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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당신에게 축복이 함께 하기를
작가 : 한량
작품등록일 : 2017.6.3

소년 이나드의 평범하지 않은 사제 수행기

 
1화
작성일 : 17-06-04 20:28     조회 : 288     추천 : 0     분량 : 8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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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리고 현재.

 

 저벅저벅

 

 사제의 길을 걷고 있는 한 소년은 지금 산길을 걷고 있었다. 어떤 소녀과 함께

 

 저벅저벅

 

 정확히는 소녀의 뒤를 졸졸 따라가는 중이다.

 

 저벅저벅

 

 가슴까지 오는 검은머리를 한줄기로 땋은 그녀는, 작은 키와 아직 빠지지 않은 젖살이 소녀라는 이미지를 굳히려 하지만 경건한 사제복이 그 이미지를 중화시키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으며 산행을 하고 있는 그녀에 비해, 뒤를 따르는 건장한 남자아이는 숨을 거세게 몰아쉬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혀를 찰 수도 있겠지만, 그의 등에 있는 커다란 짐가방을 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산중에 숨어있는 수도원에서 새벽부터 출발해서 지금까지 쉬지도 못하고 걸어 다녔으며. 7할이 남의 물건인 커다란 짐을 등에 진채로 걷다보니 물질적인 무게뿐이 아니라 정신적인 무게도 포함되어 그를 더욱 고통스럽게 괴롭혔다.

 

 “......”

 

 이나드가 문득 하늘을 보니 해가 중천에 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쉴 틈 없이 걷다 보니 점심 즈음에 산을 벗어나 평지를 밟는 다니는 결과를 맛 볼 수 있었다. 세리오스가 이걸 봤다면 ‘우와 미친놈들 니들이 무슨 산꾼이냐’ 라고 할 정도의 고행이었지만 이나드의 육체와 정신은 그런 걸 생각 할 겨를이 아니었다. 확실한 것은 여리고 나약한 여자라고 했는데 역시 그건 거짓말이라는 점. 그리고 지금 당장 쉬지 않으면 쓰러질 것 같다는 점이다.

 

 “이쯤에서 점심이나 먹을까?”

 

 그런 이나드의 상태를 알았는지 아니면 우연인지 달콤한 휴식의 말이 들려왔고 이나드는 동의의 말 대신 풀썩 주저앉는 것으로 대신했다. 점심이라고 해 봤자 퍽퍽한 빵에 물 뿐이지만 지치고 허기진 이나드는 그 빵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식전 기도도 하는 둥 마는 둥 멍하니 빵을 먹던 그는 어느 새 아까 전의 대화가 생각났다.

 

 -----------------------------------------------------------------------------

 

 “이나드라고 해”

 

 그것이 수도원을 나간 직후 이나드가 한 일이었다. 말 수가 적어보이는 타입이라고 생각한 그는 먼저 말을 걸며 손을 내밀었다. 첫 만남에 가장 무난한 행동은 악수라고 교육받은 이나드는 교육을 제대로 실천했다. 그리고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던 그녀는 응해줬다.

 

 “카샤. 카샤 레플리”

 

 그렇게 말하며 내민 것은 단지 검지와 중지 손가락.

 

 “.......”

 

 이나드는 잠시 멍하더니 이것도 악수는 악수겠지라고 생각하며 두 손가락을 잡고 간단히 흔들었다.

 

 “언제까지 하려는 거야.”

 

 “다른 사람과 악수를 하는 건 처음이라서 언제 그만 둬야 할지 몰랐어”

 

 “......”

 

 수도원에서 자란 그는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적었고, 갑자기 다른 고아가 들어오더라도 악수고 나발이고 우리는 모두 친구! 라는 개념으로 가득 찼다 보니 악수라는 것이 이번이 처음인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그리고 카샤는 그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럼 나랑 하는 악수가 처음인거네”

 

 “응.”

 

 “흐음”

 

 그 말을 듣곤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곰곰이 생각하더니 다시금 말했다.

 

 “중요한 말이 있어”

 

 “뭔데?”

 

 “너는 내 종자니까 앞으로 나에게 존대를 하도록.”

 

 “뭐?”

 

 ‘이 애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지금 무슨...”

 

 “나는 정식 사제. 그리고 너는 정식사제도 견습사제도 아닌 수련생일 뿐.”

 

 “그... 그건...”

 

 확실히 나이와는 상관없이 직책이 높으면 높은 사람에게 경칭을 써야 한다. 아리네 선생님이 말하길 이것은 교회는 물론이고 사회생활 전반에 이른 세계 공통이라고 했다.

