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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거짓된 안락을 위하여
작가 : 고래고래몬
작품등록일 : 2017.6.5

[현대판타지/초능력물/에스퍼 세계관/판타지多/연상연하/연하남/집착남주/계략남주/복흑남주/역키잡/내숭남주/약간의얀끼/무심여주/속내는정이많은/굴림당함/데굴데굴/그래도피폐/그러나주관적의견/약간의개그요소]

“요엘.”

그가 사납게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뒤에서 가두듯 나를 끌어안으며 내 목에 이를 박아 넣으며 그는 속삭였다.

“이제야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나의 구원, 나의 사랑, 나의 행복.
뒤에 이어진 단어에는 오롯한 진심이 가득해 어쩐지 눈가가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나는 너를 떠나야 했다. 내가 살기 위해서 너에게서 벗어나야 했다.

비겁하고 졸렬하기 짝이 없는 내게 너는 감히 구원이라 말한다.

(프롤로그 中)

 
#01. 케이조보 가(家)의 그 도련님
작성일 : 17-06-05 03:16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4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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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 년간의 재활을 마치고 난 뒤, 나는 일본행 비행기를 타고 제 13구역으로 향하게 되었다.

 열다섯살, 처음 타본 비행기 비즈니스 석의 소감은 썩 괜찮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은 한국이랑 가까웠기에 2시간도 걸리지 않은 게 아쉬울 만큼 잠이 잘 왔다.

 

 혼자 공항에 내렸을 때, 나를 데리러 온 검은 양복을 입은 일행을 발견하고 군것질 거리를 사려 했던 작은 바람은 접어야 했다. 나는 그들의 안내를 받아 준비된 차를 탔고 정적인 공간에서 하릴 없이 심심해져 풍경을 보았다.

 

 겨울 날 오후의 풍경은 뭔가 한적한 시골의 풍경을 보는듯 했다. 일부러 추울까 입은 두꺼운 패딩이 무색할 만큼 이곳의 날씨는 선선한 정도였다. 그래서 두꺼운 옷을 꽁꽁 둘러싸맨 길 위의 사람들의 모습이 신기했다.

 

 2시간 가까이 이동하던 차량이 멈춘 곳은 한 거대한 일본 특유의 전통 가옥 앞이었다. 어느새 시간은 6시가 되었고 하늘 위에 붉은 해가 가라앉고 있었다. 나는 차에서 내렸고 또다시 그들의 안내를 받아 가옥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긴 복도와 수많은 방을 지나치고 나서야 맨 끝에 위치한 방의 문을 붉은 기모노를 입은 여인이 열어주었다.

 

 나는 그녀에게 짧게 목례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다다미가 수십 개가 깔린 방은 드넓었으며 장식품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을 만큼 휑했다. 중앙에 있는 거대한 목재 탁자와 그 위에 널브러진 수많은 책들의 모습에서 다소 신경질적인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슬슬 어두워지는 방을 밝히기에는 불충분한 호롱불의 작은 불씨만이 탁자 위에서 이 방을 밝히고 있었다. 그렇게 까슬까슬한 다다미를 밟고 앞으로 가다보면 다다미 방과 바로 연결된 엔가와(툇마루)에서 등을 뒤돈 채 앉아있는 사내의 뒷모습이 보였다.

 정원을 내려다보며 정적인 분위기에 고취되어 보이는 사내는 그저 말없이 있을 뿐이었다.

 

 당연하게도 백발의 사내인, 사토시였다.

 

 편백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자리에 매화꽃이 즐비한 풍경은 퍽 고즈넉해보였다. 나는 무감한 눈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토시의 뒷모습과 어우러진 배경을 보았다. 그리고 문득 이 평화가 지독히도 환멸스러워 가지를 죄다 꺾어버리고 꽃잎을 밟아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오느라 수고했다."

 

 하지만 갑자기 들려오는 굵직한 목소리에 나는 눈을 내리깔았다. 그는 그리 말하며 몸을 일으켜 탁자 쪽으로 가 방석에 앉았다. 나는 그의 앉으라는 손짓에 방석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호롱불 앞에서 그의 얼굴이 붉게 빛이 나고 있었다. 나는 그 곳에서 더없이 만족스럽다는 표정과 눈동자에 가득한 충만함을 발견했다. 문뜩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오려 하는 걸 느꼈다.

