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을 마치고, 평소와 같이 등교 준비를 하고서 간단히 토스트와 잼으로 아침식사를 때우고, 평소와 같은 학교로 등교했다.
〔드르륵〕
교실의 뒷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가자, 교실 안에는 서로 친한 친구들과 모여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나는 사고의 후유증으로 고등학교 입학을 1년 늦췄고, 19살이지만 아직 2학년밖에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몇 명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지만, 그렇게 좋은 반응을 해주지 못했고, 점점 학교에서 타인에게 말하는 횟수가 줄어들게 되었다.
나는 조용히 창가 쪽에 있는 내 자리에 앉아 소설책을 읽기 시작했다.
교우관계에 벽을 쌓아온 내가 가진 유일한 취미는 자연스럽게 독서가 되었고, 그중에서도 판타지를 가장 좋아했다.
"자, 슬슬 1교시 시작한다. 자리에 앉아라"
어느새 담임선생이 교실로 들어와 학생들을 조용히 시키기 시작했고, 나는 읽고 있던 책을 다시 가방에 넣고 교과서를 꺼내어 수업 준비를 했다.
----
"여기에는 아까 알려준 공식을 사용하면 쉽게.."
3교시 수학시간
평소처럼 지루한 수업을 들으면서 문제를 풀고, 또 풀고를 반복하던 나는 조금씩 졸리기 시작했다.
옆에 다른 반 친구들도 졸거나 몰래 자는 사람이 생겨났고, 결국 수마에 이기지 못한 나는 눈을 감아 졸기 시작했다.
----
"만약에 다른 세계에 너의 가족 중에 한 명이 살아있고 네가 만날 수 있다면.."
"어떻게 할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 가족?"
"그래, 네가 잃어버렸던 가족 말이야"
"정말로.. 다시 만날 수 있는 거야?"
"그건 네가 선택하기에 달렸지"
나를 유혹하는 듯한 목소리.. 하지만 싫지는 않았다.
"너는 누구야?"
"나? 나는 너희들이 흔하게 말하는 신이야"
"...신?"
"어머, 믿지 않는 거야? 가족을 다시 만나기 싫어?"
"가족을.. 만나고싶어"
"후후.. 그래, 알겠어"
그리고 눈앞에 자그마한 푸른 불꽃이 생겨나 일렁였다.
"그걸 잡아봐"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작게 타오르는 불꽃을 양손으로 감쌌다.
"뜨겁지.. 않아?"
그 말을 한순간, 손이 타오르기 시작했고 점점 몸으로 확장되어왔다.
"으윽!! 뜨거워..!!"
타오르는 고통을 느끼며 나는 발버둥 쳤지만, 불은 꺼지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팔의 살들이 달걀 껍질 깨지는 것처럼 균열이 생기더니 떨어지기 시작했다.
"대체..으윽!! 무슨 짓을..윽!"
"자.. 어서와, 나의 세계에"
"으아아!!!!"
----
"...수....일.....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수!! 일어나!!!"
"...윽!"
나는 깨질 거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상체를 일으켰다.
"기수야 괜찮은거냐? 힘들면 보건실로 가서 쉬어"
앞에서 수업하시던 수학선생님이 나에게 다가와 괜찮냐고 연이어 물어보셨다.
내 얼굴에는 땀이 흥건했고, 교과서가 다 젖어 눅눅했다.
"가위라도 눌렸어? 엄청 괴로워 보였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반 친구들이 모두 나를 수군거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아, 아니에요. 이제 괜찮아요"
"그래? 그건 다행이네 하지만 무리하지 말고, 몸이 안 좋으면 조퇴라도 해라"
"네.."
수학선생님은 그렇게 다시 수업을 시작했고, 나는 가슴속에 아직도 조금 남아있는 뜨거운 열기를 참으며 수업을 들었다.
----
수업이 모두 끝나고 종례를 마치자 다들 하교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괴로워..'
처음에는 참을만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속의 열기는 점점 뜨거워지는 거 같았다.
'병원에 가야겠어..'
열기가 점점 참기 힘들어지자, 나는 결국 병원에 가기로 결심했다.
'돈이.. 칫, 하필 집에 놓고왔구나'
주머니를 살펴보던 나는 오늘 돈을 전부 집에 두고 왔다는 걸 깨달았고, 고통을 참으며
집으로 향했다.
----
"하아..하아.."
집에 도착해 침실에 들어간 나는 더 이상 열기를 견디기 힘들었고, 가방을 그대로 바닥에 던져놓고 침대 위에 쓰러졌다.
"빨리 119를..."
나는 주머니에 있는 휴대폰을 꺼내어 잠금 화면을 풀려고 손가락을 가져다 댔지만, 점점 흐려지는 시야 때문에 패턴을 풀지 못했다.
"하아.. 왜 하필 패턴을 윽.. 복잡하게 해놔서.."
그리고 가슴속의 열기는 온몸으로 퍼져나갔고, 들고 있는 휴대폰을 맥없이 옆에 떨어뜨렸다.
"..."
이제는 몸의 열기가 느껴지지 않았지만, 몸의 감각이 사라진 것 같았고,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점점 시야가 좁아지면서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이대로 죽으면... 천국에서 부모님과.. 그리고 동생을 만날 수 있는 건가'
지금 이 세상에 미련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를 소중히 대해준 이모네 가족에게는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최기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
"여긴 어디지?"
나는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새하얀 방, 그리고 새하얀 가구들.. 온통 흰색이였다.
"어서오세요"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고, 나는 그 방향으로 몸을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했지만, 어째서인지 얼굴쪽이 흐릿해서 자세히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목소리를 통해 여성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누구..세요?"
"지금 말씀드려도 아마 모르실 거예요"
그러고는 그녀는 새하얀 의자에 앉았다.
"그것보다 여기는 어디죠? 저는.. 죽은건가요?"
"아마, 원래 살던 세계의 당신은 죽었겠죠. 하지만 그녀가 만든 세상에서 다시 살아가실 겁니다"
"만든..세상?"
"앞으로 당신에게 많은 시련이 찾아오겠지요"
"하지만, 희망을 잃지 마시고, 자신의 신념을 관철해주세요.."
그리고 점점 여성의 모습의 흐려지기 시작했다.
"자, 잠깐! 갑자기 무슨 소리야. 설명을.."
"부디.. 저희처럼 비극으로 끝나지 않기를.."
그렇게 여성의 모습이 사라졌고, 잠시 뒤 하얀 방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더니, 이내 산산조각 나면서 나는 깜깜한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
나는 눈부심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뜨고 하품을 했다.
"크와~~~~앙(후아~~~~암)"
'...응? 방금 뭔가 이상한 소리를 내지 않았나?'
비몽사몽한 상태로 일어나 하품을 하니 입에서 평소와는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방금..'
여기까지 생각한 나는 그대로 일어나려 했고, 평소와는 다른 느낌과 무게중심으로 잠시 휘청거렸고, 나는 아래를 바라보았다.
검은 몸과 비늘, 등에서 느껴지는 날개, 그리고 꼬리...
판타지에서 나오는 용의 모습이였다.
"쿠어~~!!!!!(뭐야 이거~~!!!!!)"
큰 함성이 울리고 동굴이 크게 진동했다.
그렇게 나는 【검은 용】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