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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우아한 세계에서
작가 : 마스트
작품등록일 : 2017.5.29

종전 이후 20년, 시대의 변화로 약해진 귀족, 흔들리기 시작하는 기존의 계급체계
거짓 평화 아래에서 숨죽이고 다음 전쟁을 준비하는 잊혀진 국가들

 
1화 누가 가문을 이끌것인가?
작성일 : 17-05-29 20:39     조회 : 421     추천 : 0     분량 : 4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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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줄리아 슐레트, 스스로 자부하길 좋은 집안에 태어나 나쁘지 않은 계급을 물려받았다.

 귀족원에 입학하여 학우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며 여러 교수들로부터 부족하지 않을 총애를 받았다.

 스스로 말하기엔 낯간지럽지만 머리도 나쁘지 않아 성적에서도 공동이었으나 수석을 놓치지 않았으며 집안 사정으로 동년배의 귀족 자제들보다 몇년 늦게 입학시험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월반에 월반을 거쳐 결과적으로 단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의 어느 동기생들보다도 일찍 귀족원을 수료했다.

 계획에 어긋나지 않은, 적절하고 알맞은 인생을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바이다.

 

 ‘단 한 가지만 제외하고’

 

 나는 원망이 섞인 울분을 어금니가 박살날 정도로 힘을 주어 삼켰다. 뒷짐을 쥔 양 손에는 돌덩이 마저 으스러뜨릴 힘이 들어갔다.

 

 '줄리아 슐레트는 결코 여자의 몸으로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1화 슐레트 남매

 

 쌍둥이 오라버니가 있었다.

 뱃속에서의 위치가 좋았던 탓에 한발먼저 세상 빛을 본 나의 유일한 형제는 참으로 내게서 많은 것을 앗아갔다.

 당주의 피를 이어받아 탄생한 아들의 존재가 갖는 영향력은 굳이 말로 표현하는것이 귀찮을 만큼 대단했다.

 나와 함께 태어난 오라버니에게 모든 혈족의 관심이 집중된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아버님에게 어떻게해서라도 줄을

  대고 싶어 몸이 달은 정치의원들은 앞다투어 축하인사와 바칠 조공을 바리바리 싸들고 저택을 방문하였고 그덕에 한동안 응접실은 발 디딜 틈없는 북새통을 이뤘다.

 슐레트 가문에 있어서 외동딸은 조연에 불과했다.

 오라버니에 대한 세간의 주목이 만들어낸 그림자속에서는 홀로 방치된 그녀는 자신을 둘러싼 현실을 덕분에 일찍 깨달을수 있었다. 당연하다는듯이 오라버니에 밀리는 자신의 처지를 쓰게 삼키면서 ‘이것으로 슐레트 가문은 안심이다.’라며 아첨어린 말들을 오라버니의 바로 옆에서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하등 도움에 되지 않는 것이라 한숨을 삼키며, 양보해도 상관없는 것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여야만 했다.

 하지만 무엇과 바꿔서라도 지키고 싶은 것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귀족 의원석과 가문의 상속권.

 

 이 두 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나는 싸워야했다.

 설령, 그것이 이제까지 와 마찬가지로 결국엔 내 노력과는 상관없이 오라버니에게 양보해야만 하는 것일지라도 말이다.

 

 늦은 오후, 나는 아버지의 집무실 복도에 놓인 간이 의자에 앉아 있다.

 내 오라버니는 나의 마주편에 놓인 긴 가죽의자에 나와 마찬가지로 앉아 있었다.

 오라버니의 의자는 길어서 그의 옆으로 서너명은 족히 앉아도 될 만큼의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나는 굳이 다른 곳에서 의자를 끌어와 그와 마주 보는 방향에 그것을 놓았고, 앉았다.

 오라버니는 여지 껏 단 한 번도 그의 옆자리를 권한 적이 없다. 그저 나와 그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서로를 마주본 채로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

 결코 사이 좋은 남매 따위가 아니다.

 단지 시선을 먼저 피하는 쪽이 패배라 생각해서 였다.

 철저하게 경쟁자로 키워졌기에 이런 사소한 것에 마저 우린 경쟁했다.

