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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거신접속: 블랙홀로 로그인
작가 : liel86
작품등록일 : 2017.6.4

[준먼치킨][반전다수][이계진입][통수전개][퓨전수다]

최첨단 AI가 관리 운영하는 RPG에서 잘 나가던 네임드 유저들, 기이한 퀘스트 종료 이후, 각자 이계에서 눈을 뜨다. 능력도, 외모도 만렙인 채!

게임 세계를 닮은 세계 세르네키아에 온 후, 어쩐 일인지 자신의 이름을 잊은 주인공 (게임 닉네임) 라그나.

그는 마지막 퀘스트에서 쓰러뜨린 악마의 말을 기억하고, 악마가 언급한 '거신들'을 찾아 나서는데...

 
1 세르네키아의 평행 세계(3)
작성일 : 17-06-05 21:24     조회 : 254     추천 : 0     분량 : 4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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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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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윈스턴의 땡스기빙(thanksgiving). 인적 없이 벌거벗은 숲에 눈이 쌓여가는 풍경이 떠오르는 피아노곡. 자기 전에 습관적으로 듣던 곡이다. 이 곡을 색으로 치면 밝은 은백색이다. 자, 그럼 선율을 저 색으로 바꿔보자. 마나, 아직 제대로 느낄 순 없지만 너무 대단한 대마법사라서 어떻게든 다뤄지기는 하는 그 에너지를 상상했다. 내가 움직이는 마나가 상상의 선율에 파고들었다.

 

  마나를 다룰 때면 어김없이 뇌리에 떠오르는 알 수 없는 기호들. 소리가 색으로 바뀌어갔다.

 

  그리고 나는 위로 떨어졌다.

 

 "으악!"

 

  소리를 지르려고 지른 게 아니다. 빡센 놀이기구 탈 때처럼, 그냥 악을 써야 심신이 편하다. 색채로 가득한 공간으로 내 몸이 솟구쳐 올랐다. 꿈결에 들릴 법한 금가루 뿌리는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더니, 이내 사방이 하얗게 변했다.

 

 "리리아...?"

 

  별안간 나타난 그녀가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얼굴이 빨개지는 걸 느꼈다.

 

  리리아가 벌거벗고 있었기 때문이다.

 

 "라그나..."

 

  흥분되는 한편 무서웠다. 리리아가 리리아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발랄함은 온데간데 없고 음울함만이 그녀에게서 풍겨져 나왔다.

 

  ...사실 무서웠던 더 큰 원인은, 그녀가 벌거벗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가리는 부위에 있어야 할 게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유두도 없고 무엇(?)도 없이 맨들맨들한 맨살.

 

 "리리아, 여기를 알아요?"

 "..."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다가온 리리아. 아니 리리아 같은 누군가. 무언가. 그것이 나를 감싸안았다.

  으스러질 것 같이 세게.

  숨이 턱 막혔다. 비명도 나오지 않았다.

 

 "죽어."

 

  그것이 섬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공포감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넌... 뭐지?"

 "너의 악몽."

 

  나는 온 힘을 다해 그것을 떨쳐냈다. 그것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입을 쩍 벌렸다. 거기서 눈동자가 달린 혀가 뻗어나왔다. 뱀처럼 긴 혀.

 

 "넌 리리아와 관련된 무엇도 아냐."

 

  공포심이 한계를 넘어버리자, 나는 오히려 침착해졌다. 저건 적이라는 확실한 자각이 왔다. 그렇다면,

 

 "그냥 널 쓰러뜨려야겠어."

 

  프로비던스. 이곳에 넘어온 후로 세 번째로 시전하는 강력한 마법. 내부에서부터 번져오는 꺼지지 않는 불이 괴물의 전신을 집어삼켰다.

 

 "왜 날 쓰러뜨리려 하지?"

 "죽지 않아...?"

 

  괴물은 여전히 차분했다. 불이 붙어 있었음에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뭐야, 작열통이 고통 중에 최고라더니. 저건 고통을 느끼지 않는건가? 아니면...

 

 '설마 프로비던스가 아무 소용이 없는 건가.'

 

  프로비던스와 같은 위상의 마법이었던, 게임 속 마법 프로미넌스. 그건 게임 내에서 일반 몹이라면 최강급이라도 한 방에 보내버리는 주문이었다. 그런데 그 한 방이 저것에는 아무런 데미지를 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왜 싸우려 하는거야? 흘린 피가 꽃을 피우나? 왜 악몽을 감싸안지 못하지?"

 "니가 날 죽이려 하잖아!"

 "난 널 죽이지 않아. 다치게 하지도 않고."

 

  그것이 내 손을 잡았다. 나는 몸이 굳어버려 저항할 수 없었다. 그것은 그리고... 내게 입을 맞췄다.

