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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무정지로
작가 : 참마도
작품등록일 : 2016.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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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격류는 그 연무 방법이나 파훼법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연성하기 힘들다.
하나 분명히 전단격류는 세상에 존재한다. 이미 익힌 사람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그는 아니라고 하지만...... .

전장에서 거두어지고 자라나, 전장의 사신으로 군림해 온 무정.
생사를 넘나드는 험난한 전장을 겪어온 그가 자유를 얻어 마침내
칼날 위 인생을 사는 무인들의 세계 속으로 뛰어드는데...
무정의 거친 기지개에 무림은 거대한 요동을 시작하는데...... ."

 
9 화
작성일 : 16-07-20 16:42     조회 : 559     추천 : 0     분량 : 7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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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는 이제 이 장 정도 좁혀졌다. 하지만 무정은 더 이상 가까이 갈 수 없었다. 벌써 대여섯 개의 혈마지를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냈다.

 직격으로 맞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미 몸의 곳곳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머리가 어지럽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은 마음에 무정은 흔들리는 신형을 잠시 추슬렀다. 그리고는 뒤로 일 장여를 물러섰다.

 마라불은 그가 뒤로 물러서자 일순 긴장했다. 저 괴물 같은 놈이 뭔가 수를 낼 작정인 것이 분명했다.

 그는 초반에 혈마지를 날리면서 득의했었다. 왜 진작 이 생각을 못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혈마지를 계속 날릴수록 가슴이 섬뜩해졌다. 놈의 몸이 혈마지에 서서히 반응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격할 때는 비록 맞기는 했지만 옆구리 쪽으로 일부러 흘려 맞았다. 게다가 거리는 되려 좁혀지고…….

 그런 그의 눈에 놈의 참마도가 머리 위로 들어 올려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는 주위 공기를 끌어당기듯 참마도의 도신에 어린 묵빛 기류가 줄기줄기 뻗쳐 나갔다. 아지랑이 수준이 아니었다.

 “저, 저건……?”

 경악성과 함께 마라불은 온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리곤 팔을 들었다.

 혈마륵의 팔이 들리는 순간 무정은 땅을 박차고 나갔다.

 한줄기 검은 그림자가 활이 쏘아진 듯 순식간에 일 장을 좁혔다. 그의 눈에 혈마지의 붉은 줄이 늘어나듯 나오는 것이 보였다.

 순간 무정은 왼발을 힘차게 땅에 찍으며 허리를 틀었다.

 파앗!

 왼쪽 옆구리 쪽으로 엄청난 강기가 스쳐 지나가자 살점이 뭉텅 뜯겨져 나갔다. 그는 이를 악물고 다시 오른발을 박찼다.

 무정이 왼발로 땅을 찍은 것은 다음 도약력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오른쪽으로 수평 이동하기 위해서였다.

 전진하는 힘을 이기고 방향을 트는 것은 엄청난 모험이었고 무엇보다도 그의 눈이 반응이 느려져 머리가 어지러웠다.

 게다가 무정은 목까지 차올라 오는 핏물을 억지로 삼켰다. 마라불의 필생의 공력이 담긴 혈마지는 그의 기혈을 역류시켰다.

 “타아아아압!”

 무정은 멈출 수 없었다. 그가 가진 모든 힘을 소진한 것이기에 기회는 단 한 번뿐이었다.

 그는 오른발로 땅을 찍어 도약력을 얻자마자 그 탄력을 그대로 초우에 실었다. 그의 눈에 초점이 돌아오자 마라불의 손에 다시 핏빛 혈광이 맺히는 것이 보였다.

 무정은 힘껏 팔을 내렸다. 머리 위의 초우가 바람을 가르며 힘차게 내려쳐졌다.

 “…….”

 마라불은 분명히 보았다. 자신의 혈마지는 분명히 발출되었다. 그의 눈앞으로 형태도 불규칙하게 다가오는 저 묵빛 기류는 혈마지에 의해 관통되어야 했다.

 한데 그렇지가 않았다. 마치 종이를 수백 장 구긴 듯한 저 기류는 자신의 혈마지를 이리저리 튕겨내더니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당황한 혈마륵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내력을 모두 쥐어짜 올렸다. 이윽고 무정의 묵빛 강기는 마라불의 호신강기와 충돌했다.

 쩌어어어엉!

 “크아아아악!”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마라불은 힘없이 뒤로 날아갔다. 그냥 도강이나 도기류가 아니었다.

 부딪치는 순간 수백 개의 장력이 불규칙한 힘으로 온몸을 두드리며 그의 몸 안에서 공명했다.

