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매향유희
작가 : 정린
작품등록일 : 2017.6.3

상처는 아물수록 단단해진다. 사랑의 기억을 이겨내고 강해지는
한 여자의 로맨스무협판타지

 
제 1화. 소리로 듣는 향
작성일 : 17-06-03 13:37     조회 : 307     추천 : 2     분량 : 401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들어가며......]

 

 

 조선 16세기 후반, 중종의 반정으로부터 시작된 혼란이 이어졌다. 전쟁을 겪고 나라 재정은 궁핍해져 갔고, 이 혼란스러운 나라를 쥐고 있던 세력과 새로운 세력, 새로운 사상과 철학, 대내외적으로도 변화는 필요한 시기였다. 혼란스러울수록 힘이 실린 정신과 철학이 필요했다. 

 

 

 이 이야기는 나라를 쥐락펴락하는 무리들의 이야기는 아니다. 한때 그의 곁에서 꽃으로 피었던 그녀, 사랑의 온기로 꽃으로 피어난 기억, 하지만 기다림은 영영 이별이 되었다. 그를 따라 마지막 길이라도 함께 하려했지만, 운명은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고 끝까지 둘을 갈라 놓았다. 살아남아 그가 남기고 간 이상향을 이루어야 한다. 

 

 

 운명을 거스를 수 없었던 가녀린 여인의 이야기이다. 

 

 

 '남기고 간 사랑에 대한 복수는 강해지는 것 뿐. 뽑아든 칼과 무공은 내 것이 아니다. 그의 것, 그의 천명이다. 나의 운명이 그로 인한 것이었기에....'

 

 "이것이 정녕 나의 천리란 말인가?" 

 

 

 

 

 [시작]

 

 

 

 밟혀진 여인의 물든 밤, 님 그린다

 봄이면 울어댄 가지가 바람 저어

 노래로 여울져 산 넘어 흘러간다.

 낙화의 여운이 걸음마다 꽃이 된다

 달빛이 어둠에 설워 끝내 눈 먼다.

 

 

 창문 밖으로 매화를 바라보던 재희, 붓을 들어 시를 적었다. 무언가 다 꺼내지 못한 답답한 마음이 후련히 적히지가 않았다. 

 가슴 깊이 먹먹함을 참지 못하고 이 밤 오래도록 뒤척일 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섰다.

 

 

 바람이라도 쐴까, 마당에 나갔다. 나뭇가지 끝에 달이 보인다. 달을 가리키는 매화나무 가지가 사랑을 부르는 손짓처럼 애처로워 보였다.

 

 

 "바람이 차구나. 야심한 밤인데, 나와있는걸 보니 고민이라도 있는 것이냐?"

 

 도서원 스승, 혜명이었다.

 

 "그저 매화향에 이끌려 달구경 나왔습니다. 스승님께서는 어인일로 나오셨습니까?"

 

 "수업 중에 오늘따라 집중을 못하는 네 모습이 걱정되어 안부 차 나왔다. 그래, 오늘은 매화를 보고 무엇을 적었느냐?"

 

 "매년 피우는 매화는 변함없는 자연의 이치일 것입니다. 하지만 보는 사람의 마음이 동하여 사물과 동일시 하니, 그 이전과는 다른 감정들이 섞여집니다. 떨어지는 작은 꽃잎에도 바르르 떨고 있는 마음들을 부질없이 꺼내 보았습니다. 무엇이든 감정이 닿으면 없던 이야기들도 새롭게 만들어 그럴듯하게 들리겠지 싶었습니다."

 

 재희에 눈에 들어찬 달이 유난히 밝게 빛이 났다. 그 또렷한 입술로 또박또박 말하는 입 모양새가 붉은 매화꽃을 닮았다. 

 

 "네가 이 곳으로 온 지가 올해로 몇 해가 되었느냐?"

