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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아렌
작가 : 사이딘
작품등록일 : 201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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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보호 덕분에 찬란하고 유구한 역사를 이어가는 칼리언츠 제국.
제국의 초대 황제였던 레이언의 친우인 골드 드래곤 아스트레이안이
그에게 해준 약속이 하나 있었으니,
제국의 영원한 보호와 황제 개인의 소원 중 하나를 들어주는 것이 바로 그것.

전대 황제 모두 제국을 선택했으나,
역사상 처음으로 현 황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을 가진
제2황자 아렌의 생명을 연장해달라는 소원을 선택한다.
아름다운 외모, 신이 내린 듯한 손재주를 가진 아렌의 여행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제 11 화
작성일 : 16-07-21 15:41     조회 : 595     추천 : 0     분량 : 5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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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아렌 역시 저 피트카라는 몬스터를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 그저 아스트레이안의 서재에 있던 몬스터 도감을 통해 본 게 다였다.

 뭐, 그 책 역시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레드 드래곤 누군가가 저술한 책이라는데, 마법으로 몬스터의 이름과 함께 움직이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는 동영상이 책장마다 있는 책이었다.

 인간들에게야 잡기 어려운 몬스터지만, 드래곤들에게는 벌레보다 못한 생물들이기에 그것을 해부하고 약점을 찾아 책에 남겨 놓는 건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조각을 위해 몬스터의 모습 또한 기억해놓으면 좋겠다 싶어 그 책을 읽기 시작한 아렌은 무의식중에 책에 적힌 각 몬스터들의 특징과 약점, 서식지 등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하튼 그 책을 보았기에 자연스럽게 피트카라는 몬스터의 모습을 보자마자 그것에 대한 여러 가지가 떠올랐고, 약점 또한 쉽게 기억할 수 있었다.

 “하아, 어찌 된 게 처음 세상 구경하는 저보다 더 모르는 게 많아요?”

 긴 한숨과 함께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아렌은 용병들에게 다시 한 번 피트카의 약점 부분을 자세히 알려 주었다.

 “…….”

 용병들은 그런 아렌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검기를 쓸 수 있는 검사들이야 그냥 죽이고 떠나면 끝이었지만 일반 사람들은 그저 도망치기에도 급급했기에 피트카라는 생물에 관한 약점이나 정확한 무언가가 알려져 있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끼이이익.

 입도 없는 것들이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이젠 정말로 가까이 다가온 피트카는 탐색을 하듯이 천천히 일행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뭐 해요? 빨리 처리하지 않고!”

 탁!

 아렌의 목소리가 터진 것과 동시에 제일 먼저 앞으로 달려간 하레스가 검을 뽑아들고 텀블링을 하듯 피트카의 등 쪽으로 빠르게 올라섰다.

 푸욱!

 그리고 아렌이 가르쳐 준 곳을 향해 아무런 망설임 없이 정확히, 있는 힘껏 검을 찔러 넣는 하레스였다.

 끼아아아아악!!

 그런 하레스의 행동에 검의 공격을 받은 피트카는 소름 끼치는 괴성을 지르며 한동안 하레스를 떨어뜨리기 위해 몸을 흔들었지만, 곧 더욱 파고드는 검을 느끼며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헉! 진짜네!”

 “주, 죽었다!”

 “정말 저곳이 약점이었잖아!”

 용병들은 하레스 대장의 모습을 기점으로 아렌의 말을 확실히 믿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곧 그들 역시 하레스와 마찬가지로 팀을 짜 공격조와 방어조로 나눠 피트카가 가까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하암, 잘해봐요.”

 아렌은 그런 용병들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잠이 오는 듯 긴 하품 소리를 내뱉으며 마차 안으로 다시 들어섰다.

 “뭐야? 괜찮은 거야?”

 아렌의 등장에 마차 안에서 쟌을 꼭 안은 채 긴장하고 있던 세라는 놀란 눈을 하며 아렌을 바라보았다.

 “어, 괜찮을 거야. 별거 아닌 몬스터에 죽는다면 용병 아저씨들의 실력이 꽝인 거겠지, 뭐.”

 “이야압!”

 그런 아렌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왠지 밖에 있는 용병들의 기합 소리가 더욱 커져 가는 것 같았다.

 “오, 오래 걸리겠지?”

 “글쎄, 용병 아저씨들이 말짱 꽝인 실력들만 아니라면 십 분 내로 끝나지 않을까 싶은데.”

 “야, 거기 빨리 못 움직여! 십 분 내로 처리하란 말이야!”

 또다시 들려오는 용병들의 외침.

 “검사들이란 참 단순한 생물들인 거 같지 않냐?”

 “우아아압!”

 그런 아렌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무언가에 화가 난 듯 괴성을 지르며 피트카를 향해 공격을 퍼붓는 용병들.

