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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리본, 나에게 온 달
작가 : KISS
작품등록일 : 2017.6.2

최초의 리본이자 원치 않는 불멸의 삶을 살고 있는 솔라(해랑)와 5대째 그녀를 모시고 살고 있는 유씨 가문. 신이 온갖 불행을 몰아주기로 작정한 것 같은 라휘(주 선)가 그들 앞에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달콤 살벌한 판타지 드라마.

 
우연히, 봄
작성일 : 17-06-03 16:34     조회 : 227     추천 : 0     분량 : 5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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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친 데는 좀 괜찮니?”

  옷을 갈아입던 라휘는,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를 악물었다. 마지막 단추까지 채운 다음 천천히 뒤돌아선 그는,

  “노크도 없이 들어오는 건 어디서 배워먹은 버릇이야?! 그리고 말하지 않았던가? 남의 기억 함부로 읽지 말라고.”

  라고 으르렁거렸다.

  “남이라니, 동생. 섭섭하다. 나도 말하지 않았나? 읽고 싶어서 읽는 게 아니고, 형으로써 동생을 걱정하는 건 당연 한 거지.”

  치켜 올라간 눈매를 가늘게 접으면서 라준이 대꾸했다.

  “동생을 죽이려고 한 네가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라준의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싹 사라졌다. 성큼성큼 걸어간 그는 동생의 어깨를 잡아 돌려 세웠다. 똑 닮은 두 얼굴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차이점을 찾자면 조금 더 사나운 라준의 눈매와, 백 금발에 가까울 정도로 탈색한 머리카락. 화려한 피어싱 이었다. 당장, 아이돌로 연예계에 데뷔해야 할 것만 같은 외모와 복장이었다.

  라준에 비하면 라휘는 무채색에 가까웠다. 짙은 밤색 머리카락과 조금 더 순해 보이는 눈매. 목 끝까지 채운 와이셔츠에 단정하게 맨 넥타이까지. 전형적인 범생이를 연상케 했다.

  “또 그런다. 근거 없이 소설 쓰고 그러는 거. 이제 지겹지 않아?”

  “근거 없이 소설 쓰는 걸로 보여?”

  “응, 열등감에 사로잡히다 못 해 피해 의식에 찌든 네가 소설 써 대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아. 아니야?”

  “....”

  “이해는 한다. 부모님 둘 다 S급의 예지력을 갖고 있는데 자식은 제로. 흔한 일은 아니지.”

  “....”

  가장 아픈 부분을 사정없이 찔러댔다.

  “아버지가 물어보더라. 오늘 출근할 수 있냐고.”

  “....”

  “멀쩡한 걸로. 오늘 마녀 등록 센터 갔다 와야 하는 거 알고 있지? 먼저 간다.”

  라준은 창문을 활짝 열었고, 이내 빗자루를 타고 밖으로 빠져 나갔다. 나가기 전, 라휘는 벽에 걸린 달력에 체크를 했다. 붉은 색 엑스 표시가 가득했다. 제발 오늘 하루는 별 탈 없이 넘어가기를.

 

 *

 

  로튼 본사, 6층 회장실.

  “내가 늦은 건 아니죠?”

  “괜찮습니다.”

  라준의 빗자루를 받으며 비서가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동생이 다쳤다고 해서, 상태 좀 살폈는데 괜찮은 것 같더라고요.”

  “주주 분들이 아시면 안 좋아 하실 텐데요.”

  “그래서 몰래 다녀왔습니다.”

  ‘몰래’ 란 말을 강조하면서, 라준은 활짝 웃었는데 선물 포장을 뜯기 전의 어린 아이 같았다.

  “비밀로 하자, 그 말씀이시군요?”

  “이 비서님은 눈치가 빨라서 참 좋아!!”

  “입에 발린 칭찬은 소용없습니다. 늘 말씀하시는 것처럼 요걸로 성의를 보이셔야죠.”

  보관함에 빗자루를 집어넣으며, 이 비서는 엄지와 검지를 붙여 동그랗게 만들어 보였다.

  “적당히 속물적인 부분도 아주 마음에 들어요.”

  “누가 물어보면 외부 미팅 나갔다가, 이제 막 들어오셨다고 하겠습니다.”

  “제가 부탁한 건 어떻게 되었나요?”

  “동생 분 사고에 관한 자료라면 책상 위에 올려 두었습니다.”

  “고마워요.”

  이 비서가 나가고 난 후, 라준은 의자에 앉은 채 길게 기지개를 켰다. 그 모습이 섹시하게 잘 빠진 표범 한 마리를 연상시켰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은 책상 위에 있는 가족사진이었다.

  “아, 누가 또 이걸 여기다 놨어. 이런 가족적인 거 정말 싫어하는 데.”

  6살 때였나, 7살 때였나. 해맑게 웃고 있는 것을 보니 마녀 검진을 받기 전이었을 것이다.

  ‘왜? 왜 나만 제로야?! 엄마랑 아빠랑, 너도 마년데 왜 나만 제로냐고!!’

