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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丹花(붉은꽃)
작가 : 정린
작품등록일 : 2017.6.1

붉고 아름다운 그 입술로 사랑을 말하지마. 넌 반드시 후회하게 될거야.

 
제 2화. 폐망의 길, 내 타겟은 오직 너야.
작성일 : 17-06-05 19:37     조회 : 260     추천 : 1     분량 : 5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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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서.

 

 

 "아가씨, 울지 말고 일단 진정을 해봐요."

 

 "죄송해요. 감정이 갑자기 복받쳐서...."

 

 한 차례 퍼붓고 나자, 경찰 한 명이 조서를 꾸미기 위해 자신의 자리로 데려갔다.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상황, 컴퓨터 너머로 빤한 목소리만 들려온다.

 

 

 이름?

 ㅡ이단.

 

 나이, 생년월일?

 ㅡ스물아홉, 1988년 2월 14일

 

 그러니까, 처음 만난 날이 언제쯤이었죠?

 ㅡ2013년이었어요. 바람이 몹시 불고 춥고, 아팠던 겨울이었죠.

 

 

 ******

 

 (2013년 겨울)

 

 

 

 뉴스에서 예년보다 이른 한파가 몰아닥칠 거라 했다. 기침이 났다. 며칠째 누워 울고만 지냈더니, 이제 더 쥐어 짜낼 눈물도 없다. 애지중지 서로 아끼며 잘 지냈는데, 며칠전 다른 여자랑 가는 남친의 모습을 보고 말았다. 도대체 언제부터였을까,

 

 지난번 통화하다 내가 케이크 먹고 싶다 했을 때 그때부터였을까, 전 같으면 득달같이 달려와서 사들고 왔을텐데 모른 척 싫다고 당당히 말하던 그때, 진작에 이상하다 알아차릴 걸 그랬어.

 

 이 상실감을 대신해서 뭐라도 채워야지!

 울고 있다고 내가 본 그 장면이 지워지지도 않을테니......

 

 

 (족발집)

 

 허기진 마음을 채우는 데는 물론, 술이지.

 족발을 보니, 그 놈 생각이 난다.

 

 

 "이 개뼈다귀 같은 놈아, 내가 너보고 같이 살자고 앞다리 붙잡고 늘어졌니? 아니면 너보고 나 좀 데리고 가라고 뒷다리 붙잡고 매달렸니? 나한테 왜 그러니? 이 돼지 뒷다리같이 생긴 놈아, 아우, 너 나한테 그러는 거 아니다. 진짜. 그러는 거 아니라고. 끅, 아이고 술이 좀 취했나, 다리가 왜 이리 많아 보이는 거야. 히유."

 

 

 털썩, 그대로 테이블에 머리를 파묻었나 보다. 누군가 흔들어서 깨웠고, 뭐라고 대답을 했는데, 누군가 집이 어디냐고 물었던 것 같은데, 그러니까, 여긴. 그러니까.

 

 주위를 둘러보았다. 창문엔 암막커튼, 그리고, 샤워가운에 쓰여 있는 저 글씨, 장.미.모.텔.

 

 "엥? 모텔이라니!!!"

 

 그리고 이걸 아직도 들고 있다니.족발 뼈다귀!!!

 아, 진짜 어디 먼 행성이라도 탈출하고 싶다.

 난 왜 이렇게 굵고 긴 딱딱한 물건에 집착하는가,

 술만 마시면 들고 있는 족발, 노래방 마이크, 리모컨, 바나나......

 

 그런데, 잠깐,

 오른손에 있는 이, 이, 딱딱하고 뜨거운 이건 뭐지???

 

 헐~ 핡!!!! 손. 내 손, 손, 앜!!!

 

 '헐. 내 오른손 더러워.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니? 대체, 주인 허락 없이. 응? 응?'

 

 그때였다. 그가 눈을 떴다.

 

 "헉!!!!"

 

 왼손에 있는 족발뼈를 휘둘렀다.

 쪽팔림과 미안함으로 인한 숙취로 나온 헛손짓이었다.

 

 그가 이마에 혹을 문지르며 화를 냈다.

 

 "앜, 아야.이쉬. 진짜 나한테 왜 이래? 내 소중이를 붙잡고 끌고 안 놔줘서 아, 진짜! 밤새 붙잡고 질질 매달리질 않나. 몸도 못 가누고 있길래, 기껏 데리고 와서 재워줬더니, 일어나자마자 족발뼈로 때리고 이게 뭐야. 이, 이상한 미친 여자야."

 

 "그래서, 그래서?"

 

 "당신, 남자한테 차였지?"

 

 "아니거든. 내가 찼거든. 그리고 당신이라고 부르지 마"

 

 "그럼 뭐라고 불러 이름을 알아야 부르지. 이~ 당신아."

 

 "당신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당신이라고 부르는 남자는 이제 내 옆에 없다고, 매일 아침, '당신 잘 잤니?', '당신 점심은?', '난 퇴근한다, 당신은?'이라고 물어보던 그 바람둥이가 사실은 당신이 하나둘도 아니고 여러 명이었더라고, 그러니까 당신이라고 부르지 마라고, 이....?