 

 “나... 나이가 어떻게 되... 지요?”

 

 그래도 나이에 대한 인식은 확실히 하고 싶은 이나드였다.

 

 “...너부터 말해”

 

 뭔가 꼬임에 넘어간 느낌이 드는 이나드였지만 순순히 대답했다.

 

 “열 일곱... 인데... 요”

 

 “나... 나도 17이야”

 

 “큿”

 

 나이가 자신보다 어리면 어떻게 반박이라도 할 수 있겠지만 동갑이니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여기서 생일까지 따지고 들자니 스스로가 너무 치졸해 보여 그만 두기로 했다. 만약 이나드에게 정신적 여유와 사람과의 경험이 좀 더 많았다면 카샤의 이상행동을 알아채고 그 점을 파고들었겠지만, 그걸 알아채기에 이나드는 너무 순수했다.

 

 “흥!”

 

 이나드의 반응을 보곤 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폈다. 티가 별로 나지 않았지만

 

 “그러니 나한테 존대를 하도록”

 

 “으윽... 예”

 

 이를 악물며 이나드는 그녀에게 굴복하게 되었다.

 

 이로보나 저로보나 자신보다 어려보이는 사람에게 존대를 하는 일에 대해 이나드는 굴욕감을 느꼈다. 사실 아직 이나드가 어려서라는 점도 있고 나보다 키가 작다 = 나보다 어리다. 라는 공식이 뇌내에 박혀있어 그 충격은 더욱 컸다.

 

 ‘아냐 아리네 선생님이 사람은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고 하셨어’

 

 비록 자신보다 키도 작고 어리게 보이더라도 나이가 많을 수 있으며 나이가 적더라도 사람과 상황에 따라 존칭을 해야하는 상황이 있다는 것을 아리네는 이나드를 비롯한 수도원의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그리고 이나드는 지금이 그런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전자의 상황으로. 그렇게 생각하자 이나드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한 가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사제님.”

 

 “응? 뭐지?”

 

 “저를 뭐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사제님?”

 

 억지로 빙긋 웃어주며 억지로 존칭까지 써주며 밝은 분위기로 말을 걸자 빙긋 웃으며 대꾸해주었다.

 

 “따까리”

 

 “......”

 

 이 상황이 적응 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고 생각하는 이나드였다.

 

 -----------------------------------------------------------------------------

 

 그 이후 둘은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산행을 계속하여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이나드는 과묵한 성격도 수다쟁이도 아니었지만 굳이 어느 쪽이 좋은가 따지자면 대화를 하는 걸 좋아하는 쪽이다. 하지만 그가 판단하는 바로는 지금 이 상황에서 말을 하면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경고 비스무리한 신호가 머릿속에서 울려퍼져 뜻하지 않은 묵언 수행이 점심을 먹고 있는 지금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점심을 먹던 이나드가 고개를 들어 카샤를 쳐다보았다. 서로 몇 미터 떨어진 거리. 멀다면 멀지만 결코 가깝지는 않은 거리. 몇 차례나 카샤를 바라보았지만 둘이서 눈을 마주치는 일도 음식을 먹는 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는 정적의 시간이었다. 그렇게 식사시간이 끝나고 평지 길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을 때였다.

 

 “잠시.”

 

 “응? 뭐야?”

 

 이나드의 시선이 향한 곳은 길가 바로 옆에 있는 커다란 바위. 무방비에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이나드에게 기척이 걸릴 정도로 어설퍼 보이는 게 별거 아닌 사람들이라고 판단되지만 강도를 처음 접하는 이나드는 섣불리 나서지 않았다.

 

 “사람... 도적?”

 

 “어? 느낄 줄 알아요?”

 

 숨어있는 사람의 기척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놀란 이나드였지만 카샤는 이나드의 반응을 보고 때려 맞추다시피 알아차렸을 뿐이다. 그걸 이나드가 알 리 없지만

 

 “나도 내 한 몸은 지킬 수 있다고”

 

 카샤는 당황하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허리를 꼿꼿히 세우며 대꾸했다. 이나드는 그 모습이 조금 귀엽게 느껴졌지만 입 밖으로 내 뱉지는 않았다.

 

 “근데 제법이네. 나보다 더 빨리 알아채다니”

 

 “수호사제가 목표면 이 정도는 해야죠”

 

 그렇게 둘이서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않은 채 시시덕 거리고 있으니 바위 뒤에서 숨던 자들은 참다못해 제 발로 나타났다.

