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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일반/역사
책사
작가 : 권오단
작품등록일 : 20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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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책사』는 명나라의 시조인 홍무제가 명을 건국한 이후, 제2대 황제 건문제가 천자가 된 1399년(건문 1년 6월)부터 제5대 황제 선덕제가 한왕 주고후의 반란을 평정하는 1426년(선덕 1년 8월)까지, 27년간의 역사가 배경이 된다. 후일 영락제가 되는 연왕이 조카인 건문제의 견제로 자신의 지위가 점점 위태로워지고 있음을 깨닫고 3년간의 내란(정난의 변) 끝에 황제의 자리에 오른 후, 영락제의 아들인 홍희제가 치열한 권력다툼 끝에 황태자의 자리에 오르고, 손자인 선덕제가 한왕의 반란을 평정하며 권력을 잡기까지 명나라 역사상의 부흥기인 인선의 치세를 주도했던 책사 목풍아의 활약상을 다룬 작품이다.

 
책사 1 - 운수 나쁜 날- 1
작성일 : 16-04-08 20:02     조회 : 597     추천 : 0     분량 : 8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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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의기양양하게 승덕현을 떠나오기는 하였으나 말을 자주 타 본적이 없는 목풍아는 이내 허리가 결리고 사타구니가 저려와 10여리를 채 가기도 전에 말에서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염천이라 등줄기를 훅훅 볶아대는 더위가 넓은 대로위에 아지랑이처럼 기어올라왔다. 말고삐를 잡고 한참을 걷다 보니 뱃속에서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젠장. 멋있게 떠나온다고 밥도 안 먹었는데……”

  숨이 탁탁 막히는 더위에 사방을 살펴보던 목풍아는 열사의 아지랑이 사이로 허름한 다점(茶店) 하나가 서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잘 되었다. 좀 쉬어서 가자.”

  목풍아는 고삐를 쥐고 엉성한 걸음으로 터벅터벅 대로를 걸었다. 잠시 후, 목풍아는 하얀 깃발에 차(茶)와 만두(饅頭)라고 쓰여진 주련이 나부기는 다점에 도착하였다. 다점 앞의 기둥에 말고삐를 매고 불면 날아갈 듯 엉성한 다점 안으로 들어가니 비록 허술한 다점이지만 시원한 그늘이 있어 살맛이 났다.

  “앞으로는 저녁 무렵이나 새벽에 움직여야겠는걸……”

  이마에 땀을 닦으며 탁자에 앉으니 나이가 오십 가까운, 머리가 희끗하고 삵쾡이같이 앙상한 중늙은이가 차를 가져왔다. 그는 문 앞에 매여진 말과 목풍아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햇볕이 내리쪼이는 대로를 살펴보곤 말했다.

  “도련님. 혼자이십니까?”

  주름진 얼굴에 눈빛이 간들거리는 것을 보고 목풍아는 탁자를 치며 말했다.

  “설마 내가 혼자 다니겠나? 하인들과 사냥을 나왔다가 말을 좀 달렸더니 하인들이 뒤처진 모양이군. 자자. 주문을 받아라.”

  “예. 예.”

  주인이 굽실거리자 목풍아가 말했다.

  “하인이 십 여명 정도 되니 인원수에 맞춰서 푸짐하게 내오게. 비싼 것으로…”

  “예. 예.”

  “사람고기 같은 것을 내 놓으면 안돼. 알겠지?”

  “저, 저희 집에서는 그, 그런 것 없습니다.”

  “와하하하. 알았으니 어서 가져오기나 해.”

  주인이 연신 허리를 굽실거리며 물러나자 목풍아는 큰소리로 탁자를 치며 웃다가 차를 따뤄 마셨다.

  목풍아는 도박장을 연연하며 수면제를 써서 사람을 잠재운 후 돈을 빼앗고 살해하여 사람 고기를 파는 도적들의 식당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강호는 무서운 곳이라 사람을 쉬 믿을 수 없었다. 목풍아는 자신을 얕잡아 보는 틋한 주인의 눈빛을 읽고 경각심을 북돋우기 위해 너스레를 떤 것이다.

 주인이 주방으로 들어가자 목풍아는 차를 들이켰다. 입안에 쌉쌀한 차향이 감돌았다.

  쨍쨍 내리쬐는 햇발이 대로에 비쳐 뜨거운 공기가 불어왔다.

