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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사라전종횡기
작가 : 수담.옥
작품등록일 : 201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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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화성의 촌놈 장소열, 마침내 그가 강호와 맞장을 뜨러 왔다!
예측할 수 없는 투로, 걸걸한 입담, 뒷골목 건달식 박투술로
칼밥 인생을 살아가는, 강호의 어두운 중심을 통과해 가는 소열.
그가 신 난투 시대의 강호를 무와 협이 살아 숨쉬던 지난날의 황금빛 시절로 되돌릴 수 있을지….

 
21 화
작성일 : 16-07-21 15:03     조회 : 1,001     추천 : 0     분량 : 7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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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三. 달(月)이 멀어진다고 아침이 오는 것은 아니다

 

 

 

  "아아아ㅡ아아ㅡ함."

  뭐가 어떻게 되었던 기다림이란 지루하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도 어느 정도지 이젠 해봐야 도리어 짜증만 난다.

 광염풍은 그런 심정으로 크게 하품을 했다. 그의 뒤로는 초죽음이 된 광풍조원들이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나자빠져 있었다.

  딱!

  하품을 하고 난 광염풍이 손가락을 퉁겼다.

  광풍십호가 재빨리 뛰어나왔다.

  "무슨 일이라도?"

  광염풍이 마차를 눈짓했다.

  "뭐하고 있어, 저년은?"

  "모르겠습니다. 마차 밖으로 고개를 일절 내밀지 않고 있습니다. 꺼낼까요?"

  광풍십호의 반문에 광염풍은 뭔가를 잠깐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관두자. 보면 꼴리기밖에 더 하겠느냐."

  광염풍이 이번엔 전방으로 턱짓을 했다.

  "그나저나 이것들은 왜 안 와. 답답해 돌아가시겠건만."

  "글쎄 말입니다. 혹, 혹시?"

  광풍십호가 대답하다 말고 눈을 날카롭게 굴렸다.

  광염풍이 떨떠름한 얼굴로 광풍십호를 바라봤다.

  "혹시, 뭐?"

  "단체로 도망간 건 아닐까요?"

  빡!

  누구 머리에 불났는지는 안 봐도 훤하다.

  "머저리 같은 새끼야!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아직 주둥아리를 놀리는 것을 보니 이것들이 맛을 덜 봤구나. 광풍조 휴식 끝! 선착순 집합!"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튄다.

 광풍조는 '집합'이라는 복창과 함께 광염풍 앞으로 잽싸게 모여들었다. 헛소리를 나불거린 광풍십호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말이다.

 천만다행이라면 현 시각 누군가가 미친 듯이 고성을 지르며 어둠 속을 달려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으아아아아!"

 광염풍은 안력을 집중해 어둠을 쏘아 보았다. 무식해도 내공은 일품. 광염풍은 곧 달려오는 인영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응? 광선풍과 광풍사도인 것 같은데? 왜 쟤들만 오지? 꼴은 또 뭐고?"

  광염풍은 의아했다. 평소 성향에 비추어 저렇게 쫓기는 강아지 마냥 죽으라고 달릴 광선풍이 아니었다. 광염풍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광선풍과 광풍사도가 마차 앞에 도착했다.

  "학학학학."

  두 사람은 도착하자마자 큰 대자로 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광염풍이 옆에 다가가서 말했다.

  "야, 니들 왜 그래? 나머지 애들은?"

  광선풍이 대답 대신 멍한 얼굴로 광염풍을 바라봤다. 광염풍은 광선풍의 따귀를 대뜸 갈겼다.

  짝!

  약발을 받았는지 광선풍이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 광염풍이 다시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광선풍이 침을 한 차례 삼키곤 대답했다.

  "그놈, 그놈이 왔어!"

  "그놈이라니? 무슨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얼굴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분명 그놈의 눈이었어. 그 독기에 찬 눈. 그 눈이 애들을 잡아가는 것을 내가 똑똑히 봤어."

  "눈?"

  눈이라니? 무슨 말인가. 광선풍이 타인의 눈알에 겁을 먹을 정도로 겁쟁이였던가? 그런 심정으로 눈을 되뇌던 광염풍의 뇌리에 문득 무언가가 지나갔다.

 그러고 보니 잊고 있었다. 광염풍 역시 두 번 다시 보기 싫었던 눈이 있지 않았던가.

 광염풍은 떨린 음성으로 물었다.

  "너너, 서서, 설마?"

