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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도황제 쿤
작가 : 끼리코
작품등록일 : 2017.6.2

마도황제를 꿈꾸는 소년 쿤의 여정

 
각성 - 1
작성일 : 17-06-02 14:57     조회 : 273     추천 : 0     분량 : 4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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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15살이 된 쿤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드디어! 드디어 마도사가 됐다!"

  마법을 깨우치면 바로 기사단 입단 시험을 볼 생각에 수도에서 비빈지 어언 3개월이 지난 어느 날에 일어난 일이었다.

  지난 3개월 동안, 이 순간을 얼마나 고대하고 고대했던가? 길었던 기다림만큼 좋은 마법을 타고났을 거라고 쿤은 생각했다.

  하지만 깨달은 마법을 떠올린 쿤의 표정이 조금 일그러졌다.

  "근력강화, 민첩강화?"

  쿤이 깨우친 마법은 육체강화마법이었다.

  "...망했다."

  루탈리아 대륙에서 육체강화마법은 하급 마법으로 분류되고 있었다. 반대로 상급 마법은 불, 물, 바람과 같은 원소마법이었다.

  원소마법의 마도사는 꿈꾸지도 않았지만, 설사 하급 마법의 마도사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쿤은 충격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자신의 인생 계획이 첫단추부터 틀어져 버렸다고 생각했다.

  왕국 기사단의 입단 시험을 수석으로 통과하는 쿤.

  기사단에서 멋진 활약을 통해 최연소 단장이 되는 쿤.

  더 나아가 왕국 최고의 마도사가 되어 국왕이 되는 쿤.

  끝으로 모든 왕국의 인정을 받는 마도황제가 되는 쿤.

  완벽(?)하게 세워뒀던 미래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모습이 보였다.

  "끝났어... 전부 다 끝났어..."

  머리를 쥐어뜯으며 통곡하는 쿤에게 한 여성이 다가왔다.

  "꼬마야. 왜 그러고 있니?"

  쿤은 옆에서 들리는 청아하고 맑은 목소리에 고개를 올렸다. 금발의 여성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쌍꺼풀이 없는 커다란 눈과 오똑한 콧날, 그리고 붉은 입술. 전형적인 미인상은 아니었지만, 굉장히 매력적인 외모의 여성이었다. 걷다가 보게 되면 한 번쯤 뒤돌아볼 만한.

  그런 미녀에게 추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쿤은 재빠르게 팔뚝으로 흐르는 콧물과 눈물을 대충 비벼 닦았다.

  "크흡. 큽. 아니에요."

  "왜 그래? 누나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면 도와줄게."

  금발의 여성이 고개를 불쑥 들이대자 쿤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이제 갓 사춘기에 접어든 15살 소년인 쿤에게 미녀에 대한 면역력은 거의 없었다.

  "누나가 도와줄 수도 없는 일이에요."

  금발의 여성이 잠시 쿤을 관찰했다.

  작은 키와 앳된 외모, 그리고 변성기도 오지 않은 목소리. 확실했다.

  "혹시, 너 15살이니?"

  "...네."

  눈앞의 소년이 15살이라면 답은 뻔했다.

  "마법 때문에 그러는구나."

  "..."

  쿤은 침묵으로 대답했다. 긍정의 표시였다.

  "마법이 마음에 들지 않니?"

  "네. 제 마법이 하급 마법이에요."

  쿤의 말에 금발의 여성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금발의 여성은 정돈되지 않아 삐쭉삐쭉 튀어나온 쿤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하급 마법이 어때서?"

  "하급 마법은 약하잖아요."

  긴 머리카락을 한번 쓸어넘긴 금발의 여성은 무릎을 쪼그리고 앉아 쿤과의 눈높이를 맞추고 물었다.

  "그럼 강한 마법이 뭔지 아니?"

  "원소마법이요."

  "왜 그렇게 생각해?"

  "책에서 봤어요. 사람들도 다 그렇게 얘기하구요."

  쿤의 대답에 금발의 여성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확실히 원소마법은 다른 마법들에 비해 훨씬 자유롭고, 훨씬 강력했다. 그래서 원소마법을 타고난 사람들을 주위에서는 마도의 축복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물며 왕국 최고의 마도 엘리트만 모인다는 기사단에서도 원소마법의 재능을 깨우친 사람들을 발견하면 일단 서로 데려가려고 다퉜다.

  "틀린 말은 아니야. 확실히 원소마법은 강력해."

  금발의 여성이 한 말에 쿤의 눈에 다시 눈물이 고였다. 중급도 아니고 하급 마법을 깨달아서 서러운데 눈앞의 여성이 자신을 놀려먹는 것 같아 더 서러웠다. 쿤의 서러움이 터지기 전에 금발의 여성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정답은 아니야."

  쿤은 서러움을 꾹 참고 물었다.

  "그럼 어떤 마법이 제일 강해요?"

  "바로 신념을 가진 사람이 쓰는 마법이야."

