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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천 번만 울면 되나요?
작가 : 백설기공주
작품등록일 : 2017.6.6

감정이란 건 찾아볼수 없는 과거의 삶.
어떤 사건을 계기로 그곳에서 버림을 받은 한 여자.
그리고 그 여자를 사랑했던 남자와의 거래.

 
#1.
작성일 : 17-06-06 16:29     조회 : 607     추천 : 1     분량 : 5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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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이잉~

 

 쏴아!

 

 주위의 공간만큼이나 어두운 밤하늘을 뒤덮은 먹구름.

 

 가늘지만 거세고, 따뜻하지만 싸늘한 빗줄기가 온 세상을 뒤덮을 듯 뉴욕의 어두운 뒷골목 아래로 소리 없이 내리고 있었다.

 

 투드득!

 

 그칠 줄 모르고 하염없이 내리는 그런 빗줄기 밑으로 사람들이 어렴풋이 보였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어둠 속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이, 검은색 정장과 검은 구두를 신은 건장한 남자들이 한 곳을 향해 차가운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일체 미동 없는 자세만큼이나 각 잡힌 모습은 주위를 더욱 어둡게 물들였다.

 

 “…….”

 

 “…….”

 

 그들에게 둘러싸인 중심에 있는 한 남자와 한 여자.

 

 유독 싸한 기운을 내뿜지만, 어둠과는 대조되는 새하얀 얼굴과 어둠을 그대로 잠식시킬 만큼 차갑고 시린 파란 눈을 매섭게 내리깔고 있는 한 남자가……

 

 금방이라도 숨에 벅차 정신을 잃어버릴 것만 같은, 다량의 피를 흘리는 한 여자를 무표정으로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빗물에 섞인 비릿한 피 냄새가 온 주위에 풍길만큼 흘리고 있음에도 그 어떤 미묘한 표정 변화도 없었다.

 

 "…… 제니.“

 

 "으……."

 

 일관된 자세로 그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여자를 차갑게 바라보던 남자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낯익은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여자는 무거운 몸을 살짝 움직이며 짙은 푸른색을 담고 있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를 힘겹지만 똑바로 쳐다보았다.

 

 날씨만큼이나 서늘한 기운을 품어내는 남자의 눈동자.

 

 그리고 냉정하리만큼 차가운 중저음의 목소리.

 

 "그렇게 도망치고 싶었나? 나에게서?"

 

 남자의 목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그녀의 귓가에 파고들었다.

 

 "크…….“

 

 "……."

 

 남자의 질문에 여자는 아무 말 없이 그저 힘겹게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통의 신음이 세어 나올세라 굳게 다물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이를 악물고 남자를 죽일 듯이 노려볼 뿐이었고, 남자는 더욱더 냉담하게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남자의 목소리가 어두운 골목길 속에서 조용히 울려 퍼졌다.

 

 "제니, 너에게 3년의 시간을 주마. 그래…… 내가 찾지 못하게 어디 숨을 수 있을 때까지 숨어봐. 그럴 수만 있다면 말이지.“

 

 “…….”

 

 "만약…… 만약에 말이다. 삼년 안에 내가 널 찾지 못하면 넌 나에게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거다. 하지만, 내가 널 삼 년 안에 찾는다면…….“

 

 “……”

 

 "넌 영원히 내 것이다. 영원히……."

 

 남자의 손이 그녀의 턱을 서서히 끌어올려 작지만 일렁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절대로 자신에게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듯 남자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여자에게 남긴 채,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남자들과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마치 처음부터 이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바람과 함께 유유히 자취를 감췄다.

 

 "삼 년이라……."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그녀의 귀에 파고들어온 삼 년. 중얼거리듯 되뇌었다.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을 시간.

 

 그들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마자 방금 전까지 남자를 노려보던 살벌한 눈이 점점 풀리며 눈가에 빗물인지 아닌지 구분되지 않는 물기가 젖어 올랐다.

 

 “숨어줄게. 네가 절대로 찾을 수 없는 곳에서 영원히 숨을 거야…….”

 

 * * *

 

 “나 참. 이놈의 할망구가 말을 안 듣네! 난 정말 괜찮다니깐!”

 

 “아이고 영감 내 말 좀 들으소!!!! 의사 선생님 말씀 못 들었남?!! 안정을 취해야 한다 안 카요!”

 

 “무신!!! 의사 놈들 다 돈쳐 받아먹으려고 그라능기지. 옷 가져 온 나! 집에 갈란다. 얼릉!”

