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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무정지로
작가 : 참마도
작품등록일 : 2016.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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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격류는 그 연무 방법이나 파훼법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연성하기 힘들다.
하나 분명히 전단격류는 세상에 존재한다. 이미 익힌 사람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그는 아니라고 하지만...... .

전장에서 거두어지고 자라나, 전장의 사신으로 군림해 온 무정.
생사를 넘나드는 험난한 전장을 겪어온 그가 자유를 얻어 마침내
칼날 위 인생을 사는 무인들의 세계 속으로 뛰어드는데...
무정의 거친 기지개에 무림은 거대한 요동을 시작하는데...... ."

 
19 화
작성일 : 16-07-20 17:12     조회 : 510     추천 : 0     분량 : 9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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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또 다른 만남, 그리고 엇갈린 생각들

 

 

 

 분주한 거리는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하며 거리의 활기찬 움직임은 언제나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뭉클한 감정을 공유하게 한다.

 무정 또한 그런 감정을 느끼며 진양(振揚)이라는 곳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이제 성도는 대략 사 일 정도의 거리만이 남아있었다.

 이대로 속력을 내는 것도 좋겠지만 지금 일행 중에 부상자가 있는 상태여서 무리할 이유가 없었다.

 사실 무정의 입장에서는 혼자 떠나도 별 상관없었지만 왠지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그건 무정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이유였다.

 거리 안으로 들어오자 하나둘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양쪽에 줄지어 선 건물들이 보였다.

 정오 때라 그런지 분주한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아마도 이곳이 진양의 중심가인 듯 했다.

 갑자기 당패성의 신형이 일행보다 앞서 빠르게 움직인다.

 당패성은 양쪽에 줄지어 늘어선 몇 개의 객잔 중 하나를 보고 고개를 끄떡이더니 다시 돌아와 일행에게 말했다.

 “음, 이 객잔이 좋겠습니다.”

 그의 말대로 꽤 번듯한 객잔인 듯 이 층의 주루에 뒤뜰도 있고 규모가 꽤 컸다. 당패성의 제안에 모두의 고개가 끄덕였다.

 요위굉을 만난 다음날, 아침 해가 뜨자마자 한달음에 일행은 달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더 이상 그곳에 있기 싫은 듯했다.

 무정이 없었다면 경공이라도 쓰면서 내 달릴 기세였다. 무정이 경공을 못 쓴다는 말에 겨우 참았던 일행이었다.

 다행히 환자들의 상세가 좋아지고 있었고 무정의 말이 있었기에 그 말에 부상당한 두 사람을 태워서 왔다. 당패성은 들어가 방을 잡고는 다시 나왔다.

 “일단은 방을 구했으니 각자 쉬시든 요기를 하시든 하지요. 저는 의원을 찾아볼 테니. 그리고 명각, 명경 스님께는 그동안 소국과 조일 사태의 상세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명각과 명경은 미소를 지으면서 가볍게 고개를 끄떡였다. 그들도 무정을 따라온 것이다.

 마라불의 일은 모든 것이 저 신비에 싸인 무정이란 친구에게 있는 바, 더 이상의 현장 조사는 무의미했기에 그들은 지금 무정을 좇아 일행과 합류한 것이다.

 “음… 그리고…….”

 당패성이 조금 난감한 듯 무정을 보고 말을 흐리자 무정은 당패성을 바라보았다. 그는 눈썹을 약간 찡그리며 말했다.

 “아무래도… 무 대협은 우선 파풍의부터 구입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아니면 제대로 된 무복이라도… 험험.”

 헛기침을 하는 당패성을 보며 무정은 고소를 머금었다.

 하긴 긴 머리에 산만한 덩치, 사 척이 넘는 참마도에 군에서나 쓰는 묵빛 수투와 철각반, 게다가 온몸의 상처와 얼굴의 검상에 왼팔 전체를 둘러싼 갑주는 시선을 잡아끌다 못해 기피의 대상이 되었다.

 그 증거로 그렇게 기분 좋고 활기차던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보이며 무정 주위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무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침 맞은편에 옷감을 파는 곳이 있어서 그는 몸을 돌려 그쪽으로 걸어갔다.

 포목점 주인 양씨(揚氏)는 다리가 떨려서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평소에도 겁이 많다는 평을 듣는 그는 그저 눈만 동그랗게 뜨고는 의자에서 도통 일어날 수가 없었다.

 척 보기에도 산적 두목 급이었다. 동네 불량배도 두려워하는 그에겐 은연중 무정에게서 발산되는 살기에 숨도 쉴 수가 없었다.

