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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빼앗긴 신의 아이들
작가 : 가브리엘
작품등록일 : 2017.5.19

살아있는 모든 자의 왕이자 신앙의 수호자로서
천 년 넘게 세상을 지배하던 라티움 제국의 콤네노스 가문이 무너져 갈 때
작은 나라 아키엔의 나이시아 가문과 제국의 방계인 앙겔로스 가문이 일어섰다.

꺼져 가는 촛불의 마지막을 불태우는 콤네노스 가문과
잃어버린 이름의 신과 오래된 종교를 받아들인 나이시아 가문
미쳐버린 왕을 폐하고 제국의 계승권을 주장하는 앙겔로스 가문의

장구한 천 년 역사의 수도이자 신이 내린 성스러운 도시,
비잔티노플을 차지하고 지키기 위한 결전이 시작되리니…….

 
1. 아키엔 - 05
작성일 : 17-05-20 03:01     조회 : 291     추천 : 0     분량 : 3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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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국왕의 침실. 보랏빛의 가호를 받는다는 것을 과시라도 하듯, 모든 것이 보라색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태피스트리에는 아키엔 왕국의 건국부터 현왕이라 칭송받은 왕들, 그리고 선왕이 이룩해 놓은 모든 주요 역사가 촘촘하게 짜진 직물들의 선을 따라 화려하게 수 놓여 있었는데 그 테두리는 모두 보라색이었다. 심지어 바닥에 깔린 카펫마저도 보랏빛을 띠고 있었다. 그 수려함에 방점을 찍듯 갖가지 문양들이 황금빛으로 수 놓인 보랏빛 휘장이 거대한 침대를 둘러싸고 있었다.

 

 정작 침대의 주인은 침실이 뿜어내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는데, 백발의 노인이 초점 없는 얼굴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 있었다. 극도의 신경증과 피해망상으로 피폐해진 그의 정신은 결국 그를 미치게 하였으나 왕위에 대한 욕망만은 기이할 정도의 집념으로 붙잡고 있는, 아키엔의 국왕 나이시아 12세였다. 그를 진료하던 내의들은 도저히 그의 정신을 돌아오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었으나, 어딘가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눈앞의 남자 때문에 자신들의 무능을 탓해야 할 지경이 되어 버렸다.

 

 온몸을 검은색의 로브와 망토로 휘감고 있는 남자는 국왕의 앞에서도 후드를 쓴 채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실 체격도 호리호리한 편이고 얼굴도 볼 수 없어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으나 낮게 울리는 목소리만은 부인할 수 없었기에, 남자임을 알 수 있었다. 그가 국왕에게 손을 뻗자 거짓말처럼 국왕의 정신이 돌아왔다. 떠먹여 주는 죽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고 흘리던 나이시아 12세는 검은 로브의 사내가 나타난 뒤로 아주 오랜만에 식사다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참으로 맛있다는 찬사를 들은 요리장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죽기 직전에 알 수 없는 초인적이 힘이 생길 수도 있다는 말을 듣기는 했으나 이렇게 눈앞에서 직접 보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차라리 성직자가 나타나 칼케도니아의 이름으로 국왕을 일으켜 세웠다면 기적이라며 수긍이라도 하겠으나 이 남자의 정체는 아무리 봐도 성직자는 아니었다.

 

 “모두 물러가라 하시지요.”

 

 저들이 뒤에서 머릿속으로 온갖 망상을 떠올리는 것을 눈치챈 듯, 검은 로브의 사내가 국왕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러자 나이시아 12세는 내의들을 바라보며 또렷한 음성으로 말했다.

 

 “모두 물러가라. 짐이 부르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

 “네, 폐하.”

 

 더는 실성한 왕이 아니었다. 온전한 정신을 가진, 은발의 왕관을 쓴 위엄 있는 왕의 모습이었다. 폐하께서 드디어 정신이 돌아오셨다며 가장 나이 많은 내의는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그들이 모두 나가자 국왕은 검은 로브의 사내를 올려다보았다.

 

 “정녕…… 네가 맞더냐?”

 “그렇습니다.”

 “아아…… 이제 죽어도, 죽어도 여한이 없구나.”

