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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프라하, 그 유혹의 밤
작가 : 데스띠나
작품등록일 : 2017.6.2
프라하, 그 유혹의 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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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바박. 불꽃이 인다고 느껴졌다. 단 한잔을 마셨을 뿐인데 술에 취했나 보다.

독한 술 때문인지 아니면 몸 중앙에서 이는 뜨거운 열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고 목이 말랐다. 저도 모르게 붉은 혀가 나와 입술을 핥고 새하얀 치아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자의 눈이 가늘어지더니 반짝하고 빛난다.

유혹.
그녀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그녀도 모르는 어떤 힘이 의도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남자의 눈에서 강한 욕망이 느껴지고 또 그는 그걸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술을 털어 넣자 강인해 보이는 목 가운데 툭 튀어 나온 목울대가 함께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 섹시하다. 술잔을 내려놓은 남자의 손이 아무것도 묻지 않은 자신의 입술을 훔친다.

그녀는 마치 따라하는 것처럼 얼른 고개를 숙이고 앞에 놓인 스트레이트 잔을 들어 한 번에 마셨다. 훅 하고 뜨거운 열기가 온 몸을 감싼다. 거울을 보지 않았지만 얼굴이 빨갛게 물든 단풍처럼 달아오르지 않았을까.

저도 모르게 손을 올려 아무것도 묻지 않았을 입술을 닦아 냈다. 살짝 벌어진 그녀의 입술에 그의 시선이 닿았다. 천천히 입술선을 따라 미세하게 움직이는 회색빛 눈동자.

 
프라하, 그 유혹의 밤 004화
작성일 : 17-06-02 18:16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4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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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하룻밤의 일탈

 

 

 

 “하아, 잠깐만.”

 

 다급한 마음에 한국어가 나왔지만 그는 알아듣지 못할 터. 그녀는 그의 계속되는 격렬한 입맞춤과 거세게 짓누르는 몸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숨을 모두 앗아가려는 듯 강한 힘에 정신이 혼미해지고 다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그의 혀가 그녀의 입안 깊숙이 들어와 깨물고 여린 속살을 헤집으며 그녀의 타액을 모조리 마시려는 듯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아득한 통증과 함께 오는 저릿저릿한 느낌이 이상하다. 그 생소한 느낌을 좀 더 느끼고픈 마음에 그녀는 그에게 포박된 두 손을 풀어 그의 목을 감았다. 그가 자유로워진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바짝 당겨 안았다.

 

 몸을 뗄 것이라 생각했던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제이는 놀라는 그녀를 향해 살짝 웃었다.

 

 “흣.”

 

 그의 몸이 짓누르는 묵직한 느낌에 그녀는 자꾸만 갈증이 났다. 그녀는 그의 목에 두른 팔을 힘주어 당겼다.

 

 그의 입에서 끊임없이 달콤한 타액이 그녀의 입안으로 흘러내렸지만 계속되는 갈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농도 진한 소금물을 마신 것처럼 그와의 키스가 계속될수록 더 짙어가는 갈증에 자꾸만 더한 무언가를 원하게 됐다.

 

 대학교 1학년 과 선배라는 이름으로 그녀를 제 맘대로 하려던 선배에게 일방적으로 당한 키스는 더럽고 추악하다는 생각이 들게 했을 뿐이다. 그래서 그 후로 남자랑은 담을 쌓고 지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키스는 그때 느끼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설렘을 동반한 두근거리는 두려움. 남자의 키스는 그녀를 온통 격랑 속으로 몰아넣고 그 안에서 느낄 불안과 위험을 모두 짜릿한 전율로 승화시킨다.

 

 입맞춤 하나로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 버릴 수가 있는 건지. 평소에 조심성이 강한 그녀였는데 이곳이 언제든지 사람이 들어 올 수 있는 엘리베이터 안이라는 것을 까맣게 잊은 채 남자가 주는 생소한 감각에 몸을 떨었다.

 

 난생처음 온몸을 짜릿하게 휘감는 아찔한 전율. 키스 하나로 그녀를 이토록 강렬하게 유혹하는 이 남자를 과연 거부할 힘이 있긴 할까.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룸으로 들어와 있었다.

