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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매향유희
작가 : 정린
작품등록일 : 2017.6.3

상처는 아물수록 단단해진다. 사랑의 기억을 이겨내고 강해지는
한 여자의 로맨스무협판타지

 
제 2화. 자신과 고통을 분리할 것
작성일 : 17-06-03 14:03     조회 : 275     추천 : 2     분량 : 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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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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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단에 놓인 제물들이 청향의 주문을 받드는 듯, 깃발들이 펄럭이고 동상들이 함께 염(念)을 외우기 시작했다.

 

 물에 섞인 재는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변하여 형체를 잡기 시작했다. 

 

 두 마리의 용의 그림으로 물속에서 서로에게 으르렁 거리고 있었다. 비늘을 세우고, 서로를 향해 눈빛을 쏘아댔다. 각자의 형체를 완전하게 만들어가는 동안 거리를 두고 맴돌며 긴장 속에서 서로를 겨누었다. 공격적인 모양과 동시에 방어하는 태도를 하고 있다가 서로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붉은 용과 검은 용, 두 기운으로 수정 그릇 안이 검붉은 색으로 소용돌이치더니, 바람을 타고 휘몰아쳐 순식간에 수정구 밖으로 튀어나왔다. 

 

 서로에게 으르렁 거리고, 서로를 얽어매다가 서로가 서로를 죽이려는 듯 엉켜 싸웠다. 제사장 안에 긴장이 맴돌았다. 청향과 운향도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다.

 긴장하는 듯 지켜보고 있다가 운향이 청향에게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두 마리의 용들은 계속해서 서로를 강하게 얽어매고 서로를 물고 놓아주질 않고 있다가 결국 스스로도 죽고 마는 이야기를 끝으로 연기처럼 사라졌다.

 

 청향이 새롭게 두 개의 향을 피워 기도를 올렸다. 청향이 운향에게 말했다.

 

 

 "필시 이 녹림의 아이를 반드시 찾아야 합니다. 함께 하지 못하고 등을 지게 되면, 매서운 칼바람이 또다시 들 것이에요. 서로가 서로의 피를 원하고, 서로를 갈증하다 놓아주질 못하고, 결국 스스로 사하는 합(合)입니다."

 

 

 "그래야지. 허나 자네가 보지 못한 것이 있다네."

 

 

 운향이 청향이 했던 것처럼, 손가락으로 재를 집어 커다란 수정 그릇에 뿌렸다.

 

  다시 제사장 안에는 폭퐁같은 바람이 휘몰아쳤다. 방금처럼 붉고 검은 용의 그림이 나타났다. 그리고 전보다 빠르게 전개되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 분노와 격정을 참고 있었다는 듯 달려들었다.

 

 경계할 시간도 없이 두 마리의 용이 서로를 향해 무섭게 달려들었다. 운향은 급하게 다시 재를 집어 뿌렸다.

 

 이번엔 백호가 나타났다. 기세가 등등하고 덩치가 용만큼이나 크고, 검은 문양이 뚜렷하게 새긴 백호의 그림이 기지개를 켰다. 

 

 호랑이가 포효하는 듯 크고 장대한 소리가 제사장안을 울렸다. 싸우고 있는 두 마리의 용과 한 마리의 커다란 호랑이, 엉켜 붙어 있는 두 마리의 용으로 커다란 백호가 달려들어 죽어가는 두 마리의 용에게 달려들었다.

 

 백호가 두 마리의 용을 커다랗게 입을 벌려 삼켰다. 제사장의 열기와 삼엄함, 운향은 입고 있는 의장을 휘둘러 마지막 기공을 시연했다. 

 

 제사장안에는 붉은 연기와 검은 연기, 하얀 연기가 소용돌이 치고 뒤섞여가면서 어울리다가 점점 짙은 핑크빛이 되어갔다. 진분홍의 홍매화가 수정 그릇위로 사뿐히 내려 앉아 둥둥 떴다.

 

 운향은 수정구 중심에 떠 있던 홍매화를 건져 올려 머리에 꼽았다.

 

 

 "날이 잡히면 바로 언질해 주시게."

 

 

 운향의 목소리가 낮고 근엄하게 깔려 울림이 깊었다. 청향이 감탄한 듯 웃고 있는 모습을 뒤로하고, 서로 미소를 띄우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신이 주신 운명이라 해도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가에 따라서 그 결과는 다른 게 어울리기도 하는 모양이다.

 

 각자의 운명대로 타고났지만, 그 업을 예언하고 다스리고 막힌 운을 틔워주고 또는 탁한 운을 가려주는 것이 그녀들의 역할이기도 했다.

 

 세상이 어지럽게, 거대 세력이 쌍벽을 이루어 다툴 때 그 이상의 전혀 다른 세력이 들어와 균형을 깨서 평정을 되찾는다. 

 

 3은 균형이지만 완성은 아니다. 단지 조화로움이다. 하늘과 땅과 사람의 유기적 관계에 쉬지 않고 숨을 불어 생명을 지니고 있듯이, 불과 흙과 물과 바람, 4원소가 조화롭게 중심을 이룰 때 서로가 서로를 지켜낼 수 있고, 서로가 서로를 다스릴 수 있다. 그 중심과 함께 이루어 오행이라 하였다.

 

 

 도서원의 밤이 다시 고요해졌다. 도서원은 수도인 한양에서 떨어진 청주의 위치에 자리 잡았다. 청주의 산줄기는 동쪽에는 백두대간 상의 속리산에서 갈라져 나온 한남금북정맥이 백족산, 선두산, 선도산, 낙가산, 상당산으로 이어지면서 산악지대를 형성하고 서쪽에는 부모산, 팔봉산, 망일산, 국사봉, 봉무산, 작두산, 노고봉 등의 잔구성 산지가 산재하고 있으며 물줄기는 국절봉에서 발원한 무심천이 중앙부를 통과하며 북쪽으로 흘러 청원에서 미호천과 합류하는 곳이었다.

