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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거짓된 안락을 위하여
작가 : 고래고래몬
작품등록일 : 2017.6.5

[현대판타지/초능력물/에스퍼 세계관/판타지多/연상연하/연하남/집착남주/계략남주/복흑남주/역키잡/내숭남주/약간의얀끼/무심여주/속내는정이많은/굴림당함/데굴데굴/그래도피폐/그러나주관적의견/약간의개그요소]

“요엘.”

그가 사납게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뒤에서 가두듯 나를 끌어안으며 내 목에 이를 박아 넣으며 그는 속삭였다.

“이제야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나의 구원, 나의 사랑, 나의 행복.
뒤에 이어진 단어에는 오롯한 진심이 가득해 어쩐지 눈가가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나는 너를 떠나야 했다. 내가 살기 위해서 너에게서 벗어나야 했다.

비겁하고 졸렬하기 짝이 없는 내게 너는 감히 구원이라 말한다.

(프롤로그 中)

 
#01. 케이조보 가(家)의 그 도련님
작성일 : 17-06-05 03:20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5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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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따라 머릿결이 참 좋아 보이는….]

 [머리카락 채취하려고요?]

 [젠장, 들켰어.]

 [너무 속이 빤히 보이는 것도 재능입니다, 교수님.]

 [젠장, 젠장.]

 

 텐도는 자신의 붉은 머리카락을 거칠게 헝클였다. 나는 한숨을 쉬며 그에게서 조금 거리를 둬 앉았다. 잠시 뒤, 텐도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특유의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었다.

 

 [그나저나 이능력의 부작용에 대해서 궁금하다고?]

 [네. 정확히 말하자면 마약을 쓸 만큼 상태가 심각해질 만큼 부작용이 강하게 드러나는 상황이 궁금합니다.]

 [호오, 그건 네 주인 얘기냐?]

 [사담은 하지 않겠습니다.]

 [쩨쩨하네.]

 

 그가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보았지만, 묵묵히 나는 외면했다.

 

 [1년에 한 번 이능력 등급 테스트를 치루면서, 에스퍼들은 본인들의 최대 출력치에 대해서 알게 되지. 근데 최대 출력치까지 능력을 모두 소진한다고 해서 인간의 세포는 파괴되지 않아.]

 [그러면 최대 이상으로 썼기 때문에 생긴 부작용인가요?]

 [그것도 맞는 표현이기는 한데, 정확하진 않아. 인간의 세포는 약 30분 간 그 상황에서 능력을 더 쓴다고 해서 파괴되지는 않거든.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힘들기는 하지만 푹 쉬면 다음날 아무 이상이 없지. 물론 여기서 30분이라는 건 예시고, 개인마다 그 정도는 달라.]

 

 텐도는 그렇게 말하며 펜촉으로 책상을 툭툭 두들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라앉은 눈으로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때 나는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걸 느꼈다.

 

 [그런데 그 이상으로 능력을 쓰게 되면, 신체 내의 세포가 자멸하기 시작해. 그리고 빠르게 신체 나이는 늙어가지.]

 […….]

 [물론 네 주인은 아주 ‘특별한’ 예외에 해당돼. 그러니까 걔는 걱정하지 말고 너나 걱정해.]

 [무슨 소리인지 납득이 안 됩니다.]

 

 그 순간, 텐도의 녹색 눈동자에 이채가 어렸다. 마치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본 것처럼 등줄기에 싸한 느낌이 스쳐지나갔다. 그도 잠시 텐도는 한숨을 푹 쉬며 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덮으며 낮게 속삭였다.

 

 [뭐… 아마 가(家)에서는 정기 건강 검진이라 뭐라 하면서 곧 네 피를 뽑을 예정일거야.]

 [그걸 교수님께서 어떻게 아시죠?]

 

 목 끝에 무언가 걸리는 것 같았다. 점차 알고 싶지 않은 비밀을 억지로 알게 될 것 같아 도망가고 싶어졌다. 나는 태연한 척 대꾸를 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일단 나도 그쪽에서 돈을 받으며 일을 하는 입장이니 모든 걸 알려줄 순 없어.]

 

 텐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이곳에 있으면서 결코 긴장을 놓을 생각을 하지마.]

 […….]

 [그 누구도 믿지 말고.]

 

 ***

 

 평소처럼 유타의 수업이 끝나기 전에, 아이의 방 앞에서 털썩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난방을 빵빵하게 틀어주는 탓에 바닥이 후끈해서 왠지 눈꺼풀이 무거워져 갔다. 뭔가 나른한 기분에 점점 고개가 숙여지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 볼을 손가락으로 쿡쿡 누르는 게 느껴졌다.

 

 [요━ 엘.]