 그런 그들의 모습과 유유자적한 아렌의 모습을 번갈아 보던 세라는 황당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야~ 마차 방음 하나 죽이네. 숨소리까지 밖에 다 들리는 거 아닌가 몰라.”

 그리고 자신을 향해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거는 아렌을 바라보며 그저 긴 한숨을 내뱉고 마는 세라였다.

 

 얼마 후, 피트카를 모두 처리한 용병들은 만족스런 표정으로 자신들이 만든 성과물을 바라보았다.

 도망치는 게 유일한 살길로 통했던 몬스터 피트카를 너무도 쉽게 죽인 자신들의 모습이 아주 뿌듯하고 자랑스럽기 그지없었던 것이다.

 “십 분 훨~씬 넘었는데.”

 “커헉!”

 “쿨럭!”

 물론 자신들 옆을 지나치며 내뱉는 아렌의 한마디에 그런 분위기는 순식간에 깨지고 말았지만 말이다.

 잠시 주변 정리를 위해 시간이 지체되자, 그 틈을 타 아렌은 잠이 든 쟌을 안은 채 나무 그늘에 앉아 조용히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너 정체가 뭐냐?”

 “…….”

 어느새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와 말을 거는 세라의 목소리에 아렌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디 아프냐?”

 “뭐?”

 “아님 충격 받고 단기 기억상실증이라도 걸렸냐? 내가 누구긴 누구야? 아렌이지.”

 “그 말이 아니잖아! 얘기 들어보니깐 저 몬스터에 대한 약점을 알고 있었다며? 어떻게 알고 있었던 거야? 지금까지 세상에 알려진 게 없는 내용들인데.”

 “훗~ 내가 원래 한 똑똑 하거든. 세상에 내가 모르는 건 없다는 말이지.”

 “…….”

 “신은 너무 불공평한 것 같지 않냐? 아줌마처럼 나이도 많고 아는 것도 없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잘생기고 아는 것도 많은 인간이 있으니 말이야~”

 “……!”

 세라는 장난기가 다분한 아렌의 말에 으드득 이를 갈며 그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야! 당장 그 로브 좀 벗어봐! 도대체 얼마나 자신 있는 얼굴인지 나도 좀 보게, 한번 벗어보라고! 어서 벗어! 벗어보란 말이야!”

 “이야~ 아줌마, 아줌마 나이에 꽃돌이가 주위에 존재하지 않아서 금단현상이 일어난 것까진 이해하겠는데, 그렇다고 그렇게 마구 옷을 벗으라 그러면 안 되지~ 쯧쯧. 하여튼 아줌마들의 뻔뻔함이란.”

 “야!!”

 “그리고 전에도 말했잖아. 내 얼굴 보고 싶으면 백 골드 내라고.”

 “이잇! 하크 아저씨, 돈 좀 사람들한테 걷어봐요! 어서어서! 백 골드만 걷어보라고요!”

 “아, 아가씨.”

 “내가 오늘 저놈 얼굴 꼭 보고 만다! 뭐 하세요? 돈 걷어보라니까요!”

 “진, 진정하세요, 아가씨!”

 “진정은 무슨 얼어 죽을! 당장 백 골드 만들어보라니깐! 으드득!”

 마구 화를 내며 인부들한테로 걸어가 소리치는 세라의 모습을 바라보던 아렌은 피식 웃으며 쟌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하아, 날씨 한번 조~ 오~ 타~”

 싱그러운 초여름 날씨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숲 속 하늘을 바라보며 살며시 눈을 감은 채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 아렌이었다.

 

 

 

 5. 알게츠 영지

 

 

 

 그날 저녁, 몬스터 피트카로 인해 시간이 조금 지체된 일행은 간신히 성문이 닫히기 직전에 알게츠 공작 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휴우~ 오랜만에 편안한 침대에서 자보겠군.”

 드워프 마을을 출발한 후 거의 야영 위주로 일정을 보냈던 상단 일행은 모처럼 편안한 잠자리와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다들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여관 안으로 들어섰다.

 알게츠 공작 영지는 도시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영지임을 증명하듯 여관들만 모여 있는 지역이 있을 정도로 숙박 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인원수가 많은 상단 일행도 대충 인원을 나누어 쉽게 여관을 잡을 수가 있었다.

 “하아.”

 자신과 떨어지지 않으려는 쟌을 세라에게 맡기고 일인용 방을 얻어 안으로 들어선 아렌은 조금 지친 몸을 느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좀 씻어볼까.”

 고급 여관이라 그런지 방마다 개인 욕실이 딸려 있는 걸 확인한 아렌은 곧바로 욕실로 걸음을 옮기며 안으로 들어섰다.

 “흐음.”