 

 수도와는 떨어져 있지만, 백호의 대간과 연결된 자리에 위치한 도서원은 비밀스러운 곳인 만큼 경계도 특별했다. 들어오는 입구를 외지인의 눈에 띄지 않게 가려져 있었고, 그 곳을 드나드는 사람은 극히 제한되었다. 길고 어둡고 여러 갈래의 통로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길을 모르고 들어왔다가는 길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수문장(守門將)대감이 나타나 기억을 지우고 눈을 멀게 하여 되돌려 보내고는 했다.

 

 

 도서원에 아침빛이 찾아들었다. 빛이 들자, 도서원 학생들이 봄빛 햇살을 받으며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각각의 다섯 수행실에서는 수업이 진행되었다. 도서원에서는 무엇보다 무술과 기공수련에 내실을 기했다. 본의아니게 전쟁을 겪으며 긴장과 공포가 내제되어 있으며, 실연의 아픔까지 겪었던 기억을 지니고 있다. 그리하여 건강함과 버텨낼 수 있는 근간을 다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이 때, 향공원(무공을 배우는 곳)에서 비명과 신음 소리가 난무하고 있었다. 모두들 뜨거운 가마솥 모래에 손을 담그고 있다. 혜명이 수련생들 사이를 오고 가며 설명을 했다.

 

 

 "평범한 행색의 여인이 무기를 들고 다니는 일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다행히도 맨손으로도 펼칠 수 있는 무공은 많다. 장법, 권법(拳法), 지법(指法) 금나수(擒拏手) 등이 있다. 이것만 잘 다루어도 강호의 절대자로 군림할 수 있다. 어떠냐? 뜨거움과 열의 느낌. 다른 것은 느낄 수 없는 단일의 느낌.. "

 

 

 "사부님, 너무 뜨겁습니다."

 

 "괴롭습니다."

 

 그 중에 신음하며 입술을 꼭 깨물고 있는 재희도 보였다.

 

 "그러하냐? 알았다. 그럼 식혀주마."

 

 혜명은 도술을 부려 가마솥을 얼어붙도록 차갑게 식혔다.

 

 "어떠냐? 시~원 하지 않느냐? 제일 빨리 포기하는 원생은 한 달 내내 뒷간 청소다."

 

 "아~~사부님!!!"

 

 "옳거니, 미생이 네가 한 달간 수고가 많겠구나."

 

 

 못 버티고, 손을 떼는 수련생들이 늘어갔다.

 

 

 "제일 오래 버티는 원생에게는 열흘간의 한양 나들이를 갈 수 있는 상을 내릴 것이다."

 

 여기 저기 신음을 내다가 포기하는 원생 가운데, 미간을 찌푸리며 있더니 점점 고요해지는 한 원생이 눈에 띄었다. 바로 재희였다.

 

 

 "옳거니, 한양나들이 상을 받을 사람은 재희로구나."

 

 "감사합니다. 스승님."

 

 "그래, 어떤 연유로 그리 오래 버틸 수 있게 되었는지 설명할 수 있느냐?"

 

 "뜨겁고 차가운 느낌을 저와 동일시하지 않고 분리하고자 하였습니다."

 

 "옳거니, 그게 바로 분심공이니라! 그 어떤 무기보다 마음을 다룰 줄 아는 자가 고수의 자질이 있는 것이니라. 기특하다."

 

 재희는 그제야 가마솥 안에서 손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부들부들 떨더니,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뜨겁고 차가운 느낌을 저와 동일시하지 않고 분리하고자 하였습니다."

 

 "옳거니, 그게 바로 분심공이니라! 그 어떤 무기보다 마음을 다룰 줄 아는 자가 고수의 자질이 있는 것이니라."

 

 재희는 그제야 가마솥 안에서 손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부들부들 떨더니,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수련은 경험의 양을 축적하여 단련시키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 재희는 남들보다 습득하는 능력이 여러모로 뛰어났다. 어떤 사연인지 모르겠으나, 강하고자 하는 욕구가 남다르게 깊었던 아이었다. 혜명은 운향의 조언대로 재희에게 조금 더 강도를 높였다. 버티는 아이의 의지를 확인하며, 다른 수련생과 차등을 두었었다.

 

 재희는 열이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며 며칠간이나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재희의 방]

 

 

 향의원 서생이 재희의 진맥을 짚었다.

 

 

 "기가 허하지 않게 보호하는 의술을 해 놓았으니, 버틸 수 있을 겁니다. 체력은 여리하지만, 기강은 야무진 아이입니다."

 

 

 대답을 들은 운향이 마음이 놓인 듯 대답했다.

 

 

 "그렇겠죠. 그러했으니 한 사람만 바라보며 긴 세월을 버틸 고집도 있었을 겁니다."

 

 

 "며칠 쉬고 있으면, 별 탈이 없을 듯 싶습니다."

 

 "다행이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의원님."

 

 

 옆에서 지켜보던 혜명이 말했다.

 

 

 "아무래도 재희에게 제가 무리수를 둔 것 같습니다. 사흘이 넘도록 열이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는 데, 제 심장이 다 오그라질 것 같습니다."

 

 

 "심려치 마세요. 본인이 버틸 수 있으니 버텨내는 겁니다. 지켜봐야죠. 이겨내려고 이러는 건지, 버티다 밀어낼지 더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요."

 

 운향과 혜명은 단꿈을 꾸는 듯 깊은 꿈에 빠져든 재희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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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좋아함 17-06-05 19:22
 
언제 봐도 재밌는 매향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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