 

 "당신은 이름이 뭐야?"

 

 "철용"

 

 "철용, 철용? 너 성이 뭐야?"

 

 "자꾸 너, 너 하면서 반말해라. 응?"

 

 "한철용? 맞지? 너 한철용 맞잖아, 그렇지?"

 

  "누구세요?"

 

 "그러니까, 내가 너를 어떻게 알지?"

 

 "글쎄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스물아홉"

 

 "전 서른셋인데요."

 

 

 "대학교는?"

 

 "고등학교는?"

 

 "중학교는?"

 

 "살던 동네는?"

 

 "유치원은?"

 

 "자주가는 술집은?"

 

 

 뭐하나 공통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 인간을 대체, 어디서 본거지?

 

 

 "지금 무슨 일 해?"

 

 "의사인데요. 아직 전문의는 아니지만, "

 

 "레즈 뭐, 그거야?"

 

 "이 사람이, 레즈던트, 아니 레지던트라고, 같이 있다 보니 나까지 이상해지네."

 

 "암튼, 레즈, 내가 널 어떻게 알지?"

 

 "오빠한테 자꾸 너라고 할래?"

 

 "그래, 나 애인이랑 헤어졌어."

 

 "그래서, 술을 그렇게 마신 거야?"

 

 "그렇다, 그러니까 그만 가. 난 술 더 마시러 갈 거야."

 

 "나 휴가라서 할 일도 없는데 같이 마시자."

 

 

 (족발집)

 

 

 아는 사람인지 아닌지 어디서 어떻게 마주쳤는지 딱히 중요하지 않았다. 내 옆에서 눈물을 닦아주고, 콧물도 닦아주며 가끔 등을 토닥여주는 네 손길이 빈 마음인지 뻔히 알면서도 지푸라기처럼 움켜쥐고 싶었던 위태롭던 마음이 불화를 일으킨 거였지.

 

 "이제 그만 아파해. 이 오빠가 의사잖아. 네 마음도 오빠가 치료해줄게."

 

 "웃기시네. 이 봐, 레즈. 난 남자가 이제 싫어. 싫다고! 넌더리가 나, 나랑 연애하려고 하지 마. 유혹하고 그러지 마."

 

 "나, 너 맘에 들어. 날 만나기 위해 헤어진 거라고. 이별은 또 다른 시작인 거지. 나를 위해, 우리를 위해."

 

 "우리, 좋아하시네. 레즈, 넌 의사라며. 돈 많고 이쁘고 날씬하고 쭉쭉빵빵한 아가씨나 찾아."

 

 "아니, 난 솔직히 그런 애들 별로야. 내가 그런 애들 안 만나봤겠니? 난 이렇게 솔직한 네가 딱 좋아. 사실 어제 당신이 내 소중이를 꼭 잡고 있는데, 기분이 나쁘지 않았거든."

 

 "그건 실수. 미안했어. 레즈, 잘 가. 난 그 자식한테 가서 좀 따질 게 있어서 말이지."

 

 "같이 가줄까? 나 내일도 쉬는데."

 

 "아니."

 

 "우리 애인 튕기는 것도 귀엽네. 에구"

 

 "이 손 치우랬다."

 

 "오늘부터 1일이다. 알았지?"

 

 "안 한다고 했다."

 

 "그동안 공부만 하느라, 외로웠어. 여자들 만나러 다닐 시간도 없이 부모님한테 손 안 벌리고 공부하려고 아르바이트하느라 공부하느라 연애다운 연애도 못해봤거든. 당신처럼 솔직하고 내숭 없는 성격이 딱 좋아. 예쁘고 고상한 척 내숭 떠는 여자들 싫거든. 난 정말 진지하다고. 그러니까, 오늘부터 1일 하고 애인해. 그냥, 알았지?"

 

 "아, 귀찮게. 꺼져. 나 이만 간다."

 

 "가지 마."

 

 "왜? 잡지 말랬지?"

 

 "나 사실은 술 값 없어. 술 값 내고 가."

 

 "개털이야?"

 

 "응."

 

 "무슨 의사가 그래, 의사 맞아?"

 

 "레지던트라서 아직 월급 없어. 그러니까 버리지 마. 어제는 내가 구제했잖아. 오늘은 당신이 책임져."

 

 "뭐래니, 레즈, 진짜?"

 

 

 

 ******

 

 

 

 (장미 모텔)

 

 

 

 "손만 잡고 이렇게 같이 있어도 좋다. 난 이렇게 그냥 편한 게 좋아. 늘 당직 아니면 해외 세미나 때문에 밖에서 지내야 되는데, 예쁘기만 한 여자라서 얼굴값 하는 애들 솔직히 불안하고, 집안 좋은 여자는 결혼하면 머슴살이해야 할 것 같고, 우리 집도 넉넉한 편이 아니니까 비슷한 환경이 좋을 것 같았거든."

 

 "진지한 거야?"

 

 "그럼, 나 정말 진지하다니까."

