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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쌍극의 탑
작가 : 낙원의새
작품등록일 : 2017.6.1

『선택해라. 목숨을 걸고 너희 본래의 삶을 되찾을 것인지, 아니면, 내가 마련해준 이곳, ‘낙원’에서 영원한 삶을 누릴지….』

불의의 사고로, 병으로, 스스로 죽은 2만 5천명의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세계의 관리자>가 제안한다.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다면 '탑'을, 배고픔도 가난도 노화도 장애도 없는 이 <낙원>에서 영원한 삶을 살고 싶다면 '미궁'을 정복하라.

돌아가야 하는 자, 남아야 하는 자, 두 세력의 삶을 건 게임.

 
02. '그'의 제안.
작성일 : 17-06-02 18:19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6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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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만 일어나지 그래? 몸이 멀쩡하다는 것쯤은 슬슬 눈치 챘을 것 같은데.』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의 목소리와는 달랐다. 사람의 목소리라기에는 윙윙 울리면서 어디에서 들려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마치, 신의 목소리가 이럴까 싶었다.

 

 현성의 눈이 뜨였다. 그리고 상체를 일으키자 약 5m 앞에서 한 여성이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현성과 기묘하게 닮은, 살짝 귀염상의 그 얼굴은, 너무나도 익숙했다.

 

 

 “…현…현지야?”

 

 

 그가 너무나도 아끼는 그의 유일한 가족. 그의 동생의 모습이었다. 그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 모습이 눈 앞에 있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의 반응을 본, 그의 여동생의 모습을 한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그렇게 보이는 건가? 어지간히도 동생을 사랑하시는군. 이거 실수했나.』

 

 

 너무나도 태연하게,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딱, 손가락을 튕겼다. 그 순간 그녀의 모습은 달라져 있었다. 검푸른 머리카락에 검푸른 눈동자를 지닌, 약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청년의 모습이었다. 믿을 수 없는 그 장면에 현성의 생각이 멈춰버렸다. 자신이 방금 무엇을 본 것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미안하군. 너한테 가장 친근한 모습을 한다는 게 그런 모습을 해버렸다. 내가 사과하지. 설마 이 정도로 중증 시스터 콤플렉스일 줄은 몰랐거든.』

 

 “당신은…누구죠?”

 

 

 현성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 상황에서 동생을 부른다거나, 동생이 어디 갔냐고 물어볼 만큼 그는 어리석지 않다. 눈앞의 존재가 자신의 인식을 초월하는 존재라는 것은 방금 전의 퍼포먼스만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애초부터 착각할 수가 없었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존재감이 그것을 충분히 이해시켜주고 있었다. 단지 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식은땀이 흐르고, 숨을 쉬는 행위 자체가 거북스러웠다.

 

 그런 현성의 모습을 본 그는 씨익 웃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권하듯 손을 내밀며 말했다.

 

 

 『우선, 앉아서 이야기할까. 긴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계속 바닥에 주저앉은 상태면 내 마음이 불편하거든.』

 

 

 다시 손가락을 딱, 튕기자 이번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나타났다. 이제 이 정도는 놀랍지도 않다. 현성은 침착하게 의자를 당겨 앉았다. 초월자를 앞에 두고서도, 그는 자기 자신도 놀랄 정도로 초연했다.

 

 

 『음, 마실 것도 있어야겠지. 홍차가 좋나, 커피가 좋나?』

 

 “커피로 좋습니다.”

 

 『그럼 대접하도록 할까.』

 

 

 다시 그의 손가락이 딱, 튕겨졌다. 순식간에 테이블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가 담긴 고급스러운 주전자와 두 잔의 커피잔이 나타났다. 그는 손수 현성의 잔에 커피를 따라주고 현성과 시선을 맞췄다,

 

 

 『내가 누구냐, 라고 물었지? 나는 <관리자>다. 뭐, <세계의 관리자>라고 하면 거창해 보이니까 <관리자>로 좋아.』

 

 “<관리자>…그럼 역시 전 죽은 거군요.”

 

 

 현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세계의 관리자>라고 했다. 그렇다면 생명의 생사조차도 관리한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적어도 그의 상상 속에서의 초월자란 그런 존재였다.

 

 <관리자>는 그런 그의 모습에 놀랍다는 듯이 감탄을 내뱉었다.