  ‘젠장, 일도 그 자식 때문에 쓸데없는 곳에 신경을 쓰게 되었군. 빌어먹을 놈.’

  승평현에 있을 때는 기반이 있어서 아무렇지 않았으니 그곳을 벗어나니 곤란한 일이 생기는 것이다. 일단 나이가 어렸고 키가 크지 않아 다른 이들에게 얕잡아 보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글공부를 한 탓에 지모는 있으나 무예를 배운 것도 아니니 대책 없는 도적을 만났을 때나 시비가 붙었을 때 힘이 없는 자신이 낭패를 볼 일은 자명한 것이었다. 일도를 데려가려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는데 마음이 앞서 서두른 것이 마음에 걸렸다.

  ‘하긴 그럴 만도 하지.’

  일도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였다. 승평현에서 잘 지내다가 갑자기 먼 길을 떠난다고 하니 일도가 농담으로 생각할 수 있었으리라. 그럼에도 자신의 명령을 그대로 따르지 않은 일도가 얄밉게 생각되는 것이다.

 ‘이 자식. 대장의 말을 뒷전으로 듣다니, 다음에 한번 정신이 바짝 들도록 교육을 시켜야겠어.’

 목풍아는 입맛을 다시며 얼굴을 찡그렸다.

 그때였다. 코끝을 마비시킬 듯 향기로운 냄새와 함께 주방에 들어갔던 중늙은이가 음식을 푸짐하게 들고 나왔다. 그 뒤로 앙상하게 마른 여자 하나가 만두를 들고 나왔다. 마른 장작같이 가늘고 주름이 많은 여자는 행동조차 무기력하여 병든 사람마냥 안스러워 보였다.

  “도련님. 아직도 하인들이 도착하지 않았나 보네요. 식으면 맛이 없는데 말입니다.”

  중늙은이 주인이 목풍아의 탁자에 오리고기와 만두, 밥과 술과 소채를 내 놓으면서 말했다. 밤새 식사를 하지 않은 목풍아는 음식을 보자 허기가 동하여 소리쳤다.

  “시끄럽다. 늦게 오면 식은 것을 먹을 것이고, 빨리 오면 따뜻한 것을 먹겠지. 나는 배가 고파서 먼저 먹겠다.”

  목풍아는 오리 뒷다리를 뜯어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하였다. 시장이 꿀맛이라고 오랫동안 굶은 뒤라 그 맛이 기가 막혔다. 목풍아가 허겁지겁 먹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주인과 마른 여자가 주방 앞에서 수군거리고 있었다. 마른 여자가 힐긋 힐긋 목풍아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중늙은이가 화를 내며 마른여자에게 손가락질을 하였다. 마른 여자가 얼굴을 감싸안으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뭐야? 손님 앞에서 부부싸움인가?’

  목풍아는 품속에서 10냥 짜리 은전 하나를 꺼내 흔들며 소리쳤다.

  “이봐. 이봐. 그렇게 있지 말고 국수를 내오라구. 여기 음식이 참 맛있는걸.”

  중늙은이가 허겁지겁 다가와 목풍아에게 은전을 받아 들고 화색이 되어 돌아가더니 잠시 후, 국수를 들고 나왔다.

  국수를 내 놓던 주인이 목풍아에게 말했다.

  “도련님. 오리고기하고 소채밖에 드시지 않았네요. 술도 한잔하시죠. 우리 집 술은 참 맛있답니다. 인근에도 우리 집 술이 너무 맛있어서 극락주(極樂酒)라는 별칭이 붙은 걸입쇼.”

  “극락주? 그럼 한잔 마셔볼까?”

  목풍아가 잔을 들니 주인이 냉큼 술병을 들어 따뤘다. 검붉은 빛깔의 술에서 향긋한 냄새가 풍겼다.

  “오디주입니다요. 작년 이맘때 따서 담은 술인데 맛이 좋아서 공자님같은 특별손님에게 드립지요. 정력에 좋아서 근방의 부호들께서도 자주 찾아주십니다요.”

  “그래? 어떤 맛인가 한번 볼까?”

  목풍아가 족제비처럼 웃는 중늙은이의 얼굴을 보고 은근슬쩍 잔을 내밀었다.

  “세상이 하도 험해서 좀체 남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먼저 마셔보라는 의미를 다점의 주인이 모를리 없다.

  “에구. 공자님께서는 조심성도 많으시네. 저희 다점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먼저 한잔을 먹겠습니다.”

  주인이 잔을 받아 가볍게 한입에 털어 넣었다.