 

 오라버니의 나이가 열 일곱, 내 나이 역시 열 일곱이 된 3월.

 대학과정 및 고등과정의 통합수료식이 귀족원에서 개최되었다.

 그 날 나는 수료증서를 가슴에 안고 주변의 흔한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족들로부터 선물 받은, 한번에 다 안을수 조차 없을 커다란 꽃다발을 한아름 품에 안고, 어려운 과정을 이겨낸 것을 축하받는 졸업생들은 참 환한 웃음을 얼굴에 그리고 있었다. 어떤이는 눈물을 글썽였고 또 어떤 이들은 대동한 사진가가 설치한 사진기 앞에서 가족과 함께 촬영을 하고 있었다.

 분명 이시기의 어느 귀족원에서도 일어나는 그런 흔한 졸업 광경이었지만 우리 남매에게 저것은 동떨어진 세계의 일이요, 별 감흥없는 행위들에 지나지 않았다. 나와 오라버니를 기다리는 가족은 없었다. 우리들에겐 그게 오히려 당연한 일이었다. 졸업은 그저 하나의 관문에 지나지 않았으며 ‘진짜’는 그 후에 도사리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마중을 나온 이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꽃다발을 든 다정한 가족을 대신하여 우리 남매를 기다리고 있었던것은 아버지의 비서 엥겔이었다.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막스 도련님, 줄리아 아가씨."

 

 공손히 손을 앞으로 모아 고개를 낮게 기울여 인사를 전하는 엥겔은 웃음기 하나 없는 차가운 표정과 태도로 수석 연설을 마치고 단상에서 막 내려온 우리 남매를 맞이하였다.

 꽃다발은 고사하고 꽃 한 송이조차 가져오지 않은 엥겔은 정장안으로 오른손을 찔러넣었다. 안주머니에서 그의 오른손과 함께 딸려 나온 작은 종이 한 장을 그는 담담하게 막스와 줄리아 사이에 내밀어 건넸다. 막스 오라버니가 종이를 받기위해 손을 내밀었지만 줄리아 쪽이 빨랐다.

 사실 줄리아는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다.

 역대 최연소 졸업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늦게 편입하여 몇 년은 일찍, 그것도 수석으로 졸업을 했다.

 막스오라버니와 공동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줄곧 수석을 놓치지 않은 줄리아였다.

 

 '꽃다발까지는 애초부터 기대도 안했지만 그래도 최소한 축하 말 정도는 적혀있지 않을까'

 

 속으로 품은 헛된 기대를 철저하게 숨긴 무표정으로 줄리아는 반으로 허리가 반듯하게 접힌 종이를 펼쳤다.

 

 '집무실 오후3시'

 

 장소와 시간.

 종이에 적힌 글은 이것이 전부였다. 아버지다운 간결함이 담긴 글귀다.

 호출명령이었다.

 실망하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다만, 쪽지에 담긴 그 사무적인 어투가 너무나도 아버지다워서 오히려 받아들이기가 한결 쉬웠다. 힘이 조금 빠진 손으로 종이를 오라버니에게 건넸다. 종이를 낚아 채듯이 거머쥔 막스의 눈동자가 한줄의 문장조차 아닌 글자 몇 자를 스윽 훏으며 굴러갔다. 내용파악을 끝낸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배어졌다.막스는 종이를 한번 접어 제복 가슴 주머니에 넣으며 엥겔에게 고개를 한번 숙여보였다.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태연히 행동했다.

 그제서야 줄리아도 막스를 따라 뒤늦게나마 엥겔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엥겔의 눈길이 천천히 막스에게 그리고 줄리아에게로 옮겨갔다.

 

 "가시죠. 차는 저쪽에서 대기중입니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한치도 흐트러뜨리지 않고 엥겔은 오른손을 들어 가르켰다.

 그의 손가락 끝이 가르키는 곳을 가늠해볼 새도 없이 엥겔은 앞장서서 빠르게 걸어 나갔다.

 제복의 겉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냈다.

 

 오후 2시.

 

 시곗바늘이 가르킨 숫자에 여유는 없었다.

 호출시간을 맞추기 위해선 바로 엥겔과 함께 차로 이동해야만 했다.