 

 수업을 마친 유타가 방문 앞에 앉아서 졸고 있던 내 볼을 찌르고 있었다. 뭔가 신기한 듯 볼을 살짝살짝 건드리는 손을 보다가 단호하게 말했다.

 

 [볼 꼬집히고 싶으시면 계속 하셔도 괜찮습니다.]

 [그건 안 되는데. 너무 하잖아, 요엘.]

 

 유타가 서운하다는 듯 입술을 삐죽였다. 그도 잠시 유타가 환하게 웃으며 빨리 점심을 같이 먹자고 칭얼거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유타의 머리를 쓰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타가 눈을 크게 뜨며 환한 미소를 짓더니 내 손을 잡고는 앞장을 서기 시작했다. 나는 조그마한 아이의 머리통이 새삼스레 새하얗다는 걸 깨달으며 이끌려갔다. 그리고 오늘은 새하얀 기모노를 입은 게 퍽 아이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했다.

 

 나무판으로 만들어진 바닥이 쿵쿵 울릴 만큼 빨리 걸으며 아이는 나를 재촉했다. 그리고 항상 점심을 먹던 다다미 방에 도착했을 때 나는 어쩐지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한국 음식이다? 요엘. 좋아해.”

 

 요엘이 좋아할 것 같아서 한국 음식으로 준비해달라고 했어.

 하얀 쌀밥, 새빨간 김치,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갈비찜. 그리고 갖가지 국과 밑반찬들이 새하얀 식탁보 위에 정갈하게 차려져 있었다. 심지어 숟가락과 젓가락마저 일본 특유의 것이 아닌, 내가 한국에서 자주 보던 형태의 것이었다.

 

 유타가 망설이는 내 손을 잡아 이끌어 의자를 빼주고 나를 앉혔다. 그리고 내 왼손과 오른손에 각각 숟가락과 젓가락을 직접 쥐어주며 환하게 웃었다.

 

 “요엘이 걱정 하지마.”

 

 여전히 한국어는 엉성했지만 유타는 분명하게 말했다. 이제 자신은 아프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밝게 얘기해준다.

 

 분명 다친 사람은 너인데, 매번 너는 나를 걱정하는 걸까.

 나는 아주 느리게 밥을 떠서 입에 넣었다. 목이 메어왔다. 그러나 나는 꿋꿋이 밥을 입에 밀어 넣었다.

 

 [어어? 요엘, 안 뺏어 먹으니까 천천히 먹어요!]

 

 옆에서 유타가 발을 동동 구르며 나를 말렸다. 그제야 나는 먹는 걸 멈추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여전히 눈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감정이 터져 나올 것처럼 숨이 거칠어졌다.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나를 알았는지 유타가 조용히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고작 내 가슴팍에 겨우 오는 아이에게서 안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요. 괜찮아.”

 

 괜찮다는, 어수룩한 한국어가 귓가에 맴돌았다.

 

 ***

 

 창호지가 덮인, 나무살의 문은 옆으로 미는 형식으로 돼있다. 그리고 현관 왼쪽 벽면은 신발수납공간이 있는데, 그 크기가 매우 커서 혀를 내둘러야 했다. 그때 현관을 지키던 양복을 입은 사내 둘이 나를 발견하고 딱딱하게 말했다.

 

 [유타 님, 요엘이 수업에 참관하는 건 다시 재고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수업은 제가 직접 전투 요원을 고른 만큼 타인의 간섭을 받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토시 님께는 제가 따로 연락을 드렸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정말… 사토시 님께서 허락하셨습니까?]

 [네.]

 [‘덴’이 요원으로 참가되는….]

 [그가 참여함에도 불구하고 사토시 님께서는 허락하셨습니다.]

 

 그 중에 눈이 옆으로 찢어진 사내가 잠시 망설이는 기색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자책으로 낯빛을 흐린 그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나는 약간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유타는 자신의 아버지인 사토시를 경칭을 붙여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가정 사에 대해서 이런 생각을 갖는 건 실례인 것 같아 생각을 그쳤다.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죠.]

 

 더 이상 제지가 없자 유타는 묵묵히 신을 신더니 옆에 있는 신발장을 열었다. 목조로 된 무거운 문을 힘겹게 열자 수백 개가 넘어 보이는 신발들이 가득했다.

 

 유타는 고민도 없이 다른 신들과 달리 상자로 된 것을 꺼냈다. 그리고 마치 수줍은 듯 나를 보며 새하얀 볼을 발갛게 물들이며 그것을 열었다. 유타의 기모노 색처럼 눈같이 하얀 바탕에 주홍빛 철쭉이 섬세하게 그려진 신발은 미적 감각이 없는 내게도 어여뻐보였다.