 “당신이 주인이오?”

 묵직한 저음이 양씨의 귀에 박히듯이 날아들었다. 그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무정은 그런 모습을 보며 흠칫했는데 거의 사색이 된 얼굴로 중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전장에서 많이 본 공포에 절은 얼굴인 것 같기도 했지만 전장이 아닌 이곳에서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검은색 천 있소?”

 “…….”

 다시 한 번 무정의 목소리가 포목점을 울리자 양씨는 거의 심장이 마비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가슴에서 나는 소리가 북소리보다 크게 들리는 것을 느끼며 이윽고 그의 눈이 서서히 뒤집히려 할 때 그에게 한줄기 구원의 소리가 들려왔다.

 “이분은 지금 검은색의 무명천을 사려는 것입니다, 주인장.”

 조용하면서도 차분한 목소리가 양씨의 귀에 들렸다. 부드러우면서도 확연한 목소리에 그의 눈이 점차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묘령의 예쁜 처자가 자신에게 말하고 있었는데 그녀를 보며 심히 안정이 된 듯 양씨의 심장 소리가 조금씩 작아졌다.

 무정은 옆을 돌아보았다. 언제 왔는지 미려군이 조용히 웃고 있었다.

 “사부님께서 가보라고 하셔서요. 저도 살 것도 있고 해서…….”

 차분한 웃음에 어울리지 않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들렸다. 무정은 고개를 끄떡였다.

 여벌의 옷이 필요할 것이다. 그녀가 뭘 하던지 상관할 바가 아니었지만 무정은 괜스레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다.

 콧속으로 밀려들어오는 그녀의 향기는 초원의 꽃보다도 훨씬 향긋하게 생각되었던 것이다.

 미려군이 나서자 별문제 없이 거래는 성립되었다. 양씨는 무정을 힐끔거리기는 했지만 이젠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을 정도로 진정되었다.

 문제라면 검은색 천이 없는 것인데 검은색은 워낙 때가 타도 티가 잘 안 나 무정이 선호하는 색이었다. 그는 할 수 없이 검붉은 천을 구했다.

 “저… 소, 손님, 의복은… 저쪽…….”

 양씨는 용기를 내어 무정에게 가공점(加工店)을 가르쳐 주다 눈을 동그랗게 떴다.

 펄럭…

 무정이 천의 한쪽을 바지춤에 넣더니 그대로 몸에 감싼 것이다.

 순식간에 무정의 모습이 붉은 천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니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무정은 셈을 치르고 돌아섰다.

 “저… 무 대협, 잠시만…….”

 미려군의 목소리에 무정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의 눈에 두 볼을 발갛게 물들인 그녀의 모습이 들어왔다.

 “잠시… 여기 앉아보시겠어요?”

 의자를 돌려 자신의 앞에 세운 그녀는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무정은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이상할 정도로 순순히 그녀 말대로 의자에 앉았다.

 슥슥슥.

 그의 머리칼이 위로 넘겨지는 것이 느껴지자 무정의 전신에 가벼운 소름이 돋았다.

 기분 좋은 느낌이긴 한데 누군가가 자신의 머리에 손을 댄다는 것은 전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기에…….

 하나 지금 무정은 그런 생각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저 구름 속에 붕 뜬 것 같은 느낌이었다.

 손질은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빗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그녀는 그런 것을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하지만 손으로도 충분했다.

 한 올 한 올 정성스럽게 매만지자 이윽고 무정의 뒷목 부분에서 머리칼이 조이는 느낌이 들었다.

 “다… 됐어요, 무 대협.”

 나른한 기운을 깨는 소리가 무정의 귀에 들려오고 그녀의 손길이 떠나가자 무정은 왠지 진한 아쉬움이 남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뒷목 쪽에 손을 올렸다. 머리가 묶여져 있었다. 앞머리 쪽으로 묶고 남은 끈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니 붉은 비단 머리끈이었다.

 “감사하다는… 말씀도 못 드리고…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이 정도밖에는 없군요.”

 그녀는 웃고 있었다. 그러나 더없이 쓸쓸한 웃음이었다.

 불문의 속가제자. 소림이라면 모르지만 아미는 그리 크게 인정받는 문파가 아니었다.

 속가제자들도 그리 인기가 없어 유복한 자제들은 아미에 적을 두지 않았다. 그녀 역시 그리 넉넉한 집안의 딸은 아니었다.

 무정의 얼굴에 당황함이 비춰졌다. 뭔가 말을 하기는 해야 할 것 같았다.

 이대로 미려군의 메마른 웃음이 계속되게 할 순 없었다. 일종의 의무 같은 어처구니없는 감정이었다.