  광선풍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바로 그 놈이야!"

  "왜? 그놈이 왜 우리를 따라와?"

  광염풍의 반문에 광선풍은 마차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걸 몰라서 물어? 저기, 저 안에 있는 여자 때문이야."

  "여자? 그, 그렇군!"

  그제야 실감이 온다. 광염풍은 순간 긴장한 기색으로 주위 사방을 돌아봤다.

 보이는 건 암흑. 들리는 건 빗소리. 느껴지는 건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압박감. 그렇게 알지 못할 공포감에 젖어들고 때였다. 지금까지 두 사람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좌냉추가 퀭한 음성으로 침묵을 깨고 나왔다.

  "이거 부위기가 왜 이래. 그노이 와다면 잘되 일이자나. 이대로 도라가기에는 너무 어울하다고. 우리가 바시만 하지 않고 히멀 합치다면 두려워 하 피요가 업잔아."

 "뭐! 방심?"

  광염풍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는 좌냉추에게 걸어갔다. 이어 대뜸 좌냉추의 멱살을 움켜잡고 침을 튀겼다.

  "이 눈먼 병신 새끼야! 니가 못 봤다고 해서 주둥아리 함부로 놀리지 마! 그놈이 어떤 놈인 줄 알아? 새북지부에서 백 명에게 둘러싸여도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고 칼을 휘두른 놈이란 말이야! 우리가 뭐 힘이 없어 그놈을 놓아 준 줄 알아? 우린 그놈에게 질려서 감히 따라갈 생각을 못한 거야! 알간 새끼야!"

  "끄으으, 끄으으."

  광염풍의 억센 손아귀 힘에 좌냉추는 눈을 까뒤집었다.

  아무도 말리지를 않았다.

  좌냉추의 직속 부하라 할 수 있는 광풍조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좌냉추가 숨이 넘어갈 듯 바동대자 광선풍이 나섰다.

  "그만둬. 광염풍. 그런다고 달라지지 않아."

  이제는 많이 진정된 광선풍이었다. 광염풍은 좌냉추를 땅바닥에 팽개치고는 광선풍에게 말했다.

  "이제 어떡하지?"

  "나도 몰라! 우선 여기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밖엔. 그리고 되도록 빨리 황하를 건너야 한다는 것밖엔."

  "그렇게 하도록 하자! 광풍조 기상!"

  광풍조원들이 하나둘 일어났다. 어느덧 비는 완전히 그쳐 있었고, 비 그친 구름 사이로는 한쪽 면이 일그러진 달이 고개를 삐쭉하니 내밀고 있었다.

 광풍조는 그 음산한 빛이 인도하는 길을 따라 다시 달렸다. 움직이는 인원은 모두 합쳐 아홉 명. 종리세가를 공격할 당시 살기등등했던 광풍조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들은 숲을 지나고 들판을 지나고 또 숲을 지나고 들판을 지났다. 그렇게 한 시진은 넘게 달렸을 때다. 광염풍이 문득 제자리에 멈춰 섰다. 이에 뒤따르던 모든 대원들이 자연적으로 신형을 멈추었다.

  광선풍이 물었다.

  "왜 그래? 뭐 봤어?"

  "아니, 그게 아니야."

  광염풍이 고개를 갸웃해선 말을 이었다.

  "오다가 계속 생각했어. 좀 이상해."

  "뭐가?"

  "놈이 왜 니들을 따라갔지. 마차 안의 여자가 목적이었다면 굳이 니들을 따라갈 필요 없이 그때 우리를 덮쳤으면 되잖아."

  광염풍의 의문은 타당했다. 놈의 무공이 삼풍보다 강하다는 것이 확인된 이상 굳이 공포감을 조성하며 따라붙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광선풍이 그 점에 대해서 신중하게 생각해 보곤 입을 열었다.

  "나도 그런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냐. 하지만 조금만 깊게 생각한다면 답이 나와. 이건 그놈으로서도 당연했던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어."

  "당연해? 뭐가?"

  "그래, 지금 이곳엔 그놈하고 우리만 있는 게 아냐."

  "엉? 누구?"

  광염풍이 떨떠름한 얼굴로 반문하자 광선풍이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고는 나직이 말했다.

  "너, 벌써 잊은 거야, 그날 밤을? 우리가 상상도 못했던 존재의 등장 말이야."

  "으읍."