 

 [요엘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샀어요. 요엘은 항상 검은색 단화만 신으니까.]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시선에 어쩐지 뒷목이 빳빳하게 굳어지는 것 같았다.

 

 꽃신은 정말 예뻤다. 맹세코 예쁘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옷에는 조금 무리이지 않을까요?]

 

 나는 이곳에 와서 항상 잘 다린 와이셔츠에 검은 넥타이 그리고 양복을 입었다. 양복에 꽃신이라. 스스로의 모습을 떠올리자, 내 소매를 붙잡으며 기대어린 눈으로 보는 시선을 슬쩍 피했다.

 

 [하지만 요엘에게 꼭 어울릴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저 신 자체는 정말 예쁜데 이 옷에는….]

 [응? 제 눈에는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은데, 혹시 문제가 있나요?]

 

 문제가 많습니다. 매우.

 유타는 분명 미래에 아내가 옷을 골라주지 않으면, 이상한 조합으로 옷을 입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기왕 선물해준 것인데 계속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아뇨. 예쁘게 잘 신을 게요. 감사합니다.]

 

 묘한 패배감에 입안에 쓴물이 돌았다.

 그리고 유타에게 신을 받아 신었다. 아무리 봐도 우스꽝스러운 모습일 게 분명했다.

 

 “예… 쁘다? 요엘.”

 

 엉성한 발음의 한국말이 고막을 파고들었다. 나는 그대로 멈춰 때 묻은 것 없이 순수한 유타의 눈을 한참 볼 수밖에 없었다. 지금처럼 유타는 간혹 내게 자신이 배운 한국어를 들려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아이는 늘 내게 애정을 갈구했다. 내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항상 눈치를 살피고 조곤조곤 듣기 좋은 말을 해주었다. 어쩐지 묘한 답답함이 목 끝에 걸리는 것 같았다. 그 감정을 털어내려 나는 담담한 척 유타의 말을 정정해주었다.

 

 “‘예뻐요’가 맞습니다.”

 [아, 또 틀렸다니.]

 “예쁘지는 않지만 기분은 좋네요.”

 [어? 지금 뭐라고 한 거예요, 요엘?]

 [비밀입니다.]

 

 그래도 뭔가 불만이 있는 것처럼 볼을 부풀리는 유타를 보니 갑갑함은 조금씩 내려앉았다. 불퉁한 얼굴을 모르는 척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덴’은 단순히 가(家)의 명을 들은 것뿐입니다. 부디 노여움을 푸셨으면 좋겠습니다.]

 

 발끝을 신에 넣자, 유타는 천천히 내게서 뒤를 돌아서 사내들을 보았다. 나는 유타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묘하게 냉기어린 음성에서 노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히로시라고 했나?]

 [예…? 예, 그렇습니다.]

 [분명히 나는 말했어. ‘타인의 간섭’을 받고 싶지 않다고.]

 

 그 순간 사내들의 낯빛이 새파랗게 질렸다. 내가 듣기에는 조금 화난 것 같은 목소리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능력자인 게 분명한 둘은 명백히 공포로 떨었다.

 

 또다. 이곳의 사용인들이 유타를 두려워하는 모습을 발견한 것이.

 

 숨 막히는 공기 속에서 유타가 먼저 고개를 돌렸고, 내게 다가와 손을 덥석 잡았다. 그러나 난 완전히 내 쪽으로 얼굴을 돌리기 전, 여덟의 아이가 지을 수 없는 서늘한 얼굴을 발견하고 말았다.

 

 [가요, 요엘.]

 

 그도 잠시 금방 말간 얼굴로 돌아와 해사하게 웃어 보였다. 손끝이 조금 차가워졌다. 유타는 내 손을 잡고 일으켜 나무살로 된 문을 옆으로 밀었다.

 

 유타는 쏟아지는 햇살 아래에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를 이끌었다. 나는 그 손에 이끌려 유타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돌담길을 건너 이곳의 푸른 정원을 넘어서, 철창으로 된 화려한 입구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은색의 차에 도착했다. 그리고 운전수가 열어준 뒷문으로 들어간 유타가 퍽 순박한 얼굴을 하더니 내 다리에 머리를 뉘였다.

 

 […상이라고 생각해줘요.]

 [유타 님, 그렇게 안 봤는데….]

 [요엘이 그렇게 말해도 안 일어날 거예요!]

 [예, 그러시겠죠.]

 

 툴툴거리며 입술을 삐죽 내미는 유타의 입술을 잡으며 나는 설렁설렁 대답했다. 그러자 유타가 항의하고 싶었는지 무슨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으브븝!]

 

 물론 못들은 척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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