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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이계식당 곽家네
작가 : 비에이이
작품등록일 : 2017.5.31

식당을 운영하는데 자꾸 이상한 놈들이 꼬인다

 
3대 패밀리(2)
작성일 : 17-06-05 19:12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5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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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번에도 톨스는 종원의 말을 자기 멋대로 해석을 했다.

  '내가 시험하고 있는 걸 그만두게 하려고 손이 뜨겁다고 돌려 말하다니... 크흠.'

  전혀 아니다. 종원은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

  손을 맞잡은 채로 동공에 지진이 발생한 톨스를 보며 종원이 말했다.

  "악수가 너무 길고 진한데요? 하하. 남자랑 이런 악수는 어색하네요."

  종원의 말에 톨스는 황급히 손을 놓았다. 톨스는 종원이 모든 걸 알고 있는 상황이며 자신을 봐주고 있다고 오해했다. 방금 종원이 한 말도 적당히 하라는 의미로 들려왔다.

  입술이 바짝 말라왔다. 종원은 생각보다 엄청난 고수였다. 그리고 이제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지가 막막했다. 톨스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상황이 왠지 어색해졌다고 생각한 종원은 분위기나 환기할 겸 톨스에게 질문을 던졌다.

  "손님도 삼계탕이 만만해 보이시나요?"

  다른 의미는 없었다. 이 세상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떤지 궁금해서 한 질문이었다. 그렇지만 톨스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톨스는 마른 침을 억지로 삼키며 대답했다.

  "아, 아뇨. 하, 하하하. 마, 만만하다뇨. 엄청 어, 어려워 보입니다."

  "그런가요? 근데 왜 그렇게 발음이 떨리세요. 하하."

  "그, 그런가요? 아하,하하,하하."

  톨스는 굉장히 어색한 웃음소리로 웃었다.

  "사, 사장님. 그런데 사, 삼계탕은 얼마인가요?"

  메뉴판에 1골드라고 가격이 써있어서 알고 있었지만 당황한 탓일까 자기도 모르게 질문이 튀어나왔다. 그런 톨스를 보며 종원이 나름 멋진 미소, 썩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1,000골드입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떤 유쾌한 사장님들은 돈의 단위를 훨씬 높여 가격을 말하기도 하지 않는가? 1만원은 1,000만원, 2만원은 2,000만원이라고 말하는 장난을 치는 것처럼 종원도 1골드를 1,000골드라고 농담을 한 것이다. 어색해진 분위기를 풀 요량으로 한 농담이었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톨스의 입장은 달랐다.

  '이, 이런 씨팔! 밖에 메뉴판에 1골드라고 써놓고 1,000골드를 내놓으라고 해?'

  톨스는 삼계탕의 터무니없는 가격을 듣자 순간 울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아. 999골드는 내 목숨값이구나!'

  잘못된 깨달음을...

  '근데 어떻게 내가 1,000골드를 갖고 있는 걸 아는 거지?'

  1,000골드를 갖고 있기는 했다. 그런데 톨스의 재산이 아닌 레드타이거의 구역에서 수거한 상납금이었다. 하지만 상납금은 건드려서는 안되는 돈이었다. 그건 레드타이거의 수장인 필립의 돈이었다.

  종원이 어떻게 자신이 갖고 있는 돈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는 머릿속에서 지웠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아... 상납금은 건드리면 좆 되는데...'

  1,000골드를 주고 지금 목숨을 보존하고 나중에 보스에게 맞아 죽느냐, 아니면 1,000골드를 내지 않고 버티다가 지금 바로 무림고수에게 죽임을 당하느냐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선 톨스의 눈앞이 노래졌다.

  '그래. 일단 살고 보자. 자초지종 이야기하면 보스도 이해해주실거야.'

  결단을 빨랐다.

  톨스는 돈을 내기 전에 상납금 주머니를 꺼내 금화의 개수를 세어보았다. 그런데 999골드가 전부였다. 1골드가 부족했다. 아차! 싶었다. 어딘가에 흘린 모양이었다.

  "저, 저기. 사장님. 조금. 저, 정말 조금 부족해서 그런데 조금만 까, 깎아주시면 안 될까요?"

  쿵!

  식칼로 내일 사용할 재료들을 손질하던 종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식칼로 도마를 강하게 내려 찍으며 톨스를 째려보았다.

  돈을 떼어먹으려는 술수로 보였다. 다 큰 성인이 고작 1골드도 소지하지 않고 다닌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물론, 톨스는 1,000골드로 이해했지만.

  살기 어린 종원의 눈빛에 톨스의 얼굴이 급격하게 아래로 쳐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늙어가는 톨스를 향해 종원이 물어봤다.

  "얼마나 부족한대요?"