 

 아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나는 억지로 그것을 목구멍 뒤로 삼키어 내었다. 너무 많이 먹을 때 배가 더부룩한 것처럼, 나는 사내를 마주할 때마다 그것을 너무나도 많이 삼키어내 항시 더부룩한 기분을 받아야 했다.

 

 "1년 전, 내가 자네의 집을 방문했고, 자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아들의 경호를 맡아달라고 부탁했지."

 "예."

 

 과연 사내의 말처럼 그 상황을 '방문'과 '부탁'으로 단순히 정의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의문은 찰나였을 뿐이었다.

 

 "물론 나는 자네의 능력이 발현된 4살 때부터 자네의 부모에게 꾸준히 부탁을 했지만 승낙을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자네를 데려오는데 꽤 애를 먹어야 했어."

 

 전 세계 인구의 20%는 인간의 범주를 뛰어넘는 능력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그것을 판별하는 검사를 의무적으로 4살 때 받게 되었으나, 나는 부모님께 아무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그동안 평범한 인간인줄 알았다.

 

 “그만큼 재생 계열 능력자는 0%에 가까울 만큼 수가 희박하지. 그것도 자네처럼 불사에 가까운 신체를 가진 경우는 여태껏 보지 못했어. 아마 많은 이들이 나처럼 자네를 자신의 가문에 종속시키길 원할 테지.”

 

 나는 그제야 왜 부모님이 '엄마랑 아빠는 능력이 있는데, 왜 저는 없어요?'라는 질문을 할 때마다 곤란한 듯 낯빛을 흐리던 그들의 모습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들은 내게 자유를 주고자 필사적이었던 것이었다.

 

 “내 아들이 완벽히 자신의 능력을 컨트롤할 때까지 ‘보호’를 해주었으면 하네.”

 ‘내 딸을…! 감히 총알받이로 쓸 생각인 주제에…!’

 

 사토시가 비죽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자식의 안위를 위해 절대로 무너질 일 없는 방패가 될 딸을 걱정했기에 내게 침묵했던 것이었다.

 

 “그리 하겠습니다, 사토시 님.”

 “다행이군. 자네에게 섭섭지 않은 보수와 대우를 해주겠….”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이 생각하셨던 최악의 상황은 이미 발생했다. 그렇다면 이 최악의 상황을 어떻게 하면 차악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 나는 지난 1년간 죽을 것처럼 힘들던 재활치료를 받으며 끝없이 고뇌했다.

 

 “그것이 무엇인가?”

 

 사토시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마치 내가 어떤 수를 쓰는지 가늠하려는 것처럼 그의 동공에 오롯이 나만이 맺혔다.

 

 “저의 어머니를 병동에서 꺼내주시고, 심리 치료도 같이 병행해주었음 좋겠습니다.”

 “의사가 어머니에 관해 말을 흘렸나보군.”

 “그에게 보복 행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게 들어오는 보수의 8할을 어머니 명의의 통장으로 넣어주셨으면 합니다.”

 “아직 보수가 어느 정도 되는지 모르면서 그렇게 쉬이 말해도 되는 건가? 한 달에 100만엔, 그러니까 일 년에 1000만 엔에 해당되는 액수다. 원화로 치면 자네는 일 년에 1억 2천만에 해당되는 돈을 받는 거야.”

 

 나는 그 냉혹한 동공을 마주했다. 그리고 그가 지었던 것과 똑같이 비죽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다면 더더욱 잘 됐군요. 열여섯에 불과한 애한테 20만엔도 과하게 많은 편입니다. 그렇게 큰돈은 필요 없습니다.”

 

 그러자 사토시가 입매를 우그러뜨렸다. 몹시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현이었다.

 돈으로 환심을 사 마음마저 종속시키고자 했던 이는 불만족스럽다는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곧 갈무리를 했으나 그를 증오하는 자는 그 표정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나는 당신과의 거래를 수락한 것뿐입니다. 이것은 일종의 타협입니다. 아버지를 죽인 자. 당신은 내게 그렇게 기억될 것입니다.

