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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쌍극의 탑
작가 : 낙원의새
작품등록일 : 2017.6.1

『선택해라. 목숨을 걸고 너희 본래의 삶을 되찾을 것인지, 아니면, 내가 마련해준 이곳, ‘낙원’에서 영원한 삶을 누릴지….』

불의의 사고로, 병으로, 스스로 죽은 2만 5천명의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세계의 관리자>가 제안한다.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다면 '탑'을, 배고픔도 가난도 노화도 장애도 없는 이 <낙원>에서 영원한 삶을 살고 싶다면 '미궁'을 정복하라.

돌아가야 하는 자, 남아야 하는 자, 두 세력의 삶을 건 게임.

 
01. 사망, 그리고 '그'의 목소리.
작성일 : 17-06-01 21:22     조회 : 276     추천 : 0     분량 : 4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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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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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탕, 소리를 내며 화물차의 문이 닫혔다. 문을 닫은 소년이 가슴팍 부분의 옷을 부여잡고 펄럭거리며 이마의 땀을 닦아내었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인 6월의 날씨는 꽤나 후덥지근했는데도 소년의 옷은 제법 두툼해보이는 작업복이었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그는 소년이라 하기에는 성숙해보이고, 청년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앳되보였다. 정리하지 않고 덥수룩히 기른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맑은 눈이 빛났다. 그는 다소 어려보이면서도 순한 인상을 주는 얼굴이라, 잘생긴 미남이라고 보기에는 어렵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호감을 줄 법한 인상이었다.

 

 

 “아- 드디어 끝났구만, 젠장. 오늘따라 특히 빡세네. 아무튼 수고했다, 현성아!”

 

 

 붉어진 얼굴에 맺힌 땀을 겨우 다 닦아낸 현성의 뒤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성은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꾸벅 하고 숙였다.

 

 

 “수고하셨어요, 아저씨.”

 

 

 40대 초반에서 중반 정도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얼굴에 가득 미소를 띠고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는 현성과 같이 물류회사에 다니는 직원이었다. 

 

 남들은 다들 여자친구를 사귄다거나 술을 질펀하게 마시는 모임을 쫓아다닌다거나 할 때, 여기저기 일자리를 전전하며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현성을, 그는 좋아했다.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이건만, 현성은 군말 없이 묵묵히, 그리고 완벽하게 일을 하니 싫어할 수가 없었다.

 

 

 “술이나 한 잔 할래? 빡세게 했으니 좀 먹어야지.”

 

 “죄송해요. 술 냄새나면 동생이 잔소리해서요.”

 

 “아- 그랬었지, 참. 그러고 보니 오늘 월급날이네. 동생 옷이나 한 벌 사주지 그래?”

 

 “글쎄요. 다음 주에 시험이라고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을 텐데, 방해 되지 않을까요.”

 

 “그러니 더 사줘야지. 말만 하면 기회다 싶어서 달려 나올 거다.”

 

 “그럴까요.”

 

 

 현성이 희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 얼굴에는 동생에 대한 순수한 애정이 묻어 나와서 보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현성은 하도 먼지를 뒤집어쓰다보니 이곳저곳에 누런 때가 찌든 작업복을 벗어 캐비넷에 집어넣고는 항상 입고 다니는 후줄근한 낡은 옷으로 갈아입었다. 입고 다닌 지 몇 년은 너끈히 된 것인지 색깔이 바랠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울이 일기도 하는 옷이었다. 그 옷을 보고 남자는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동생 옷이나 사줄 때가 아니구만? 네 옷부터 사, 임마.”

 

 “아직 입을 만한데요 뭘. 어차피 일할 때 입고 가는 옷이라서 상관없어요. 동생은 학교도 다니고 친구들도 만나니까, 옷 사줘야죠.”

 

 

 순수하게 웃으며 하는 현성의 대답에 남자는 말문이 막혔다. 무슨 철부지 딸을 둔 것 같은 아버지와도 같은 말이었다. 도저히 스물 한 살짜리 젊은이의 입에서 나올 만한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 사이, 현성은 구닥다리 휴대폰을 켜서 시간을 확인하고는 남자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뛰듯이 걸어가는 현성의 뒷모습을 보며 남자는 혀를 찼다. 소년가장, 소년가장 말만 들었지 그도 현성을 제외하고는 소년가장을 본 적이 없었다. 

 

 그가 듣기로는 현성의 부모는 현성이 중학교 때에 돌아가셨고, 그 이후 현성은 중학교를 중퇴하고 동생을 뒷바라지 했다고 한다. 자신의 미래를 전부 포기하고 동생을 위해 살아가는 그 소년이, 안쓰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 젠장. 저놈 저거, 술 한 잔 사줘야 되는데.”

 

 

 그 역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만큼 넉넉한 사정은 아니다. 도와주지 못해서 괜히 미안한 마음을 그런 중얼거림으로 풀며 남자는 캐비넷에서 자신의 옷을 꺼냈다.