 “아, 아니오. 고맙소. 진심이요. 머리카락… 끈… 조, 좋소.”

 “훗.”

 조그만 소리로 웃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무정은 벌게진 얼굴로 돌아섰다.

 ‘이 멍청한 놈, 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속으로 자신에게 고함치며 그는 성큼성큼 걸었다.

 확실히 몇 가닥 있는 앞머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넘긴 머리칼 때문에 시야가 아주 좋았다.

 하나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정오의 햇살을 보는 것이 얼마만인지 그는 느끼지도 못한 채 무조건 이 자리를 벗어나고픈 생각뿐이라 그의 눈에 비친 객잔의 거리가 엄청나게 길어 보였다.

 미려군은 싱긋이 미소 지었다. 무공은 강할지 몰라도 그녀가 본 그는 순수한 사내였다. 거친 강호를 종횡한다는 것이 걸맞지 않을 정도였다.

 그녀의 신형도 점차 객잔으로 향했다. 애당초 옷 같은 것은 살 마음도 없었다. 그러려면 의복점을 갔지 포목점에는 가지 않았다.

 무정은 모르리라, 포목점에는 천만 판다는 것을…….

 그 끈은 그녀가 어릴 때부터 간직한 돌아가신 부모님의 선물이었다. 저 무정(無情)한 사내는 알고나 있을지…….

 정오의 뜨거운 햇살이 마냥 따스하게만 느껴지는 그녀였다.

 

 명경과 명각은 찻잔을 앞에 두고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조일 사태와 당소국의 상세는 그리 걱정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이 층 주루의 한 자리를 차지한 채 무정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사제가 봐도 모르겠는가, 그의 무공을?”

 “…….”

 명경은 명각의 말에 쉽사리 대답할 수 없었다. 장경각의 모든 무예를 숙지하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그로서도 쉬이 대답할 수가 없었다.

 책에서 읽은 적은 있으나 도대체가 꿈결 같은 말이기에……. 그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기실 어젯밤 당패성 일행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들은 무정의 무공을 보았다. 무정과 동시에 도착해서 출수하려는 순간 무정이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들은 무정의 무공에 경악해야 했다.

 더구나 자신들이 찾는 사람과 인상착의가 비슷했기에 명각은 호승심에 출수하려는 것을 꾹 참았던 것이다.

 “사제, 나도 어느 정도는 짐작하네.”

 명각의 말에 명경이 상념을 접었다. 그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혹 전단격류(戰單擊類)의 무공을 말하시는 겁니까?”

 명각은 고개를 끄떡였다. 수많은 강호인들이 전설처럼 알고 있지만 아무도 본 적이 없는 무공, 무공의 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피해야 할 상대.

 전설처럼 들리는 그 말 외엔 무정의 무공을 설명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명경은 고개를 저었다.

 “설혹 전단격류라고 해도 누가 그걸 알겠습니까? 지금까지 익힌 사람도 없었는데…….”

 “한 사람이 있지 않는가? 십 년 전에 있었던 강호의 혈사를 잊었는가?”

 “…그 사람이 전단격류라고 했습니까? 대체 누가 그럽니까? 아무도 그걸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형.”

 “…….”

 명각의 고개가 떨궈졌다.

 십 년 전, 무림과 단 한 사람의 싸움. 말도 안 되는 싸움이었지만 이루어졌다.

 그만큼 무서운 무위를 가진 자였고 비록 당시 명각이 어렸기에 참여는 못했어도 간신히 구경은 할 수 있었다.

 “전단격류가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 사람 역시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도 결국 자신의 무공을 몰랐습니다. 게다가 그는 검을 사용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지금 무정은 도를 사용하는 사람이구요. 그것이 무슨 내공심법도 아니고 초식 이름은 더 더욱 아닐 겁니다. 십 년 전의 그자가 쓴 것은 분명히 형이 있었으니까요.”

 “…….”

 “사형, 설혹 그자가 이 자리에 있다고 해도 전단격류의 진위(眞僞) 여부를 논할 수 있겠습니까? 또한 전단격류라고 해서 뚜렷한 특징이 있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심지어 격(擊)이라 하지만 그 격이 검격(劍擊)인지 권격(拳擊)인지, 아니면 또 다른 것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한데 어찌 전단격류라 못박겠습니까?”

 명각은 명경의 말에 눈을 감았다. 그의 동작, 임기응변, 실전에 임할 시의 그 진지함과 침착함…….

 도저히 자신이라면 그런 대결은 펼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그런 대결 자체를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다만 몇 가지 분명한 것은…….”

