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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우아한 세계에서
작가 : 마스트
작품등록일 : 2017.5.29

종전 이후 20년, 시대의 변화로 약해진 귀족, 흔들리기 시작하는 기존의 계급체계
거짓 평화 아래에서 숨죽이고 다음 전쟁을 준비하는 잊혀진 국가들

 
2화 아버지와의 대화
작성일 : 17-05-31 17:16     조회 : 249     추천 : 0     분량 : 3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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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스, 막스.

 성별과 상관없이 첫째에게 부여될 예정이었던 그 이름을 물려 받은 나의 오라버니.

 귀족으로서 3년간 의무적으로 채워야하는 봉사의 의무.

 오라버니가 그 숭고한 의무를 보내게 될 장소는 다름 아닌 당주이자 귀족의원인 아버지의 곁이었다. 비서실은 우리와 같은 환경의 아이들에겐 마치 성배와도 같은 자리였다.

 당주의 뒤를 이어 의원석을 꿰차게 된다는 약속된 지위가 그곳에 있었고 이는 더 나아가 가문의 차기주인으로 내정받았음을 의미했다.

 오라버니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삼키는 듯 턱에도 힘이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이제부터 나의 오라버니께서는 아버지의 수족이나 다름없는 비서실에 말단으로 들어가 3년후엔 아마도, 아니 분명히 비서실의 우두머리가 되어 의무를 마칠것이다. 3년간 아버지의 주변에서 보고 들으며 경험을 쌓고 그를 따라 귀족의회, 중앙의회에 얼굴도장을 찍어 정치에 입문하게 될테다.

 

 오라버니의 내정은 동시에 나의 패배를 의미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거의 동률로 엎치락 뒤치락 싸워온 결과, 아버지의 단 한마디로 이렇게 허무하게 지고 말았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목을 탯줄로 감아 버렸어야 했는데.'

 

 망상에 가까운 불온한 상상을 가슴속에 묻으며 줄리아는 입을 꽉 다물었다.

 그녀의 오라버니와는 정반대의 이유로 턱이 떨렸기 때문이다.

 발밑은 나락이었고 조금의 긴장이라도 늦췄다가는 그대로 하염없이 떨어져 버릴것만 같았다.

 

 “줄리아”

 

 아버지의 목소리에 고개를 살짝 들어보였다. 힘이 빠져 서있는 것조차 바거운 줄리아에게 아버지는 현역 당주로서의 명을 그녀에게 담담히 내렸다. 마치 처음부터 정해진것처럼 척척 진행되가는 계획의 부품조각으로 전락한 기분이었다. 명의 내용을 듣고서,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모를리없는 줄리아는 지그시 눈을 감을 뿐이었다.

 

 "전할 말은 이것이 전부다. 그만 물러가거라."

 "예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아버님."

 

 기쁨에 겨워선지 한시라도 빨리 인사를 마치고 집무실에서 벗어나려하는 막스 오라버니와는 다르게 줄리아는 감히 허락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입을 열었다.

 스스로도 자신의 행동에 줄리아는 겁이 났다. 하지만 저항 한 번 없이 끝낼 수 없는 노릇이었기에 최대한 두려움을 삼키고 고개를 분명하게 들어 당주의 얼굴을 한 남자를 똑바로 쳐다 노려보았다.

 지금 이순간으로 인해 자신과 오라버니의 입지 차는 확연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소리 하나없이 물러나기엔 그녀에게 아버지를 만날 기회가 너무도 적었으며 그 횟수는 앞으로 더더욱 줄것이 분명했다.

 

 그의 왼쪽 눈썹이 치켜 올라간다. 냉정한 시선을 정면으로 쏘아대는 것을 견디며 줄리아는 신중하게 말을 골라 낮게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

 

 "저와 오라버니의 성적은 거의 동률이었습니다.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납득하기가 어렵습니다. 제 자신의 어떤 점이 그리 미흡했는지... 아니, 오라버니와 비교하여 열등했는지를 아버님께 묻고자 합니다."

 "어이 줄리.."

 

 오라버니의 단번에 낯빛이 어두워진다. 작은 얼굴에 담긴 표정에는 막 던진 돌을 삼킨 수면처럼 파문이 일었다. 눈에 띄게 험악하고 사나워진 막스였지만 그런 자신의 오라버니에 아랑곳할 줄리아가 아니었다.

 

 "동일한 연령에 귀족원을 수료했고 최종성적은 공동수석.... 하지만 수료한 일부의 전공중에서 국제정치학을 이수한 저와 달리 오라버니는 해당과목에 취약하다고 스스로 판단하여 수학에 관련된 과목을 대신 이수하여 졸업학점을 조건을 채웠습니다. 외람된 말이지만 결과가 동일하다면 그 과정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것이 공정한 평가가 아닌가 전 생각하는 바입니다."

 "무례하다 줄리, 아버님의 결정에 반기를 드는 것 이냐?"

