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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내 스텟은 내가 만든다!
작가 : strongya
작품등록일 : 2017.6.1

게임회사에 재직 중인 밑바닥 프로그래머 한울은 절망적인 현실에 좌절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순간. 악마와 만난다.
악마가 내미는 계약, 게임과 현실을 오고 가며 펼쳐지는 게임 판타지.

 
3화
작성일 : 17-06-06 16:16     조회 : 308     추천 : 2     분량 : 5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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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니 살려달라고! 하는 외침은 당연히 목구멍을 통과하지 못하고 맥없이 흩어져 사라졌다.

 그럼에도 의미는 전해졌는지 문 너머에서 하숙집 딸내미가 눈을 가늘게 떴다.

 “싫은데?”

 마치 고양이가 다 잡은 벌레를 가지고 놀듯이 가느다란 손가락이 내 머리를 툭툭 쳤다.

 모든 것이 비현실적이었다.

 나를 바라보는 세로로 가늘어지는 기묘한 눈동자도, 인간의 상식을 벗어난 행동도.

 나는 자연히 악마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자살이라는 선택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는 것인가.

 “아니, 그건 아닌데...”

 문 너머의 악마는 자세를 낮춰 나와 눈을 나란히 했다. 그 눈동자는 뱀처럼 혐오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고양이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

 “음... 근데 설명해줄 시간은 없는 것 같네.”

 시야가 꺼진다.

 마지막으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묘하게 부드럽게 느껴졌다.

 “그럼 좋은 꿈 꿔.”

 거기서 내 생명은 끊어졌다.

 잠에 빠져드는 것 같은 편안함이 공허하게만 느껴진다.

 사후세계에 대해서 무언가를 기대했던 것도 아니었지만 죽은 뒤에는 정말이지 허무할 정도로 아무 것도 없었다.

 몸을 태우는 불꽃도 내가 일생에 걸쳐 지은 죄를 재는 저울도 없었다. 그런 것조차 나에게는 낭비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 것도 없는 무의 공간에서 그렇게 조용히 의식이 가라앉아 간다. 이것이 죽음이구나 하고 막연히 이해했지만 딱히 거스를 마음도 들지 않았다. 정신을 차린들 이런 곳에서 뭘 하겠는가.

 그때 목소리가 들렸다.

 “야, 잠깐만! 아저씨!”

 언어라는 것도 이미 거의 망각한 상태였기에 그것이 날 부르라는 소리인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이성이 사라져 간다.

 망망대해 같은 어둠의 바다 속으로 바스라진 의식이 침전되어 가는...

 “아이 뭔 궁상맞은 소리 하지 말고! 정신 차려!”

 짝! 하고 얼굴에 통증이 느껴졌다. 그 생생한 감촉에 의식이 조금 깨어났다.

 “아아아아아아!!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몸 위로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솜이불처럼 푹신하면서도 동시에 고무공처럼 탄력이 느껴지는 교묘한 감각, 좌우지간 기분이 좋았다.

 “스으으읍.”

 공기를 빨아들이는, 심호흡을 하는 소리가 났다.

 다음 순간, 불길이 입을 타고 넘어왔다. 사정없이 온 몸을 구석구석 태우는 불꽃에 자기도 모르게 비명이 튀어 나오려 했으나 입이 무언가로 단단히 막혀 있어 그것조차 불가능 했다.

 온 몸이 저리다. 온 몸을 불태우는 격통이 좀 전까지 사그라들던 의식을 단숨에 일깨운다.

 그 치열하고 처절한 고통의 끝에, 나는 눈을 떴다.

 심장이 뛰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기쁨과 환희를 표현하려는 듯이 세차게 가슴을 두드리고 있었다.

 “헉... 헉...”

 온 몸이 땀투성이다.

 눈앞에는 역시 나처럼 물이라도 뒤집어 쓴 것처럼 흠뻑 젖은 여자의 얼굴이...

 하숙집 딸내미가 내 위에 올라타 있었다.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싱긋 웃는다. 그 미소가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혹적이면서 신비롭게 느껴졌다.

 “잘 잤어, 아저씨?”

 

 황량한 내 방에는 평소와 다르게 파릇파릇한 여고생이 앉아 있었다. 다만 그 앉아있는 자세는 조신함과는 거리가 멀다. 고개를 젖히고 공허한 시선으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폼이 마치 입에 담배라도 물고 있는 것처럼 퇴폐적이고 피로한 인상을 품겼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손으로 자신의 등 뒤를 까딱거리는 하숙집 딸내미.

 “어깨 좀 주물러봐.”

 “...”

 무슨 소릴 하냐는 듯한 표정으로 보고 있자니 돌연 몸이 움직였다.

 “어, 어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아간 몸은 하숙집 딸내미의 뒤에서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뭐랄까, 부드러웠다.