  "1...1..."

  "하..."

  종원은 톨스의 말을 전부 듣지 않고 크게 한숨을 쉬었다.

  고작 1실버가 부족해서 저리 쩔쩔매고 있었던가. 자신은 그렇게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 아닌데... 게다가 톨스는 자신의 외모와 요리에 칭찬도 해줬다. 그런 고마운 손님에게 고작 1실버 때문에 성질을 낼 수는 없었다.

  종원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있는 만큼만 내고 가세요."

  "가, 감사합니다!"

  한없이 바닥으로 쳐지고 있던 톨스의 얼굴은 그제서야 추락을 멈췄다. 90도 폴더 인사를 하면서 크게 인사를 한 톨스는 들고있던 돈주머니를 테이블 위에 두고는 사라졌다.

  쿵! 하는 묵직한 소리에 종원은 싱크대에서 씻고 있던 그릇을 내려두고 톨스가 식사를 했던 테이블를 보았다.

  "이게 뭐야?"

  굉장히 묵직한 돈주머니가 있었다. 그리고 돈주머니의 내부에는 골드가 가득했다. 세어보니 999골드나 있었다. 종원은 황당했다.

  "쟤 뭐야?"

 

  * * * * *

 

  곽가네 식당을 빠져나온 톨스는 바로 레드타이거 패밀리의 본부로 뛰어갔다. 본부로 가는 도중에 흙바닥에 수차례 뒹굴며 자신의 상태를 일부러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본부 안으로 들어가자 맥주를 마시며 포커를 치던 부하들이 톨스를 반겼다.

  "오, 톨스 형님. 다녀오셨습니까? 에엑. 왜 그렇게 상태가 개판입니까?"

  "소문이 진짜입니까?"

  "비켜! 바로 큰형님한테 보고하러 갈테니."

  부하들이 톨스에게 여러 질문을 던졌지만 톨스는 그들의 질문을 모두 무시하며 바로 레드타이거 수장의 집무실로 직행했다.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간 톨스의 눈에 큰형님의 뒷모습이 보였다.

  "형님!"

  "그래. 소문의 진위여부는 파악했고?"

  "네. 소문은... 진짜입니다. 엄청난 강자에요."

  "그래? 어느 정도로?"

  "감히 제가 파악할 수 없는 수준이었어요. 아무리 못해도 큰형님 수준... 죄, 죄송합니다."

  "오, 그래?"

  레드타이거의 수장 필립은 몸을 돌려 톨스를 바라보았다. 그에게 남은 유일한 한쪽 눈에서 새빨간 안광이 터져나왔다. 필립은 다른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검은 안대를 만지면서 질문했다.

  "상태가 제법 엉망인 걸 보니, 꽤나 고생했나 보구나. 그런데 나랑 비슷한 수준이라... 확실한거냐?"

  톨스는 필립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에 더욱 고개를 수그렸다. 이를 악 물고 버텼지만 몸이 절로 떨려왔다.

  "죄, 죄송합니다. 그, 그런데 제, 제가 보기에는 그, 그래보였습니다."

  "호오. 그렇단 말이지?"

  필립은 기세를 거둬들였다. 그에 따라 톨스의 몸에 가해지던 압박감이 사라졌다. 톨스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곽가네 식당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했다.

  상납금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는 거품을 상당히 많이 쳤다. 스스로 엉망진창으로 만든 몸을 보여주면서 자신은 최대한 저항을 했고 마지막에 레드타이거의 돈에 손을 대면 큰일 날 거라고 경고까지 했지만 빼앗겨 버렸다고 이야기했다.

  모든 이야기를 전해들은 레드타이거의 수장 필립은 다시 몸을 돌려 어두운 창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강한 놈인가 보구나. 그런데... 감히 알고도 내 돈을 건드려?"

  필립은 오른쪽에 위치한 벽장을 열고 붉은색 코트를 꺼내 입으며 톨스에게 말했다.

  "내 돈을 건드리면 후회한다는 걸 가르쳐줘야겠지. 애들 준비시켜."

  "네! 알겠습니다!"

  톨스는 우렁차게 대답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보스에게 맞아 죽을 위기를 피했기 때문이다. 한편 머릿속 한구석에 의문이 피었다. 보스가 종원을 이길 수 있을지에 대한 잘못된 의문이...

 

  * * * * *

 

  그 시각, 레드타이거와 함께 13구역을 3분할하고 있는 블루울프 본부.

  등에 두 자루의 메이스를 매고 있는 남자가 뛰어와 손거울을 보며 외모를 관찰하고 있는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탈리스 형님!"

  "응. 켄,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레드타이거의 톨스가 곽가네 식당에서 나오는 걸 지미가 봤답니다!"

