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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는 내 꿈을 산다
작가 : 노란선인장
작품등록일 : 2017.6.4

어느날 은연에게 한 남자가 다가와 말했다. 저한테 꿈을 파세요. 은연은 형사인 그에게 꿈을 팔며 어느새 적극적으로 수사에 참여하게 된다.

 
1화 청소하는 꿈
작성일 : 17-06-04 20:53     조회 : 428     추천 : 0     분량 : 4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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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 급하다. 나는 방에 널려있는 쓰레기들을 신속하게 봉투에 넣었다. 한참 뒤, 어느새 손에 쥐어진 걸레로 바닥을 빠르게 쓸었다. 작은 공간을 계속 청소하는데 도무지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그래도 나는 아무생각 없이 청소에 매진했다.

 눈꺼풀이 올라가고 낡은 천장이 보였다. 나는 상황을 판단하려고 괜히 눈을 깜빡였다.

 나 방금까지 청소하고 있었는데… 꿈이구나. 모처럼 꾼 꿈속에서도 일한 게 괜히 억울하다.

 베개 옆에 있는 핸드폰을 집어 시간을 확인하고 좌절했다.

 11시 17분, 오래도 잤다. 이러니까 잘 안 꾸던 꿈을 꾸지. 나는 이불을 걷고 힘겹게 일어나 스트레칭을 했다. 원래 오전에 들을 강의는 행정학이랑 한국사였다.

 “하나 밖에 못 보겠네. 에이, 또 밀렸어.”

 공무원 고시를 준비 하겠다 결심하면서 부모님께 부담 드리고 싶지 않아 학원에 가지 않고 독학했다.

 늘어지기 쉬우니까 인터넷 강의만큼은 제때 들으려 했는데 요즘 계속 정체되고 있어서 불안하다.

 역시 학원을 가야하나.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독학은 어렵다. 웬만하면 내년에 붙고 싶은데…. 한숨이 절로 났다.

 

 매일 오후 두시부터 열시까지 편의점에서 일한다. 최저시급에 많이 바쁘지만 가끔 손님이 안 올 때 틈틈이 공부할 수 있어서 나에게는 최적의 알바이다.

 딸랑 소리가 나서 보고 있던 단어장을 덮었다.

 “어서 오세요.”

 어깨가 넓고 근육질이라 운동 꽤나 했을 것 같은 인상을 주는 남자는 성큼성큼 음료대로 걸어갔다.

 남자답게 잘생긴 용모다. 자신감 넘치는 걸음걸이와 몸에 배여 있는 여유가 왠지 믿음직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저런 손님만 오면 일할 맛나겠다. 보기 드문 훈훈함에 흐뭇해하고 있는데 남자가 캔 커피 두 개를 계산대에 놓았다. 나는 캔 커피를 집어 바코드를 찍었다.

 “3000원입니다.”

 남자가 오 만원을 주자 나는 지폐를 받아 포스기에서 넣은 후 47000원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그런데 그는 돈을 안 받고 내 눈을 부담스러울 정도로 빤히 본다. 당황스럽다.

 “거스름돈 47000입니다.”

 “그 돈으로 저한테 꿈 파세요. 오늘 청소하는 꿈 꾸셨죠. 제가 그 꿈이 필요합니다.”

 처음엔 그의 말을 못 알아들었다가 잠시 뒤, 그 의미를 깨닫고 경악했다.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 팔에 우수수 소름이 돋았다. 나는 숨을 멈추고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 저 수상한 사람 아닙니다. 형사에요.”

 남자는 선한 웃음을 지으며 지갑을 열어 공무원증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미 공포에 질린 내 눈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이 남자 뭐지, 어떻게 내가 꾼 꿈을 아는 거야? 귀신? 곡성에 나오는 악마 같은 건가. 그동안 애써 귀신 없다 생각했는데 진짜 있는 거야? 겁을 배불리 먹고 있는 상상이 커질수록 그가 점점 두려웠다.

 “죄송합니다. 계속 찾던 꿈이라 반가워서 너무 뜬금없었네요. 잠깐 앉아서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다른 손님 오기 전까지만 부탁드립니다.”