 

 왕의 눈가에 눈물이 차올랐다. 뺨을 타고 흘러내려 밑으로 부서져 내리는 눈물을 바라보며 검은 로브의 남자는 고개를 기울여 국왕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맞댄 뒤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옥체를 보존하셔야 합니다.”

 “정말이다. 이제 나는 여한이 없다. 먼저 간 왕비를 이제야 볼 수 있겠구나. 이제야 나는…….”

 “그렇게, 또 저를 버리시렵니까?”

 

 갑자기 차가워진 남자의 목소리에 국왕은 황망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럴 리가 있겠느냐. 나는 다만…….”

 “그렇지 않으시다면, 폐하께서는 작금의 일들을 직접 마무리 지으셔야 할 겁니다. 그것이, 제가 폐하를 깨워 드린 이유입니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의아한 표정을 짓던 국왕은 이내 검은 로브의 사내로부터 들려오는 얘기에 충격을 받은 듯 비틀거렸다. 그럴 리가 없다, 그들이 그럴 리가 없어, 되뇌며 애써 부인하는 국왕에게 남자는 쐐기를 박듯이 말했다.

 

 “모든 증거는 제가 확보하였습니다.”

 “증거? 증거라고 하였느냐?”

 

 남자가 증거라고 모아 온 것들을 하나씩 바라볼수록 국왕의 눈에는 처음에는 부인의 감정이 가득했던 것이, 의아함으로, 실망으로, 불신으로, 그리고 분노로 바뀌어 갔다. 그런 그의 귓가에 남자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왔다.

 

 그렇습니다. 분노하십시오. 그들에게 반역에 대한 처벌을 내리셔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은, 나이시아 가문과 아키엔 왕국의 존속을 위함입니다.

 

 남자의 목소리가 지속될수록, 국왕의 옥빛 눈동자가 점차 벌겋게 물들어갔다. 단순히 분노로 타오르는 것을 넘어, 마치 누군가에게 정신이 잠식된 것처럼 초점 없는 붉은 눈동자만이 남게 되었다. 국왕은 잠시 남자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홱 돌리더니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근위대장!”

 

 바깥에 대기하고 있던 근위대장은 방안을 쩌렁쩌렁 울리는 국왕의 목소리에 황망함을 금치 못해 하며 서둘러 안으로 들어섰다. 국왕은 극도의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침대에서 내려와 두 발로 선 그는 근위대장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조금 전과는 달리, 속삭이는 듯 나지막하지만 어쩐지 조금 비틀리고 쉰 것 같은 음성이 그의 귓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이 두 반역자 놈들을 당장 짐 앞에 대령하라.”

 “폐, 폐하……?”

 “짐의 아들과 동생을 끌고 오란 말이다. 지금, 당장.”

 

 아무런 감정 기복 없이, 마치 죽은 자가 말을 하는 것 같은 모습에 근위대장은 오싹함을 금할 수 없었다. 고함을 칠 때보다 더한 두려움이 마음속 가득하게 피어올랐다. 게다가 칼레인 왕자와 오르무스 변경백이 반역자라니? 그러나 의아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자신은 국왕의 신변을 책임지는 근위대의 수장이었다. 그가 내린 명령은 무조건 수행하는 것이 도리였다.

 

 “네, 폐하!”

 

 바람처럼 사라지는 근위대장의 뒤로 근위병들이 따랐고, 요란한 발걸음 소리가 점차 멀어지자 국왕은 맥이 풀린 듯 비틀거렸다. 검은 로브의 남자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그를 부축한 뒤 침대로 안내했다. 국왕의 얼굴은 죽은 듯이 흙빛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눈만은 여전히 붉은색이었다.

 

 잘하셨습니다. 이제 그들에게는 지정된 형벌을 내려 주시면 됩니다. 반역을 저지른 왕족에게 합당한 벌 말입니다.

 

 국왕의 귓가에 남자의 목소리가 속삭여질수록, 그의 등 뒤에서 천천히 검은 그림자가 뻗어 나와 주변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마침내 방 전체를 감싼 그림자는 미련 없이 국왕의 몸을 먹어치웠고, 어둠 속에서 비릿한 웃음을 지은 남자의 모습도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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