  "그런데?"

  "영입 제안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입이라... 확실해?"

  "식당 안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답니다. 서로 칭찬하는 이야기도 들리고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진짜인 것 같습니다."

  "그래? 우리도 뭔가 제스처를 취해야겠네. 그런데 그 소문은 진짜야?"

  손거울을 품 안에 갈무리한 탈리스는 13구역에 퍼지고 있는 종원에 관한 소문을 물었다.

  "진짜인 것 같습니다. 토마스 3형제가 그 식당을 털려고 했다가 된통 당했다고 합니다."

  "토마스 3형제? 걔네는 그냥 얼간이들이잖아."

  "그렇긴 하죠. 그런데 그 3형제가 마나총을 갖고 있었답니다. 그리고 마나총으로 수차례나 쐈는데 전혀 먹히지 않았답니다."

  "허, 정말? 마나총이 안 통할 정도면 보통 실력자가 아니란 건데. 흠, 그건 그렇고 걔네들이 마나총은 어디서 구한거야?"

  탈리스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며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그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 뭐, 나중에 그 얼간이 3형제 털어보면 알겠지."

  탈리스는 토마스 3형제를 떠올리고는 혀를 찼다.

  "켄! 만약 레드타이거에서 영입에 성공한다면 귀찮아질 거야. 일단 무림인부터 처리한다. 애들 모아!"

  "네! 알겠습니다!"

  소파에서 일어난 탈리스는 옆에 놓여있던 거대한 도끼를 한손으로 들고는 밖으로 나갔다.

 

  * * * * *

 

  같은 시각, 옐로스네이크의 본부.

  족제비같이 생긴 사내가 양 손바닥을 비비며 옐로스네이크의 수장인 본즈를 찾아왔다. 본즈는 고급스러운 침대에 누워 나른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헤헤. 형님. 그 식당 차렸다는 무림인은 어떻게 할까요?"

  "고민 중이야."

  옐로스네이크의 수장 본즈는 나태로운 눈빛을 지으며 대답했다.

  "결정을 조금 서두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방금 레드타이거의 톨스가 그 무림인과 접선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헤헤. 밖에서 관찰하던 수하의 말에 따르면 내부에서 아무런 충돌도 없었고 화기애애했다고 하더군요. 이거... 영입 제안을 한게 아니겠습니까?"

  족제비 사내의 말에 본즈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침대에서 슬며시 일어난 본즈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뭐? 영입?"

  "만약 레드타이거에서 그 무림인을 영입에 성공한다면 지금 13구역에서 유지되고 있던 힘의 균형이 무너질 겁니다."

  "음... 그건 곤란한데..."

  턱을 매만지며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던 본즈는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흠, 괜히 귀찮은 일 생기기 전에 없애버리는 게 좋겠어. 킬킬."

 

  * * * * *

 

  한편, 종원은 식당을 정리하며 붉은 머리의 사내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 사람, 뭐야?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이고. 좀 모자란 사람인가?"

  생각해보니 모자란 사람보다는 아픈 사람 같았다. 시선 처리도 이상했고 수시로 말도 더듬었다. 이야기하는 중간중간에는 몸을 부르르 떨기도 했다.

  "아픈 사람이었구나."

  종원은 그 손님이 다시 오면 잔돈을 모두 돌려주기로 생각했다. 아픈 사람에게 나쁜 짓을 한 것만 같아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정리가 끝나고 식당의 앞마당을 빗자루로 쓸고 있는데 멀리서 여러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싶어 고개를 들어보니 수십 명의 건장한 사내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뭐야? 뭐야? 이건 또 뭐야? 무슨 일이야?"

  얼굴 자체만으로 흉기인 수십 명의 사내들이 병장기를 들고 몰려오자 종원은 당황했다. 자세히 보니 모두가 같은 한 무리가 아니었다. 모두 세 무리였다.

  세 무리는 서로를 견제하며 걸어오더니 정확히 곽가네 식당 앞에서 발을 멈췄다. 그들은 바로 전투에 돌입할 것 마냥 서로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각 무리의 수장인 필립, 탈리스, 본즈는 서로 눈빛 교환을 하였다. 필립과 본즈는 흥미롭다는 표정이었고 탈리스는 골치 아프게 됐다는 표정이었다.

  공기가 과열되던 중에 탁! 소리가 났다. 종원이 빗자루를 바닥에 떨구면서 난 소리였다.

  그 소리와 동시에 수십 쌍의 눈동자가 종원을 향했다. 수십 명의 시선을 느끼자 바짝 겁을 먹은 종원은 얼음조각상처럼 그 자리에 얼어붙어버렸다. 그리고 속으로 소리 질렀다.

  '아... 씨발... 뭐,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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