 마라불의 입가로 검은 선혈이 쉼 없이 흐르며 그의 신형은 뒤로 일 장여를 날아 바닥을 뒹굴었다.

 좌아아악!

 어느 순간 푸석한 대지에 미끄러져 뒹굴던 그가 멈추었다. 온몸이 부서질 듯한 고통 속에서 무언가 보였다.

 “…….”

 그의 한 치 앞으로 자신이 무정에게 던진 병사의 꺾여진 얼굴이 들어왔다. 그 순간 얼마 전 타계한 자신의 스승이 몇 년 전에 하던 말이 떠올랐다.

 

 ‘이 세상 어디를 가도 소뢰음사의 무공은 강하다. 중원 어디를 가더라도 우리의 적수는 없다. 하나 한 가지 조심해야 될 것이 있다. 그것은 전단격류(戰單擊類)의 무공이다. 전단격류는 그 연무 방법이나 파훼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연성하기도 힘들단다. 하나 분명히 전단격류는 세상에 존재한다. 이미 익힌 사람도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그는 아니라고 하지만…….’

 

 마라불은 눈앞의 목이 꺾여진 병사의 투구에 비추어진 나약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한없이 초라한 노인의 모습……. 그의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허무했다.

 

 ‘전단격류는 누구도 상대할 수 없다.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의 육체는 한계를 벗어난다고 하더라. 만일 전단격류가 현세(現世)한다면 그 모습은 알 수 없는 투기의 집합이라 하더구나. 전단격류는 형(形)이 없다. 검(劍)도, 도(刀)도, 창(槍)도, 권(拳)도, 지(指)도 될 수 있고 심지어 궁(弓)도 될 수 있단다. 아이야, 훗날 네가 전단격류의 무공을 만나거든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니라. 헐헐, 하나 과연 전단격류의 전인이 나올지는 누구도 모를 일이다. 스스로도 모른다고 하니… 아마 만날 일도 없을 것이다. 헐헐.’

 

 마라불은 갑자기 서러워졌다. 자신을 가르쳤던 사부. 갑자기 사부가 보고 싶었다. 그는 입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스, 스승님, 제자… 만났… 습… 커억! 전… 단격… 류… 완성하…….”

 마라불은 채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이미 그의 혼은 육신을 떠나고 있었다.

 서장 소뢰음사의 마불삼존(魔佛三尊) 중의 일인인 그가 머나먼 감숙땅 끝자락에서 맞이한 초라한 죽음이었다.

 

 ***

 

 전장은 어느덧 정리되어 가고 있었다. 고죽노인은 일찌감치 달려와 무정의 상세를 살피고 있었고 그 뒤에는 찰극나와 달리한의 목을 날린 광검과 패도가 있었다.

 비연과 반뇌는 방금 마지막 적을 쓰러뜨렸고 상귀와 하귀는 장창을 흔들며 달려오고 있었다.

 야달목차는 사색이 되었다. 설마 저 혈귀가 마라불을 이길 줄은 몰랐다.

 강호라는 곳, 개개인으로 본다면 신선 같은 자들, 백여 명의 군사와 단 한 명의 고수가 비등하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그래서 무리가 되었지만 고수를, 그것도 최고의 절정 고수를 불러들였다. 대가는 컸다. 그동안 가지고 있던 거의 모든 것을 소뢰음사에 주었다.

 그러고도 이 모양이라니……. 야달목차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남은 것은 몇 명의 군졸과 저기 마라불의 시체를 붙잡고 엉엉 울어대는 정신 나간 타마륵이란 놈뿐이다.

 그는 앞을 보았다. 떨리는 신형을 바로잡기 위해 온몸의 신형을 휘청이는 흉터투성이의 사람이 보였다.

 비록 사 척에 이르는 도신을 땅에 깊숙이 박고 지탱해 서 있지만 분명히 죽은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옆의 놈들은 상처도 거의 입지 않은 것 같았다.

 야달목차는 고개를 돌려 오이랏트를 보았다. 이젠 그들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오이랏트의 대장군 로얀은 믿을 수가 없었다. 수적 열세는 일단 접어두더라도 그 라마의 무공은 자신이 봐도 무서울 정도였다.

 그런 자를 죽인 저놈을 그냥 둘 수 없었다. 결국 그도 그의 낭인대도 명군이었다. 자신들의 적중 가장 무서운 적일 수도 있었다.

 “기옌!”

 “옛, 장군님!”

 “전군 궁격(弓擊) 준비!”