 

 조용하게 안정을 중시하는 병원 병실에서 한 중년부부가 티격태격 입씨름을 하고 있었다. 남자의 고함소리가 어찌나 컸는지 옆에서 자고 있던 다른 환자들까지 눈살을 찌푸리며 중년부부를 쳐다보았다.

 

 그런 눈길들을 느꼈는지 중년부부 옆에서 서있는 한 여자가 난감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말리기 시작했다. 병원 내에서 정숙은, 기본 중 기본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던 그녀였다.

 

 “아저씨…… 아주머니 말씀 들으세요. 의사선생님께서 아저씨 혈압이 굉장히 높데요. 무리하면 잘못하다간 갑자기 쓰러지실 수도 있단 말이에요.”

 

 “내 말이! 저 고집불통 영감!”

 

 “아저씨 잘못되면 저나 아주머니나 어떻게 살라고요. 안 그래도 평소에 많이 아프셔서 걱정되는데…… 이참에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세요. 며칠만 입원하시면 되잖아요. 네? 아저씨?!”

 

 “…….”

 

 “알았죠?”

 

 “으흠…… 그럼 가게는 누가 봐? 내가 있어야 장사도 잘 되지. 내가 없으면 가게 안 돌아간다 안 카나.”

 

 “영감탱이. 쪼그만 구멍가게 쉰다고 어떻게 되능교!”

 

 “이 할망구가!!!”

 

 또다시 실랑이가 시작되려는지, 허공에서 마주친 두 사람의 눈에서 빠지직! 스파크가 일어나려고 했다.

 

 그 사이에 있는 그녀는 안절부절, 일촉즉발 상황에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둘 사이를 끼어들었다.

 

 “그만들 하세요. 사람들이 시끄럽다고 욕하겠어요…….”

 

 “혜나야, 이 영감탱이 좀 말려봐.”

 

 “증말 이 할망구가 또!”

 

 “아저씨, 제가 있잖아요. 그러니 제가 잘 볼 테니 아저씬 마음 푹 놓으시고 나으실 생각만 하세요.”

 

 “그래도…….”

 

 “아. 저. 씨!!! 입원하실 거죠?”

 

 “으음…… 혜, 혜나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그래 알았다.”

 

 입원을 거부하던 덕진은 자신 앞에서 걱정스럽다는 듯이 자신을 쳐다보는 혜나의 표정에 꺾여 마지못해 끄덕였다.

 

 딱 부러진 그녀의 말을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평소에 완강하던 태도도 혜나의 말 한마디면 금세 누그러졌다.

 

 결국, 덕진은 자신의 뜻을 꺾어야만 했고 병원에 더 머무르게 되자 내팽겨졌던 이불을 고이 자신의 몸 위로 덮었다.

 

 “이놈의 영감탱이는 어떻게 자기 마누라보단 네 말을 더 잘 듣는 건지 원…… 내가 헛살았어…….”

 

 “그럴 리가요.”

 

 “내가 말할 땐 씨알도 안 먹히더니만.”

 

 “그냥 저한테 져주시는 거죠. 아주머니…… 그럼 저 이만 가게 보러 갈게요. 아저씨 몸조리 잘하시고 계세요. 저녁에 올 테니까 꼭 여기 얌전히 계셔야 해요.”

 

 “그래. 아저씨는 걱정 말고 어여 가.”

 

 “네. 가볼게요.”

 

 자신들에게 짧은 인사를 한 뒤 병실을 나가는 혜나의 뒷모습을 보며 미희는 침대에 누워있는 덕진과 눈빛을 주고받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쟈랑 우리랑 같이 산지도 2년이 넘었네…….”

 

 “그러게 말이제 처음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지?”

 

 덕진과 미희는 지금의 모습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혜나를 처음 만났을 때의 일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무언가 매우 어둡고 슬픈 그때의 모습을……

 

 *

 

 하늘은 회색빛 뭉게구름으로 뒤덮여 겨울비가 축축하게 내리던 어느 날이었지.

 

 원래부터 장사가 되진 않았지만, 평소엔 윗집 구 씨나 아랫동네 한 씨가 찾아와 수다라도 떨었을 터인디…… 날씨 때문인지 몰라도 가게에 파리만 날렸었어.

 

 그날따라 장사가 너무 안 되는 날이었던 게지. 그래서 일찍 문을 닫으려고 밖으로 나간 순간, 웬 처자가 가게 앞에 서서 우중충한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여.

 

 그것도 온몸을 비로 홀라당 젖은 채 말이지.

 

 참말로 이상하지?

 

 새하얀 피부만큼이나 예쁘장하게 생긴 처자가 비를 하염없이 맞으며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모습에! 웬 비행 물체라도 떠있나 싶어 나도 모르게 같이 하늘을 쳐다봤지만, 내 눈에는 특별한 것이 보이지 않더라고.

