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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프라하, 그 유혹의 밤
작가 : 데스띠나
작품등록일 : 2017.6.2
프라하, 그 유혹의 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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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바박. 불꽃이 인다고 느껴졌다. 단 한잔을 마셨을 뿐인데 술에 취했나 보다.

독한 술 때문인지 아니면 몸 중앙에서 이는 뜨거운 열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고 목이 말랐다. 저도 모르게 붉은 혀가 나와 입술을 핥고 새하얀 치아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자의 눈이 가늘어지더니 반짝하고 빛난다.

유혹.
그녀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그녀도 모르는 어떤 힘이 의도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남자의 눈에서 강한 욕망이 느껴지고 또 그는 그걸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술을 털어 넣자 강인해 보이는 목 가운데 툭 튀어 나온 목울대가 함께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 섹시하다. 술잔을 내려놓은 남자의 손이 아무것도 묻지 않은 자신의 입술을 훔친다.

그녀는 마치 따라하는 것처럼 얼른 고개를 숙이고 앞에 놓인 스트레이트 잔을 들어 한 번에 마셨다. 훅 하고 뜨거운 열기가 온 몸을 감싼다. 거울을 보지 않았지만 얼굴이 빨갛게 물든 단풍처럼 달아오르지 않았을까.

저도 모르게 손을 올려 아무것도 묻지 않았을 입술을 닦아 냈다. 살짝 벌어진 그녀의 입술에 그의 시선이 닿았다. 천천히 입술선을 따라 미세하게 움직이는 회색빛 눈동자.

 
프라하, 그 유혹의 밤 005화
작성일 : 17-06-02 18:17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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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유혹 그 자체

 

 

 

 뜨거운 물에 몸을 맡기자 뻣뻣하게 굳었던 몸이 다 풀리는 것 같다. 이제 와 두렵다면 말도 안 되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기대감인지 그녀는 온몸으로 샤워기의 물을 맞으며 그렇게 두려움을, 떨림을 이겨 내고 있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가자 바로 보이는 침대에 그냥 누워 자고 싶었다. TV 드라마에 나오는 신혼부부가 초야에 느끼는 민망하고 부끄러운 감정이라면 차라리 귀엽기라도 하지, 낯선 사람과의 하룻밤이라니.

 

 그러면서도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건 왜일까.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격정적인 키스 뒤 룸으로 들어오자마자 그대로 끝까지 가 버렸더라면 덜 어색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쉰 뒤 걸음을 옮겨 거실로 나갔다.

 

 미니바 앞에서 술잔에 술을 따르고 있는 그의 모습이 보인다. 다 마르지 않은 머리가 이마 위로 흘러내려 훨씬 부드러운 인상을 주었다. 허리에 타월 하나만을 두른 그의 모습은 할리우드의 섹시 스타의 화보보다 훨씬 섹시했고 그랬기에 유혹 그 자체였다.

 

 태어나면서부터 조각 같은 몸매를 타고나진 않았다면 저 몸매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운동을 하고 땀을 흘렸을지 생각하니 가히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술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그녀에게 다가오며 툭 내뱉은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그때까지는 몰랐다. 그가 잔에 따른 술을 천천히 마시더니 그녀에게로 다가와 뺨을 감싸고 입술을 삼켰다. 한껏 뒤로 젖혀진 그녀의 입안으로 그가 흘려보낸 위스키가 조금씩 흘러들어온다.

 

 입안이 불같이 뜨거운 것은 위스키 때문이 아니라 그와 그녀의 서로에 대한 진한 갈망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뜨거움에 혀가 다 타 버릴 것 같아 억지로 그에게서 몸을 떼었다. 그는 그녀에게로 다가오지 않았다.

 

 아니, 왜 그를 향해 무방비로 서 있는 그녀를 탐하지 않는 걸까. 이렇게 나른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참을 수가 없다. 엘리베이터에서의 그의 행동으로는 당장에라도 어떻게 할 것 같더니 왜 지금 이 시각 두 사람이 이렇게 서 있어야 하는지.

 

 이제 와 생각하니 그녀가 별로였던 걸까. 은지라는 여자의 대용으로도 싫어진 걸까.

 

 그의 움직임을 기다리던 그녀는 입안에 있는 술을 삼킨 뒤 그에게 다가가 목에 팔을 두르고 머리를 당겨 입을 포갰다.

