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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거짓된 안락을 위하여
작가 : 고래고래몬
작품등록일 : 2017.6.5

[현대판타지/초능력물/에스퍼 세계관/판타지多/연상연하/연하남/집착남주/계략남주/복흑남주/역키잡/내숭남주/약간의얀끼/무심여주/속내는정이많은/굴림당함/데굴데굴/그래도피폐/그러나주관적의견/약간의개그요소]

“요엘.”

그가 사납게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뒤에서 가두듯 나를 끌어안으며 내 목에 이를 박아 넣으며 그는 속삭였다.

“이제야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나의 구원, 나의 사랑, 나의 행복.
뒤에 이어진 단어에는 오롯한 진심이 가득해 어쩐지 눈가가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나는 너를 떠나야 했다. 내가 살기 위해서 너에게서 벗어나야 했다.

비겁하고 졸렬하기 짝이 없는 내게 너는 감히 구원이라 말한다.

(프롤로그 中)

 
#01. 케이조보 가(家)의 그 도련님
작성일 : 17-06-05 03:17     조회 : 239     추천 : 0     분량 : 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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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저는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엘님.”

 

 아야코는 나를 보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 보인 태도와 다르게 더없이 정중하고 흠 잡을 데 없는 모습이었다. 방에 들어온 순간 선이 그어진 것이다.

 

 그녀가 조심히 미닫이문을 닫기 전 나는 그녀에게 고개를 숙이며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러나 그녀의 말대로 아이를 사토시와 완벽하게 분리하여 보긴 힘들 것 같아 시선을 피했다.

 

 그 시선이 내게 잠시 달라붙었으나 문이 닫히며 따라붙던 그것은 사라졌다. 등잔불 하나 없는 어둠 속에서 어스름한 달빛만이 전부인 방에 고요가 찾아왔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어둠에 눈이 익숙해졌다. 그러자 아이의 외양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옷이 한쪽에 흘러내릴 만큼 검은 기모노는 아이에게 조금 컸다. 품이 많이 남는 옷자락에서 아이가 굉장히 말랐다는 게 확연히 느껴졌다.

 

 케이조보 가(家)의 독남인 유타의 첫인상은 그러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만큼 유약하고 왜소한 체구를 가진, 기구한 삶을 산 게 분명한 아이.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사토시였다.

 그와 같은 새하얀 머리카락.

 그와 같은 백안.

 

 내가 유타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은 이유는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사토시가 명을 내린 것은 보호에 한해서였지, 정을 주는 것까지 포함되지 않았다. 그렇게 합리화하며 올곧이 나만 보는 아이를 외면하며 눈을 내리깔았다.

 

 “만… 나서 반가워요, 요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 완벽히 시선을 뗄 수 없었던 것은 불가항력과 같았다. 어수룩한 발음으로 더듬거리듯 한국어로 내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아이는 잔뜩 주눅이 든 모습이었다.

 

 “저, 저는 유… 타라고 해요.”

 

 몇 번이고 연습했을 그 인사를 유타는 눈동자를 잔뜩 굴리며 또박또박 말하려 노력했다. 나는 잠시 입술을 세게 깨물다가 이내 힘을 빼고 한숨 쉬듯 인사를 했다.

 

 [앞으로 유타 님을 보호하게 될 김요엘이라고 합니다.]

 

 1년간 재활 치료를 받으며 사토시의 강압으로 인해 배워야 했던 일본어를 내뱉는 이 순간이 끔찍했다. 나의 의지를 거세당한 채 그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 같아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그래도.

 

 “아….”

 

 마치 소중한 이를 부르듯 몇 번이고 내 이름을 외우듯 반복하는 아이의 모습이 퍽 귀여워 스스로에 대한 모멸감은 덜해졌다. 이 기분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김… 요엘. 요엘.”

 

 그때 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민하듯 나랑 바닥을 번갈아 처다 보았다. 그리고 마치 결심한 듯 고사리 같은 손을 옹골지게 말아 쥐고는 내게 천천히 한걸음씩 다가왔다. 그러면서 자신도 확신이 안 서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한 음절씩 띄워 말했다.

 

 “치, 친해… 지고 싶… 다…?”