 

 "읍...?"

 

  정신이 몽롱해졌다. 다른 세계, 다른 세계 너머의 알 수 없는 공간인 이곳, 이곳에서 정신이 몽롱해지자 나는 현실 감각을 모조리 잃어버렸다.

 

  그녀의 입술 느낌을 제외하면.

 

 '나 왜 이 괴물한테 '그녀'운운하고 있는거지...바보같이.'

 

  부질 없는 자기 비판. 나는 몽롱한 쾌감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녀가 곧 입술을 뗐다.

 

 "나랑 자자."

 

 "헐..."

 

  이게 도대체 무슨 부모님 계시지 않은 전개야. 나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눈을 뜨자 그녀가 보였다. 리리아 같은 무언가 말고 루빌라가.

 

 

 

 "어땠어?"

 

  나는 황당해서 할말을 잃었다.

 

 "나 자다 깬 거야?"

 

 "아니. 너 눈 감은지 10초정도 지났어. 10초 눈만 붙이고 있는 걸 잔다곤 안하지."

 

 "10초? 최소한 10분은 지났는데?"

 

 "다이브한 공간은 여기랑 시간이 다르게 흐르니까. 어쨌든, 상태는 어때."

 

  그러고보니 개운했다. 육체도, 정신도 힘이 넘쳤다.

 

 "...신기하게 컨디션이 최상이네. 나 메디테이션 다이브를 한 거구나. 게임에선 그냥 화면이 새카매졌다 다시 돌아왔었는데. 이게 이런 식으로 실현되는구만."

 "뭘 봤어?"

 "몰라도 돼."

 "곧 너도 잊게 될거야. 이거 꿈이랑 비슷한 것 같아. 나도 처음에 신기해서 여러번 해 봤는데, 같은 게 보인 적이 한 번도 없어."

 "그래? 뭐 정리하자면 아주 짧게 자는거라고 봐도 되네."

 

 "조금 달라. 이건 의지만 있다면, 니가 모르는 정보를 다이브해서 알아낼 수 있어. 가까운 미래를 볼 수도 있고. 내가 얼마 전에 다이브했을 때, 아까 그 꽃 괴물을 봤어. 그게 곧 내게 나타날 거란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었지. 그리고 환상의 도서관에서 괴물에 대한 내용을 읽었어. 뭐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았지만, 그 놈의 토악질을 온 몸에 뒤집어쓰면 뇌만 남기고 다 녹아버린다더군."

 

  어휴 살벌해. 큰일 날 뻔했구나.

 

 "되게 신기하구만. 근데 루빌라 넌 이런 걸 어떻게 알았어? 메디테이션 다이브의 존재며, 하는 법이며, 그걸로 할 수 있는 것들이며..."

 

 "나도 배웠지."

 

 "누구한테?"

 

 "케시아도스."

 

 "...? 누구라고?"

 

 "그 케시아도스 맞아."

 

  소름이 돋았다. 그 놈도 여기로 왔단 말인가. 그 놈은 이성적인 광인이었다. 그 놈은...

 

 "라그나 님! 루빌라 님!"

 

  자연스런 애교가 넘치는 목소리가 내 생각을 끊었다. 리리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화색과 미소가 붙어있는 얼굴. 그래, 다이브해서 본 그 무언가랑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리고 리리아의 뒤를 따라 남녀 한 쌍이 들어왔다.

 

  양쪽 눈의 색이 다른 남자와 리리아를 닮은 여자. 저들이 펠린과 리사구나.

 

 "기다리셨죠, 이 분은 제가 말씀드린 펠린, 요 아이는 제 동생 리사에요."

 

  내 예상과 달랐다. 내 예상으로는 리사가 리리아보다 예쁠 것 같았는데,

 

 '전혀 아니네. 원래 자매는 둘째가 첫째보다 더 예쁜 법인데. 누가 봐도 리리아가 더 귀엽잖아. 누가 봐도는 아닌가...? 콩깍지?'

 

  리사가 리리아보다 가슴이 크고 코도 더 오똑했다. 피부와 입술색은 더 생기가 돈다 치자. 눈매도 나름 매혹적이긴 하다.

 

  아무튼 리리아가 더 예쁘다.

 

 "처음 뵙겠습니다. 펠린 에이나르손이라고 합니다."

 "리사 휠른이에요."

 

  휠른 자매는 부유한 잡화상의 딸들이었다. 귀하게 자라선지 이런 중세틱한 세계에서도 외모가 찌들지 않았다. 각자 집도 있었고. 리리아가 마법 관련 덕후면서도 굳이 힘들게 마법을 배우지는 않은 이유, 리사가 수도로 자주 쇼핑을 가는 이유, 그거슨 간단했다. 휠른 자매는 말하자면 제피리아 제국의 금수저였다.