 

 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녀를 한쪽 벽에 가둔 그가 고개를 살짝 비튼 채 한쪽 턱을 손으로 만지며 열기에 휩싸인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얼굴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관찰하는 그의 눈동자에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어쩌면 그가 알고 있던 은지라는 여자와 그녀가 얼마나 닮았는지를 살피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다른 여자와 착각하는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겠다고 생각한 스스로에게 자괴감이 일었다.

 

 꿩 대신 닭으로 전락해 버린 자신이 비참하다. 찐한 사랑은커녕 그냥 여행지에서 하룻밤의 일탈이라고 하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 그거면 된 것이다.

 

 그가 그녀의 턱을 잡고 들어 올려 눈을 맞춘다. 그의 한 손이 그녀의 이마를 만지고 콧등을 쓸어내리고 위아래 입술을 따라 원을 그렸다.

 

 [진. 휘. 네 이름은 너무 어려워. 진이라고 부를 거다. 아니면 제이라고 부를까?]

 

 그가 그녀의 이름 한 자 한 자를 힘겹게 불렀다. 오늘 밤 몇 번이나 부른다고 애칭까지 만드는 걸까.

 

 [제이는 당신 이름이잖아요.]

 [그러니까 재밌잖아. 제이와 제이.]

 

 이 남자는 자신에게 뭘 바라는 걸까, 뭘 기대하는 걸까. 지금까지 누군가와 둘이 엮인다는 걸 질색하던 그녀였는데 ‘제이와 제이’라는 말을 들으니 그와는 엮여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단지 오늘 하룻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에게 애칭을 붙여 주는 그를 보며 어쩌면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입을 다문 채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살짝 웃었다.

 

 하아, 그는 자신의 웃음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고 있을까. 누구라도 그의 웃음을 본다면 다 녹아 버리고 말 것이다.

 

 그가 고개를 내려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다. 엘리베이터에서의 격렬한 입맞춤과는 너무도 다른 달콤한 키스가, 강렬하기만 했던 눈빛이 아니라 잔잔하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눈동자가 그녀의 마지막 경계심을 허물어뜨리고 있었다.

 

 날카롭게 벼른 칼날처럼 휘젓던 혀가 부드럽게 그녀의 여린 속살을 쓰다듬자 아까와는 다른 야릇한 감정이 몸 안 어디에선가 솔솔 피어나며 몸을 이완시켰다.

 

 그가 그녀의 얼굴을 감쌌던 손을 내려 목에 두른 스카프를 벗겨 내더니 가방을 벗기고 코트의 단추를 톡톡 풀어냈다.

 

 성급하게 벗겨 내는 손길이 아니라 느릿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그의 손가락 동작들을 보고 있자니 어찌나 나른하고 관능적인지 몽환적인 영화 속의 한 장면을 보고 있을 것만 같았다.

 

 툭. 그녀의 몸에서 코트가 벗겨져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큰 키 때문에 허리를 숙여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숨을 깊이 들이마신다.

 

 그 순간, 혹시 그녀의 몸에서 땀 냄새가 나는 게 아닐까 걱정됐다. 오늘 땀을 흘린 적은 없었다. 어제처럼 춥지는 않았지만 분명 땀을 흘리지는 않았다. 다행이었다.

 

 [무슨 생각하는 거지? 집중해.]

 

 그녀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예리하게 알아챈 그는 뭔가 성에 차지 않는지 니트를 머리 위로 벗겨 내고 셔츠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아까의 느긋함과는 달리 다급해진 손.

 

 단추가 풀어짐에 따라 그녀의 하얀 피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두려움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상한 남자는 아닐까.

 

 하지만 그녀의 그런 우려는 곧이어 보여 준 그의 행동으로 모두 사라지고 있었다.

 

 스카이 블루색의 레이스 속옷만 남은 하얀 그녀의 상체를 가만히 살피던 그의 시선이 그녀의 왼쪽 어깨에 가 닿았다. 그의 손이 동그란 어깨를 쓰다듬다 세게 눌렀다.

 

 “앗.”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아픔에 진휘는 소리를 질렀다. 어제 그가 세게 붙잡는 바람에 그랬나 보다. 조금 아프긴 했지만 그녀도 멍까지 든 줄은 모르고 있었다. 그가 이마를 찡그렸다. 밝지 않은 불빛이었지만 푸르스름하게 멍이 들어 있었다.