 

 

 

 

 

 퇴근시간이기도, 하교시간이기도 한 만큼 대로변은 붐볐다. 초여름이 다가오면서 사람들의 옷차림은 점차 산뜻해지고, 얇아져갔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옷들 사이로 낡고 후줄근한 옷차림의 현성의 모습은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그런 옷차림을 하고, 정리를 하지 않은 덥수룩한 머리에, 구닥다리 2G폰을 들고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 서울에서 흔히 보이는 몰락한 중년들이 아니라 고작 20세 남짓한 소년(혹은 청년)이라는 것 때문에 더더욱 눈길을 끌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흘끔거리며 지나갔지만, 현성은 그런 것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익숙한 일이기도 했고, 사실 별로 신경 쓰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현성은 구닥다리 휴대폰을 조작하여 어디론가로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발신음 끝에 다소 애교가 담긴 ‘여보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학교 끝났어?”

 

 『아니, 저녁 먹고 야자 해야지. 왜?』

 

 

 처음의 ‘여보세요’와는 달리 애교가 사라진 담백하면서 청량한 목소리였다. 현성이 자신의 미래를 버려가면서 아끼는 그의 여동생이었다. 자신의 기대에 부응해서 학교에서 톱클래스에 들어가는 성적을 자랑하는 동생. 현성은 공부한다는 동생의 말을 듣고 고개를 저었다.

 

 

 “아냐, 아무것도. 공부 열심히 하고.”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힘들게 일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만큼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의 얼굴을 보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공부한다는 동생의 말은 그가 그러한 것들을 잊기에 충분했다. 그런 현성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화기 너머로 살짝 뾰로통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할 말 있는 거 아니었어?』

 

 “아, 월급날이라서. 너 옷이나 사줄까 했지.”

 

 

 통화를 하면서 걷다보니 현성의 발길이 횡단보도 앞까지 닿았다. 눈앞에서 차들이 엔진음과 바람소리를 내며 빠르게 지나갔다. 현성의 말에 대답은 즉각적으로 나왔다.

 

 

 『콜.』

 

 “어? 야자 한다며?”

 

 『이 핑계로 좀 째보기도 하는 거지 뭐. 오빠가 부른다고 하면 쌤도 보내줄걸? 암튼 콜, 콜. 대신 옷은 오빠 옷 사는 걸로.』

 

 “아, 난 괜찮아. 너 여름옷 사야지.”

 

 『내가 안 괜찮아. 내가 골라줄 테니까, 내일부터 그거 입고 다녀.』

 

 

 팟, 하고 신호가 바뀌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안내시스템이 울리고, 현성은 휴대폰을 귀에 댄 채로 횡단보도를 건너가기 시작했다. 차들이 멈춰가는 소리도, 음성안내시스템의 소리도 휴대폰을 통해 나오는 동생의 목소리에 묻혀갔다.

 

 

 『난 작년에 산 거 입으면 돼. 오빠 꺼나 좀 사라. 도대체 그 옷은 몇 년째 입고 있는 거야?』

 

 “어차피 일하러 다닐 때 입는 옷인데, 뭘.

 

 『아- 아저씨 같은 말 하지 말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차들이 멈추는 와중에 멈추지 않은 엔진음과, 뒤늦은 경적소리, 그리고 급정거 소리를, 현성은 듣지 못했다.

 

 둔탁한 충격음이 울렸다. 그 소리를 들었을 때, 현성의 몸은 하늘을 날고 있었다. 시간이 멈춘 듯 했다. 영원과 같은 순간이 지나가고, 땅에 떨어진 후에야, 현성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자각할 수 있었다. 

 

 겪어본 적이 없을 정도의 격통이 엄습했다.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지만 목과 입이 기능하지 않았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뒹굴고 싶어도 손가락 하나까지 그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비명소리, 누군가가 다급히 외치는 소리, 경적소리…각종 소음이 귀에 들어왔지만 전부 멀게만 느껴졌다. 소리 지를 수도, 뒹굴 수도 없을 정도의 격통은 이성을 마비시키고 있었다. 그 와중에 손에 잡혀있는 핸드폰으로부터 들려오는 소리가 간신히 그의 이성을 붙잡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오빠를 부르는 소녀의 목소리였다.

 

 

 『오빠? 오빠!』

 

 

 핸드폰을 귀로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져가서 아무 일도 아니라고, 괜찮다고 말해야 한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목은 말을 하기는커녕 숨을 쉰다는 기본적인 기능조차 수행하지 못했다.

 

 그 소리마저도 점점 그의 의식으로부터 멀어져갔다. 이성을 마비시키던 격통도, 멈춘 호흡의 감각도 전부 옅어져갔다. ‘나’라는 존재를 느끼는 감각마저 희미해져갔다.

 

 ‘죽는 건가….’

 

 그렇게 느꼈다. 이미 시각도 기능을 상실하여, 검은 허공밖에 보이지 않았다. 기능을 잃은 눈이 서서히 감겼다. 그렇게 소멸을 느끼던 중, 시각을 제외한 감각으로부터 전달되는 세계가 일변했다. 

 

 모든 감각이 서서히 돌아왔다. 등으로부터 차가운 돌바닥의 감촉이 전달되었다. 멈춰있던 호흡이 돌아오고 신선한 공기가 허파를 가득 채웠다. 표현조차 불가능했던 격통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몸에 힘을 줘보니 너무나도 수월하게 몸이 움직였다.

 

 

 『이만 일어나지 그래? 몸이 멀쩡하다는 것쯤은 슬슬 눈치 챘을 것 같은데.』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의 목소리와는 달랐다. 사람의 목소리라기에는 윙윙 울리면서 어디에서 들려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마치, 신의 목소리가 이럴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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