 돈이라도 내고 체험해보고 싶어지는 그런 부드러움이었다.

 “크흐... 좋네, 아저씨 뭐 마사지 자격증 같은 거라도 있어?”

 명랑한 말투로 아저씨 같은 신음을 흘린다.

 내가 뭐라고 불러야 되나 당황하자 어깨 너머로 헛기침을 하는 것이 전해졌다.

 “이세희라고 불러.”

 “...”

 “현대 문명의 빛 아래 드리운 그늘을 지배하는 그림자의 왕이자 위대한 몽...!”

 몽, 까지 말을 한 세희는 당황해서 말을 멈췄다.

 “크흠, 흠. 악마님이시지.”

 뭐랄까, 잘 반응할 수가 없었다. 그 정도로 위화감 넘치는 소개였다.

 다만 좀 전에 겪은 체험... 그 독특한 경험이 진짜였다면... 악마라고 해도 이상할 것도 없다.

 나는 말 그대로 죽었다 살아난 것이다.

 눈앞에 있는... 어깨 너머로 어떤 굴곡도 보이질 않는 작은 소녀에 의해서.

 “자, 됐어 됐어. 놓고 앉아 봐.”

 나는 세희의 말을 따라 조용히 뒤에서 물러나 그녀의 정면에 다소곳이 앉았다. 몸이 이상하다. 그냥 명령을 내려도 거부하지 못했겠지만 지금의 몸은 완전히 내 의지와 상관없이 세희의 말에 순종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세희는 만든 프라모델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이미 알고 있겠지만 당신은 이미 죽었습니다.”

 “...”

 부정할 수 없었다. 아까의 생생한 체험, 떠올리기만 해도 의식이 먹혀 버릴 것 같은 압도적인 죽음의 그림자에 오한이 들었다.

 “그러나! 바로 이 몽... 악마인 제가 살려낸 것이죠!”

 거기서 왜 얼굴을 붉히는 걸까.

 “뭐 살려냈다고 해도 반쪽짜리지만 말이지. 먼저 주인과 노예의 계약에 따라 아저씨는 내 말에는 절대 복종해야 돼!”

 세희가 눈을 빛냈다.

 완성된 프라모델을 자신만의 색으로 개조하려는 표정처럼 보였다.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신체 능력은 좀 올려놨어. 적어도 지금의 아저씨라면 전국 대회는 모르더라도 지방 예선에서는 적수가 없을 거야.”

 본판이 좋았다면 올림픽도 노려볼 수 있었을 지도... 세희가 아쉬운 듯이 입맛을 다셨다.

 갑자기 이런 말을 들어도 뭐라고 반응하기가 심히 곤란했다.

 내가 알아 듣질 못하고 있자 세희가 답답하다는 듯이 알기 쉬운 예를 들어보였다.

 “그러니까 좀비가 됐다고!”

 “...뭐?”

 이제야 탁 와닿는 설명이 나왔다.

 “걱정하지마, 방부 처리도 확실하게 해서 영화에서처럼 살이 녹아내리거나 하는 일은 없을 거야. 두뇌도 아슬아슬하게 세이프인 선에서 부활했고 말이지.”

 고맙지? 고맙지? 하는 세희의 표정에 어째서인지 부아가 치밀었지.

 “대신 좀비처럼 불사신도 아니야. 늙어 죽기도 하고 맞아 죽기도 하겠지만... 성수랑 십자가는... 음 모르겠네. 괜찮지 않겠어?”

 육체적으로는 인간일 때의 나와 전혀 차이가 없다고 했다.

 “대신 혼은 없어.”

 가볍게 내뱉는 말에 몸이 굳었다.

 혼이라니, 뭔가 사람으로서 굉장히 중요한 걸 잃어버린 듯한 상실감이 덮쳐온다.

 세희는 그까짓 것 없으면 뭐 어떠냐는 식으로 실로 가볍게 말을 맺었다.

 “괜찮다니까, 콩팥이나 동정 같은 거야.”

 “아니, 잠깐, 뭔가 비유가 이상한데...?”

 “응?”

 너무나 당당하게 무슨 문제 문제라도 있냐는 듯한 표정에 오히려 내가 할 말을 잃었다.

 “뭐 내가 지켜 본 바로는 없어도 아무 문제없이 잘 살아가더라고.”

 나는 앞서 한 비유에 큰 충격을 받은 중이었기 때문에 뭐라 반론할 말도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간혹 식사하다 보면 있어. 혼이 빠져나가 버리는 사람들이. 근데 적어도 그것 때문에 죽는 사람은 없었어. 이건 내 악마 마생을 걸고 확실하게 보증할 수 있어.”

 세희가 당당하게 없는 가슴을 폈다.

 “...식사?”

 “아 그러고 보니 설명을 안했나.”