 

 

 『호오… 냉정하군. 이거 수고를 덜었어. 납득해줘서 고마운걸. 본인이 죽었다는 사실을 납득시키기란 힘든 일이거든.』

 

 “이런 상황이니까요. 그럼…저는 어떻게 되죠? 뭐, 심판을 받는다거나, 그럽니까?”

 

 『설마. 나에게 인간을 심판할 권리 같은 것은 없어. 그럴 생각도 없고.』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뒤로 젖히고 다리를 꼬며 깍지를 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현성은 <관리자>가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고 있었다. 

 

 하지만, 초월자를 앞에 두고 자신이 ‘할 말 있습니까?’라고 묻는 것은 무언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았다. <관리자>는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깍지 낀 손을 앞으로 내밀어 테이블에 기대고는, 현성과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아쉽지 않나?』

 

 “무엇이 말이죠?”

 

 『죽었다는 사실 말이야. 넌 아직 젊잖아?』

 

 “아쉽기야 합니다만, 어쩌겠습니까. 이미 죽어버렸는데.”

 

 『만약 살아갈 수 있다면…살 텐가?』

 

 

 현성의 동공이 흔들렸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 이상으로, 그 정도 되는 초월자가 허튼 소리를 할 거라는 생각 역시 들지 않았다.

 

 

 “가능…합니까?”

 

 『물론 다시 살아나는 것은 아니고…내가 <에덴>이라고 이름 붙인 세계가 있어. 그곳에서 살아가는 거지. 네 기억과 자아를 그대로 갖고.』

 

 “…어째서죠? 어째서, 죽어버린 저를 그곳에 데려가려는 거죠? 왜 하필, 저죠?”

 

 

 감사한 마음이나 기회라는 생각보다는, 의심이 앞섰다. 그가 사는 세계에서 죽는 사람은 많다. 오늘 하루만 하더라도 한국 내부에서만 수십, 수백 명 이상이 죽었고, 전 세계적으로 보면 수만 단위로 죽어갔을지도 모른다. 그 중 하필이면 자신이다.

 

 어쩌면 건방지다고 생각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성은 확인하고 싶었다. 그로 인해 초월자의 분노를 사고 싶지는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그것이 확인해야 할 사항이라고 느꼈다. <관리자>는 분노하기는커녕, 마음에 든다는 듯 씨익 웃었다.

 

 

 『너만이 아니야. 너를 포함해 약 2만 5,000명, 정확히는 2만 5,214명이 너와 똑같은 제안을 받고 있지. 지금, 이 순간에, 너와 동시에.』

 

 

 현성은 숨이 막혔다. 눈앞에 있는 존재가 얼마나 초월적인 존재인지, 그 편린을 엿본 것 같았다. 무려 2만 50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이세계로 보내버릴 수 있는 존재, 그리고, 그 인원들과 동시에 1:1로 대화를 할 수 있는 존재.

 

 

 『이유를 물었지. 단순히 내 업무의 연장선상일 뿐이야. <관리>의 일환이지. 장담하지만 너희에게 피해가 갈 일도 없다. 이건 내가 너희에게 주는 기회일 뿐이지. 서로의 이해관계의 일치, 라는 거다.』

 

 

 <관리자>는 웃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 말의 의미를 현성은 직감적으로 이렇게 이해했다. ‘너희가 알 필요 없다.’ 라고.

 

 현성은 망설였다. 만약 거절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는 인간을 심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제안을 거절한다면, 자신의 영혼은 그의 권한 밖으로 나가게 되는 걸까.

 

 삶에 미련은 없다. 자신의 삶은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다. 자신이 삶을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는 저 쪽에 있다. ‘그’가 제공하는 삶에는, 그 이유가 빠져 있었다. 그가 ‘삶’을 주겠다고 했을 때 감사하는 마음보다 의심하는 마음부터 든 것은 아마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현성의 망설임을 본 <관리자>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몸을 다시 뒤로 기울이며 말했다.

 

 

 『이것 참, 까다롭구만. 그럼 너의 선택을 좀 도와줄까. 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 그게 네가 바라는 것이지?』

 

 “지금 뭐라고…!”

 

 

 덜컹, 소리를 내며 현성이 벌떡 일어섰다. 방금, 그는 원래 세계로 돌아갈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한 건가? 현성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온 몸이 떨렸다. 포기하고 있던 희망이 되살아나자 감정이 둑이 터진 것처럼 쏟아졌다.