 욕실에는 뜯어서 그 원리를 보고 싶을 정도로 신기하게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이 바로 쏟아지는 수도꼭지가 있었다.

 잠시 후, 욕조 가득 물을 받은 아렌은 긴 여행길에 지친 몸을 달래듯 깊숙이 몸을 담그기 시작했다.

 ‘투칸 제국이라.’

 지금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실루라인 대륙’에는 3개의 제국이 존재하고 있었다.

 제일 먼저 아렌이 태어난 칼리언츠 제국이 있었고, 두 번째로 신들의 땅이라 불리는 신성 제국 아트완,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 아렌이 여행하고 있는 투칸 제국이었다.

 아렌은 처음 세라와 얘기를 나눴을 때 상단의 최종 목적지가 투칸 제국의 수도라는 말을 듣고는 자신도 모르게 실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무엇을 기대한 거냐, 아렌?’

 실망감. 혹시 본 상단이 칼리언츠 제국으로 가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을 문득 하고 있었던 것이다.

 ‘보고 싶었던 걸까?’

 아버지라는 존재, 형이라는 존재.

 평생 미워하고 원망할 거라 생각했던 그 존재들이 있는 칼리언츠 제국에 가지 않는다는 것에 실망감을 느끼는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의 감정을 문득 깨닫는 아렌이었다.

 ‘바보 녀석.’

 자신에게서 냉정히 뒤돌아 사라져 가던 칼리언츠 황제의 모습을 아직까지도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자신이었다.

 그런데도 혹시 상단이 칼리언츠 제국으로 가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진 자신의 모습이 너무도 한심해 피식 웃고 마는 아렌이었다.

 “하아.”

 잠시 차가운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비웃음을 보인 아렌은 곧 머리끝까지 욕조에 담그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응?”

 목욕을 마치고 식당 밑으로 내려온 아렌은 무언가 어수선한 아래층 분위기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야?”

 “아, 내려왔구나.”

 굳어진 표정으로 창밖을 응시하고 있던 세라는 자신의 옆으로 다가와 말을 거는 아렌의 목소리에 잠시 흠칫하다 곧 표정을 풀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일이냐니깐? 왜 이리 어수선한 거야?”

 끼리끼리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창밖으로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을 보며 아렌은 다시 한 번 세라에게 물었다.

 “알게츠 공작이 조금 전에 누군가에게 암살당했다는 소식이야.”

 다시 한 번 긴 한숨을 내뱉으며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세라의 말은 너무도 놀라운 내용이었다.

 알게츠 공작의 죽음.

 소드마스터이자 귀족파의 수장 격인 그의 죽음은 너무도 갑작스러운 일이었고, 혼란을 초래하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특히 상단에 속해 있는 세라는 귀족들이나 정치적인 분위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처해야 할 위치에 있기에 이번 일에 대해서도 쉽게 넘길 수가 없었다.

 ‘일단 최대한 빨리 상단에 이 소식을 전해야 할…….’

 “흐음, 그래? 아줌마~ 여기 주문 받아요!”

 “……!”

 아렌의 질문에 대답하다 다시 깊은 생각에 빠져 들었던 세라는 순간 음식을 주문하는 아렌의 목소리에 생각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

 태연한 모습으로 탁자에 앉아 직원에게 이것저것 음식을 주문하는 모습을 보며 세라는 황당한 표정을 지어야만 했다.

 “안 놀라니?”

 “놀라워해야 하는 거냐?”

 “그, 그건 아니지만, 알게츠 공작이 죽었다니깐!”

 “그게 뭐?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알게츠 공작이 죽었든 살았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막말로 그 사람이 내게 돈을 줄 것도 아니고, 밥을 사줄 것도 아니잖아.”

 “…….”

 맞는 말이었다. 너무도 태연한 아렌의 모습에 잠시 동안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던 자신의 모습이 우스워 보일 지경이었다.

 왠지 아렌의 말을 듣고 있으니 정말로 알게츠 공작의 죽음이 별거 아닌 것 같은 생각까지 들기 시작하자, 그런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황당함을 느끼는 세라였다.

 “쓸데없는 생각 말고, 여기 와서 밥이나 시켜 먹어. 다른 사람들도 밥 안 먹고 왜 잡담질이야? 평소에는 먹기 위해 사는 것처럼 굴던 인간들이. 웃겨요, 웃겨. 다들 언제부터 정치판에 관심들이 있었다고. 밥들이나 먹으셔!”

 아렌의 말에 주위에 모여 있던 일행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다 곧 피식 웃으며 급히 음식을 주문했다.

 그러고 보니 자신들이 식당에 모여 있은 지 꽤 됐음에도 아직 음식을 주문하지 않았다는 걸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그러다 곧 언제 심각했냐는 듯 평소의 분위기대로 시끄럽게 웃고 떠들며 얘기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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