  라휘가 제로 판정을 받은 그 날 이후 우리가 함께 모여서 사진을 찍는 일은 없어졌다.

  ‘A급 사이코메트리라, 강회장님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긴 해도 꽤나 괜찮은 등급이로군요.’

  A급임에도 불구하고, 불량품 취급을 당한 것을 생각하면 제로인 라휘에게 가해진 차별은 차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언제부턴가,

  ‘외동아들인 라준입니다.’

  ‘아버지?’

  라휘는 없는 자식이 되어 버렸다.

  만약 라휘가 화를 내거나, 욕을 하거나 폭력이라도 휘둘렀다면 지금처럼 속이 답답하지는 않았을까.

  라준은 자료를 넘겨보았다. 이상하게 라휘 녀석 주변에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이번처럼 목숨을 위협 받을 만한 사고가 최근 3건, 소소하게 다치거나, 응급실에 실려 가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많다. 그것도 정확하게 라휘 만을 노려서 벌어진 사고였다.

  “그 녀석은 날 의심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난 아니란 말이지.”

  그렇다면 남는 것은 누가 그랬느냐다.

  마녀와 구루마. 서로를 향한 테러는 갈수록 심각한 상황에 이르러, 지금은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라준은 의자에 몸을 기댔다.

  “짚이는 것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문제는 제일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란 말이지.”

  뭔가 필요했다. 동생을 보호해 줄 무언가가.

 

 *

 

  직장인들이 그렇듯이 마녀들도 제일 싫어하는 것이 월요일이다.

  취준생들이 제일 원하는 회사가 로튼 같은 대기업인 것처럼, 마녀들이 제일 원하는 직장은 마녀 관리 센터이다. 출퇴근 시간이 유연하고, 주말이나 붉은 날짜로 표기된 공휴일은 무조건적으로 쉰다. 능력만 된다면 연차에 상관없이 많은 액수를 받아 갈 수 있으니 한 번쯤은 꿈꿔볼 만한 직장인 것이다.

  마녀들이 출근하는 모습은 각양각색이었다. 보유 능력이 순간이동인 마녀들은 그대로 집에서 워프를 하고, 구루마들의 문화를 체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마녀들은 대중교통을. 기본적인 방법을 선호하는 마녀들은 빗자루를 타고 출근했다. 누군가는 가장 재밌는 것이 마녀들의 출근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라고 한다.

  정부에서 출퇴근 문제로 몇 번 항의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빗자루도 있는 마녀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나. 그때마다 마녀 관리 센터에서 내놓은 대답은 똑같았다. 우리는 마녀 개개인을 존중하므로, 통제하거나 억압할 수 없다고.

  문제는,

  “일이 너무 많아.”

  솔라가 자신의 책상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총 5층으로 되어 있는 마녀 관리센터. 그녀가 근무하고 있는 3층은 경호 부서였다. 소위 말하는 흉악 범죄자들을 잡거나, 의뢰 받은 인물들을 보호해준다. 갈수록 늘어나는 테러 때문에 생긴 신설 부서로 근무하는 마녀들은 5명 내외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책상 위에 쌓인 서류를 치웠다.

  “언제쯤 새로운 마녀를 뽑을라나.”

  “그거 안 뽑을 걸요.”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며 환이 걸어 들어왔다. 입에 춥파춥스를 물고 있는 그는, 많이 봐줘야 20대 초반의 남성으로 펌이 들어간 화려한 핑크색 머리가 인상적이었다.

  “굿뭘닝, 누님.”

  혀를 굴리며 버터 발음을 내던 그는, 마찬가지로 서류가 잔뜩 쌓인 본인의 책상을 보자마자 인상을 확 찌푸렸다.

  “이거 진짜 힘드네. 누님 우리 확 이직해버릴래요?”

  “나도 이직하고 싶다. 근데 아까 그 말은 뭐야? 진짜 새로 안 뽑는데?”

  “우리 팀장님 성격 알잖아. 빗자루 부서에서 죽는 소리를 좀 했더니 이번 시즌 공채 채용 양보한다던데.”

  “그쪽은 죽는 소리를 할 뿐이지, 여긴 진짜 죽겠다고!!”

  “왜 나한테 그래? 내가 양보하라 했어?”

  빗자루 케이스를 내려놓던 환은, 자신의 저지에서 서류를 하나 꺼내 건넸다.

  “그거 누님꺼. 누님 사진 잘 나왔더라. 단속 부서로 넘어가기 전에 몰래 빼왔어.”

  사고가 났던 그날 밤에 찍힌 것 같았다. 150이라, 답답한 마음에 속도를 좀 냈더니 벌금이 세게 나왔다.

  사진을 바라보는 데,

  『네, 저도 반갑습니다.』

  피떡이 되어 쓰러졌었던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양복을 입고 제법 단정해진 모습으로 나타난 그의 시선은 정확히 솔라를 향해 있었다. 뭐야, 이거 예지? 느닷없이 보였던 만큼, 끝나는 것도 순간이었다. 얼이 빠진 그녀의 귓가로,

  “어때? 고맙지?”