 

 말 그대로 먹구름이 잔뜩 낀 평소 보던 비 내리는 하늘이었을 뿐이지. 그래서 내가 그 처자한테 물어봤지.

 

 하늘을 왜 그렇게 쳐다보느냐고.

 

 그랬더니…… 그 아가가 뭐라 켔는 줄 아는가?

 

 “하늘이 검으니깐…… 기뻐서요.”

 

 하늘이 검으니깐 기쁘다니?

 

 그 말을 듣는데 왜 그렇게 가슴이 아려 오던지……. 말과는 다르게 그 애의 표정이 참 슬퍼 보인다는 표현보단 절망적이었다는 것이 더 어울렸을 것이여.

 

 나이도 젊은 처자가 어떻게 그런 표정을 지울 수가 있었는지. 지금도 의문이여. 암만 생각해봐도 여전히 말이여.

 

 “못 보던 얼굴 인디…… 어디서 왔는가?”

 

 “…….”

 

 “집이 어디여?”

 

 “…….”

 

 “갑자기 입에 자물쇠를 달았나? 우찌 말이 없는가?”

 

 “숨을…… 곳이 없어요.”

 

 동문서답하는 그 처자의 말에 잠시 말을 잃었지. 아무리 우리나라 땅덩어리가 작다곤 하지만 홀로 비를 맞으며 말하는 말이 숨을 곳이 없다니.

 

 “비도 많이 오고 하는데…….”

 

 “…….”

 

 “우리 집에 좀 머물겠나?”

 

 짙은 검은색의 슬픈 눈동자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참, 내가 생각해도 잘했던 짓이라고 생각혀. 안 그려?

 

 *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해도 대답도 거의 안 하고 말라비틀어진 인형처럼 위태위태하고 꼼짝도 하지 않았는디.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서도 아직까지 우릴 만나기 전엔 어떻게 살았는지 절대 입을 열지 않으니께이…… 답답혀요. 혹시 마음의 상처라도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예전에 어떻게 지냈으면 어떠셔 그려. 지금 잘 지내면 되는 기지.”

 

 “그건 그러지 만서도…….”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말구 지금처럼만 지냈으면 좋겠구만.”

 

 방금 전까지 신경전을 벌이던 두 사람의 말투가 혜나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지 점점 부드러워졌다. 그들에게 혜나는 마치 자기 친 자식 같은 그런 존재였다.

 

 몇 십 년이 지나도 자식이 생기지 않던 그들에게 아무런 표정도,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혜나를…… 하나씩 변화시켜가는 것이 자식을 하나씩 가르치는 것 마냥 좋았고 행복했다.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혜나와 연관되면 언제나 즐거웠다. 하늘에서 뒤늦게나마 노부부에게 자식을 선물해준 것 만 같았다.

 

 이젠 그들에게 혜나는 없어서는 안 될 가족이 된 것이다.

 

 하지만…… 처음과 다르게 환해진 혜나의 모습 속에서 언젠가는, 정말 언젠가는 떠날 것 같은 느낌을 그들은 애써 떨쳐 보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주어진 행복에 만족하며 최대한 감사하며 살 뿐이었다.

 

 * * *

 

 “9월 12일…….”

 

 여전히 어느 때와 다름없이 한적한 가게 안. 카운터에 앉아 멍하니 있던 혜나는 살며시 그녀 앞에 놓인 탁상 달력을 손에 쥐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간절히 기다리고 기다렸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10월 13일까지 이제 겨우 한 달, 한 달밖에 안 남았어. 길고 길었던 악연의 끈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있겠지?

 

 이젠 그에게 있어도……

 

 그녀에게 있어서도……

 

 이 내 몸 안에 존재하는 더러운 죄책감을 벗어던질 수 있을 거야.

 

 잊을만하면 떠오르는 지난날의 기억도 언젠가 흐릿해질 때가 오겠지?

 

 근데 시간이 다가올수록 이 씁쓸한 기분은 대체 뭘 말하는 걸까?

 

 “헉…… 헉…….”

 

 잠시 생각에 빠져 있는 혜나는 갑자기 들려온 사람 인기척에 탁상 달력에 고정되어있던 시선을 가게 문 쪽으로 돌려야만 했다.

 

 그리고 혜나의 두 눈에 들어온 한 남자의 모습.

 

 저 생물체는 뭘까?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소설지킴이 17-07-22 18:14
 
무언가 흥미진진 하네용. 재밌게 읽다 갑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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