 “…….”

 “시, 싶… 어?”

 

 버선을 신은 작은 발이, 겨우 내 가슴팍에 올 작은 아이가 비틀거리며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럴수록 나는 어쩐지 뒷걸음질치고 싶었다.

 

 저 아이는 사토시가 아끼는 하나뿐인 아들이다.

 나는 사토시를 증오한다.

 아이는 나에게 애정을 갈구한다.

 나는 아이를….

 아이를….

 

 밀어내야 하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아이가 고른 이를 드러낸 채 말갛게 웃으며 내게 안겨들었을 때….

 

 “네, ‘친해지고 싶어’가 맞습니다.”

 

 밀어낼 수 없었다.

 몇 년이 지난다고 한들 그 이유는 나조차도 알 수 없을 것이다.

 

 ***

 

 케이조보 가(家)에 머무른 지 일주일이 되었을 때였다.

 나는 유타가 일어나서 잘 때까지, 단 한 번도 곁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것이 내게 주어진 하루 일과였다.

 

 유타는 오전 6시에 일어난다. 유독 아침에 일어나는 걸 힘겨워하는 유타였기에 매일 이불을 머리끝까지 둘둘 싸매고 끙끙거렸다. 그래서 나는 먼저 창문을 활짝 열어 햇빛이 이부자리에 들어오게 했다. 그런 다음 유타가 꽉 붙잡고 있는 이불을 뺏어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일어날 시간입니다, 유타 님.]

 [너무해, 요엘.]

 [지금 일어나지 않으시면 아침 식사를 거르실 수밖에 없습니다.]

 [차라리 아침을 먹지 않을 테니까….]

 [유타 님이 그렇게 아침을 거리시게 된다면, 저보다 평생 키가 더 클 일은 없겠군요.]

 [어, 어?]

 

 순식간에 유타가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나 내 소맷자락을 붙잡고 우는 소리를 냈다.

 

 [안 돼! 그건 절대 안 돼!]

 

 그리고는 잔뜩 도리질을 하며 나를 끌어안은 채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난 요엘보다 커야 해. 요엘보다 작기는 죽어도 싫어.]

 [유타 님, 그러면서 은근슬쩍 기상 시간을 늦추려하시면 안 되죠. 저번에 한 번으로 족합니다. 이제 안 통해요.]

 [아, 아닌데? 내가 그렇게 비겁할 리가 없… 으으!]

 

 그러면서 슬쩍 눈을 다시 감고 입으로만 대답하는 유타를 내려다보다가 나는 그대로 볼을 주욱 잡아당겼다. 하얀 찹쌀떡처럼 말랑한 볼이 고무처럼 죽죽 늘어나는 게 신기했다. 그러자 유타가 잘못했다고 울먹거렸다.

 

 [화장실 욕조에 던져버리기 전에 들어가서 씻으시죠.]

 [너무해….]

 

 한참 잡아당긴 다음에 볼을 놓아주자 유타가 침울한 얼굴로 화장실로 느릿하게 걸어갔다. 화장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나는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아까 던져놓았던 이불을 개고 간단히 이부자리를 정리했다.

 

 유타의 방을 나가서 나는 여러 방이 즐비한 복도를 지나서 주방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는 여사님들이 한창 아침을 준비하고 계셨다.

 

 [아이참, 오지 말라고 했는데 또 왔네.]

 [시간도 비는 겸 심심해서 온 거에요.]

 [그럴 거면 구경만 하고 쉴 것이지, 자꾸 거들려고 해.]

 [가만히 있으면 몸이 좀 쑤시는 편인지라 어쩔 수가 없네요, 하하.]

 

 여사님들이 작게 타박을 주셨지만 그도 잠시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추지 못하시고 웃음을 터뜨리셨다. 나는 그들이 준비한 음식을 접시에 담아 상에 올리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낯선 타지에, 낯선 사람들 속에서 유타를 제외하고는 대화할 사람이 없던 내게 여사님들은 먼저 말을 걸어주신 분들이었다. 유타가 개인 교사에게 수업을 듣고 있을 때 나는 대청마루에 앉아 정원을 멍하니 보는 게 유일하게 주어진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그런 내가 안타까웠는지 여사님들이 먼저 달달한 다과를 만들어서 내게 건네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걸어주셨다. 감사함에 그 다음날 아침에 예고 없이 찾아가 일손을 도와드리게 되면서 가까워지게 됐다.