 

 '상인 집안이니 잘 나가도 골치 아픈 관직에 있는 것도 아니고. 아주 개꿀이네.'

 

  나는 금수저 미소녀에게 설레게 된 거구나. 어쩐지 험난한 여정(?)이 될 것 같다. 펠린이 말했다.

 

 "라그나 님은 옆에 있기만 해도 놀라워요."

 "왜요?"

 "마나가 라그나 님 주위를 휘돌고 있는 게 느껴지거든요. 어... 너무 멋있어요. 조, 존경스럽구요."

 

  고맙긴 한데, 이 남자 뭔가 어색하기 짝이 없다. 나쁜 말을 무서워서 못하는데, 좋은 말도 매끈하게 표현하는 재주는 없는 것 같다.

 '이런 남자가 리사 같은 여자에게 매달리니 뭐가 될 리가 없지. 아, 근데 리리아는 이 남자를 왜 좋아하는거야?'

 

  라고 자문하는 순간 답이 떠올랐다. 펠린은 마법사였다.

 

 "듣기로 펠린 님도 마법사라면서요. 저는 들으셨겠지만 다른 세계에서 왔어요. 마법은 그냥 본능적으로 쓰게 됐는데, 펠린 님은 다르겠죠. 마법을 어떻게 배우신 건가요?"

 "저는 마법사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네 살 때부터 프리가의 대초원에서 아버지에게 배운 마법을 수련했죠."

 

  펠린의 성은 에이나르손이라고 한다. 이 세계에서, 악마의 신전의 대악마를 쓰러뜨렸다는 전설적 마법사 이름이 에이나르라고 했지. 리리아 말대로 이 남자가 정말 그 마법사의 후손일까, 아니면

 

 '그냥 여자 꼬시려고 허세 부리는 놈팽이일까. 그렇게 대단한 마법사 후손이고 어릴 때부터 마법을 배웠다면서, 별 거 아니라는게

 딱 느껴지는데. 리리아는 이 남자가 카코이드 한 마리 잡으려고 죽을 기세로 싸웠다고 했었지.'

 

  그는 제피리아에서 태어나지도 않았다. 몇년 전 홀로 이 마을에 정착했다. 과거를 알 수 없는 남자란 얘기다. 그렇다면 어리버리한 것도 리사를 정복하기 위해 그런 척 하는걸지도 모른다. 리사 같은 부류에게는 너무 선수 같이 접근하면 안된다(사촌형에게 들었다). 더 상상력을 펼쳐보자면 모든 건 간접적으로 리리아를 꼬시려는 큰 그림일지도.

 

  나는 비꼬고 싶은 의도를 참지 못하고 말았다.

 

 "그렇군요. 특히 요리 마법에 강하시다고 들었어요."

 

 리리아가 맞장구쳤다.

 

 "맞아요! 펠린 님의 라자냐 수프는 제피리아 최고에요!"

 

 리사가 코웃음쳤다.

 

 "그럼요, 엄청난 요리 마법사시죠. 언니 밥 해준다는 핑계로 날 또 귀찮게 불러냈네요."

 "아니에요 리사, 리리아와 단둘이 만난다는 걸 당신이 알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 자, 장미꽃 리리아에게 준 거는 별 의미 없어요!"

 "아하."

 

  내 비꼬기는 펠린에게 먹힌 것 같지 않다. 적어도 겉으로는. 속으로는 부들대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리리아는 이런 의도를 모를 거다. 순수하니까. 리사는 딱 봐도 알아들은 것 같다. 엄청난 요리 마법사라고 말을 받아준 거 보니.

 

 "아무튼 전 여러분께 맛있는 걸 해드리고 싶어요. 이계에서 온 분들을 뵙고 싶기도 하고요. 요즘 이계 분들이 많이 오시는 것 같아요. 저는 마, 마법사라서 보통 사람들만큼 놀랍지는 않아요.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얘기에요. 1황녀님도 요즘 이계의 전사를 만나고 계신다고도 하고..."

 

  라자냐 수픈지 뭐시긴지 정체불명의 음식에 대한 호기심은 1도 들지 않았다. 이계의 전사?

 

 "이계의 전사라니, 그게 누구죠?"

 

  리사가 턱을 괸 채로 대답했다.

 

 "되게 똑똑한 사람이래요. 하긴 그러니까 야심덩어리 황녀가 이용가치를 느끼고 만나고 있겠지. 이름이 티리온 이랬나."

 

  이제 슬슬 적응이 될랑말랑 한다.

 

 "혹시 티온 아닌가요?"

 "뭐, 그랬던 거 같기도 하네요."

 

  루빌라는 몰랐던 것 같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눈동자가 있을 자리에 느낌표가 있었다. 한 세개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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