 기옌은 다시 의아한 눈으로 로얀을 바라보았다. 궁격이라니? 몇 안 되는 놈들, 그대로 진군하여 밟아버리면 그만인 것을…….

 “못 들었나? 궁격을 준비햇!”

 “옛, 장군님!”

 기옌은 우각수(牛角手)를 불었다. 물소 뿔로 만든 우각이 길게 두 번, 그리고 짧게 한 번 울렸다. 그러자 삼천의 궁사들이 하마하며 소뇌궁에 살을 먹였다.

 “준비되었습니다, 장군님!”

 허리를 숙이며 보고하는 기옌에게 로얀은 고개를 까딱였다. 그리고 조용히 손을 들었다.

 야달목차는 신호수 소리에 아연해졌다. 이 신호는 분명 궁격을 준비하는 소리였다. 오이랏트는 자신이 필요없다고 판단한 셈이었다. 야달목차는 뒤로 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로얀은 저 멀리서 야달목차가 도망치는 것을 보았다. 이대로 발사하면 그도 무사하지 못했다. 잠시 갈등하던 그는 도망치는 야달목차를 보고는 얼굴을 싸늘히 굳히며 일말의 망설임 없이 손을 내렸다.

 “발사!”

 씨웅~ 씨씨웅~

 로얀의 수신호를 받아 기옌이 외친 고함에 삼천 발의 화살이 하늘을 덮었다. 이제 방원 십 장 이내는 벌집이 될 것이었다.

 무정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온몸의 기혈이 들끓고 있었고 입 안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흘렀다. 몸이 망가지는 것을 돌볼 수가 없었다. 그냥 땅에 박힌 초우를 잡은 채로 무릎을 꿇고 움직이지 않았다.

 “아, 쓰벌! 대장, 정신 좀 차려! 니미, 다 죽게 생겼구만 넋 놓고 있을 거야?”

 무정은 앉아 있는 자세 그대로 상귀의 말을 들었다. 움직여야 했다. 그러나 정말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갈! 이눔, 상귀! 네놈이 정말 대장을 죽일 셈이냐!”

 어느새 다가왔는지 고죽노인이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그의 눈에 노기가 서려 있었다.

 상귀는 흠칫했다. 맨날 티격태격하긴 해도 상귀는 고죽노인과 죽이 잘 맞았다. 그는 한 번도 고죽노인이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고죽노인은 놀란 토끼 눈을 한 상귀를 보고 미안했는지 차분히 설명해 나갔다.

 “이 녀석아, 대장은 지금 기혈이 역류되고 있어 억지로 누르고 있는 거야. 이럴 때 누군가 조금만 충격을 준다면 걷잡을 수 없게 돼. 우린 그냥 지켜보는 수밖에 없는 거야. 알겠냐, 이눔아?”

 곰방대로 머리를 툭 치면서 고죽노인은 말을 맺었다. 그는 비교적 무정의 상태를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완전히는 아니었다.

 기혈이 역류한 것은 맞지만 그것은 울혈일 뿐 내상은 아니었다.

 무정의 몸을 둘러싼 묵기는 혈마지의 위력을 상당 부분 감소시켰다. 그것보다 현재 무정의 내부는 완전히 빈 상태라는 것이 더 문제였다.

 무정의 힘은 내력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단전이라는 것이 없었다.

 아니, 있기는 했지만 정말 미미한 정도에 불과했다. 대신 몸의 곳곳에 그런 역할을 하는 곳이 생겨 있었다.

 동작의 최초 단계에서는 무정은 일반인과 다를 게 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몸의 여러 곳을 거치면서 증폭하며 엄청난 타력을 갖게 되는 것이 무정의 무공이었다.

 따라서 그의 무공은 체력과 근력이 제일 중요한 기반인 것인데 아까 마라불과의 일전에서 그는 자신도 제어하지 못할 힘을 운용하여 증폭했고 그것이 무리한 근육의 움직임을 가져와 온몸의 근육들이 이완(弛緩)되고 수축이 되지 않는 상태였다.

 즉 힘의 시발점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

 기혈이 역류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순수한 혈마지의 타격에 충격이 있었을 뿐 내공이 힘의 근원이 아닌 무정에게는 억지로 힘을 쓸 정도의 기력은 남아 있었다.

 문제는 지금 몸이 움직여지지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니미, 아, 그럼 지금 저놈들은 어떡하고? 저 활 겨누는 것 안 보여?”

 상귀가 사방에 삿대질을 해가며 길길이 날뛰었다. 그때였다. 수많은 화살비가 하늘 높이 솟구쳤다.

