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월야영매
퇴계 이 황
뜰을 거니노라니 달이 사람을 쫓아오네
매화꽃 언저리를 몆번이나 돌았던고
밤 깊도록 오래앉아 일어나기를 잊었더니
옷 가득 향기스미고 달 그림자 몸에 닿네.
홀로 산창에 기대서니 밤이 차가운데
매화나무 가지 끝엔 둥근달이 오르네
구태여 부르지 않아도 산들바람 이니
맑은향기 저절로 뜨락에 가득차네
-[퇴계 매화시첩] 중에서
바람에 꽃잎을 떨구며 흩날리는 소리로
향을 전하는 꽃이 있답니다.
찬 기운 지나고 바람이 소요해지면,
홀로 님을 그리며 울고 있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도폭 자락 뜯어내어 큼지막하게,
한 자 한 자 마음을 남기고 간 새김을 두고 두고 읊으며 세상이 고요해지기를 바라는
여인의 마음이 있었습니다.
봄 지나고, 여름이 오기전 향이 기울면
어지러운 세상도 고요해 지려나요.
바람이 잦아지면, 어지럽힌 마음도 가라앉으려나요.
다시 오지 않는 꽃절을 오매불망 기다리며,
여인의 하루는 또 저물어 갑니다.
오지 마시어요.
제가 어디든 따라가는 꽃 잎이 되겠습니다.
떨구어 향을 전하는 가벼운 꽃 잎이 되겠습니다.
님 계신 곳, 마음이 머무는 곁으로 가겠습니다.
소원컨데 님 계신 곁이면, 무엇이라도 따르겠습니다.
계절마다 피는 꽃도 있는데,
찬 계절 지나면 제게도
봄 바람 한 자락
아니 오겠습니까,
그 어느 시절, 그 어느 해에......
꼭 다시 알아봐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