 민망해한 남자는 테이블로 가 의자에 앉았다. 그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어서 앉으라는 듯 날 응시했다.

 평소엔 쓸데없이 많던 손님이 왜 하필 지금은 없단 말인가. 맘 같아선 싫다고 하고 싶지만 그럼 저 섬뜩한 남자가 어떤 짓을 할지 모른다. 나는 차마 안 떼어지는 발을 애써 옮겼다. 발걸음이 무겁다.

 내키지 않아하며 의자에 앉자 남자는 캔 커피를 따 내 앞에 놓았다. 좋아하는 커피지만 그가 줬다는 게 찝찝해서 절대 마시고 싶지 않았다. 날 가만히 보던 남자는 차분히 그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전 사람들이 어떤 꿈을 꿨는지 알 수 있습니다. 눈을 보면 그 사람이 오늘 무슨 꿈을 꿨는지 바로 보여요. 어렸을 때부터 그랬습니다. 남들보다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며 생활해야 되서 피곤하긴 하지만 좋은 점이 더 많습니다.

 보통 부모님들이 좋은 꿈꾸면 자식한테 사라면서 돈 받고 파는 것처럼 저도 가끔 길몽을 꾸는 사람을 발견하면 나에게 꿈을 팔라 꼬드겨서 샀습니다, 지금처럼.”

 남자는 장난 끼 있게 씩 웃었다. 왜 못 믿겠는가, 그는 내가 꾼 꿈을 맞추었다. 소년 같은 웃음에 조금 마음이 놓인 나는 용기를 내 가장 중요한 걸 물었다.

 “귀신도 볼 수 있나요?”

 “네? 하하. 아뇨. 귀신은 못 봅니다.”

 그는 재밌어하며 잔웃음을 흘렸다. 어이없어하는 것도 같다. 그제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는 그냥 사이코메트리 같은 초능력이 있는 사람인가보다.

 정말 다행이다. 역시 귀신은 없는 거였다. 섬뜩하고 무서워서 도저히 집에 혼자 못 있을 것 같아 앞으로 찜질방에 가서 자려고 결심했는데 안 그래도 된다. 무엇보다 내 통장잔고를 생각하면 정말 잘 된 일이었다.

 “죄를 지은 놈들을 잡는 게 제 일입니다. 가끔 아무리 노력해도 안 잡히는 놈들이 있는데 그러면 피해자에게 죄송해서 제발 길가다 그놈을 마주치게 해달라고 빌게 됩니다.

 불가능한 일인데 길몽을 사고 나면 어김없이 그런 행운이 옵니다. 그래서 길몽을 꾼 분들을 보면 창피해도 얼굴에 철판 깔고 꿈을 팔아달라고 합니다.”

 그는 믿음직스럽게 웃어보였다. 열의 있는 형사를 보니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 사람들도 대단하네요. 형사님 비밀을 지켜준 거잖아요.”

 내 말에 그는 미묘하게 웃었다.

 “제가 꿈을 볼 수 있다고 고백한 건 도은연 씨가 유일하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내 이름을 어떻게… 순간 긴장했다가 다시 풀었다. 아, 명찰. 나는 편의점 조끼에 얌전히 달려있는 명찰을 보고 안심했다. 순간적으로 섬뜩했다. 아까 끼친 소름이 덜 풀렸나보다. 지금 필요 이상으로 겁을 먹고 있다. 하긴, 실감이 안 나긴 하지.

 느닷없이 손님이 내가 꾼 꿈을 알고 자기한테 팔라 한다. 평소와 다름없던 일상에 갑자기 찾아온 비현실적인 일을 뇌가 못 받아들이고 있다. 아마 자기 전에 새삼 놀라 날뛸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길몽이나 흉몽을 꾼다고 해서 무조건 꿈대로 되는 건 아닙니다. 유독 꿈이 잘 맞는 사람이 있잖습니까. 그런 사람들의 꿈만 효력이 있습니다. 흔치 않죠. 도은연 씨는 제가 본 분들 중 가장 꿈이 강한 사람이고 그래서 제 비밀을 말한 겁니다. 허락해주신다면 앞으로 계속 도은연 씨의 꿈을 사고 싶습니다.”

