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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리본, 나에게 온 달
작가 : KISS
작품등록일 : 2017.6.2

최초의 리본이자 원치 않는 불멸의 삶을 살고 있는 솔라(해랑)와 5대째 그녀를 모시고 살고 있는 유씨 가문. 신이 온갖 불행을 몰아주기로 작정한 것 같은 라휘(주 선)가 그들 앞에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달콤 살벌한 판타지 드라마.

 
녹는 점
작성일 : 17-06-05 12:58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5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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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호 계약 체결은 무사히 끝났다.

  아니, 무사히 끝난 것처럼 보였다.

  “이대로 진행해도 정말 무리가 없는 겁니까?”

  라휘의 저 망할 변덕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덕수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저흰 수가 적기 때문에 정 불안하면 사설 경호 업체에 의뢰하라고. 괜찮다고 한 것은 로튼 쪽입니다.”

  “그래도 이건 너무 적습니다. 고작 네 명이라니요. 행사 장소는 힐튼 호텔입니다.”

  “세 명도 많다고 봅니다. A급 이상이면 혼자서 커버할 수 있고, C급 이상만 되도 두 명이면 충분합니다. 안 그러냐. 솔라야?”

  기습적으로 날아 온 질문에 적잖이 당황했고,

  “내가 어떻게 알아요?”

  날 선 반응이 나갔다.

  “저 지지배는 내가 뭔 말만 하면 저래. 아무튼 세 명이서도 충분 합니다.”

  그 말에 솔라를 향했던 시선은, 다시 덕수에게로 되돌아왔다.

  “상당히 자신만만하시네요. 한 번 물어보고 싶습니다. 몇 급이나 되시는지”

  “저는 탐지 B급이고, 저기 있는 환은 쉴드 C급, 그리고 솔라는....”

  솔라에 이르러서 머뭇거렸다.

  어지간해서는 자신의 능력을 밝히는 것을 꺼려하는 그녀의 성격 때문이었다.

  “리본(Reborn) 입니다. S급이고요.”

  라휘의 눈동자가 커졌다. 부모님을 제외하곤 S급을 본 적도 없는데, 게다가 리본이라고?

  덕수는 의기양양하게 미소를 지었다.

  “들으셨죠?”

  “... 네 분이서 경호하는 걸로 계약하죠.”

  라휘가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후 덕수에게 내밀었다. 손바닥을 찢은 팀장은 계약서의 빈 칸에다가 피를 흘렸다. 마녀의 피를 머금은 종이가 환하게 빛났다. 잠시 후, 빛이 사그라들자 계약서는 코팅이라도 한 것처럼 빳빳하게 변했다.

  “마녀의 피를 그런 식으로도 사용하나요?”

  “그렇죠. 계약을 할 때 도장 대신 찍기도 하고, 독 계열의 마녀인 경우 ‘피’ 자체가 지독한 맹독이 되기도 하죠. 그 밖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그때 나한테 피를 먹였던 건가.

  ‘네가 뭘 생각하는지 알겠는데, 내 능력 특성 상 너한테는 절대로 해가 되지 않아. 진짜야.’

  고맙다는 말이라도 하고 싶은데, 일부러 그러는 건지 내 쪽은 바라보지도 않는다. 계약서를 품에 넣은 라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이번 일요일에 뵙겠습니다.”

  라휘가 나가고 난 후.

  “둘이 뭔 사이냐?”

  능글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덕수가 물었다.

  “뭐가요?”

  “속일 사람을 속여. 아까 그 사람. 얘기는 나하고 하는데, 눈은 널 보고 있더라. 아는 사이야?”

  “아는 사이죠. 엄청 짧고 강렬하게...”

  솔라는 멈칫했다.

  또 보였다. 가운을 입고 젖은 머리를 털면서 나온 라휘가 원목 책상에 놓여 진 술잔을 집어 들었다. 움직이던 목울대가 천천히 멈추더니, 술잔이 떨어졌다. 이윽고 목을 감싸 쥔 채 쓰러지는 라휘의 모습이 보였고, 고통이 심한지 발버둥 치고 있었다. 이게 왜 이러지.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몸이 떨려왔다.

  “.... 만났었죠.”

  간신히 말을 끝냈다.

  “오, 진짜? 어디서? 어떻게?”

  “누님이 남자를 만났어?”

  덕수는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냈고, 환은 질투심 어린 표정을 숨기지 못 한 채 물었다.

  “나중에, 팀장님 나 어디 좀 갔다 올게요.”

  허락이 떨어지기도 전에, 빗자루에 올라 탄 솔라는 창밖으로 날아갔다.

 

 *

 

  “그래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날아오신 거다? 네 능력에 이상이 생겼을 줄 알고? 너 오래 살았다며. 적어도 1000년 이상 산 거 아냐?”