 

 “둘이서 뭘 꽁냥거리는 거야! 가지고 있는 거 다 내...”

 

 세 명의 강도들은 둘의 복장을 보자 굳어버렸다.

 

 “이... 이봐 사제 잖아...”

 

 “사제를 상대로 도적질은 좀...”

 

 아무래도 사제에게 나쁜 짓을 하는 것에 대해 껄끄럽게 느끼나 보다.

 

 “신께 벌 받을 짓을 하면서 벌 받기 싫어하는 게 꽤나 아이러니하네”

 

 “저도 그 생각 했는데”

 

 그렇게 두 명의 아저씨가 우왕좌왕 하던 중 리더로 보이는 아저씨가 분위기를 제압했다.

 

 “이익... 신이라는 게 대수야? 벌 받아 죽나 굶어 죽나 매한가지지!”

 

 “그... 그래!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당장은 먹고 살아야지!

 

 육체를 도끼와 단검으로 무장한 아저씨들이 다시금 정신을 차려보지만 이나드의 눈에는 서툴기 그지없어 보였다. 아저씨들의 손에 든 무기만 없다면 지나가던 여행객이나 마을사람이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니 그 물건 그대로 들고서 나무하러 간다거나 사냥하러 간다고 해도 믿을 것 같다. 이나드는 짐을 잠시 내려놓곤 세리오스에게 선물 받은 장갑을 끼며 자연스레 앞으로 나왔지만 긴장한 듯 조금 뻣뻣한 몸동작을 보였다. 그리고 카샤는 그런 이나드의 몸 상태를 곧바로 알아챘다.

 

 ‘긴장하네 두려운 건가’

 

 확실히 이나드는 긴장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겪는 낯선 사람이지만 죽을 것이라는 위험이나 공포는 들지 않았다. 웃기게도 그가 긴장한 이유는 처음으로 낯선 사람을 때린다는 상황이라는 이유였다.

 

 ‘어떻게 때려야 하는 거지 어딜 때려야 하는 거지 쌔게 때려야 하나 약하게 때려야 하나? 탁치면 억! 하고 죽을 수도 있다는 데’

 

 그렇게 긴장을 하고 있자 삼인조 쪽에서 나선 것은 리더 아저씨였다. 나름 리더답게 도끼를 들고 앞장을 섰지만 긴장한 건 아저씨도 마찬가지였다. 그 이유를 카샤가 판단해 봤을 때 이쪽이 사제라는 이유보다는

 

 ‘저거 초보인데?’

 

 도적질 자체가 초행이라서 였다. 그 이유는

 

 ‘도끼를 잡는 그립도 엉성하고 스탭도 엉성하고 시선도 뒤죽박죽이고...’

 

 모든 것이 초보자의 몸짓이었고, 이는 첫 경험이 중요한 이나드에겐 다행이지만 이래나 저래나 카샤는 긴장감 넘치는 이 상황이 매우 흥미진진했다. 엔지 사제가 그녀에게 말하길 고수들의 싸움도 재미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아마추어들의 싸움도 그에 못지않게 재밌다고 했었는데 이제야 그 말을 이해 할 수 있었다.

 

 “......”

 

 모두에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 한동안 맴돌았다. 그리고 그걸 먼저 깬 쪽은 도끼를 든 아저씨 쪽이었다.

 

 “우...우와아아앗”

 

 “우와아아악!”

 

 전쟁터에서 돌격을 하는 병사처럼, 긴장을 떨쳐내기 위해 아저씨는 힘차게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고 이나드는 그 소리에 놀라서 덩달아 고함을 질렀지만 제 정신을 차린 저쪽에 비해 이쪽은 정신이 나가버렸다. 결국 이나드의 목에서 비명에 가까운 것이 나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본능이 육체를 지배하며 몸에 밴 전투자세를 순식간에 취하게 만들었다. 그것도 모르고 달려오던 아저씨는 이나드의 왼쪽 어깨를 향해 도끼를 내리찍었다. 그 와중에 살인은 하고 싶지 않았는지 머리쪽을 피한 모양이지만 본능에 몸이 맡겨진 이나드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험에 대해 반사적으로 회피동작과 반격동작을 취했다.

 

 몸을 살짝 비틀어 피하며, 오른손 스트레이트가 안면에 클린히트하자 리더 아저씨는 그렇게 비명도 없이 바닥에 누워버렸다,

 

 “헉. 헉.”