 

 그의 삶에 있어서 그가 살아가던 유일한 이유. 자신의 삶을 버리면서까지 지키고 싶었던 것…그것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에, 이성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런 그를 보고 <관리자>가 혀를 찼다.

 

 

 『쯧쯧…진짜 중증 시스콘이네. 남들이 보면 욕한다, 너.』

 

 “어떻게…어떻게 하면 되죠? 그 세계로 가서, 그 기회를 잡으려면…!”

 

 『이봐, 진정해. 흥분하면 이야기가 진행이 안 된다고.』

 

 

 관리자는 손을 흔들며 앉으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그 손짓 한 번으로 현성의 감정이 가라앉으면서 이성이 돌아왔다. 그것은 그야말로 신의 권능이었다. 현성은 다시 자리에 앉으면서 침착하게 물었다.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되죠?”

 

 

 『그 세계에 가면 굉~장히 눈에 띄는 구조물이 두 개 있을 거야. 하나는 하늘을 뚫을 듯이 높은 탑이고, 하나는 끝이 안 보이는 지하미궁이지. 둘 다 100층으로 이루어져 있어. 난 그것을 <쌍극의 탑>이라고 부르지. 하늘을 향해 뻗은 탑과, 지하를 향해 뻗은 탑.』

 

 

 <관리자>는 그렇게 말하며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 두드렸다. 그러자 테이블이 마치 빔 프로젝트라도 되는 것처럼 빛이 나더니, 허공에 이미지를 띄웠다. 거대한 탑과, 그 탑의 지하에 자리 잡고 있는 거대한 미궁이 이미지 형식으로 떠올랐다. <관리자>는 설명을 계속했다.

 

 

 『네가 돌아가고 싶다면 그 중 ‘탑’을 선택해서 100층에 도달하면 돼. 단, 혼자서는 힘들 거야. 동료를 모아서 가도록 해.』

 

 “100층에 도달하면 되는 겁니까?”

 

 『그래. 하지만…네가 과연 그 선택을 고수할 수 있을까? 내가 보내주는 세계는 이름 그대로 ‘낙원’이거든. 하루에 1시간만 사냥을 해도 삼시 세끼에, 편안한 잠자리까지 누릴 수 있는 돈을 벌 수 있을 테니까. 병에 걸려 죽는 일도, 늙는 일도 없어. 다친다고 장애가 남는 경우도 없고. 그리고 만약 힘이 다해 죽는다 하더라도, 곧 대신전에서 부활한다. 횟수는 무한. 그야말로 ‘은총’이지. 이런 ‘낙원’을 버리고 돌아간다는 선택을 고수한다라…?』

 

 “할 겁니다.”

 

 

 현성은 잘라 말했다. 그곳이 어떠한 곳이더라도 상관없다. 그 어떤 낙원이더라도, 천국이더라도, 그의 결심은 변하지 않는다. 그가 자신의 삶을 버려가면서 그 미래를 책임져주기로 한 사람, 자신이 살아있는 이유, 그의 유일한 가족…그는 그 곁으로 돌아갈 것이다. <관리자>가 제공하는 ‘낙원’을 버리고, 그 스스로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쉽지 않을 거야. 유일하게 그 탑, <바벨탑>에서만큼은 부활을 할 수 없거든. 그곳에서 죽으면, 정말로 소멸할 거야.』

 

 “각오했습니다.”

 

 『그리고 미궁…<라비린토스>의 100층이 먼저 개방된다면 아무도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없어. 돌아가는 것도, 남는 것도, 너희들 전원이지. 예외 따위는 없다. 승자는 얻고, 패자는 잃는 거지. 실현되는 범위는 전원, 하지만 소망은 하나. 넌 너와 반대되는 선택을 한 사람들을 상대로 이겨내야 해.

 

 이건 내가 너희에게 제안하는 삶을 건 게임. 내가 제공하는 ‘낙원’에서의 삶인지, 아니면 너희 본래의 삶인지…너희가 선택해서, 서로의 삶을 걸고 경쟁하는 거야.』

 

 

 <관리자>는 씨익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힘들고 위험한 경쟁이 될 거라고. 그리고 그것은 이야기를 듣는 현성도 알 수 있었다. 죽음이 ‘진짜’가 되는 곳은 자신이 선택한, 하늘을 향해 뻗은 탑, <바벨탑> 내부 뿐.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가지고, 무한한 부활의 은총을 받는 자들과 경쟁해야 한다.