 

 제제를 가하려는 듯 줄리아의 어깨에 막스는 거칠게 손을 올려들었지만 줄리아는 그의 손길이 채 닿기도 전에 후려치듯이 그것을 밀어 치웠다.

 

 "알려주십시오. 제 어떤 점이 모자라 오라버니를 택하신 겁니까? 철이 들 무렵부터 막스 오라버니와 경쟁해왔습니다. 외람된 말이지만 설령 직접 낳아준 부모라 할지라도 저보다 오라버니에 대해 속속들이 알지 못할 겁니다. 심지어 본인조차 깨닫지 못한 신체적, 심리적인 능력과 수행력을 저만이 알고 있습니다. 그의 강점은 물론이거니와 모든 취약점을 알고 있습니다. 물론 저에 대한 오라버니의 정보력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을겁니다.

 그래서 감히 확신합니다. 저는 아버님께서 오라버니를 선택한 그 진의를 도저히 납득하기가 어렵습니다! "

 

 거친 숨을 토해내면서 마치 당장이라도 달려들듯이 줄리아는 자신의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자신의 가슴을 치며 긴 열변을 토한 그녀는 말을 이어나갔다.

 

 "제가 모르는 저의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그래서 그 점때문에 제가 선택받지 못한 것이라면....그리고 아버님의 결정에 무게를 실어준 그 결정적인 이유를 알지 못한다면.... 전, 전 이곳에서 나갈 수 없습니다."

 

 "적당히 해라 줄리아!"

 "그만."

 

 아버지가 오른손을 들어보였다. 그의 손을 보고 우리 둘은 입을 다물고 자세를 바르게 고쳤다. 그는 자신의 두터운 두 손을 모았고 손등으로 만들어진 받침 위에 턱을 올린다. 이러한 자세로 남매의 아버지이자 당주인 그는 무겁고 깊은 시선을 줄리아와 막스의 사이에 고정시켰다.

 납처럼 무거운 침묵이 침무실을 채웠다.

 

 "줄리아."

 

 아버지의 눈동자가 그녀를 향했다.

 어깨를 무의식적으로 줄리아는 움츠렸지만 곧 바르게 펴보였다.

 

 "내가 입에 담지 않아도 너는 이미 답을 알고 있을 게다."

 

 좀 전보다도 턱에 들어가는 힘이 세졌다. 쥔 주먹에도 힘이 들어가 떨려오는 것을 간신히 참아내면서 줄리아는 간신히 자신의 입을 열었다.

 

 "'그것'만은 아니길 바랬습니다."

 

 숨을 들이쉬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렇지만 부디......아버님의 입으로 듣고 싶습니다."

 ".....좋다, 네 뜻이 정 그렇다면."

 

 아버지의 다음 말을 기다리면서 줄리아는 방금전의 아버지에 불린 자신의 이름을 곱씹으며 혀를 굴렸다. 아버지는 담담하게 이름을 소리 내어 불렀다. 그녀의 착각이 아니었다면 분명 그 목소리는 사무적이지 않았다. 차갑지도 않았고 딱딱하지도 않았다.

 마치 평범한 아버지가 자식의 이름을 부르는 듯한 그런 평범함이 묻어나는 부드러움이 배어있었다. 그런식으로 이름이 그로부터 불려본 게 과연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이제는 가물가물했다.

 

 "근소한 차이였다. 하지만 노력으로는 바꿀수없는 영역이란 존재하는 법이다."

 

 아버지의 입에서 이어져 나오는 말에 모든 신경을 집중시켜며 긴장을 풀지 않았다.

 절망감 반, 기대감 반으로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하지만 굳이 나머지 말을 들을 필요는 사실 없었다.

 왜냐면 그녀는, 줄리아 슐레트는 그녀의 아버지의 뒷말을 알것만 같았기에.

 

 "가문을 지키는 것은 신사의 일이다."

 '가문을 지키는건 신사의 일'

 

 거의 동시에 말을 맞춘 줄리아는 작게 입술을 물었다. 단 한번, 분명 살면서 겨우 한번 들은 적이 있는 그 대사는 분명 아버지가 읇었던 것이다.

 이제는 머나먼 과거가 되어버린, 후계경쟁을 시작했을 무렵. 와인으로 목을 축이던 아버지의 입은 술로 붉게 적셔져 있었다.

 동년배의 정치의원들과 웃으면서 즐겁게 담소를 나누던 아버지가 스쳐 지나가듯이 읇었던 그 말.

 그것을 먼발치에 서있었던 줄리아는 놓치지 않았다.

 줄리아는 그 한마디를 마치 홀린듯이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작을 목소리로 따라 외웠었고 그 한마디는 마치 저주처럼 시간과 장소를 뛰어넘어 줄리아에게로 되돌아왔다.

 

 줄리아는 생각했다.

 

 사실 이 모든것은 나만 모를뿐. 십여 년전에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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