  “내가 무슨 불사신인 줄 알아? 의심하지 못 하게 100년에 한 번 꼴로 죽어줘야 돼. 어차피 환생은 하니까.”

  “다른 리본들도 너처럼 그래?”

  그 질문에는 대답하지 못 했다. 다른 리본들도 그러냐고? 대답은 노(No)다. 아마, 전 세계 리본들 중 그녀만 그럴 것이다.

  신아는 솔라의 팔에 꽂힌 주사기를 빼냈다.

  “그럼 아무 이상도 없는 거야?”

  “육안 상으론. 정확한 거는 한 달 정도 걸릴 거야.”

  말을 마친 신아가 길게 하품을 했다.

  “어제도 집에 못 들어간 거야?”

  “응, 이럴 줄 알았으면 승진 같은 거 안 하는 건데.”

  신아의 흰색 가운에는 ‘수석 연구원 민신아’란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이번 주 내내 연구실에서 살다 시피 했다. 승진해서 좀 편해질 줄 알았는데, 일이 더 많아졌다. 과로사로 죽게 되면, 묘비에는 마녀연구소 때문이라고 쓸 거야.”

  마녀 연구소.

  말 그대로 마녀들을 연구하는 곳으로, 마녀들은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보통 한 달에 한 번꼴로 이루어지지만, 현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마녀들의 숫자를 생각한다면 업무 강도는 살인적으로 높아진다.

  검사 샘플을 확보한다고 해도 연구와 분석에 오랜 시간이 투자되는데, 고유한 능력이 유전자 조직에 변형을 일으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밥 먹듯이 야근하는 게 일상인 곳이었다.

  원래는 마녀들을 우선적으로 채용했다. 그러나 1년도 버티지 못 하고 그만두는 이들이 늘어나는 바람에 마녀나 구루마를 가리지 않고 뽑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었다.

  “네 거는 결과 나오는 대로 알려줄게.”

  신아가 창틀에 기댄 채 솔라를 바라봤다.

  “정 바쁘면 천천히 해. 너무 몸 혹사시키지 말고.”

  “왜 마음이 변하셨을까?”

  “거울 좀 봐라. 너 눈 밑이 완전 시커매. 팬더가 친구하자고 쫓아다니겠더라.”

  풋, 웃음이 새어 나왔다.

  “걔는 어때? 우리 담임 딸. 이름이 선영이었던가?”

  ‘선영’ 이란 말에 솔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카드 정지 시켰다고 방방 뛰던 그 지지배를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말도 마라. 지, 엄마 반이라도 닮았으면 몰라, 아주 개판이야. 개판.”

  “담임이 너한테 한 소리를 그대로 한다. 어쨌든 잘 챙겨줘. 너에 대해서 잘 아는 유일한 가문이잖아.”

  잘 챙겨주라는 말을 듣자, 제대로 된 대화조차 못 해 본 그 녀석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피떡이 된 채 다 죽어가던 모습과, 만났을 때 놀라워하던 모습, 끝까지 모른 척 하자 기가 죽어 나가던 모습이 차례로 떠올랐다.

  “이런 게 신경 쓰인다고 하는 건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자,

  “왜? 누구 신경 쓰이는 사람 있어?”

  신아가 눈빛을 반짝이며 물어왔다.

  “아니, 없어.”

  솔라는 다음에 보자며 날아갔고,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신아는 중얼거렸다.

  “지지배, 진짜 솔직하지 못 하네.”

 

 *

 

  평창동 고급 저택.

  라휘는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털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 부모님은 물론이고, 강라준까지 보이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껄끄러운 분위기로 있는 것 보다, 차라리 혼자 있는 것이 마음 편했다.

  “신기하단 말이야.”

  혹시나 싶어 병원에 가서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지만, 신체의 기능은 전부 정상으로 표시 되었다. 사고가 나면서 다쳤던 복부와 다리도 멀쩡했다.

  ‘쉬엄쉬엄 하세요. 젊은 것도 한 때입니다.’

  라휘는, 백발의 의사가 충고를 던진 것을 생각하며 천천히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한동안 쓰지 않은 근육들이 아우성을 질렀다. 오늘은 그냥 푹 쉴까. 이번 주 일요일에 힐튼 호텔에서 열리는 프로모션 행사를 성사시키기 위해 고생한 것과, 마녀 등록 센터에서 경호를 신청하고 계약을 체결하기까지... 생각해보면 쉴 틈 없이 달려왔다.

  오늘 하루쯤은 온전히 나를 위해 써도 괜찮을 것 같다.

  위스키를 꺼내 컵에 따르고 입에 가져가려는 순간,

  “나라면 그걸 마시지 않겠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야!!”