 이어진 명경의 말에 명각은 눈을 떴다. 그가 아는 명경은 지식에 있어서는 천의무봉(天衣無縫)한 인물이었다.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그는 이미 초식과 형(形)에 초월한 듯합니다. 아니, 어쩌면 형이라는 것 자체를 익히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실로 냉철한 판단이었다. 모든 무공엔 초식과 투로라는 것이 있다. 어떤 사람이든 먼저 막고 때리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는 이를 조합한 초식의 동작과 그 연결인 투로를 배운다.

 여기서 각 무공마다 중시하는 점이 달라 독특한 특징을 지니게 된다.

 하지만 이것이 일정 수위에 올라 저절로 몸이 반응할 때 초식을 잊는다는 표현을 쓴다.

 이 정도의 단계면 같은 무공이라도 그 효과가 천양지차로 바뀌게 된다.

 즉 상대의 허점에 맞추어 초식이 자연스럽게 바뀌고 반복되며 때로는 삭제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의 초식 자체는 상당히 단순합니다. 직선거리로 찌르고, 치고, 베고, 막고……. 하지만 모든 무공의 기본이기도 하지요.”

 역시 맞는 말이다. 아무리 현란한 초식을 가진 무공이라도 타격을 주기 위해서는 결국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불가사의할 정도로 빠르다는 것이 다를 뿐입니다.”

 “…….”

 명경의 말에 명각은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만 끄떡였다. 무술을 수련하는 사람은 안법을 배운다. 아무리 빠른 초식이라도 안법에는 훤히 보이게 된다.

 물론 시력이 좋아지는 것도 있겠지만 안법이 무서운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손을 뻗기 위해 인체는 미세하게 준비한다. 눈은 목표를 보며 어깨가 흔들리고 팔꿈치가 올라간다. 그리곤 권이 뻗는다.

 안법은 결과적으로 그런 징후를 빨리 보고 예측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또한 안법이 숙달되면 눈이 아니라 몸으로도 읽을 수 있었다. 공기의 흐름, 시선의 느낌, 그런 것들이 종합되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것이 안법의 진정한 역할이었다.

 “확실히 그의 신형은 보기 힘들었다. 마치 전설의 금강부동신법(金剛不動身法)처럼.”

 침음성과 함께 명각은 중얼거렸다. 금강부동신법은 온몸을 움직이지 않고 이동하는 전설상의 신법이었다.

 그 빠르기에 눈이 반응할 수 없는, 그리하여 잔상만을 남기는 신법의 최고봉인 것이다.

 분명히 그때 명각은 보았다. 참마도를 든 그가 잔상을 남기며 요위중에게 귀신같이 다가가는 것을……. 보고도 믿기 힘든 사실이었다.

 명경은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초식의 단순함. 그것은 그가 군문의 일원이었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설명되었다. 한데 빠르기는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전장에서 있었던 시간을 되짚어보자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몸은 신비하다.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데 극한의 수련보다도 목숨을 놓고 싸우는 전장에서는 종종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좋은 예로 무림인이 군대와의 싸움을 꺼리는 이유를 들 수 있다.

 관과의 마찰을 피하려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의 합격을 감당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내공도 전혀 없는 그들이지만 모인다면 상당히 두려운 상대로 변한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쩌면 그는 인간의 육체가 가지는 한계를 극복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육체의 한계는 어디까지나 육체일 뿐 그것만으로는 모자랐다. 그는 무정의 묵빛 투기를 생각했다. 아마도 열쇠는 거기에 있을 것이다.

 “저는 아무래도 그의 내공이 걸립니다. 본인은 익힌 적이 없다지만 그의 힘은 분명히 내공에 바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형께서는 앞으로 그의 내공을 주의해서 살펴봐 주십시오.”

 명각은 고개를 끄떡였다. 명경이 그렇게 말했다면 그것은 분명히 뭔가 있는 것이었다. 부지승이란 명호를 지닌 사제 명경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었다.

 

 어느새 시간은 초경을 넘어서고 있었다. 무정은 들어오자마자 객잔에 박혔다.

 처음 느끼는 혼란에 처음 느끼는 감정, 모든 것이 낯설지만 기분 좋은, 이런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인 느낌을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점심도 거르고 저녁때가 되어서야 그는 허기를 느껴 주루로 나갔다. 이미 다른 일행은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무정은 그들에게 다가갔다.

 당패성은 오랜만에 편한 마음으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병자들의 상태가 좋다는 의원의 말도 있었고 색마 요위굉의 문제도 어쨌든 해결되었다.