 영원히.

 

 ***

 

 “요엘 님의 거처는 도련님의 방 바로 옆에 배치해놨습니다. 저를 따라 와주세요.”

 

 사토시와의 대면을 마치고 나오자 문 앞에 있던 붉은 기모노를 입은 여인이 내게 말했다.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녀가 먼저 조심스럽게 앞을 걷자 나는 그녀의 뒤를 따라 천천히 복도를 살폈다.

 

 그런 나를 눈치챈 건지 여인이 먼저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케이조보 가(家)는 다른 가문들과는 다르게 전통의 미를 추구해왔어요. 그래서 요엘 님께서는 전등불 하나 없는 이곳이 많이 불편할지도 모르겠어요.”

 “원래도 공부를 하는 편이 아니긴 하지만 전등불이 없다면 안 하던 공부를 더 안 하게 될 것 같긴 하네요.”

 

 나는 작게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그러자 그녀가 소매로 입을 가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녀는 잠시 멈추어 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가 어쩐지 물기에 젖은 것처럼 보였다.

 

 “요엘 님께서 가주님의 아드님이신 유타 님을 좋아하기 힘드실 거란 걸 압니다.”

 

 그녀의 나지막한 말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그런 나를 온화한 눈으로 내려다보던 그녀는 등잔불을 쥐지 않은 다른 손으로 내 볼을 다정히 쓸어내렸다.

 

 “하지만 유타 님은 가주님이 아니란 것을….”

 “…….”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녀의 말에 결국 나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녀에게 어떠한 대답도 주지 못한 채 나는 굳게 입술을 다물었다.

 

 그녀는 그런 나를 재촉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내 볼을 부드럽게, 안타까움을 담아 쓸어내리는 게 전부였다. 그녀가 손을 떼고 다시 앞으로 향한 뒤에서야 나는 겨우 걸을 수 있었다.

 

 어느새 어둠으로 가득한 복도에는 여인이 들고 있는 등잔불만이 전부였다. 가물거리는 빛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내가 묵을 방까지 가는 길이 더 멀게 느껴졌다.

 

 그리고 여인이 한 미닫이 문 앞에서 멈추어 섰다.

 

 [도련님, 아야코입니다. 전에 말씀 드렸던 도련님의 경호를 맡게 된 분이 오셨습니다.]

 

 더없이 정중한 부름에도 불구하고 문은 한참토록 열리지 않았다.

 

 [도련님, 주무시고 계신가요?]

 

 5분이 지나고서야, 아야코가 다시 한 번 불렀을 때 아주 가냘프고 작은 목소리가 문 뒤로 들렸다.

 

 […들어와.]

 

 허락이 떨어지자 아야코가 문을 조심히 열었다.

 그리고 그 문 안에 내가 최초로 발견하게 된 것은.

 

 “아.”

 

 태양이 완벽하게 산마루 아래로 접어들고 여명이 찾아온 자리 아래에, 어스름한 달빛을 받고 있는 아이였다. 아이의 방은 단 하나의 작은 창문을 제외하고는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창문을 올곧이 올려다보며 무릎을 꿇은 채 앉은 아이의 옆모습은 지나치게 가늘어보였다.

 

 그리고 검은색 기모노를 입은 채 눈을 감고 있던 아이가 문소리를 듣고 눈꺼풀을 들어 올렸을 때, 나는 발견하고 말았다.

 

 아이의 한쪽 눈은 마치 텅 비어버린 것처럼 허공을 향했다. 다른 쪽 눈은 분명하게 나를 응시함에도 불구하고 그곳은 무의미하게 나를 향했다. 또한 아이의 왼쪽 눈에는 마치 낙서처럼 잔인한 검상이 수놓아져 있었다.

 

 아이의 왼쪽 눈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누군가의 악질적인 의도에 의한 것이었다.

 그랬기에 나도 모르게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반가워요.]

 

 그리고 아이의 오른쪽 눈동자에 가득히 담긴, 이해불가의 깊이를 담은 감정에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요엘.]

 

 그것은 오래도록 나를 기다린 자의 갈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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