 순간 세희의 눈이 빛났다. 고양이 같은 포식자의 눈빛이었다. 돌연 반전한 분위기에 몸이 쪼그라드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사람의 감정을 먹고 살거든. 특히 아저씨는 최고였어.”

 세희가 황홀한 표정을 띠었다.

 “그렇게 짙은 좌절과 절망. 크흐으...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 속에서 아저씨야 말로 내 삶의 활력소이자 버팀목이었어! 특히 오늘 그 마지막의 폭발! 하아... 한 번만 더 맛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뭔가 여러가지로 문제 될 법한 여고생의 발언이었다.

 “음, 그런데 앞으로는 어떨까. 이미 링크가 되어버린 상황이니까 말이지.”

 고기를 품평하는 듯한 눈길에 소름이 돋는다.

 “내가 이걸 먹으면 내가 싼 오줌을 내가 마시는 것과 똑같은...”

 “...자, 잠깐만! 감정을 먹는다고?”

 당황해서 말을 돌리려는 나에게 세희가 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래서 여기에 자리 잡은 거야. 여긴 뭔가 아저씨처럼 피폐한 청년들이 많더라고?”

 “...”

 한방에 이해가 됐다.

 여기야 말로 대한민국 어디보다도 감정의 용광로 같은 도시잂 테니까. 하는 사람이 즐거워야 할 게임을 만드는데 어째서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은 언제나 소모되고 지쳐있는 것일까.

 설명은 끝났다는 듯이 세희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아무튼 이거야! 이거!”

 세희가 방바닥에서 폰을 집어 들었다. 내 휴대전화였다.

 조작해서 화면을 띄우자 아까 내가 하던 게임, 브레이브소울의 클리어 화면이 떠 있었다.

 “어떻게 한 거야?! 이거 최고 기록이잖아?”

 화면에는 내가 던전 안의 모든 몬스터를 일격에 쓰러뜨린 탓에 세계 기록이 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그랬었지.

 뭔가 먼 옛날의 일처럼 느껴진다.

 아무래도 좋아서 그냥 대강 떠오르는 걸 입에 담았다.

 “...게임을 해?”

 악마가?

 “흐, 흥! 당연히 안 하지! 이런 유치하고 저열한 유희, 인간 놈들한테나 어울리는...”

 세희가 고고하게 중얼거렸다.

 “그, 그치만...”

 잠깐, 왜 돌연 얼굴을 붉히는 거지?

 “다훈이랑 같이 좀 하고 싶은데! 발컨은 안 끼워준 대잖아!”

 갑자기 또래 여고생들처럼 콧소리를 내는 모습에 나는 강렬한 위화감을 느꼈다.

 팔에서는 마치 나무가 솟듯이 닭살들이 들고 일어났다.

 “아니... 그, 뭐냐...”

 너무나 전형적이고 알기 쉬운 상황에 나는 순간 묻기를 망설였다.

 “신경 쓰이는 남자애가 있는데 못해서 같이 놀지를 못하고 있다는 거지?”

 크으으으으 하면서 양손에 주먹을 꾸욱 쥐고 신음을 흘리는 세희.

 “그래! 잘못됐습니까! 젠장! 게임을 못하면 같이 끼지도 못하다니! 이런 게임을 왜 쳐 만든 거야!”

 정말이지 동감이다.

 게임은 분명 누구나 편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어야 될 텐데, 이런 게임을 만드는 놈들은 죽어도 싸다.

 “자! 그래서? 어떻게 한 거야? 역시 현질? 아니면 어울리지 않게, 아니 어울리는 구나! 오타쿠처럼 게임은 잘한다든가!”

 요는 자신에게 게임 잘하는 법을 전수하든가, 아니면 장비를 넘기라는 요구를 하는 것 같았다.

 “...”

 핸드폰 화면에는 황금빛 글자로 세계 최고 기록이 새겨져 있었다. 있을 수 없는 대기록이다. 게임을 모르는 악마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위대한 업적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만약 게임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핵이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서버에 기록되었을 텐데... 알아차리는 사람이 나오기 전에 어떻게든 해야 하지 않을까.

 “으응? 왜 대답 안 해? 죽다 살아난 주제에 이런 게임 쪼가리가 아깝기라도 해? 주인님께서 명령을 내려야 하나...”

 살기등등한 표정을 짓는 세희의 모습에 나는 저 기록에 관련된 일화들을 가볍게 정리해야 했다.

 “저건 핵이라는 거야.”

 “핵?”

 당연하게도 세희는 하나도 알아듣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러니까 게임에서 정당한 대가... 실력이나 아이템이 아니고 데이터를 변조해서 만든 거라고.”

 “...”

 머리가 잘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았다.

 “가짜라고 가짜. 컨닝이나 마찬가지야.”

 “...!”

 세희가 나라라도 잃은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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