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이번 3.15는 50주년인데, 주요사업은 어떤 게 있는지요?" 최기자가 수첩을 꺼내 들며 말했다.
" 아, 예 오동동에 있는 구 민주당사 앞 3.15의거 발원지와 자유당사 앞 동판설치 작업과 3.15국립묘지에 3.15의거 시비작업, 3.15의거 국가기념일지정 추진사업과 3.15기념탑에서 구 마산시청까지 강주열로 지정사업이 있습니다. "
"강주열로에 산화한 지점에 표지석을 세운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사실인지요?"
"허허... 비밀로 하기로 했는데... 세상에 비밀이 없네요. 기왕 아셨으니 잘 좀 써주세요"
" 예. 그렇지 않아도 우리 신문에서도 3.15 50주년 특집기사를 준비 중입니다. 편집부에서 한사람 지원받아 제가 쓰게 될 것 같습니다."
" 그렇습니까. 허허허. 아 참 자 서로들 인사 나누시지요.저... "
회장은 양복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건내준 명함을 꺼내 보더니 말을 이었다.
"서울 민주화기념사업회에서 오신 한민호 편집부장님이십니다.."
" 한민호입니다."
"최준하입니다. 마포일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문화원장을 하고 있는 남우진 올씨다. "
" 문화원장님께서는 3.15의거사를 쓰신 분이십니다."
그말에 한민호는 문화원장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3.15의거사는 두번 정도 정독했는데, 1차자료와 여러곳이 달라서 노랗고 붉은 포스트잇을 촘촘히 붙여 놓은 책이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자신의 기억과증언에 의해 기술한 부분이 많았는데, 1차자료와 정밀한 팩트체크가 되지 않은 곳이 여러 곳이었다. 사람을 보지 말고, 팩트를 보아야 한다. 사람의 기억은 부실하기 짝이 없으며, 세월이 흐르면 자신이 한 경험에 대한 기억도 지금 자신의 입장에 따라 계속해서 재구성되기 마련이다. 꼭 악의적 의도가 아니라, 사람의 뇌구조가 그렇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 예. 책 잘 보았습니다. "
칭찬을 기대했는지, 문화원장의 얼굴에 실망의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문화원장은 찻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회장님, 국가기념일 제정사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이영주 의원께서도 나서 주신다고 들었습니다."
" 아, 예... 어려움은 있지만, 동료의원들이 많이 도와주고 계시다니 잘 될 것 같습니다."
" 명분이 있는데, 누가 반대하는지요?"
" 국회의원들은 품앗이라는 생각으로 쉽게 협조해주는데, 오히려 일부 보훈단체에서 반대하는 듯합니다. 사업회에
계시니 거창사건 아시지요? "
" 예. 워낙 유명한 민간인학살 사건이니까요"
" 거창사건 유족회가 타 지역의 유족회 활동에 대해 내심 반대하는 것과 같은 거지요. 뭐 어느 곳에나 기득권은 있는 것이니까요."
"자, 다들 시장하실텐데 자리 옮겨서 이야기 나누시지요. 서울 손님도 있으니 바닷가 전망 좋은 횟집에 예약을 해 두었습니다."
자리는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창가에 차려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