 

 겨우 주먹 한 번 내질렀을 뿐이지만 쓰잘데기 없는(?) 긴장과 걱정으로 인해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체력소모가 커져 지친 이나드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별 거 아니다. 긴장이 풀리며 정신을 차린 이나드에게 이런 아저씨들은 한 주먹거리. 목표는 단검을 쥔 채 이나드와 땅에 누운 아저씨를 번갈아 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아저씨

 

 “흠!”

 

 짧게 기합을 넣으며 아저씨와의 거리를 단숨에 좁힌 이나드가 아저씨의 턱에 오른 주먹을 꽂아 넣자

 

 “컥”

 

 하는 소리와 함께 스르륵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두 명의 도적을 쓰러뜨리고 마무리를 하려고 남은 아저씨를 돌아보자 의지를 잃어버린 그는 무기를 떨구곤 순식간에 무릎을 꿇어버렸다.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세요”

 

 “......”

 

 그 모습에 둘은 김이 완전히 새버렸다.

 

 “어떻게 하... 죠?”

 

 이런 일도 처음인 이나드는 멍하니 카샤를 향해 뒤를 돌아보았다.

 

 “음...”

 

 결정을 맡게 된 이쪽의 리더는 차분히 생각을 가다듬었다.

 

 “정석적인 방법은 이 사람들을 묶어서 근처의 큰 마을에 넘긴다 라는 방법. 하지만 근처에 감옥같은 게 있는 마을도 없고, 둘이서 세 명의 아저씨를 데려가기도 불편할 뿐더러 무엇보다 묶을 밧줄도 없지. 고로 가장 간단한 방법은...”

 

 ‘죽이는 것이다.’

 

 사실 이 방법은 다른 여행자나 용병들도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어지간히 유명한, 현상금이 달려있는 도적이 아닌 이상 그런 수고를 벌여도 얻는 게 없기 때문. 그래서 여행자가 도적을 털어먹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기도 한다. 교회를 포함한 대부분의 단체에서 이런 일들을 정당방위로 취급하지만 사제로서 몬스터 외에 누군가를 죽인다는 일은 피해야 하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살인을 비롯한 누군가를 죽이는 일은 카샤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것.

 

 그녀가 말을 뜸들이고 있자 이나드는 긴장되었다.

 

 “...간단한 것은요?”

 

 “꿀꺽”

 

 그 상황에 무릎꿇은 아저씨도 덩달아 침을 삼키며 긴장했다.

 

 “...봐줄테니까 가보세요”

 

 “...예?”

 

 “네?”

 

 “봐줄테니까 가보시라고요”

 

 “저... 정말 가도 되는 겁니까?”

 

 “마음 바뀌기 전에 가시는 게 좋을 거에요?”

 

 “히익”

 

 무표정에 그런 말을 하니 후다닥 도망치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질질질질

 

 남은 두 명을 질질끌면서

 

 “...의리 있네 저 아저씨”

 

 “그러게요”

 

 그걸 가만히 바라보던 카샤는 그에게 외쳤다.

 

 “아저씨!”

 

 “예...옛!?”

 

 질질 끌고 가던 자세로 멈춰 고개만 들어 올린 그의 얼굴은 당황과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이런 짓 한 번만 더하면 직접 벌줄 거에요”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자 ‘히익’ 하며 얼굴을 다시 내리곤 ‘죄송합니다. 다신 안 그러겠습니다.’ 라는 말을 연달아 외치며 두 배의 속도로 물러났다. 순식간이었기에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표현하던 아저씨의 얼굴은 공포로 가득 찬 얼굴로 변했다.

 

 “정말 놔 주는 건가요”

 

 “그럼 저 아저씨 세 명 다 데리고 다녀? 어디 도망이라도 치려나 이상한 짓이라도 하려나 신경쓰면서? 그리고 난 그 일에 손도 안 댈 건데?”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흥”

 

 이건 비웃음일까 칭찬에 대한 기쁨일까라고 생각하던 중 이나드는 좀 전의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근데 아까 뜸들인 건 뭣 때문인가요?”

 

 “...몰라도 돼”

 

 카샤는 진심을 담아 대화를 거부했지만, 좀 전의 일로 친해졌다고 생각한 이나드는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말았다.

 

 “에이 알려주시면 안 돼요?”

 

 “몰라도 된다니까!”

 

 카샤의 거친 태도에 이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닫게 되었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은 법. 둘은 다시금 침묵을 유지하며 아까와 같은, 아니 아까보다 더 나쁜 상황이 되었다.