  광염풍은 스치는 생각에 그만 어깨를 움츠렸다. 그러고 보니 한 존재를 잊고 있었다. 하룻밤에 지부 하나를 몰살시켜 버린 그 살 떨리는 인간을 말이다.

 광선풍이 말을 이었다.

  "그자는 어딘가에 있을 독제를 경계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거야. 그러니까 이건 그놈과 독제의 보이지 않는 싸움이라고 할 수 있어. 우린 그 과정에서의 애꿎은 사냥감이고."

  "그, 그, 그래."

  흐릿하던 머릿속이 비로소 개인다. 그리고 희망이 보인다고 할까. 암담하던 여정에 한줄기 서광이 보인다.

  "하면, 그분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되겠네. 십구조 독제 어른! 독제 어른! 으흡."

  "미, 미친!"

  독제를 부르던 광염풍의 입을 광선풍이 재빨리 틀어막았다. 광염풍이 무슨 뜻이냐고 눈알을 굴리자 광선풍이 입술에 손가락을 한 번 붙였다가 떼고는 말했다.

  "인간아 죽고 싶어 환장했어? 누가 누굴 불러? 그분이 우리가 부른다고 올 사람이야? 그는 소천자가 불러도 올까말까 한 존재야!"

  "하면 그날 밤 왜 우리 앞에 나타났어?"

  "그건 나도 몰라. 소천자와 무슨 거래가 있었겠지. 분명한 건 늑대를 막자고 호랑이를 부를 수는 없다는 거야!"

  "그럼 어떡하란 말이야!"

  광선풍이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자 광염풍은 짜증을 왈칵 토했다.

  "그냥 가. 죽든 말든. 그러다가 만약 독제가 개입하면 군소리 없이 따르는 거야."

  "쓰바! 멍청한 새끼 하나 땜에 우리가 산골짜기에 와서 별 지랄을 다 떠는구나. 개놈의 새끼! 죽으려면 혼자 뒤지지 왜 우리는 불러 가지고!"

  광염풍은 마차 한쪽 옆에 멍청히 서 있는 좌냉추를 노려보며 욕을 퍼부었다. 아마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면 그는 좌냉추를 열 번도 더 죽였을 것이다.

  광풍조는 다시 어둠을 뚫고 달리기 시작했다. 좀 전의 대화 이후엔 달리기로 인한 거친 호흡만 그들 사이에 흐를 뿐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황하 포구까지 조금이라도 더 빨리 달려가야 했다. 강을 건너는 것만이 현재의 위기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이었다. 변수가 없다면 말이다.

  턱!

 마차 앞에 무언가가 떨어졌다. 마침 광풍십일호가 그것을 밟았다.

 물컹!

 이건 뭔가?

 십일호는 본능적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그만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

  대원들이 모두 멈추었다.

 광선풍이나 광염풍도 예외가 아니었다. 광염풍이 십일호에게 다가가며 소리쳤다.

  "뭐야?"

  십일호가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여, 여기, 광풍 칠칠칠칠호."

  팟! 화르르!

  서너 개의 화섭자가 켜졌다.

  광염풍이 바닥에 있는 그것을 들어올렸다.

  혀를 물고 있는 칠호였다.

  "쓰바!"

  광염풍은 칠호의 시체를 바닥에 집어던지고는 소리쳤다.

  "새끼들아 뒈진 놈 처음 봤어! 꾸물대지 말고 다시 뛰어."

  광염풍이 광풍조를 윽박질러 간신히 대오를 갖추고 다시 달리려 할 때다.

  휘익!

  전면에서 무언가가 어둠을 가르고 날아왔다.

  언뜻 보기에 큼직한 돌덩이다.

  "피해!"

  광선풍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광풍조는 재빨리 산개했다. 하나 좀 전 시체를 밟았던 십일호는 두려움이 아직 남아 있던 관계로 몸이 몹시 굼떴다. 곧 날아온 무언가가 십일호의 가슴에 안기듯 처박혔다.

  "끄아아아아 구호 머, 머, 머, 머리다!"

  십일호의 음성이 채 사라지기 전 어둠 속에서 또다시 무언가가 동시다발로 날아왔다. 광풍조 대원들은 너도나도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 십팔호 머리다!"

  "이, 이건 이십삼호 머리다!"

  장내는 혼란을 넘어서서 공포의 도가니가 되어버렸다. 이 상태로는 도저히 달려갈 수가 없다. 광선풍과 광염풍이 각각의 무기를 뽑아들고 소리쳤다.

