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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빼앗긴 신의 아이들
작가 : 가브리엘
작품등록일 : 2017.5.19

살아있는 모든 자의 왕이자 신앙의 수호자로서
천 년 넘게 세상을 지배하던 라티움 제국의 콤네노스 가문이 무너져 갈 때
작은 나라 아키엔의 나이시아 가문과 제국의 방계인 앙겔로스 가문이 일어섰다.

꺼져 가는 촛불의 마지막을 불태우는 콤네노스 가문과
잃어버린 이름의 신과 오래된 종교를 받아들인 나이시아 가문
미쳐버린 왕을 폐하고 제국의 계승권을 주장하는 앙겔로스 가문의

장구한 천 년 역사의 수도이자 신이 내린 성스러운 도시,
비잔티노플을 차지하고 지키기 위한 결전이 시작되리니…….

 
1. 아키엔 - 02
작성일 : 17-05-19 17:50     조회 : 295     추천 : 0     분량 : 3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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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레인이 자네들을 급히 부른다고? 이 시간에?”

 

 마악 잠자리에 들어 기분 좋게 수마의 유혹을 따르고 있던 오르무스 변경백은 느닷없이 휘하의 남작 세 명이 들이닥치자 꽤나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들의 상기된 표정과 한 명도 아니고 세 명을 모두 불렀다는 사실에 그의 얼굴도 차츰 굳어 갔다.

 

 “소집한 지가 언제인가.”

 “전령이 조금 전에 왔습니다.”

 “자네들에게 모두 동시에?”

 

 변경백의 물음에 남작들은 조금 주저하다가 가장 연장자인 듯한 남작이 입을 열었다.

 

 “사실은 각자 따로 왕궁으로 가려던 중이었으나 우연히 만난 뒤에 아무래도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주군께 먼저 들렸습니다. 혹시 그 일이 관련된 것은 아닌가 하여…….”

 “이런 이런. 그래서, 이렇게 티가 나게 모두 모였단 말인가?”

 

 조금 더 머리를 쓰지 그랬나, 하는 얼굴로 쳐다보는 오르무스 변경백의 시선을 받기가 버거웠던 남작 세 명은 모두 고개를 조아렸다. 딱히 그들을 나무랄 마음은 없었다. 예상치 못한 일이 닥쳤을 때 주군을 먼저 찾는 것은 봉신이 할 수 있는 당연한 행동이었다.

 

 문제는 칼레인이 정말 그 일 때문에 부르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물론 자신을 부르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에게 정황 증거는 있을지언정 확실한 물증은 없을 확률이 높았다. 물증이 있다면 아랫것들을 부를 필요 없이 바로 자신에게 추포령이 내려졌을 테니.

 

 “당황할 필요 없다. 이미 이런 일이 있을지도 모를 것에 대비하여 각자 어찌해야 할지 일러주지 않았더냐. 가서 그대로 행하면 될 것이다.”

 

 의연한 모습의 주군 앞에서 남작들은 그제야 조금 마음이 놓이는지 예를 올리고 물러갔다. 오르무스 변경백은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봉신들 앞이라 아닌 척했으나 그 역시 무척이나 긴장한 상태였다. 부디 자신의 예상이 틀리길 빌면서도 아닐 경우를 대비한 비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걸 쓰고 싶진 않았는데…….’

 

 변경백은 옷장을 열고 그 안에 있던 작은 상자를 꺼냈다. 목에 걸고 있던 열쇠를 풀어 자물쇠를 딴 그는 가만히 손을 뻗어 상자 안에 있던 작은 인장을 움켜잡았다. 이것이 여기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반역이 될 터였으나 들키지만 않는다면 상관없었다. 어쨌든 모조품이 진품을 대신하고 있을 테니까.

 

 칼레인 폰 나이시아. 선명하게 그의 이름이 각인된 왕위계승자의 인장이었다. 변경백은 이미 준비해 놓은 서류들에 왕위계승자의 인장을 찍은 뒤 조심스럽게 봉하였다. 그리고 따로 사람을 불러 뭔가를 속닥인 뒤 그것을 비밀리에 전달할 것을 명하였다.

 

 ‘오늘 밤은, 아주 길 것만 같군.’

 

 칼레인은 나름대로 신중을 기하려 했다. 분노하여 이성을 잃고 난리를 쳤다면 오히려 더 대응하기 어려웠을 텐데, 오히려 이쪽으로서는 그의 신중함에 감사할 일이었다. 물론 그가 이 계획에 동조한다면, 그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게 될 것이고, 모두의 이해관계 아래에 혐의 같은 것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응하지 않는다면…… 자신을 부르지 않은 것은 그에게 치명적인 실수가 되어 그의 가슴에 비수를 꽂을 것이다.