  “맛이 어떤가?”

  주인이 입맛을 다시며 손가락을 쪽쪽 빨다가 말했다.

  “에구. 기찬 맛이지요. 마음 같아서는 한잔 더 마셨으면 좋겠습니다요.”

  “그래? 그럼 한잔 더 주지.”

  “고맙습니다요. 공자님.”

  주인이 다시금 잔을 받아 마시니 그제야 목풍아가 안심이 되었다.

  “그럼 나도 극락주나 한잔 먹어볼까?”

  목풍아가 술병을 들어 술을 따렀다. 술잔에 차오르는 술의 검붉은 빛깔이 목풍아의 입맛을 당겼다. 직접 따른 술을 입가에 대고 은은한 향을 음미하던 목풍아는 가볍게 술잔을 들어 한입에 털어 넣었다.

  달싸한 극락주가 입안에 들어가니 그 향긋한 맛이 극락처럼 일품이었다. 독한 화주와는 달리 꿀을 넣은 듯 쓴맛과 단맛이 번갈아 입술을 자극하여 술이 절로 입안으로 꼴까닥 넘어갔다.

  “우와. 이거 듣던대로 굉장한 맛이군.”

  “그래서 극락주라 부른다니까요.”

  주인이 손을 치켜들며 웃었다.

  “아하하하. 여기서 승평현까지 멀지도 않는데 나는 왜 이런 좋은 술을 왜 몰랐을까?”

  목풍아가 웃으며 손가락을 치켜들고 다시금 술잔을 들어 따르려 하는데 갑자기 눈앞이 띵하면서 중늙은이 주인의 얼굴이 두 세개로 나누어졌다.

  “모를 밖에요. 이 술을 먹은 사람이 마시고 살아 돌아간 사람이 없으니까요.”

  중늙은이가 누런 이를 드러내고 씨익 웃었다.

  ‘당했다.’

  정신을 차리려 하였지만 무거운 졸음이 눈꺼풀을 내리눌렀다. 족제비 같은 중늙은이의 웃는 얼굴이 좌우로 흔들거렸다.

  “히히히히……”

  중늙은이와 마른 여자의 모습이 상하좌우로 흔들거리며 목풍아의 시야는 흐릿한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안간힘을 써 보았지만 두팔과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목풍아의 몸이 썩은 나무처럼 쓰러졌다.

  중늙은이가 팔짱을 끼고 목풍아를 내려다보았다.

  “가출한 돈 많은 공자가 틀림없어. 하인이 있다는 것은 다 거짓말이야. 그렇다면 벌써 도착했겠지. 안그래?”

  “하지만 너무 어려요. 죄도 없는데 죽이지 않으면 안 되나요?”

 “우리도 살아야지. 오직 하면 내가 이러겠어? 지금 이것저것 가릴때가 아니라구. 입은 것하며 생긴 것이 잘 먹고 자란 놈 같으니 돈도 많을 거야.”

  “안돼요. 제발 이러지 말아요.”

  여자의 우는 목소리와 중늙은이의 호통소리가 아련하게 사라지며 목풍아의 의식은 더욱 깊은 심연 속으로 빠져들었다.

 

  “헉-”

  목을 엄습하는 차가운 감촉을 느끼고 목풍아는 눈을 번쩍 떴다. 눈부시게 밝은 정오의 풍경과 타고 온 밤색 말이 시야에 드러났다. 갑자기 극락주를 마시기 전의 광경이 눈앞을 스쳐 지났다.

 ‘살아 있다.’

 목풍아는 생각을 정리했다. 지평선에 해가 기울고 있었다. 지금은 날이 선선해지는 저녁 무렵. 미혼약에 취한 자신이 멀쩡하게 깨어났다. 누군가 도와준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무심결에 이름을 불렀다.

 “일도냐?”

 “엉? 대장. 어떻게 저를 아셨습니까? 이제 정신이 드렸습니까?”

 일도의 목소리였다. 소리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일도(一刀)가 다가오고 있었다.

  “대장. 제가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습니다.”

  일도가 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그 년놈들은?”

  “마가부부 말이죠? 제가 잡아놓았습니다.”

  일도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탁자 뒤에 멍이 시퍼렇게 든 중늙은이와 마른 여자가 포박되어 앉아있었다.

  “내 참. 대장같이 똑똑한 분이 미혼약에 당했을 줄이야 상상이나 했겠어요?”