 저 만치 앞서서 성큼성큼 걸어가는 카샤와 그녀의 눈치를 보며 따라가는 이나드. 산길이었던 아까보다 길은 편했으나 마음의 길은 훨씬 불편했다. 사과를 하긴 해야 하는데 살면서 누군가를 진지하게 화나게 만든 적이 없다보니 사과하는 타이밍이 뭔지,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당최 알 수 없던 이나드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고 어느새 시간은 빠르게 지나 어느새 날이 저물어졌다. 날이 저물기 시작하자 주위를 둘러보던 카샤는 길에서 조금 벗어난 곳으로 목적지를 향했고 이나드는 고분히 따라갔다.

 

 “배낭”

 

 “...여기”

 

 걸어가던 카샤는 멈춰서자마자 다짜고짜 배낭을 요구했고 이나드는 잠자코 건네주었다. 뭘 하려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이곳에서 야영을 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만으로 그쳤다. 그녀는 배낭에서 팔뚝 정도 길이의 목봉들을 꺼냈는데 그건 이나드 자신도 잘 아는 것이었다.

 

 "이거 할 알아?"

 

 "예 압니다."

 

 카샤에게서 그것들을 건네받은 이나드는 그걸들을 조립하기 시작했고 곧이어 자신의 명치 가까이 오는 기다란 나무기둥이 완성되었다.

 

 "잘하네"

 

 "몇 번 써 본적이 있어... 서요"

 

 그걸 건네 받은 카샤는 한 곳에 박아 넣었다. 봉사활동을 하며 이나드에게 익숙해진 그것은 파마침라는 이름을 가진 물건이다. 성력으로 특수 가공처리 된 나무기둥인 파마침은 땅에 박아 넣으면 특수한 성력이 구 형태로 퍼져 야생동물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거나 성력을 못 쓰는 자의 침입을 물리적으로 막아내는 물건으로. 야생동물이나 도적의 습격을 걱정하면서 불침번을 서거나 나무위에서 자는 일을 안 해도 되는 좋은 물건이다. 오크나 고블린 같은 몬스터들에겐 효과가 낮지만 봉사활동을 통해 몬스터들의 씨를 말릴 정도로 퇴치한 결과, 산이 아닌 평지에서 몬스터를 만날 확률은 마른 하늘에 성난 드래곤을 만날 확률과 같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게다가 지금 이나드에겐 그런 사소한 걱정보다 어떻게 사과를 할 지가 가장 큰 문제였다.

 

 "......"

 

 "......"

 

 저녁 또한 점심과 마찬가지로 식전 기도 후 침묵 속에서 마른 빵에 물을 먹었다. 조금 전 일에 대해 생각을 하느라 정신이 팔린 이나드는 음식이 코에 들어가는지 입에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정작 본인은 점심때처럼 음식을 야금야금 잘도 먹는 것 같았지만 그녀에겐 잘못이 없었다. 저녁을 먹은 후 곧바로 배낭에서 모포를 꺼낸 그녀는 배낭을 이나드에게 던지다시피 주었고 군말없이 받아들은 그는 자신의 모포를 마저 꺼냈다. 그녀를 바라보자 어느새 이부자리를 깔끔하게 펴서 잘 준비 만반이었다. 그걸 보며 오늘은 사과하기 글렀구나 생각하는 이나드였다. 청명한 가을하늘, 고요하게 별 빛이 빛나는 밤하늘, 연인이나 연인 지망생들에게는 무언가 진전이 이뤄질 법한 광경이었지만 이나드에겐 그저 걱정으로 잠 못 드는 가을 밤하늘이었다.

 

 ‘내일 어떻게 사과하지’

 

 라는 생각으로 가득찬 그는 모포를 뒤척이며 쉽사리 잠을 자지 못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뒤척이지도 않는 카샤를 보고선 금방 잠에 든 줄 알았지만 잠들지 못하고 있는 건 카샤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너무 심했나’

 

 그녀 자신으로서도 아까 한 말이 지나쳤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잘못도 있어서 쉽사리 먼저 사과하지 못 하겠고 사과를 하면 우세를 점하고 있는 지금의 체면적 위치가 반전 될 것 같기도 하고 아직 자신의 화가 안 풀린 것 같기도 하고 이런 복합적인 생각들이 뒤섞여서 자신의 판단과 생각이 수면을 방해하고 있었다. 그렇게 두 명 모두 비슷한 생각으로 밤을 지새우는 듯 했으나 노숙이 체질인지, 피곤해서인지 이나드는 자신도 모르게 금방 잠들고 말았다.

 

 그렇게 그와 그녀의 첫날밤이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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