 

 바로 그것이, 칼레인의 숙부이자 나이시아 12세의 동생이며 왕위계승권 2위인 자신이 바라는 것이었다. 실성한 왕의 치세는 지나치도록 길었다. 힘 있고 유능한 자가 제정신으로 왕국의 미래를 만들어 나갈 때가 도래했음이 분명했다.

 

 

 

 한편, 오르무스 변경백의 명을 받고 나선 전령은 그가 지명한 자들과 접촉을 시도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미 공모에 가담했던 자들이 죄다 불려 간 이상 당장 오르무스 변경백이 연락을 취할 곳은 많지 않은 듯싶었으나 그들은 첫 번째 계획을 실행할 자들이었다. 이미 계획이 발각돼 버렸을지도 모르는 지금, 실패를 대비할 자들과의 빠른 접촉이 무엇보다도 시급했다. 게다가 그들을 통해 아무도 없는 곳에 몰래 놔두고 와야 할 것들도 있었기 때문에 전령은 더욱 발길을 서둘렀다. 마침 달빛도 구름에 완전히 가려져 몸을 숨기고 움직이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물론 발을 잘못 디디면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굴러떨어질 위험은 존재했으나 이미 여러 번 다녀간 길이기에 그럴 위험은 크지 않았다.

 

 “어디를 그리 급히 가십니까.”

 

 그러나 오늘은 천운이 따라주지 않은 듯싶었다. 구름이 걷히며 눈 부신 달빛이 부서져 내리자마자 난데없이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상치 못한 누군가의 등장에 경악한 전령은 발을 삐끗했는지 들고 있던 두루마리들을 쏟아내며 그대로 앞으로 자빠져 버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이 가만히 팔을 뻗어 그것을 집어 드는 순간, 놀라운 속도로 일어난 전령이 낚아채 갔다.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던 그는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것인 양 두루마리들을 품에 안았다.

 

 “아주 소중한 것인가 보군요.”

 “누, 누구냐!”

 “내가 그것이 좀 필요해서 말입니다.”

 

 전령은 어림없는 소리, 하며 검을 빼 들었다. 두루마리를 가득 품에 안았기에 검을 휘두르기에 최상의 상태는 아니었으나 그런 것은 아무 상관이 없었다. 여기서 두루마리가 유출된다든가 더 나아가 빼앗기기라도 했다가는 자신의 목이 달아날 것이 분명했으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것들을 지키겠다는 듯한 결연한 얼굴로 이를 악물던 그는 이내 칼을 떨어뜨리며 멍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검은 날개가 펼쳐지고 있었다. 눈앞에 선 남자의 등 뒤에서 뻗어 나간 그것은 이내 하늘을 가렸고 달빛마저 가리며 모든 것을 칠흑처럼 어둡게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남자의 모습 만은 또렷하게 보였다. 길고 헐렁한 검은 색의 로브를 입고 있는 남자는 어둠 속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가 팔을 앞으로 뻗자 전령은 홀린 듯 앞으로 다가가 품에 안고 있던 서류들을 내어 주었다.

 

 검은 로브의 남자는 잠시 그것을 내려보다 무엇인가를 더 적어 넣거나 부분 부분을 적절히 지우는 등의 작업을 한 뒤 잘 말아서 다시 전령의 품에 넣어 주었다. 알을 품은 닭처럼 소중히 그것을 받아 든 전령은 초점 없는 얼굴로 가만히 남자에게 인사를 한 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뒤돌아 달려가기 시작했다.

 

 어둠이 걷히기 시작했고, 남자의 등 뒤로 솟아올랐던 검은 날개처럼 보인 그림자도 사라졌다. 월광이 환하게 지상을 비추기 시작하자 하늘로 들어 올린 그의 얼굴이 보였다. 더러운 질병이라도 걸린 듯 그의 얼굴에는 곰보 자국이 가득했고 손대면 터질 것만 같은 물컹거리는 것들도 보였다. 그러나 그런 것을 제외한다면 칼레인과 몹시 흡사했다. 잠시 세상을 비추던 달빛은 남자의 징그러운 모습을 보더니 경악을 하며 지나가는 구름을 다급히 불러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어둠 속에서 그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울렸다.

 

 “보고 계십니까 선조들이여. 저를 나무라실 건지요. 그러셔도 좋습니다. 마땅히 그리하시고 싶으시겠지요. 이 대가는 저승에 가서 받을 것입니다. 허나, 본디 저의 것이었으니…… 후회는 없습니다.”

 

 목소리는 결연했으나, 입가에는 왠지 모를 서글픈 미소가 떠올랐다 사라져갔다. 다시 조심스럽게 달이 얼굴을 내밀었을 때 그곳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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