 귀족원 졸업식 날엔 연회가 마련되어 있다. 졸업생은 연미복으로 복장을 갖추고 대강당에서 열릴 연회에 참석하여 하는 의무가 있었다. 더군다나 줄리아와 막스는 수석졸업생이다. 학생회에서 미리 훈장 수여식이 있음을 귀뜸까지

  받은 마당에 공동수석을 한 남매가 나란히 연회에 불참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보였다.

 그렇지만 남매에게 있어서 우선순위는 아버지의 호출쪽이 더 높았다.

 

 슐레트 남매는 인생에서 다시는 없을 졸업 연회의 참석을 그렇게 미련 없이 포기해야만 했다.

 

 

 "당주님께서 두분을 부르십니다."

 

 엥겔의 낮은 목소리에 우린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허리를 폈다. 간발의 차이로 오라버니가 앞장 섰다.

 막스 그리고 줄리아의 순서대로 활짝 열린 문을 지나서 집무실에 들어섰다.

 방안으로 들어가면서 줄리아는 스윽 스치듯이 자신이 서야할 지점과 아버지의 모습을 훔쳐 살펴보았다.

 아버지는 업무용 책상 앞에 앉아 종이다발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왼손으로는 이마를 매만지고 계셨다.

 그의 왼측엔 아무렇게나 쌓아 올린 서류철들이 위태롭게 자리잡고 있다.

 몇년만에 만나는 자리임에도 귀족원 입학을 명받은 당시와 다를 바가 없는 풍경에 마치 그때로

 회귀한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 그녀는 경미한 현기증을 느꼈다.

 

 필요이상으로 넓은 집무실의 한가운데에 남매는 멈춰서서 자세를 바로잡았다.

 양손을 뒤로, 다리사이에 약간의 틈을 주어 바르게 선 막스와 줄리아는 기다렸다.

 아버지의 굳게 닫힌 입이 떨어지길, 그리고 앞으로 자신들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명을 내려 주기를

 

 종이스치는 소리와 시계의 초침바늘이 돌아가는 소리만이 하염없이 집무실을 채운다.

 십 몇분가량이 지났을 무렵에 드디어 아버지는 어렵사리 목소리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그 대상은 막스도 줄리아도 아니었다.

 

 "엥겔."

 

 불려진 그의 심복은 막스와 줄리아를 스쳐지나가 그의 우측에 서서 허리를 살짝 낮췄다.

 아버지는 엥겔에 눈길을 주지도 않고서는 자신이 그간 남매를 세워둔채로 읽고 있던 서류 몇장을 포개어 간추리고는 건넸다.

 

 "말씀하십시오."

 "의장에게 전하게. 좀 더 논의해 봐야하는 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해서 말일세."

 "알겠습니다."

 

 엥겔이 서류를 봉투에 넣고는 그것을 지니고 석상마냥 미동없이 서있는 남매의 옆을 지나쳐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그가 집무실에서 퇴장한지 5초정도 지났다.

 책상위를 간단하게 정리한 아버지는 작게 기지개를 켜보였다.

 

 남매는 동시에 긴장했다. 왠지 그의 입이 열릴것만 같았다.

 아버지의 회색 머리카락이 창문너머로부터 드리운 햇빛을 받아 희미하게 빛을 냈다. 드리운 빛에 줄리아가 왼쪽 눈가를 살짝 찡그렸을때였다.

 

 "막스는 비서실에서 봉사 의무를 수행한다."

 

 기습적이었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통보에 허를 찔린 듯 순간적으로 남매는 얼어붙었다.

 천천히 그 의미를 곱씹었다. 오래 생각할것 없이 그 진의를 알아챈 남매의 안색이 상반되게 변했다.

 

 "가까운 시일내에 통지가 내려올테니 막스는 그것을 따르면 된다. 5월에는 비서실의 일원으로 합류하게 될테니 그때까지는 준비를 마치거라."

 

 줄리아는 빛이 사라진 눈으로 흘끗 그녀의 오라버니의 안색을 훔쳤다.

 밝게 갠 그의 표정에 섞여드는 환의에 줄리아는 오히려 끝모를 추락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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