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행성, 지구에관한 리포트
작가 : 사이길
작품등록일 : 2017.5.31

타락한 인간들 위에 군림하여 인간들을 더욱 사악하게 만든 우주의 지배자 더블라스와 그에 맞서는 주시자들, 그리고 주시자 달령의 양 아들 인우가 겪게 되는 파란만장한 모험과 전쟁

 
2
작성일 : 17-06-05 14:54     조회 : 94     추천 : 0     분량 : 489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건장한 사내가 주 씨를 향해 몸을 돌이켜 서자 주 씨는 긴장한 나머지 뻣뻣하게 굳어있던 표정이 갑자기 일그러지면서 자갈투성이의 바닥으로 고꾸라져 머리를 조아렸다.

  -3일 후 주 달령, 당신은 인도 될 것이다.

  -네? 그, 그럼…

  -당신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신은 준엄한 규율을 어겼고 해서는 안 될 영향력을 행사한 죄가 추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주 달령 당신의 본 것과 들은 것은 인정받게 될 것이다.

  -하, 하지만 그렇더라도 우리가 공의를 저버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주 씨는 그야말로 모깃소리처럼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말을 뱉어냈고 음성은 불규칙한 호흡으로 심하게 떨렸다.

  -공의는… 공의는 우리가 세우는 것이 아니다. 우린 다만, 그 분의 언약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그것은 지켰어야 하는 운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

  주 씨는 건장한 사내의 말에 대꾸조차 못한 채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마른 바닥으로 눈물을 떨어뜨렸다.

  -하루에도 3백여 만 건이 넘는 보고서가 작성되고 있다. 우리가 보고서를 분류하고 정리하면서 검토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유가 버실로우는 그것을 판단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누락되지 말아야 할 일들이, 저버려서는 안 될 일들이 몇몇 버실로우들로 인해 무시 돼 왔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로 인해 우리 나바런이 위태롭게 된 것이다. 네가 꿈꾸었던 그래서 네 운명까지 바꾸고자 했던 신념으로 우린 상상할 수 없는 위험과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더는 지켜볼 수 없었고 미룰 수 없었다. 받아들여라. 이건 운명이다.

  -라이차 바트 로 쿠실런!

  주 씨는 사내의 불같은 호령에 신음처럼 중얼거리다가 바닥에 고꾸라졌다.

  -라이차 바트 로 쿠실런!

  주 씨가 신음처럼 기이한 말을 내뱉고 엎어지자 건장한 사내가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주 씨의 말을 따라하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고 팔을 귀에 댄 채 손을 높이 쳐들고 머리를 바닥으로 조아렸다.

 

  주씨는 건장한 사내를 약산 흔들바위 앞에서 보내고 한참을 바위가 된 양 꿈쩍도 하지 않았다. 멀리서 보면 바위인지 사람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해가 질 무렵에야 긴 그림자를 이끌고 흔들바위 앞에서 터벅터벅 내려와 시민 도서관 뒤에 있는 그의 집 마당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집으로 돌아오자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었던 인우가 깨어나 달령을 애처롭게 쳐다보았다. 달령은 야단을 치고 싶었다. 그동안 참아왔던 분노가 일시에 분출되어 올라왔다. 더욱이 건장한 사내를 배웅하고 돌아온 뒤 감정 조절이 쉽게 되지 않았다.

  -승재는?

  멍투성이의 얼굴을 애틋하게 바라보던 달령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조금 전에 나갔어요.

  -많이 아팠지?

  달령은 숨을 크게 내쉰 뒤 인우 곁으로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 인우는 달령의 모습에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는지 고개를 약간 기웃거리다가 억지로 얼굴에 웃음을 지어보였다.

  -왜 매번 당하고만 다녀?

  -그, 그런 거 아니에요.

  -아니긴? 온몸이 이지경이 되도록 왜 말 한 마디 안 했어?

  -별 거 아니에요.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뭐?

  -오해가 생겼어요. 잘 될 거예요.

  인우는 짧게 말하면서 눈만 껌벅였다. 그러면서 숨 쉬기가 거북했는지 가슴이 들썩이도록 크게 숨을 들이마시는 동작을 반복해 보였다.

  -어, 어디가 이상해?

  -아, 아니에요. 많이 나아졌어요.

  -어찌됐든 두 번 다시 이런 일 겪으면 내 용서 안 할 게야. 그 아이들이 여태 괴롭혀?