 게다가 야산을 벗어나자마자 당문으로 연통을 넣은 것이 좀 전에 화답이 왔다. 가주가 직접 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명각, 명경, 미려군, 당혜와 함께 웃으며 식사하는 중에 이 층에서 내려오는 무정을 보았다.

 “…….”

 무정의 맨 얼굴이 그대로 보였다. 머리를 묶고 있었던 것이다.

 오른쪽 뺨의 상처는 그대로였지만 나머지 얼굴의 부드러움이 그대로 드러나 오히려 야성적인 일면도 보이고 있었다.

 명각과 명경은 아까 주루에서 벌게진 얼굴로 들어온 그를 보았기에 별 놀람이 없었고 미려군은 자신이 해준 것이니 놀랄 일도 없었다.

 오히려 옅은 홍조를 띠며 고개를 살짝 숙여 무정에게 인사했다.

 당패성과 당혜만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흠…….”

 빤히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음인지 무정은 헛기침을 해댔다. 당패성과 당혜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참, 진작에 그렇게 좀 하시지. 무 대협, 정말 환하십니다.”

 “허허, 무 시주의 기도가 정말 보기 좋으십니다. 허.”

 당패성의 말에 명각이 맞장구를 쳤다.

 무정은 쑥스러운 마음에 만두를 하나 집어 고개를 탁자에 박고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흘깃 미려군을 곁눈질하며 행여나 들킬세라 얼른 시선을 만두로 옮겼다.

 “…….”

 당혜의 눈이 가늘어졌다. 둘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눈치챈 것이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무공도, 미모도, 가문도, 사문도 자신이 위였다.

 수많은 남자들을 눈 밑에 깔아 보고 살아온 그녀였기에 그녀의 마음속에 무언가 울컥하며 올라왔다.

 무정의 행동은 비단 당혜만 느낀 것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그런 미묘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명각과 명경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

 하나 당패성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일순 당혜의 눈초리가 가늘어지는 것을 본 것이다.

 ‘쯧쯧, 똑똑한 척 약은 척은 혼자 다하더니…….’

 속으로 혀를 차며 당패성은 고개를 돌렸다. 이건 도와줄 수 없는 문제였기에 그는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한데 무 시주는 식사 중에도 수투를 끼시오이까?”

 명각이 물어왔다. 무정은 그 말에 자신의 수투를 보았다. 철들 무렵부터 같이 생활해 온 수투였다.

 원래 수투는 상당히 투박하고 무거운 존재여서 일상생활에서는 굉장히 불편하다. 무정도 몇 년간은 힘들었었다.

 그러나 점점 나이 들어가고 수투의 존재가 무감각해질 정도로 사용하다 보니 그는 이제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아마도 다쳤을 때 외에는 풀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무정이 막 대답을 하려는 참에 그는 왼쪽 뒤통수에 기이한 감각을 느꼈다. 그는 반사적으로 일어나 시선을 돌렸다.

 갑자기 무정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일행은 긴장했다. 그들은 무정이 보는 곳에 초점을 맞추었다.

 오 척이 좀 안 되는 통통한 노인이 무정을 보고 서 있었는데 얼굴은 대춧빛에 백발과 백염이 주렁주렁 달렸고 남루한 옷에 청죽으로 된 지팡이를 들고 있었는데 그 노인은 무정이 눈치를 채자 씨익 웃으며 다가왔다.

 무정은 긴장했다. 왠지 모르지만 그의 몸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왼손을 앞으로 내미는 공격 자세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이윽고 그 노인은 일 장 안으로 다가왔는데 도대체 나이를 짐작할 수 없었다.

 흰머리에 흰 눈썹, 그리고 흰 수염……. 사람 좋게 생긴 작은 노인은 무엇이 그리 좋은지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명각과 명경이 일어나 합장을 했다.

 무정은 경계를 하면서도 한순간 소림사의 스님이 인사를 하자 그리 나쁜 인물은 아닐 거라는 생각에 적이 안심이 되었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무정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출수했을 그였기에……. 조용한 주루에 명각의 음성이 울렸다.

 “소림의 말학 명각, 개방의 대방주(大幇主)이신 백염주선(白髥酒仙) 홍관주(洪寬主) 어르신을 뵙습니다. 아미타불…….”

 “허억!”

 당패성이 경호성을 발하며 자리를 박차듯 일어섰다. 그는 일어나 말도 못하고 입만 벙긋거리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당혜도 미려군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백염주선 홍관주. 적어도 무림인이라면 절대로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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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 화 2016 / 7 / 20 763 0 10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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