  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고맙다.”

  그때, 양복을 입은 덕수가 들어왔다.

  “뭐야, 왜 두 놈 밖에 없어? 로비 이놈은 어딜 간 거야, 아니면 출근을 안 한 거야.”

  “로비는 외근이요. 근데, 팀.장.님.?”

  솔라가 은근한 강세를 주면서 덕수를 불렀다.

  “....”

  “내가 환이한테 재밌는 걸 들었는데, 이번 채용. 그거 빗자루 부서로 넘겼다면서요. 진짜예요?”

  덕수는 원망스런 눈길로 환을 바라봤지만, 어쩌랴.

  이미 버스는 떠나간 것을.

  “아, 그게 내가 너희들하고도 상의를 하려고 했는데, 깜박했네. 저번에 빗자루 부서 팀장하고 술을 먹는데, 그 인간이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고 그러지 뭐냐. 눈 밑이 퀭한 게 너무 짠해 보여서 그럼 이번 채용은 빗자루 부서에서 하라고 했지.”

  “....”

  “솔라야?”

  “인간이 진짜 미친 거 아냐?! 당장 힘들어서 죽을 것 같은 건 우린데, 왜 멋대로 넘기고 그래요!!! 그거 취소해. 당장 가서 취소하라고요.”

  “취소 못 해. 지난주에 공고 다 띄웠어.”

  기가 막힌다.

  “어차피 늬들은 젊잖아. 젊을 때 몸 좀 굴리고, 고생 좀 해봐야 나중에 노년이 편하다.”

  덕수는 자신이 친 대형 사고를 인식하지 못 하는지, 열 받아 있는 솔라에게 냅다 기름을 끼얹었다.

  “아, 그래요?!”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마냥 솔라의 눈빛이 살벌하게 번뜩였다. 그녀는 자신의 책상에 쌓인 서류를 집어 들더니, 환의 책상에 놓인 서류까지 몽땅 챙겼다. 그리곤,

 

  쾅--

 

  보란 듯이 덕수의 책상에 올려놓았다.

  “너, 지금 뭐하냐?”

  “뭐하긴요. 팀장님이 그랬잖아요. 젊었을 때 고생해야 노년이 편하다고. 지금 고생 좀 하세요. 그래야 노년이 편하지.”

  “뭐!? 야 이 지지배야!!”

  “지금 뭘 잘했다고 큰 소리예요!!”

  욱하는 심정에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이내 터져 나오는 솔라의 고함 소리에 움찔했다. 지금 이 상황은 덜 떨어진 남편 때문에 속이 뒤집어진 아내의 모습이랄까.

  하극상이었지만, 실력 좋기로 유명한 솔라가 관둔다고 할까봐, 덕수는 더 이상 몰아붙이지 못했다. 따지고 보면 애초에 이 모든 것의 발단은 자기 때문에 그런 거니까.

  “아.. 알았어. 그럼 다음 공채는 꼭 여기서 낼 게.”

  결국 깨갱 하면서 꼬리를 만 것은 덕수였다.

  “근데 오늘 뭔 일 있어요? 웬 양복?”

  한바탕 성질을 부리고 나자 그제야 덕수의 옷차림이 눈에 들어왔다.

  “일찍도 물어본다. 니들은 옷차림이 왜 그 모양이야?”

  왜냐고 물어봐도, 평소에 입고 다니던 대로 입고 온 것뿐인데. 영문을 모르는 솔라와 환은 서로를 쳐다봤다.

  “니들 공문 안 읽어봤냐?”

  그런 걸 받은 기억은 없다. 그 이전에 여기서 서류랑 공문을 어떻게 구분해? 여기서 서류랑 일반 공문이랑 구분할 수 있는 놈이 있기는 한가.

  “로튼하고 계약 체결하기로 했어. 지속적으로 테러 협박이 들어오나 봐. 당분간 로튼 업무 빼면 모든 것은 스톱.”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고급정장을 쫙 빼입은 사람이 들어왔다. 어라? 저 사람은. 솔라의 눈동자가 커졌다. 짙은 밤색 머리카락에 목 끝까지 다 채운 와이셔츠와 넥타이. 첫 만남은 피떡 이었지만, 두 번째 만남은 제법 깔끔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강라휘라고 합니다.”

  “전 이달수라고 합니다. 경호부서 팀장입니다. 반갑습니다.”

  라휘의 시선이 달수의 어깨 너머에 있는 솔라에게 가서 꽂혔다. 짧은 순간 까만 눈동자에 놀란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저 여자는 분명히,

  ‘그러는 넌 병신? 사람 알아볼 정신이 있고, 말 할 정신이 있으면 어떻게든 빠져 나올 생각을 해야지. 죽어 달랬다고, 자기 인생 포기하는 사람이 어딨어. 발버둥이라도 쳐 봐야 할 거 아냐’

  날 구해줬던 여자다.

  “네, 저도 반갑습니다.”

  솔라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 한 라휘는 그렇게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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