 

 하지만 현성의 마음은 꺾이지 않았다. 아무리 힘들고 위험하더라도 그는 돌아가야 한다. 자신의 삶의 이유가 그곳에 있었다.

 

 그 굳은 눈을 보고 <관리자>는 마음에 든다는 듯 미소 지었다. 그리고 테이블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손을 휘둘렀다. 테이블과 그 위에 놓여 있던 커피가 언제 있었냐는 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서고 손가락을 내밀어 현성의 미간을 노리듯이 갖다 대었다.

 

 

 『그럼, 작별이다. 너를 그 세계에 보내기 전에 그 경쟁에서 사용할 ‘힘’을 부여해주도록 하지. 어떠한 ‘힘’을 받을지는 그것 역시 너의 선택.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거야. 나름대로 밸런스는 맞췄지만 네가 선택한 힘이 너에게 맞는 힘인지 어떤지는 알 수 없거든.』

 

 

 <관리자>의 손가락에서 약하지만 너무나도 순수한 빛이 뿜어졌다. 그 빛을 본 순간 현성의 의식이 멀어졌다. 정확히는 어디론가 알 수 없는 공간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현성의 시야가 완전히 흐려지기 전, 현성은 그에게 미소를 짓는 <관리자>의 표정을 들었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말을 들었다.

 

 

 『선택해라. 목숨을 걸고 너희 본래의 삶을 되찾을 것인지, 아니면, 내가 마련해준 이곳, ‘낙원’에서 영원한 삶을 누릴지….』

 

 

 그 말을 마지막으로 현성은 빛에 휩싸여 그 공간에서 사라졌다. <관리자>는 그 모습을 미소 지은 얼굴로 보다가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의 등 뒤로 날카롭게 날이 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분이 좋은 모양이군, ‘오딘’. 이번 장난감들은 조금 마음에 드는 모양이지?”

 

 

 <관리자>가 고개를 돌렸다. 그가 시선을 보낸 곳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 하얗게 새다 못해 은빛으로 반짝거리는 머리를 가지고, 잘 단련된 근육질의 몸을 가지고 있는 그는, 하얀색으로 빛나는, 실에 가까울 정도로 얇은 끈에 속박되어 있었다. <관리자>는 킥, 웃으며 답했다.

 

 

 『장난감이라니, 말이 심하군. 난 어디까지나 업무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일인데 말이야. 뭐, 내 취향이 좀 섞였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겠지만. 그보다 ‘펜리르(Fenrir)’, 난 오딘이 아니라고 꽤 여러 번 말하지 않았나?』

 

 “아니, 넌 오딘이 맞다. 왜냐하면 내가 여기서 풀려난다면, 제일 먼저 너부터 집어 삼켜줄 테니까. 그만큼 너에게 어울리는 이름은 없지.”

 

 『그거 기대되는구만. 마음대로 하라고. 이름이 본질을 말해주지는 않으니.』

 

 

 ‘펜리르’라 불린 남자가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관리자>는 여전히 비웃는 미소를 유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증오는 납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꽤나 마음에 든다고. 이번 녀석들은 굉장하니까. 내 몇 마디 말만 듣고 벌써 ‘본질’에 근접한 녀석까지 있다니까.』

 

 “그러면서 잘도 받아들였군. 위험한 것 아닌가? 뒤통수를 거하게 얻어맞았던 일을 벌써 잊어버린 모양이지? 아니면 중증 마조히스트라서 오히려 그런 것을 기대하고 있는 건가?”

 

 

 펜리르가 비웃었다. 그 말에 <관리자>의 표정이 잠깐 동안 굳었다. 검푸른 눈동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직접적인 냉기를 띌 정도의 차가운 시선이 흘러나왔다. 

 

 그 눈동자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은 방금 전까지 현성을 상대할 때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 그 안광을 받아낸다면 그것만으로도 심장이 정지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안광을 펜리르는 가볍게 받아쳤다. 그것도 잠시 <관리자>의 눈에 다시 장난기가 돌아왔다.

 

 

 『물론, 기대하고 있지. 인간이란 존재들은 항상, 내 예측치를 벗어나니까 말이야.』

 

 “답이 없는 변태자식.”

 

 

 펜리르가 킥, 웃으며 비웃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관리자>는 기대에 가득 찬 얼굴로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자아…이번에는 뭘 보여줄 거지? 인간.』

 

 

 <관리자>의 검푸른 눈이 빛났다. 그 표정에는 다소의 광기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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