 “제 꿈이 강한 가요? 그럼 꿈이 약한 사람들은….”

 “효과가 없습니다. 그냥 개꿈이죠.”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서 민지가 돼지꿈 꾸고 신나서 복권을 몇 만원어치나 샀지만 당첨된 게 하나도 없었나보다.

 사람은 누구나 잘 하는 거 하나씩은 있다더니… 내가 꿈 하나는 기가 막히게 꿨구나.

 새로운 사실을 알려준 그에게 고맙지만 꿈을 잘 안 꾸는 편이라 그의 제안을 선뜻 수락 못했다. 모처럼 꾸는 꿈이 길몽이면 당연히 아까워서 못 판다.

 “전 꿈을 잘 안 꿔서 형사님께 도움이 안 될 것 같네요.”

 “누구나 매일 꿈을 꾸지만 그게 강하지 않아서 기억 못하는 것뿐 입니다. 전 도은연 씨가 꿈을 안 꿨다고 생각했을 때만 살 겁니다. 기억 못하는 꿈은 도은연 씨한텐 아무런 영향도 안 주지만 다른 사람이 그 꿈을 사면 파급이 큽니다. 도은연 씨의 꿈은 그 정도로 강해요.”

 내 눈을 마주보는 그의 강렬한 시선이 부담되었던 나는 눈을 피했다. 왠지 그가 나를 꿰뚫어보는 것 같았다.

 봉이 김선달 급은 아니지만 그 못지않게 남는 장사다. 나한텐 아무것도 아닌 걸 팔고 공돈까지 얻게 되는 거 아닌가.

 “저한테 꿈을 팔아주시면, 도은연 씨가 기억할 수 있는 강한 꿈을 꿨을 때 그 꿈을 해석해드리겠습니다. 만약 흉몽을 꾸면 조심하라고 알려 줄 거고 재물 꿈을 꾸면 로또를 사라고 말해 줄 겁니다. 무조건 1등일 거예요.”

 “설마 1등이겠어요.”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보다 낮다던데. 그래도 혹하긴 했다. 1등은 아니라도 2등 정도는 당첨되지 않을까.

 “도은연 씨보다 약한 꿈을 꾸는 사람의 꿈들도 1등이었으니까 당연히 그럴 겁니다.”

 “…로또 1등인 사람을 본 적 있어요?”

 “제가 두 번 당첨된 적 있습니다. 실험삼아 재물 꿈 꾼 사람들에게 샀었죠.”

 그는 날씨 얘기하듯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반면에 난 그가 처음 내 꿈을 맞췄을 때보다 더 놀라 숨을 제대로 못 쉬었다. 다른 의미로 소름 돋았다.

 “실험이요?”

 무슨 실험이면 로또 1등인 건데! 그것도 두 번이나! 무진장 부러웠다.

 “네. 100정도의 강한 꿈 한 개랑 50, 70정도의 꿈 두 개. 둘 중 어느 경우가 더 셀지 궁금했거든요. 명확한 수치를 얻기 위해선 로또 당첨금 액수가 제일 확실하겠다 싶었습니다.”

 “결과가 어땠어요?”

 흥미로운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의 눈이 부드러워진다.

 “100이 더 셌습니다. 꿈 두개를 합하면 더 셀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50은 없어지고 70만 남더군요.”

 그래도 로또 1등이잖아. 배 아파 죽을 것 같다. 왠지 그의 재킷과 차고 있는 시계가 귀티나 보였다. 사람심리가 이렇게 웃긴다.

 “앞으로 저한테 꿈을 팔아주시겠습니까?”

 그는 여유 있게 웃으며 정중히 물었다. 그야 당연하지. 길몽은 둘째 치고 흉몽을 알려준다는 게 맘에 든다. 안 좋은 일은 미리 예방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이 없다. 나는 잠시 고민하는 척을 하다 대답했다.

 “그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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