 

 "그래도, 뭐 첫 만남부터 이별로 울고 있는 여자랑 시작은 좀 아니잖아?"

 

 "그런 게 뭐가 중요해. 어머니도 아프셔서, 그렇지 않아도 다들 빨리 결혼하라는데, 난 이제 당신만 볼래."

 

 "아니, 그래도 생각 좀 해."

 

 "뭘 더 생각해, 나 싫어? 지금은 좀 없어 보여도 곧 전문의 따면 돈 잘 벌 테고, 그러니까 다른 건 걱정하지 마. 그리고 우리 어머니도 아들한테 별로 기대하지 않아. 아프셔서 그냥 결혼이라도 빨리 시키려고 하시니까, 부담 갖지 않아도 돼."

 

 "그래도, 난 좀. 뭔가 그렇다."

 

 "자긴 그냥 이렇게 옆에서 어디 가지 말고 있어. 알았지?"

 

 철용은 장미 모텔 가운에 붙은 붉은 장미 펜던트를 빼서 쥐어주었다.

 

 "우리가 이 곳에서 만난 기념과, 오늘을 잊지 않기 위해서 간직하자. 담에 월급 타면 반지로 프러포즈해줄게."

 

 "프러포즈?"

 

 

 

 그래도 나도 여잔데, 제대로 된 데이트도 없이, 정상인 이미지도 없이 흐트러진 모습으로 연애를 시작하려니, 더구나 어제 집에도 안 가서 옷도 안 갈아입었잖아.

 

 혼자 욕실에 들어와 한숨을 쉬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키도 훤칠하니 멀쩡해 보이는구먼 도대체 왜? 내가 그렇게 매력적인가?"

 

 

 거울 속에 자신의 눈이 퀭한 듯 어리둥절 해 보였다.

 그때였다. 전화가 울렸다. '바람둥이 자식'

 

 ...... (블라블라)

 

 "전 이미 당신이란 남자, 기억에 지운 지 오랩니다만 그리고 이젠 전화하지 마세요. 저도 애인이랑 있는 중이라서요. 자기야~자기야!"

 

 통화를 끊지 않고, 철용을 불렀다.

 

 "자기야, 나 칫솔 좀. 그리고 거기 폼 클렌져도 있으면 좀 갖다 줘."

 

 "자기?! 이제 받아들인 거야? 같이 씻을까."

 

 조금 후 말없이 전화가 끊어졌다.

 

 

 

 

 

 ******

 

 

 (경찰서)

 

 

 "그렇게 만났어요.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일하다 가운만 벗고 그 모습 그대로 고속버스만 타고 내려오는 바람에 신발부터 옷까지 싹 새로 사입히기도 했고요. 올 때마다 결혼하자며, 어머니도 상견례 날짜 잡았다며, 곧 전문의 따면 결혼식 올릴 거니까 다니던 회사 그만두라고, 그러더니 얼마 안 되는 퇴직금도 직장 옮기면서 집 얻는데 보증금 모자란다고 빌려가고, 외국으로 세미나 한 이주 가는데 심심해서 낚시할 거라며 낚시용품점 데려가 보이는대로 막 주워 담더라고요."

 

 "총금액이 어느 정도죠? 정말 의심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어머니가 몸이 안 좋으신 핑계로 상견례 약속이 두 번이나 깨지고, 그 인간 프로필 사진에 여자 사진이 올라오기 전까지는 전혀 의심 안 했어요. 주변에서 보는 사람들마다 말리고 헤어지라고 하는데, 그 사람들이 질투 나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지, 그런 사람이라곤 상상도 못했다고요."

 

 "직업도 확인 안 해봤단 말이에요?"

 

 "전 지방이고, 그 사람은 서울에서 근무하니 그러려니 믿고 있었죠. 얼굴이라도 보러 가면, 늘 이 핑계 저 핑계로 외부에 있고. 어머니 입원했다고 해서 찾아갔더니 하필이면 그날 지방에 있는 병원으로 옮겼다고 하고, 짜증을 냈더니 어머니 아프셔서 힘들다고 울더라고요. 그런 식이었어요. 의심이 나거나 짜증이 나면 불쌍한 척, 슬픈 척 연기를 잘했어요."

 

 "그래도 전혀 의심을 안 해봤다고요?"

 

 "네. 되려 남자 친구에게 심하게 욕하면 착한 사람한테 왜 그러냐고 되려 제가 뭐라고 했죠. 그냥 열심히 사는 사람인데, 운이 없어서 고생인 줄 알았지, 나쁜 사람이라고는 생각 안 해봤어요."

 

 "흠, 증거는 최대한 더 모아 오셔야 해요. 상대가 악의적이었고 고의적이었다는 걸 증명해야 하니까. 힘들 수도 있어요."

 

 "전 아무래도 좋아요. 그 인간 인생 망하는 것만 보면 돼요. 끝까지 인생 같이 망하는 거죠. 그거면 돼요."

 

 

 

 띵똥! (쪽지 알림)

 

 

 쫒는 자입니다. :) 오늘 날씨 좋죠? 거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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