  -…

  인우는 대답대신 미소를 머금다가 굵은 눈물을 쉼 없이 흘렸다. 어린 나이에도 견디기 쉽지 않은 일을 겪으면서도 누구 하나 이야기할 상대가 없었다는 게 못내 서러웠는지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달령은 인우의 모습을 잠시 지켜볼 뿐 더는 묻지 않았다.

  -이젠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인우가 눈물을 훔치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달령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알겠다. 그렇지만 무슨 일로 이런 흉한 일을 겪게 됐는지는 알아야겠다. 도대체 누가 네 몸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거지?

  -저… 그, 그게…

  인우는 숨을 몰아쉬면서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달령이 단호하게 묻자 머뭇거리면서 또다시 눈물을 떨어뜨리며 입을 열었다.

  -이번 조별 평가에서 우리 조가 저 때문에 낙제를 받았어요.

  -뭐? 낙제?

  -네. 중요한 평가였어요. 그런데 그렇게 될까봐 저도 얼마나 노력했는지 몰라요. 그렇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어요. 다섯 과목에서 낙제를 했구… 체육과 음악은 0점 처리 했어요.

  -뭐야? 아니 대체 왜 0점을 주었다니?

  이야기를 곰곰이 듣던 달령은 기가 막혔는지 눈을 부릅뜨고 인우를 쳐다보았다. 인우의 말이 사실이라면 당장에라도 학교를 찾아가서 담임을 만나야 한다고 마음을 먹었다. 달령도 인우의 담임을 만나려고 벼르던 참이었다.

  -모르겠어요. 달리기도 잘했구… 윗몸 일으키기… 멀리 뛰기… 그리고 합창도 아주 잘했어요. 그런데 점수가 0점이 됐어요.

  -그런데 왜 가만히 있었어? 선생님을 찾아가 물었어야지!

  -선생님께서 운동회 준비로 바쁘셨어요. 설명을 듣고 싶었지만, 만나주시지 않았어요. 그리구 아이들이 선생님을 만나지 못하게 막았어요.

  -막아? 왜?

  -자격이 없대요.

  -자격? 무슨 자격? 아니 학생이 담임선생님을 만나는데 자격이 필요하대?

  -모르겠어요. 그래서 미루다가 결국 점수가 공개됐는데 우리 조가 완전 꼴등이래요.

  -안 되겠다. 내가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담임선생님을 한 번 만나봐야겠다.

  -아, 안 돼요. 만나시면 아이들이 저를 더 괴롭히고 말거예요.

  -아니 왜 그런 말을 해? 당당하게 맞설 순 없니?

  -…

  달령은 인우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따끔하게 말했지만, 내심 후회가 밀려들었다.

  달령은 누구보다도 인우를 잘 알고 있었다. 인우를 강원도 홍천에서 데려와 함께 살아온 지도 벌써 10년째였다. 그날의 기억은 불에 덴 자국처럼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건 달령으로 인해 빚어진 결과였다. 인우의 부모님이 참혹하게 살해되던 날 달령은 현장에 있었고 그것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했었다. 하지만 달령은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인우만 간신히 품에 안고 도망치듯 홍천을 빠져나와야 했다. 이후 두어 달이 지나고 다시 찾은 홍천 더덕마을엔 폐허가 된 움막과 동물에 찢긴 시신 일부만 흙먼지 속에서 건져낼 수 있었다. 그것이 모두 달령이 키운 제자들의 소행이었고 더블라스의 경고가 현실로 점점 더 가까워 오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들 모두 달령에게서 진심을 앗아갔고 막대한 힘과 능력을 탈취해간 자들이었다.

  달령은 망연한 눈망울을 들어 평온히 잠든 인우를 물끄러미 보다가 결심을 굳힌 모습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서둘러야 해!

  달령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한 번도 내비치지 않았던 그의 낯선 행동이었다. 달령이 중얼거린다는 것은 그만큼 심리상태가 극도로 불안하다는 뜻이었다. 그럼에도 달령은 흔들바위를 내려온 뒤로 마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람처럼 정신이 어수선해보였고 입술을 파리하게 떨면서 무언가 연신 중얼거리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보기 드문 모습이 연속해서 연출되고 있었다.

  달령은 깊이 잠든 인우를 놓아두고 곧장 한 호선을 찾아 산을 내려갔다. 한 호선은 지금 그가 기거하고 있는 무허가 움막집의 토지 소유주였다. 시민 도서관 자리만 제외하고 약산 전체의 소유주가 바로 한 호선이었다. 지금 시민도서관 자리는 오래전에 그가 시에 기부한 터 위에 지어진 건물이었다. 그만큼 한 호선은 일대에서 대단한 재력가로 통했고 지역 유지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다.