  목풍아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사실임을 인정하듯이 뾰로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방심을 했어.”

  “헤헤헤. 제가 대장의 목숨을 한번 구했습니다. 훗날 큰 인물이 되시더라도 제 공을 잊으시면 안됩니다.”

  일도가 큰 공을 세운 사람처럼 우쭐거렸다.

 

  ‘보거라. 너는 아직 멀었다. 마음만 앞서서는 큰일을 할 수 없는 법이다. 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기다릴 줄을 알아야하는 법이다.’

 

  귓가에 아버지 목원유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마음이 앞서 서둘렀던 것이 문제였다. 큰일을 하려는 장도의 첫발자국부터 일이 꼬이다니. 모두 자신의 탓이니 누굴 탓할 일도 아니되지만 아직 피어보지도 못하고 어육이 될 뻔한 것을 생각하면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목풍아는 씹어 먹을듯한 눈으로 중늙은이와 마른 여자를 바라보았다.

  “잘못했습니다. 도련님. 제가 사람을 몰라보고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도련님. 살려주세요. 용서해 주십시오.”

  중늙은이는 마룻바닥에 머리를 박고, 마른 여자는 손이 발이 되도록 빌면서 용서를 구하였다.

  “이 마가부부는 이곳에서 자리 잡은 지 1년 반 되었는데 예전에 저희가 도움을 준 적이 있지요. 남편은 마갑보(馬甲父)이라는 자로 젊었을 적엔 산적노릇을 하다가 이곳에 자리를 잡았지요. 부부가 이곳에서 착실하게 사는 줄로만 알았더니 강도짓을 하는 줄을 정말 몰랐습니다 도련님.”

  목풍아가 마갑보에게 물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나?”

  “한동안 장사가 너무 안 되어서 궁한 나머지, 수면제를 쓴 것은 도련님이 처음입니다요. 여기서 장사하면서 사람을 죽인 적은 정말 없습니다. 손을 씻고 정말 착하게 살아보려 했는데 장사가 너무 안되서 돈을 빌리다보니 사채빚이 걷잡을 수 없이 늘었습니다요.”

  “남편의 말이 사실이에요. 도련님. 빚이 너무 많아서 하나 남은 자식까지 모두 팔려가게 생겼어요. 제가 오죽하면 이런 일을 했겠습니까? 다시는 안 그럴테니 용서해 주세요.”

  마른 여자가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빌었다.

  목풍아는 기절하기 전에 마갑보의 아내가 했던 행동들과 말들이 떠올랐다. 마갑보가 하는 일을 아내는 반대했었다. 마갑보의 아내가 아니었던들 목풍아는 벌써 저승에서 염라대왕을 만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목풍아는 꿇어앉아 용서를 구하는 부부를 내려다보았다. 살아온 인생이 그대로 얼굴에 묻어 믿음감이 없는 얼굴의 남편과 피곤하고 쪼들리는 삶을 산 듯한 아낙의 모습이 부평초처럼 살아온 민초들의 얼굴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열심히 살려고 애를 썼지만 삶은 이들을 더욱 더 시궁창으로 몰아넣었다. 살기 위해 죄를 지어야만 하는 세상. 이런 세상을 만든 것은 이들이 아니라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의 잘못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위정자가 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정치는 사람을 사람답게 살아가도록 만드는 일이지만 지금의 정치는 사람들 위에서 군림하여 그들의 것을 빼앗는 일을 일삼아왔다. 그것은 왕조가 바뀌어도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사람이 아무런 걱정없이 살 수 있는 세상. 이것이 또한 목풍아가 원대한 포부를 품고 세상을 향해 도전하려는 이유가 아니겠는가?

  목풍아는 세상을 향해 첫발을 떼는 순간 이러한 일을 받게 된 것이 도리어 하늘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자 마갑보 부부가 도리어 불쌍하게 생각되었다.

  “너희들의 빚은 내가 갚아주마. 내가 편지를 써 줄 터이니 대희루의 풍계에게 가거라. 그럼, 앞으로는 이런 짓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사람답게 살아야지.”

  “아이구. 고맙습니다. 나리.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마갑보 부부가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그 전에 내가 궁금한 것이 있다. 분명히 술을 같이 마셨는데 어떻게 나 혼자 의식을 잃었을까?”