 "이 촌놈의 새끼야! 당장 나와!"

  휘이이잉!

  음산한 바람만 불어올 뿐 응답이 없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길길이 날뛰며 소리쳤다. 어쩌면 그들 역시 공포를 잊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광선풍과 광염풍은 반 각 동안 온갖 욕을 퍼부어대고는 입을 다물었다. 속은 후련할지 모르지만 나타나지 않는 적으로 인해 공포는 한층 더했다.

  스벅스벅.

  풀 밟는 소리!

  "죽어!"

  소리 방향을 향해 광염풍이 대뜸 화염전을 날렸다. 화염전은 이 장을 뻗어나가지 못하고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러자 광선풍이 숨을 한껏 들이키며 옷을 부풀렸다. 장력이 발출되기 직전 어둠 속에서 나직한 저음이 들려왔다.

  "머저리 같은 놈들."

  한겨울 맨발로 얼음판 위에 선 기분이랄까. 음성은 그렇게 싸늘했다.

 광선풍이 날리려던 장력을 거두고 소리가 난 방향을 향해 돌아섰다. 이 음성은 그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것이었다.

 곧,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방금 핏물에 머리카락을 감고 온 듯한 중년 사내였다.

  광선풍과 광염풍은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십오조를 뵈옵니다."

  "독제 어른을 뵈옵니다."

  독제 당천갈!

 마차를 은밀히 뒤따르던 두 존재 중 하나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광선풍과 광염풍의 머리 위로 독제의 발이 올라왔다.

 으드득!

 두 사람의 머리는 땅에 박힐 정도로 짓눌렸다. 두 사람은 비명을 지르거나 신음을 토하지 않았다. 그랬다간 당장 목이 달아날 판이었다. 두 사람의 머리가 터지기 일보직전에서 독제가 내리 누르던 발에 힘을 뺐다.

  "기상."

  두 사람은 재빨리 일어났다.

  독제의 싸늘한 음성이 그 뒤를 바로 이었다.

  "깨물어."

  "으흡."

 두 사람은 이를 악물었다.

 퍽! 퍽!

 안면에 주먹이 꽂혔고, 그들은 그 자리에서 뒤로 넘어갔다. 넘어진 것과 원래 자리로 돌아 온 것, 안면에 재차 처박히는 주먹은 거의 동시였다.

 퍽! 퍽!

 두 사람은 또다시 뒤로 나동그라졌다가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났다. 그런 행위가 정확히 다섯 번 반복됐다. 그들의 얼굴이 어떻게 되었으리라는 것은 상상만으로 충분하다. 때리는 것을 멈춘 독제가 두 사람의 불어터진 입술 앞에 희멀건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제 좀 광삼풍 같군. 그래 지금도 두려워?"

  "그, 그렇지 않습니다!"

  "두렵지 않습니다!"

  "그래?"

  독제가 뒷짐을 쥐고 한 발짝 물러났다. 물러난 그는 바닥에 무릎 꿇어 있는 광풍조원들을 쭉 훑어 내려가 마차 바로 옆에 있는 좌냉추에게 시선을 고정하곤 말했다.

  "그럼 한번 해봐?"

  "무슨?"

  광선풍이 조심스레 물었다. 반문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지만 묻지 않고는 도리가 없었다.

 다행히 독제가 그 점에 대해서는 죄를 묻지 않고 좌냉추를 향해 턱짓을 두어 차례 했다.

  "저거 마음에 안 들어."

  "저거?"

  광선풍과 광염풍은 고개를 돌려 좌냉추를 바라보았다.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두 사람은 좌냉추를 향한 독제의 말뜻을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물어볼 수도 없는 입장. 광염풍은 거의 애원하다시피 광선풍에게 눈길을 맞추었다. 이를테면 '제발 너라도 무슨 뜻인지 알아 봐라'란 뜻이었다.

 광선풍은 그런 기대에 부응하듯 짧은 시간 머리를 짜내었다. 노력의 결과일까? 광선풍은 문득 독제의 머리카락과 좌냉추의 머리카락을 연달아 쳐다봤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머리카락 색깔이 같았다.

  "그래 그거야!"

  이제 살았다 싶은지 광선풍이 제법 큰 음성을 토해 냈다. 광염풍이 무슨 뜻이지 몰라 눈을 끔벅대자 광선풍은 좌냉추의 머리카락을 가리키며 단호히 말했다.

  "가서 뜯어! 몽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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