 

 [내가 이런 건가?]

 

 그가 이미 짐작하고 있는데 굳이 대답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멍이 든 곳에 입을 맞추었다.

 

 마치 어미 개가 새끼의 아픈 곳을 쓰다듬듯 그는 그렇게 그녀의 아픈 곳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욕망이 아니라 미안함을 가득 담은 담백한 입맞춤. 그녀의 눈이 가늘어졌다.

 

 뜻밖의 그의 행동에 그녀의 얼굴에 살짝 경련이 일며 몸이 순간 뒤로 움찔거렸다. 부드럽고도 세심한 남자의 마음이 느껴져 그녀의 가슴이 또다시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뜨거운 숨이 쏟아져 한기가 느껴지는 그녀의 몸을 조금씩 데우기 시작했다.

 

 저도 모르게 눈이 감기고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그녀의 입에서도 신음 같은 숨이 터져 나오고 가슴이 심하게 위아래로 들썩였다. 그녀는 그 뜨겁고 야릇한 느낌을 즐겼다.

 

 그래, 오늘 밤 그저 즐길 것이다. 절대 후회하지도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그에게 질척대지도 않을 것이다. 오늘 밤은 그냥 그녀의 인생에 단 한 번 있는 일탈이고 기억에 남는 선물이 되어 줄 것이다.

 

 마음을 확실히 하고 나니 뭔가 의욕이 생긴다.

 

 로맨스 소설의 남자 주인공보다 더 멋진 제이. 오늘 밤만은 그에 맞는 여주인공으로서 확실하게 이 남자를 가져 보리라.

 

 그녀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려 그가 입은 울 코트를 벗겨 냈다. 몸에 잘 피트 되는 셔츠 밖으로 근육질의 몸매가 느껴졌다. 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풀어 내려갔다.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기라도 할 것처럼 그가 그녀에게서 몸을 떼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그녀를 바라보는 짙은 회색 눈동자 안에서 그녀의 모습이 움직이는 걸 보면서도 그녀는 떨리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바지 속에 있는 셔츠를 잡아 빼고 양쪽으로 벌어진 셔츠 사이로 군살 하나 없이 잘 발달한 가슴 근육이 드러나자 눈을 살며시 내린 그녀의 입이 벌어졌다.

 

 배꼽 아래로 점점 짙어지는 검은 털과 그끝을 상상하다 그 부끄러움과 민망함에 고개를 들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왜? 벌써 반해 버리면 안 되는데. 상상만 하지 말고 바지를 직접 벗겨서 보는 건 어때?]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그가 입꼬리를 올리고 웃으며 굳어진 목 근육을 푸는 것처럼 목을 양쪽으로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도도하고 거만해 보였지만 보기 싫지 않았다. 아니, 그라면 그런 모습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의 손이 그녀의 뒷목을 당겨 입술을 삼키는 동안 그녀는 어떤 행동도 할 수가 없었다. 당차게 그의 옷을 벗기긴 했지만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녀의 입술을 빨아 당겼다 놓은 그가 머리카락을 묶은 끈을 빼 버렸다.

 

 [굳은 몸을 좀 녹이고 시작하는 게 낫겠어. 샤워부터 하지.]

 

 그의 말을 들으며 그녀가 낮게 한숨을 쉬었다. 뜨겁게 달아올랐다가 가라앉은 탓인지 온몸으로 한기가 몰려들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 사이에 이후의 일에 대해 어떤 말도 오간 적이 없다. 그냥 분위기로 서로의 눈빛으로 묵인하고 동의한 일일 뿐.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침실로 가 그 안의 욕실 문을 열었다.

 

 [여기서 씻어, 난 거실에서 씻지.]

 

 그녀가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다 지켜본 뒤에야 그가 아쉬워하며 문을 닫았다.

 

 하아, 그동안 그렇게 외롭다고 느껴졌던 혼자만의 시간이 지금은 너무도 다행이다 싶었다. 그와의 숨 막히는 시간에서 해방됐다는 기분과 함께 또다시 그 긴장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아이러니한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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