  “그거야 간단합지요. 약을 탄 술을 내놓기 전에 미리 손가락에 해독약을 발라놓는 거지요. 의심을 사지 않게 하기 위해 먼저 술을 마신 후에 손가락을 빨아 해독약을 먹는거죠. 그럼 상대방은 의심을 풀게 되고 계교에 걸려들게 되는 겁니다요.”

  목풍아는 마갑보가 입맛을 다시면서 손가락을 빨았던 것을 떠올렸다. 그때는 무심하게 보았던 것인데 그러한 계교가 숨어 있다는 것을 깨닫자 목풍아는 무릎을 치며 웃었다.

  “와하하하. 그것 참 기가막힌 묘수로군. 내가 보기 좋게 당했군. 좋아. 좋아.”

  “아이쿠. 도련님께서 그렇게 웃으시니 저희가 부끄럽습니다.”

  “아니야. 좋은 수법이야. 무예가 뛰어난 무림인들도 종종 당했겠군 그래.”

  “헤헤헤. 많이들 당했지요. 옛날, 제가 마적단에서 있을 때 마적단에서 운영하는 다점에서 그렇게 사람들을 해쳤습니다요. 강호의 고수들도 그렇게 많이들 당했지요. 심성이 착한 아내 때문에 손을 씻고 양민으로 살아가려 했는데 사는 것이 쉽지많은 않더군요.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벼랑 끝에 몰리니 별별 생각이 다 들더라구요.. 마침 그때 도련님께서 나타나신 거죠. 혼자이신데다가 워낙 잘 차려 있으셔서…… 제가 빚에 쪼들리지 않았다면 앞길이 창창한 도련님을 처음부터 죽일 마음은 없었겠지요.”

  목풍아는 늙은이 두 사람이 머리를 조아리며 빌고 있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착찹하였다.

  “자자. 그러고 있지만 말고 시장하니 음식을 내 오너라.”

  “네. 네. 알겠습니다. 도련님.”

  마갑보와 아낙이 큰절을 연신해 대다가 부산하게 주방으로 뛰어가서 푸짐하게 음식을 내 놓았다. 돼지고기 수육에 닭튀김, 삶은 달걀과 소채, 그리고 극락주라는 별칭이 있는 오디주까지 상다리가 부서질 정도로 푸짐하게 올려놓았다.

  “기억나시지는 않겠지만 대인께서 승평현의 도박장 앞에서 구걸을 하고 있는 저에게 무려 다섯냥을 선뜻 내 주셨지요.”

  탁자에 턱을 기대고 있던 목풍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건 이상하군. 그때 나는 자네의 자식이 굶어 죽어 간다고 하기에 선 듯 돈을 주었던 것인데…”

  마갑은 소매로 눈시울을 닦으며 말했다.

  “도련님께서는 기억하고 계셨군요. 그때 저희에게는 아들과 딸이 하나 있었는데 정말로 먹지를 못해서 사경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대인께서 주신 돈으로 쌀을 사서 먹였지만은 약한 아들놈은 끝내 목숨을 잃어버리고 말았답니다.”

  “저런. 안됐군 그래.”

  “괜찮습니다. 대인. 제 자식이 비록 허무하게 죽었지만 그렇게 소망하던 쌀밥에 고깃국을 죽기 전에 먹은 것이 어딥니까? 그렇게 행복해하던 아이의 얼굴을 생각하면 대인에게 빚진 은혜를 어떻게 갚을 수 있을지… 그것도 모르고 저희가 큰 죄를 저지를 뻔하였으니 제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마갑보의 아내가 붉어진 눈망울을 소매로 닦으며 미소를 지었다.

 마갑보가 가져온 음식을 입에 넣으면서 목풍아는 부모님을 떠올렸다. 말없이 떠났다고 노기충천한 아버님의 얼굴과 아들의 장래를 걱정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을 어머님의 얼굴이 눈앞에 선하여 맛있는 음식도 맛을 느낄 수 없었다.

  ‘약해지지 말자. 약해지면 안 된다.’

 목풍아는 자신의 꿈을 생각하고 마갑보 부부를 만난 것으로 귀중한 인생의 교훈 하나를 깨달았다 생각하였다.

 ‘맹자는 시련은 큰 사람을 만드는 양약이라 하였다. 이제 시작이다. 약해지지 말자. 목풍아. 너에게는 꿈이 있다. 이런 불쌍한 사람들을 구제하여 천하를 태평스럽게 만들 의무가 있나니 힘내라 목풍아. 아자자잣!.’

 목풍아는 주먹을 불끈 쥐며 다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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