 

 “하아.”

 

 그녀의 입이 벌어지자마자 그의 혀가 밀려들어 왔다. 마치 그녀가 먼저 그래 주길 바란 것처럼 그 후로 그의 행동은 거침없었다.

 

 그녀의 목을 뒤로 꺾을 듯 깊이 침범해 들어오는 혀는 치열을 고루 짚어 나가고 여린 속살을 쓸며 그녀의 입안을 휘저었다. 갑자기 공중을 나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가 그녀를 번쩍 안고 몇 발자국 떨어져 있는 침대 위로 내려놓는다.

 

 갑작스러운 무게를 느낀 침대가 요동쳤다. 그녀의 몸 위로 그의 무게가 느껴졌다. 한쪽 팔을 침대에 짚은 그가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하, 뜨거워. 몸이 이렇게 달아오른 적이 있었을까. 마치 뜨거운 불바다 속에 누워 있는 것처럼 온몸이 불타고 있다.

 

 뜨거운 열기가 방 안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누구의 입에서인지 모르게 거친 숨소리와 함께 신음이 끊임없이 새어 나온다.

 

 그녀의 입술을 어루만지는 그의 입술이 주는 아찔함에 그녀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몸이 제 것이 아닌 것처럼 뜨겁고 백만 볼트의 전기를 만진다면 이런 느낌이 들까 싶을 만큼 저릿저릿한 느낌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감각이었다.

 

 두 손이 제멋대로 그의 부드러운 머리카락 사이로 들어가고 강렬한 자극을 원하는 마음에 상체를 들어 올렸다.

 

 앞으로 올 아픔을 예상하고 굳어진 그녀의 얼굴 위로 그의 얼굴이 다가왔다. 그녀를 내려다보는 매혹적이고 강렬한 눈동자 안에 온전히 그녀가 담겨 있다. 그녀는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지고 몸이 굳어 그가 움직임을 멈추고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라는 오래된 유행가 가사가 생각난다.

 

 잠시 그대로 멈춰 서서 숨을 고른 그가 몸을 숙이고 그녀의 얼굴로 다가왔다.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목으로 쏟아지자 온몸의 솜털이 모두 서는 아찔함이 느껴졌다.

 

 [긴장 풀어. 그렇지 않으면 많이 힘들 거야.]

 

 그래도 이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그의 의도가 담긴 말이었다.

 

 그가 그녀의 몸을 포개어 안았다. 서서히 짜릿하고 아찔한 느낌이 고통을 덮으며 몸이 풀려가고 있었다.

 

 짜릿한 전율에 몸을 맡겼을 때를 이용해 그가 그녀를 안았다. 마치 바다를 표류하는 여린 조각배에 강하게 휘몰아치는 폭풍과도 같았다.

 

 강한 바위 아래 놓인 힘없는 달걀처럼 위태로웠다. 곧 부서져 깨져 버릴 것 같은 불안과 계속되는 고통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을 했는지 깨달았다.

 

 “제이, 그만해요.”

 

 정신이 없어 영어가 아닌 한국어가 터졌다.

 

 [어차피 할 일이라면 빨리 지나가는 게 좋아.]

 

 빨리? 전혀 빨리 지나갈 것 같지 않은 그의 움직임에 그녀의 몸이 떨렸다.

 

 그녀는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가 그녀의 한국어를 알아듣고 그에 맞는 대답을 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썰물이 빠져나갔다가 거센 파도가 되어 사정없이 덮쳐오는 밀물이 바닷가 모래를 휘몰아친다.

 

 세찬 풍랑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힘없는 조각배는 어서 폭풍이 잦아들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의 한 손이 그녀의 등을 감싸 안는다. 그 따뜻함과 포근함 때문인지 조금씩 고통이 수그러들고 있었다. 그리고 몸 안에서부터 조금씩 차오르는 아득해지는 느낌에 그녀는 고개를 젖혔다.

 

 조금씩 어디선가 폭죽이 팡팡 터지기 시작했다. 하늘 끝까지 오른 롤러코스터가 땅을 향해 곤두박질 칠 때처럼 공중에 붕 뜨며 아득해 지는 기분을 느끼는 순간 그녀의 내부가 바르르 떠는 게 느껴졌다.