 

 "지난 기억이 없어지고, 새로 이 곳에서 지낸 지 어느 덧 두 해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두 해만에 벌써 말과 글을 알아듣고 이해를 하다니, 스승인 혜명은 감탄을 하며 재희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오호~ 그렇구나. 멍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들을 건 다 들었나보구나. 되었다, 그럼 이만 나는 돌아가련다. 너무 늦지 않게 들어가거라."

 

 "내일은 스승님 걱정 끼치지 않게 수업에 임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백운향의 방]

 

 

 백운향, 그녀는 도서원의 총수이며 여인들의 비밀교육기관인 백호단의 수장이다. 누구도 그녀의 과거와 나이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미래 예지능력이 있으며, 뛰어난 미모와 재능은 물론 무림의 고수들과 다투어서도 지지 않을 만큼 기공, 무예기술이 뛰어나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시공을 넘나드는 기예도 지니고 있다고 한다.

 

 혜명은 운향의 부름을 받고, 재희에게 다녀오는 길이었다. 운향과 혜명은 재희가 적어 놓은 글을 펼쳐놓고 보고 있었다. 운향이 무언가 고심하는 듯 고개를 기웃거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

 

 

 "재희가 그 말만 전하던가요?"

 

 

 "네. 매화에 특별한 무엇이 있는 것 같긴 한데, 정확히 떠올리는 것은 없는 듯 여겨졌습니다. 아마도 내제된 울체의 기운으로 매화와 자신을 동일시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면, 다행이지요. 가끔 기억을 지운다 해도 전생의 기억처럼 연관된 사물을 보고 느끼면서 은연중에 표출이 됩니다. 아직 스스로 인연을 놓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지요. 생을 거듭해도 남아있는 울체는 있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본연의 천리가 되지 않게끔 좀 더 강하게 기공훈련을 전수토록 해야겠습니다."

 

 

 "그리하면, 천리를 끊어내는 방법도 있다는 말씀입니까?"

 

 

 "저도 여러 경우가 있어서, 어느 경우에도 단정하진 않습니다. 본연지성의 천리는 하늘에서 내려주시는 터, 저는 신이 아니니까요."

 

 

 "유독 재희에게 신경을 쓰시는 연유라도 있으십니까?"

 

 "제가 그리 보이던가요? 글쎄요, 그 역시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혜명은 운향의 방을 나왔다. 운향이 재희에게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걸 느낀 듯 싶었다.

 

 "그게 무엇일까?"

 

 혜명은 재희 생각을 떠올리며 걷다가 아까 재희가 바라보던 매화나무 곁을 지나쳤다. 재희의 표정이 생각나서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달도 기분이 좋은 듯 환하게 웃고 있는 듯 보였다.

 

 

 혜명, 도서원 밖에서는 강명이란 이름을 쓴다. 도서원에서 향술원을 맡고 있으며, 남성을 유혹하는 매혹술을 가르치는 스승이었다. 원래는 팔자 좋게 기생방에 드나들던 세력가의 양반가 자제였다는 소문이 있다. 하지만, 본인은 신사상과 유학자들과 어울리는 것을 더 좋아하고, 성격이 유쾌하고 다정하다보니 여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운향과의 인연이 닿아 꽃밭에 유일한 청일점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향심원에서 유학파들에게 전수받은 정신과 철학 수업도 겸하고 있다.

 

 

 도서원, 백호단 단장인 백운향이 신세계를 추구하는 곳이다. 어느 부호 세력의 도움으로 만든 여성만을 위한 비밀 교육기관이다. 여성들의 정신, 건강, 무술, 문학, 예술, 성, 미를 전반적으로 가르치며 새로운 사상을 전수하여 신여성을 양성하는 곳이다. 백운향이 내다보는 미래에 필요한 기관이며, 아깝게 짧게 피는 꽃으로 질 운명의 여인들을 찾아 교육하고 있다. 백호단 출신들이 새로 태어나 기방에 들어가 주요 정보를 얻는 비밀조직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문학과 그림 등의 예술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사대부와 세력가에서도 강인하게 변모해 역할을 다하고 있다.