 

 여사님들은 나만한 딸이나 아들을 두셨기에 마치 자식처럼 다정하게 대해주시면서도 가끔 잔소리도 하시곤 했다.

 

 [에그, 가라아게(닭튀김) 또 태워먹었네.]

 [저 정말 요리에는 솜씨가 없나 봐요. 포기를 해도 되지 않….]

 [나이도 아직 창창한데 벌써 포기란 단어가 입에 달라붙으면 안 되지. 다시 해, 다시.]

 

 가끔 아침 식사 준비를 마치면 남은 재료로 여사님들에게서 음식을 배우곤 했는데 매번 혼나기 일쑤였다. 내가 시무룩한 얼굴로 밀가루를 묻힌 닭을 끓는 기름통에 넣을 때였다.

 

 [요━ 엘!]

 

 유타가 벌써 다 씻고 왔는지 젖은 머리로 주방에 불쑥 들어왔다. 그때였다. 여사님들 중 한분이 들고 있던 접시를 떨어뜨렸다.

 

 챙그랑-!

 

 거친 파열음과 함께 순식간에 주방은 조용해졌고, 오로지 내가 방금 기름통에 넣은 가라아게가 튀겨지는 소리만 남게 되었다.

 

 나는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내 품에 덥석 안겨드는 유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여사님들이 전부 하나같이 겁에 질린 얼굴로 유타를 싸늘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나는 이 어색한 침묵을 깨기 위해 유타의 얼굴을 품에 묻은 채로 여사님들에게 차분하게 말했다.

 

 [다음에는 가라오게 완벽하게 튀겨오도록 해볼게요. 저는 이만 유타랑 함께 먼저 나가있을게요.]

 

 나는 유타를 꼭 품에 안은 채 그대로 대답이 없는 주방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나오자마자 유타를 조심스럽게 품에서 떼어내고 무릎을 굽히며 꾸짖듯 물었다.

 

 [머리는 왜 다 안 말렸어요? 겨울이 한창인데 감기 걸리시면 어쩌시려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타의 흐린 낯빛은 돌아오지 않았다. 유타의 오른쪽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항상 내 말에 꼬박꼬박 대답을 하던 유타는 방금처럼 타인에게 배척당하는 상황을 마주할 때면 조막만한 입술을 꾹 다물었다.

 

 일주일 동안 이 가옥에 지내면서 느낀 이상한 점은 방금과 같은 상황이었다. 이곳의 고용인들은 유타를 두려워했다. 처음 마주하게 된 고용인이 아야코라 그랬는지는 몰라도, 다른 이들이 전부 유타를 멀리하고 꺼려하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는 당혹스러웠다.

 

 그만큼 모두가 유타를 ‘경멸’하고 있다는 사실은 내게 꽤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곳에서 이방인에 불과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제 3자에 불과한 내가 이곳에 영향력을 끼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랬기에 단지 유타를 데리고 방에 돌아와 마른 수건으로 머리를 말려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유타 님, 다음에는 머리 꼭 말려야 해요.]

 

 결이 좋은 새하얀 머리를 수건으로 닦아내며 조그마한 유타의 머리통만 보고 있을 때였다.

 

 [요엘은….]

 […….]

 [요엘은 날 버리지 마.]

 

 8살 아이의 목소리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버석거렸다. 메마른 음성에 나도 모르게 머리를 말리던 동작을 멈추었다. 그러자 유타가 뒤를 돌아서 나를 올려다보았다. 평소처럼 올망졸망한 눈망울이 아닌, 무감한 눈으로 아이는 나와 눈을 마주했다. 그리고 나를 느릿하게 꼭 안으며 중얼거렸다.

 

 [요엘만이라도 날 버리지 마.]

 

 고저 없는 목소리였으나, 오히려 그것이 더 애처롭게 느껴졌다. 어쩐지 가슴이 옥죄이는 것 같아 숨소리가 저절로 밭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떠한 대답도 요한에게 돌려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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