 

 그가 그녀를 꼭 안아주기를 기대했지만 무리한 바람이었나 보다. 그녀는 이십육 년간 경험해 보지 않은 새로운 것을 경험했다는 것보다 무언가에 대한 강한 상실감을 더 크게 느끼며 몸을 떨었다.

 

 망망대해에 홀로 남겨졌다는 기분. 그에게서 등을 돌린 채 주르륵 흐르는 눈물을 들키지 않으려고 얼른 훔쳐냈다.

 

 그래,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원하던 일이었다. 그의 말처럼 어차피 한번 치러야 하는 일이었고 우연히 그 상대가 그였을 뿐이다.

 

 그래도 아프긴 아프다. 몸이 아픈 것보다 마음이 참으로 아렸다. 그녀는 얼른 그가 잠들기를 바랐다. 어차피 이곳에 있으면 잠을 이룰 수도 없을 것이고 빨리 제 방으로 가서 고단한 몸과 마음을 편히 쉬고 싶었다.

 

 아무 움직임이 없어 그가 잠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몸을 일으켜 침대 아래로 내려가려는데 그의 팔이 그녀의 허리에 와 닿더니 바짝 당겨 안는다. 그녀의 등이 그의 단단한 가슴에 가 닿자마자 그가 정수리에 입술을 꾹 누르는 게 느껴진다.

 

 [아직까지 아픈 건가?]

 

 그의 팔에서 벗어나려고 몸을 비틀어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그가 더욱 센 힘으로 당겨 안았다.

 

 [원래 많이 아플수록 다음이 더 행복한 법이지.]

 

 저걸 위로라고 하는 걸까. 그녀를 위로해 주려는 그 말이 전혀 반갑지 않았다. 아픔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라는 것과도 같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아프다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사랑이 없는 관계라고 해도 이건 너무하다. 처음 본 그에게서 느낀 차가움과 딱딱함은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잠시 뒤 그의 손에 힘이 풀리더니 그가 일어나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거실로 향한다. 빠져나가려고 버둥거리다 정작 놓아 주니 서러운 건 또 왜일까.

 

 마치 조울증을 앓는 사람처럼 마음이 종잡을 수가 없었다. 슬펐다가, 아팠다가, 원래 그런 거니까 괜찮은 듯하다가도 욱하며 화가 치밀고……. 흑, 다시 눈물이 흐른다.

 

 그가 없는 새에 일어나 옷을 입으려고 주위를 둘러보아도 옷이 보이지 않는다. 어느 새에 치워 버린 거지? 잠시 멍하게 침대에 앉았다가 시트로 몸을 가리고 나가려고 일어났다.

 

 샤워를 하고 나오는지 온몸이 젖어 물기도 닦지 않은 그가 침실로 들어온다.

 

 그를 보자마자 몸을 가렸던 시트를 더 단단하게 감고 있는데그가 다가와 시트를 당겨 버리고 그녀를 번쩍 안아 든다.

 

 [왜 이래요?]

 

 [씻어야지.]

 

 [제, 제가 알아서 씻을게요.]

 

 [가만있어.]

 

 결국 그의 품에 안겨 욕실로 들어섰다. 물이 가득한 욕조 안에 그녀를 내려놓고 그가 욕조 밖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뭐, 뭐하는 거예요? 나가요, 저 혼자 씻을 거예요.]

 

 [남자친구 있나?]

 

 그녀가 당황하는 것과는 달리 그가 침착한 어조로 물었다. 하지만 그의 질문에 대답할 가치도 없었다. 아무리 여행지지만 남자친구 있는 여자인데 처음 본 남자와 함께할 거라고 생각하는 그가 어이없다.

 

 [왜 대답을 안 하는 거지?]

 

 [내가 남자친구 두고 바람피우는 그런 여자로 보였어요?]

 

 [그럼 최근에 헤어진 건가?]

 

 그녀가 그를 향해 고개를 팩 돌렸다.

 

 [왜 자꾸 그런 질문을 하는 건데요?]

 

 [얼떨결이든, 홧김이든 일 저질러 놓고 후회해서 흘린 눈물 아닌가? 남자친구가 있거나 최근에 헤어진 줄 알았지.]

 

 그녀의 침묵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모르지만 그의 미간에 주름이 살짝 생겼다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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