  금발의 여성은 손가락으로 쿤의 심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직 어린 쿤은 금발의 여성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상급 마법을 타고나야 강한 마도사가 되고, 하급 마법을 타고나면 약한 마도사가 되는 게 아닌가요?"

  "전혀 그렇지 않아."

  금발의 여성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쿤에게 금발의 여성이 질문을 던졌다.

  "지금 우리 왕국의 기사단장들 중에 최고의 마법이라는 원소마법을 사용하는 마도사가 몇 명인지 아니?"

  모든 이의 선망의 대상인 기사단장들은 왕국 최고의 전력이고, 그들은 구사하는 마법은 하나하나 모두 강력했다.

  손가락을 접어가며 잠시 수를 세보던 쿤이 대답했다. 그런 쿤이 귀여웠는지 금발의 여성의 볼에 작은 보조개가 생겼다.

  "3명이요."

  "정답이야. 그러면 총 몇 명의 기사단장들이 있는지도 알겠네?"

  "7명이요."

  "그래. 맞아. 7명의 기사단장 중에서 3명만이 원소마법의 마도사야. 절반 정도가 원소마법 마도사라는 걸 보면 확실히 원소마법이 강하긴 해. 하지만 만약 원소마법이 정말로 최고의 마법이었다면 일곱 단장 모두 원소마법 마도사였어야겠지?"

  쿤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리고 표정도 한결 밝아졌다.

  "그러면 혹시 그중에서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기사단장이 누군지 아니?"

  "음, 화원기사단 단장이요."

  국왕 다음으로 강력하다고 알려진 마도사는 화원기사단의 단장이었다. 그래서 차기 국왕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런 화원기사단의 단장은 원소마법을 사용하는 마도사가 아니었다. 그 단장은 꽃마법을 사용하는 마도사였다.

  "참고로 화원기사단의 단장이 사용하는 꽃마법은 하급으로 분류되는 마법이야."

  "정말요?"

  몰랐던 사실에 쿤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하급 마법으로 기사단장에 이르다니!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자신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조금씩 올라왔다.

  "응. 정말이야. 게다가 일반 기사단원들 중에서 하급 마법을 사용하는 마도사들도 꽤 있어. 아니, 하급 마법, 상급 마법 같은 표현은 잘못된 거야. 그저 등급 나누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바보 같은 기준일 뿐이지."

  "그렇다면 저도 가능할까요? 저도 기사단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그럼 가능하지!"

  "제 마법은 육체강화마법인데, 저도 나중에 기사단장이 될 수 있을까요?"

  "어머? 정말이니? 화원기사단 부단장도 육체강화마법 마도사인데."

  쿤의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자신과 비슷한 마법을 가진 마도사가 왕국 기사단의 부단장이라니! 그것은 자신에게도 길이 열려있다는 의미였다.

  쿤의 머릿속에 금발의 여성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진짜 강한 마도사는 신념을 가진 마도사라는 말이.

  아마 부단장은 강한 신념을 가진 사람일 거라고 생각됐다.

  "혹시, 화원기사단 부단장님의 신념이 뭔지 아세요?"

  "음, 그건 나도 모르지. 그리고 신념은 남의 것을 따라 세우는 게 아니야. 본인 스스로 세우는 거지."

  쿤은 신념이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중얼거렸다.

  금발의 여성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쿤을 바라보았다.

  "잘 고민해 봐.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세운 마법의 기준을 맹신하지 마. 그저 기준일 뿐이고, 그건 너의 가능성을 제한할 뿐이야. 너의 가능성을 믿고, 너의 마법을 믿어."

  쿤의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고마워요. 누나! 제 이름은 쿤이에요! 저는 나중에 반드시 최강의 마도사가 될 거예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외치는 쿤을 보며 금발의 여성이 깔깔 웃었다.

  "어머? 그렇다면 미래의 국왕님이 되겠구나? 나중에 잘 부탁드려요. 미래의 국왕님."

  허리를 숙였다 일어난 그녀는 허공에 손가락을 튕겼다. 허공에서 수많은 꽃들이 만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꽃들이 아무리 아름다운들 그녀의 웃음보다 아름답지 못했다.

  "미래의 국왕님, 제 이름은 플로라에요. 그리고 지금은 화원기사단의 단장을 맡고 있지요."

  쿤은 엄청난 충격에 벙찌고 말았다.

  자신을 응원해준 사람이 바로 화원기사단의 단장이였다니!

  아무 말도 못하는 쿤을 보며 플로라가 말을 이었다.

  "참고로 차기 국왕 자리에는 전혀 관심 없습니다."

  어버버거리는 쿤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나서 플로라는 꽃마차를 소환했다. 그녀에게 무척 어울리는 이동수단이었다.

  "미래의 국왕님, 왕궁에서 기다릴게요."

  그 말을 끝으로 플로라는 사라졌다.

  쿤은 하염없이 그녀의 뒷모습만 쳐다보았다. 곧 정신을 차린 쿤의 두 눈에는 야망의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반드시 기사단에 들어가고 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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