18:37     조회 : 221     추천 : 0     분량 : 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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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신을 섬기는 사람들에게 관대합니다. 그대들의 시간을 빼앗고 싶지가 않아요.’

 

 입을 조잘거리며 이 소문, 저 소문 날랐던 한 하녀의 혀를 그 자리에서 뽑아냈다. 이리저리 귀동냥을 하며, 소문을 옮긴 하녀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맨몸을 본 사람들은 전부 눈을 뽑아냈었으며,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교육을 해준 시녀 장과 신전의 대신관을 바라봤다.

 

 ‘그대들의 눈은, 그대들이 닫아요.’

 

 ‘입은 내 앞에서만 열어주었으면 합니다.’

 

 ‘날 섬기는 사람들이 앞을 보지 못하고, 말을 하지 못한다면……. 그건 좀 곤란하네요.’

 

 그리고는 피곤하다며 따뜻한 목욕물에 피내음을 없앨 생화를 담그라 말했다.

 

 신을 섬기는 대신관에게는 하늘과 같이 넓고, 바다처럼 깊은 마음씨로 자신에게 손을 대려 했던 오른손만 받아갔다. 그리고 평생. 남자임으로 살지 못하게 하라 명령했다.

 

 성녀가 아닌 악마라는 소리가 돌았지만, 신전 안에서만 조용히 말이 옮겨갔을 뿐 그 어디에서 세어나가지 못했다.

 

 성녀가 씻는 동안, 글을 아는 사람들이 이유도 모르고 신관에서 쫓겨 나야 했다. 벙어리를 비롯한 혀가 잘려나간 사람만 글을 알아도, 남아있을 수 있었다.

 

 성녀의 행동은 그 어떤 방법으로도 새어나갈 수가 없었다. 신전을 나서지 못하는 신관들이 입을 놀릴 방법이 없었다. 밖으로 나가는 모든 글은 성녀의 허락 하에만 출처를 분명히 하고 내보낼 수 있었다.

 

 신전 밖의 시민들은 아무것도 모른 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곁에 두는 성녀를 두고, 천사라 입이 닳도록 칭찬했다.

 

 반면, 신관들 사이에 그녀가 악마에서 마녀라는 단어가 거론될 때쯤. 신의 신탁이 내려졌다.

 

 성녀와 대신관에게 같은 신탁이 내렸다.

 

 모래가 뒤덮은 절망의 땅 「가르함」의 존망(存亡)이 걸린 신탁이었다. 신탁의 내용은 간단했다. 그 무게를 다 담지 못할 정도로 짧다고 성녀가 탄식할 정도로.

 

 「성녀가 빛을 하사하니, 그에 절명의 땅에 꽃이 피어나리.」

 

 그녀가 성녀임을, 신이 증명해 주었다.

 

 그 이후, 가르함의 황제가 직접 신전을 찾아와 빌고,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황태자 셋을 끌고 찾아오는 성의 역시 보였다. 가르함에는 가장 나이 어린 황녀만을 세워두고서 말이다.

 

 성녀는 가여운 황녀가 걱정된다 말하며, 자신의 빛은 곧 올곧은 아이의 눈물이라, 어서 돌아가라 네 사람을 일으켜 마차를 준비시켰다. 신전에 도착한 지 40분 만에 나온 가르함의 황제는 어쩔 수 없다 다시 제 나라로 돌아갔다.

 

 제 궁에 도착했을 때, 황녀가 황제를 마중 나왔다. 그러나 가르함의 황제는 황녀를 챙길 여력이 없었다. 어서 올곧은 아이가 누군지 찾아야만 한다.

 

 그는 나라를 살려야 하는 사명이 있었으며, 그 사명을 지켜줄 신탁을 성녀가 직접 읊어주었다. 황제는 황녀를 뒤로하고, 짧은 만남에 몇 마디 말조차 나누지 못하고 당장 궁으로 들어가 봐야만 했다.

 

 황제가 서둘러 궁의 입구에 다다랐을 때, 10여 일 만에 본 아버지의 얼굴에 그만 울음을 터트린 황녀의 목소리에 뒤를 돌았다.

 

 황녀는 서러움에 눈물을 참지 못했고, 결국 눈물은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꽃이 피어났다.

 

 황당할 정도로 재빠르게 피어난 꽃은 한 송이, 두 송이, 점차 그 개수를 늘려갔다. 바닥에 모래를 숨기려 듯 황녀의 발 밑에서부터 시작된 꽃은 사방으로 피어났다.

 

 기적이었다. 그 말 이외에는 절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

 

 꽃이 피어나고, 피어나고 황제를 넘어, 황궁을 넘어, 가득히 피어났을 때 비가 내렸다.

 

 봄비처럼 흙내음과 향긋한 꽃내음이 가득히 올라오는 비에 황제는 무릎을 꿇었다.

 

 ‘빛이 죽음을 몰아냈다.’

 

 황제는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죽음으로 인해 절망에 질식된 땅에 위로하듯 한가득 피워낸 꽃을 멍청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희열과 감동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었다. 피어나는 꽃은 다름 아님 수국이기에 더더욱.