 

 도서원은 매화의 정신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한 겨울 서리를 이겨내고 피어내는 꽃처럼 혼란스러운 시국에서도 본연의 색을 드러내는 여인의 고귀함과 강인함을 강조하고 있다.

 

 5개의 교육기관으로 나누어져 있고, 매화의 정신과 철학을 가르치는 향심원, 매화의 건강과 응급의술 등을 가르치는 향의원, 무술과 기공을 연마하는 향공원, 매혹술을 가르치는 향술원, 의복과 외적인 미혹술을 가르치는 향기원이 있다.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던 운향은 청향의 방을 찾았다. 늦은 시간까지 잠들지 않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예상이 맞았다. 청향은 점성술과 천문학을 공부하며 주술과 예언을 하는 제사장이기도 했다. 이 곳에 온 여인들의 과거를 소멸하며, 업을 위로해주며 앞으로의 모든 일이 하늘의 뜻과 조화롭기를 기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운향님 이 시간에 어인일로 오셨어요?"

 

 "안자고 있어 다행이야. 그냥 나도 향이라도 피울까해서."

 

 "향하나 피운다고 마음이 달래지는 일이었으면, 이 시간에 여기까지 오실 분이 아닐텐데요?"

 

 운향은 피식 웃었다.

 

 "하여간, 동생 앞에서는 뭘 숨기지 못한다니까."

 

 "말씀해 보시어요. 무슨 일이신지요?"

 

 "사람을 하나 찾아야겠어. 상사병으로 곧 죽을 운명을 지닌 여자아이로."

 

 "재희에게 특별한 징후는 얻지 못한 건가요? 다른 아이를 왜?"

 

 "동생 보기엔 어떤가?"

 

 "제가 사람 볼 줄을 아나요? 하늘이 정해놓은 길로 가도록 안내할 뿐인걸요."

 

 "그러게 말이네. 내가 괜한 아이에게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닌가 싶어서."

 

 "조만간 날을 잡아 기별을 드릴 테니, 녹림(綠林)으로 한번 가보시어요. 그 곳의 기운이 심상치 않습니다."

 

 "역시 동생도 감지하고 있었구나. 실은 나도 그것 때문에 재희의 수업 강도를 높여달라고 했네. 그래서, 이 밤에 여길 온 게 아닌가?"

 

 

 청향은 운향의 근심을 읽었다. 그리고, 무언가 고심하더니 일어나 제단을 향해 걸어갔다.

 

 제단 앞에 놓인 향로에 타고 남은 재를 양 손에 집어, 바닥에 맑은 물이 담긴 커다란 수정 그릇에 뿌렸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진공의 무(無)의 상태에 생명을 불어 넣으려는 듯, 청향은 기공을 불어 운을 띄웠다. 그러자, 제사장 안에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불기 시작했다. 제단에 놓인 제물들이 청향의 주문을 받드는 듯, 깃발들이 펄럭이고 동상들이 함께 염(念)을 외우기 시작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고기를좋아함 17-06-05 19:22
 
I LUV IT!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7 제 6화. 대나무숲의 검객 2017 / 6 / 11 257 0 4185   
6 제 5화. 뼈에 사무치는 깊은 인연 2017 / 6 / 7 241 0 4430   
5 제 4화. 한양에 입성하다. (1) 2017 / 6 / 4 283 1 4272   
4 제 3화. 매화는 향을 팔아 유혹하지 않는다. (1) 2017 / 6 / 3 283 0 4448   
3 제 2화. 자신과 고통을 분리할 것 (1) 2017 / 6 / 3 277 2 4138   
2 제 1화. 소리로 듣는 향 (1) 2017 / 6 / 3 308 2 4016   
1 프롤로그. (1) 2017 / 6 / 3 450 1 66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丹花(붉은꽃)
정린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