  -뜻밖인 걸? 자네가 날 다 찾아올 줄이야…

  달령이 방문했을 때 마침 한 호선이 뜰에서 꽃나무에 물을 주고 있었다. 한 호선은 달령의 방문으로 크게 놀라워하면서도 미심쩍은 듯이 실눈을 치뜨고 팔자수염을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한 호선은 가까이 다가서지 않아도 숨소리가 들릴 만큼 호흡에 문제가 많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항상 품속에 휴대용 산소 호흡기를 품고 다녔다. 그것도 그가 특별히 주문제작한 호흡기였고 호흡기에 들어가 있는 산소는 히말라야에서 채집한 청량한 산소라고 늘 자랑삼아 떠벌이곤 했다. 잔뜩 의심의 눈초리로 벤치에 앉아 달령을 노려보자 달령은 애써 한 호선의 의 눈길을 피해 뜰을 한 바퀴 눈으로 휘젓고 나서 입을 열었다.

  -부탁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부탁? 아니 이거야 나 원 참, 기가 막힐 노릇 아닌가? 세상에나… 주 달령이 날 찾아와 부탁을 할 줄이야… 그래, 무슨 부탁이지? 자넨 돈 따위엔 관심이 없으니 내게 부정한 청탁을 하려던 건 아닐테구… 어디 뜸들이지 말고 얘기해 봐. 들어나 보게.

  -시민도서관 뒤에 있는 무허가 건물을 사장님께 내어 드리겠습니다.

  -뭐? 거, 거길 내게 내어준다고? 아니 이건 또 무슨 봉창 두드리는 소리지? 그토록 애원해도 눈 하나 꿈쩍 않던 자네가 지금에 와서 그 무허가 건물을 내놓는다고? 이거야 원…

  한 호선은 달령의 말에 더욱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워낙 의심이 많고 떠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달령의 말이 한 호선에게 그대로 받아들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곳은 엄연한 사장님의 토지입니다. 그동안 이십여 년이 넘도록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젠 내어 드려야겠죠.

  -그, 그게 내 토지라? 기가 막힐 노릇이로군. 그 땅이 내 소유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이 고원 시에 있어? 그건 알겠는데… 자네 그거 기억하는가? 우리가 거길 허물어뜨리려고 자네가 없는 틈을 이용해서 포클레인과 불도저를 들이 댄 거 말일세.

  -…

  -그때 인부들이 다섯이나 목이 부러져 죽은 거 기억해?

  -…

  달령은 벤치에 앉아 공손한 모습으로 듣기만 했다. 한 호선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면 그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는 것쯤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말이 옳든 그르든 간에 경청하지 않으면 신경이 몹시 날카로워지고 변덕스러워 진다는 것쯤은 달령도 잘 알고 있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4 34 2017 / 7 / 31 365 0 5168   
33 33 2017 / 7 / 31 350 0 4604   
32 32 2017 / 7 / 31 350 0 4295   
31 31 2017 / 7 / 30 371 0 4613   
30 30 2017 / 7 / 30 352 0 4436   
29 29 2017 / 7 / 30 381 0 4488   
28 28 2017 / 7 / 28 369 0 4438   
27 27 2017 / 7 / 28 346 0 4545   
26 26 2017 / 7 / 26 335 0 4245   
25 25 2017 / 7 / 26 352 0 4541   
24 24 2017 / 7 / 25 347 0 4278   
23 23 2017 / 7 / 20 356 0 4239   
22 22 2017 / 7 / 18 364 0 4225   
21 21 2017 / 7 / 17 368 0 4434   
20 20 2017 / 7 / 16 356 0 4220   
19 19 2017 / 7 / 12 350 0 4366   
18 18 2017 / 7 / 11 342 0 4431   
17 17 2017 / 7 / 10 357 0 4341   
16 16 2017 / 7 / 9 377 0 4141   
15 15 2017 / 7 / 7 334 0 4239   
14 14 2017 / 7 / 6 348 0 4125   
13 13 2017 / 7 / 5 354 0 4192   
12 12 2017 / 7 / 4 357 0 4141   
11 11 2017 / 7 / 3 382 0 4281   
10 10 2017 / 7 / 2 368 0 4554   
9 9 2017 / 7 / 1 351 0 4359   
8 8 2017 / 6 / 28 347 0 4409   
7 7 2017 / 6 / 26 374 0 4802   
6 6 2017 / 6 / 20 366 0 4794   
5 5 2017 / 6 / 18 366 0 5144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