 

 조금이라도 마른 땅에서는 재빠르게 죽어가는 꽃이 황량하기 그지없는 사막에 피어나고 있었다. 물을 머금은 듯, 온 세상 가장 순수하고, 깨끗한 흰색으로 청량하게 빛냈다.

 

 올곧은 아이. 황녀를 걱정하던 성녀. 서둘려 자신을 일으키던 손길. 직접 배웅하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안부를 약속해준 성녀.

 

 무려 여섯 해 만에 오는 장마였다. 스콜처럼, 잠깐 오다 그치는 것도 벌써 넉 달 전이었다. 수도에서만 하더라도 3분 이상 지속된 비가 넉 달 전에야 볼 수 있었다. 30분을 넘기는 비는 벌써 소식이 까마득했고, 하루를 넘기는 비는 해를 거슬러 올라야했다.

 

 하지만 기적처럼 수국과 함께 찾아온 비는 몇 시간도 아닌 며칠씩 내렸다. 점점 사람이 살아가지 못하는 땅이 되어가는 땅에 새 생명을 내린 것이었다.

 

 그럼에도 쓸려내려 죽은 이 하나 없었다. 대폭 내리던 비에 거미가 나무에 집을 지어 모기와 병충해를 잡아먹었을지언정, 홍수도 인해 집이 무너지거나, 잠기는 일이 없었다. 비는 언제나 사람의 발목에서 조금 더 차올랐을 뿐. 그 이상은 선이라도 그어진 듯 수위를 높이지 않았다.

 

 또한, 장마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수국은 절대 시들지 않았다. 꾸준하게 내리는 비에 모래가 쓸려내려 가는 것을 방지하듯 꿋꿋하게 피었다. 절대 지지 않았다.

 

 며칠, 그러니까 열흘쯤 지났을 때 비가 그쳤다. 그 순간만을 기다려온 듯, 수국은 말라부스려지며 사막의 땅으로 스며들었다.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피어난 것과 마찬가지로 빠르게 시들었다. 수국은 불편하게 발에 걸릴 필요도 없이 비료가 되었다.

 

 그 덕에 전염병이 줄어들고, 농작물이 튼실하고 여느 해보다 많은 수확량을 보았다.

 

 신탁이 내리고, 비가 온 지 고작 3달 후의 이야기였다.

 

 황제는 성녀에게 가장 가뭄일 적에 겨우 담근 술과 가장 풍족했던 해에 특별히 엄선한 것들로 담 든 술을 보냈다. 그 외, 함께 보낸 온갖 금은보화와 특산품에 작은 소도시는 살 수 있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성녀에게 술이 도착했을 때쯤. 나라에는 하나의 소문이 돌아다녔다.

 

 성녀는 피학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소문이.

 

 스스로 벌을 주는 건가 싶을 정도로 성녀는 공부와 일의 경계에서 살았다.

 

 하루 24시간 중. 6시간을 업무를 처리하며, 보고를 받았다. 신전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하면 자자란 일들도 보고받았다.

 

 식기가 몇 개이며, 어제 어떤 시녀가 결석했고, 정원에 무슨 나무와 풀이 자라나고 그 식물의 학명과 정보, 그릇이 깨져 어느 상단의 어떤 그릇으로 몇 개를 다시 샀다는 것까지.

 

 그것도 모자라 10시간 이상을 공부했다. 처음은 역사를 시작으로 예절, 문화, 경제, 사회, 정치, 철학, 과학. 모든 걸 배웠다.

 

 신전 밖의 사람들이 말하길,

 

 “성녀님은 스스로 가혹하세요. 다른 이에게 베푸는 반이라도 스스로 베풀었으면 좋겠어요.”

 

 신전의 하녀들이 말하길,

 

 “성녀님은 엄격하신 분이세요. 하지만 죄가 없다며, 한없이 다정하시죠.”

 

 신관들이 말하길,

 

 “스스로에게도, 남에게도 가혹하다.”

 

 성녀가 말하길,

 

 “나는 관대하지 않아요.”

 

 소문이 돌고 돌아 다시 한번 성녀의 귀에 들어갔을 때. 성녀는 대신관을 포함한 20여 명의 사람들과 만찬을 들고 있었다. 성녀는 그들을 향해 조용히 웃어 보였다.

 

 부끄러워하지도. 당당하지도 않은 그 표정에서 살포시 지어지는 미소가 성녀가 어리다는 것을 증명할 만큼 싱그럽게 빛났다.

 

 “제 자비는 정도가 있답니다. 관대하다고 말하지 말아 주세요.”

 

 꼭 그래 달라 요구하는 것 같잖아요.

 

 장난처럼 속삭이는 말은 모두의 귀에 들리도록 적당했으며, 절대로 신전 밖으로 나가지 못할 만큼 작았다.

 

 피학적인 행동이 끝이 날 때. 자비도 끝난다. 그 사실을 조용하게 말하는 성녀를 보며 사람들은 몸을 떨어야만 했다. 저것은 경고라는 것이다. 허튼짓을 하지 말라는 경고, 허튼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경고, 혹에 일을 벌일 것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기다리고 있다는 경고. 따로 입을 열지 않아도 그 무게는 상당했으며, 두려움에 떨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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