  저도 모르게 날 선 반응을 보이자,

  “대화까지 했는데 벌써 내 목소리를 잊어버린 거야? 섭섭하게.”

  정말로 서운하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내가 누군지 기억 안 나면 이리 가까이 와. 창문 가까이 오면 돼.”

  천천히 창문으로 다가갔다. 벽에 걸린 야구 배트를 꺼내 손에 꼭 쥔 채 말이다. 가까이 다가가자 보인 것은,

  “몸은 좀 괜찮나?”

  솔라였다. 붉은 눈동자가 휙, 움직이더니 야구 배트를 응시했다.

  “멀쩡하네. 근데 그건 뭐야? 날 때리기라도 하게?”

  아차, 싶은 심정에 라휘는 야구배트를 자신의 뒤로 숨겼다. 얼굴까지 빨개져, 눈도 못 마주치는 그 모습은, 첫 사랑과 조우한 소년 같았다.

  “이미 늦었어. 내가 봤잖아.”

  일반 여성들의 관점에서는 귀엽다고 꺅꺅거릴 만한 모습도, 솔라가 보기엔 속이 뒤틀릴 정도로 못 마땅했다. 처음 만났을 때나, 두 번째 만났을 때는 눈치 채지 못했었는데 지금 보니 그 녀석과 비슷했다. 왜 몰랐던 걸까.

  ‘마녀는 처음 봤어. 아버지가 얘기한 것만큼 위험해보이지는 않는데.’

  ‘왜긴, 네가 예쁘니까 그렇지.’

  짜증나게 진짜.

  잊고 싶었던 과거가 떠오르자 반사적으로 아랫입술을 짓이겼다. 얼굴도 잊어버릴 만큼 오랜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휙, 솔라가 집안으로 날아 들어왔다. 물론,

  “비켜!!”

  라휘에게 짜증을 부리면서 말이다. 그녀는 책상으로 걸어가 방금 전 라휘가 마시려고 했던 잔을 집어 들었다. 잔 가까이 코를 가져가 냄새를 맡던 솔라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자신의 손등에 쏟아 부었다.

  치이익— 손등이 타들어가자 솔라는 눈살을 찌푸렸다. 누군 진 몰라도 진짜 질 안 좋은 새끼네.

  “너, 손이!!”

  놀란 라휘가, 솔라의 손목을 붙잡더니 자세히 바라봤다. 피부가 벗겨진 것은 물론이고, 속살이 벌겋게 익은 채 진물을 흘리고 있었다.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라휘에게 싸늘하게 쏘아붙였다.

  “좀 놓지.”

  “이거 병원 가야 하는 거 아냐?”

  “놓으란 말 안 들려?”

  “나랑 병원 가자.”

  “괜찮으니까 놓으라고!!”

  결국, 솔라가 라휘의 손을 뿌리치고는

  “봐. 이제 괜찮지?”

  눈앞에 대고 이리저리 손을 흔들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흉측했던 그녀의 손은 어느새 깔끔해져있었다.

  “보통 이럴 땐 날 걱정하는 게 아니라, 널 걱정해야 하는 거야.”

  “....”

  “내가 안 왔으면 저거 네가 마셨을 거잖아. 손에 붓기만 해도 이 정돈데, 식도를 타고 안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해봐.”

  그제야 상황 판단이 되면서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또, 죽을 뻔 한 거였구나. 나.

  “참, 험하게 산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 왔길래, 주변에서 못 죽여서 난리냐?”

  “....”

  “듣는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지만.”

  빗자루를 주워 든 솔라는 다시 창가로 걸어갔다. 막 날아오르려고 하는 그때.

  “손은? 진짜 괜찮은 거 맞지?”

  라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래, 너 내가 한 말 못 들었어?”

  “아니, 들었어. 네 걱정은 하지 말고, 내 걱정이나 하라고 했었지.”

  “....”

  “근데 다친 건 내가 아니라 너잖아.”

  “....”

  “리본의 특성상 쉽게 낫는다고 해도, 아픈 건 아픈 거잖아.”

  “....”

  “다시 한 번 물어볼게. 진짜 괜찮아?”

  생각보다 더 짜증나는 놈이다.

  ‘금방 낫는다고 해서 괜찮은 건 아니잖아.’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기억 때문에, 그 기억이 좋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련스럽게 매달리는 자신한테 화가 났다.

  솔라가 고개를 돌리자, 눈에 띄게 움찔한 라휘가 중얼거렸다.

  “안 괜찮으면 말고..진짜 걱정 돼서 물어본 거거든..화는 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화를 낼 수가 없었다. 횡설수설 변명을 주워 삼키는 라휘의 모습이, 1000년 전 주 선의 모습과 똑 닮아 있었다. 그래서 화를 낼 수가 없었고,

  “화 안 났어. 그리고 진짜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나도 모르게 녹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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