 “…….”

 광검은 입술을 깨물었다. 누군가는 이제 대장의 역할을 해야만 했다. 우연이었을까? 일행의 눈이 그와 마주치자 광검은 고개를 끄떡였다.

 “비연과 반뇌는 전방, 고죽노인과 상귀는 후방, 나는 좌측, 패도는 우측, 하귀는 … 대장 옆에서 최종 호위를 선다!”

 빠르게 말을 마친 광검은 자리로 이동했다. 그에 따라 일행도 방위를 점했다.

 화살비는 이제 하향하기 시작했다. 이제 저 화살을 막아야만 하는 것이다.

 “차아앗!”

 일갈과 함께 광검의 손에서 빛이 발해지기 시작했다. 그의 가문 비전인 창천검법(蒼天劍法)이, 두 번 다시 펼치기 싫었던 검술이 다시 펼쳐졌다.

 그것을 시작으로 각자 모두 최고의 기술을 펼치기 시작했다.

 

 로얀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 비의 화살을 막다니……. 그것도 이미 세 번씩이나.

 확실히 인정해야 할 것은 인정해야 했다. 개개인의 실력은 저들이 위였다.

 그것도 엄청난 차이로 말이다. 로얀의 눈이 더욱 굳어졌다. 그는 다시 손을 들었다.

 “발사 준비!”

 기옌은 그에 따라 다시 구령을 울렸다. 그의 우렁찬 음성이 초원을 울렸다.

 “아니다, 기옌.”

 “옛?”

 로얀은 기옌을 불렀다. 기옌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연사(連射)를 한다. 숫자는 화살 한 통 분량이다.”

 “…옛? 우각수! 우각수, 어디 있나?”

 긴 우각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계속 터져 나왔다.

 궁사들은 말에서 내렸다. 그들은 화살을 땅에 꽂기 시작했다.

 광검의 얼굴색이 변했다. 전에도 궁수들이 저렇게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연사였다.

 “크핫핫핫하!”

 광검의 메마른 웃음이 초원을 내달렸다. 이젠 정말 끝이다.

 그동안의 단사(單射)는 순간만 잘 노린다면 되는 것이었지만 연사는 달랐다. 쏘는 사람조차 정확도를 몰랐기에 그만큼 막기도 힘든 것이 연사였다.

 패도는 광검의 웃음을 들으면서 생각했다. 자신의 가문 하북(河北)의 구가는 팽가(彭家)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그들의 오호단문도(五虎斷門刀)는 일절이었다. 무가(武家)이지만 멸시받는 무가, 천생의 힘을 타고났지만 기술이 없었다.

 그는 그래서 떠났다. 세상의 이름난 도법을 견식했지만 부족했다.

 그 무엇도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러다 이곳에서 무정을 만났다. 자신과 비슷한 체격, 힘. 하지만 그는 달랐다. 기술도 있었다.

 패도는 무정에게 배우고 있었다.

 패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기왕 이렇게 된 것 그동안의 심득을 실험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비의 화살이 떨어지는 가운데 패도는 몸을 움직였다.

 정(靜)적인 가문의 도법인 거도십삼세(巨刀十三勢)가 아닌 부드럽게 움직이며 검무(劍舞)를 추듯 자신만의 검을 휘둘렀다.

 무정을 보고 배웠다지만 전혀 무정과는 다른 도법이었다. 사방 일 장 이상의 공간에 부러진 화살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하귀는 패도의 움직임을 봤다. 예전의 그의 모습이 아니었다.

 대장이 아니라 광검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아직 연성된 것은 아닌 듯 철탑 같은 느낌은 그대로였다. 그러나 온몸의 관절을 이용하듯 부드럽고 빠르게 거도가 휘둘러지고 있었다.

 하귀는 불현듯 호승심이 일었다. 그는 하늘에서 떠오르는 화살의 비를 보며 힘차게 발을 놀렸다. 순간 그의 신형이 솟구쳤다.

 “차핫!”

 허공에 수많은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그의 창은 팔 척이 넘었다. 오 척이 좀 넘는 키로 그렇게 많은 동그라미를 그린다는 것은 상당한 기술이었다. 그는 최소한 열두 개 이상의 동그라미를 그렸다.

 투둥! 투두둥! 투두! 투투!

 수많은 격타음이 난무했다. 그러나 화살은 워낙 많이 떨어지고 있어 하귀는 계속 뛰어오를 수밖에 없었다. 대장이 무릎을 꿇고 있다고 해서 작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계속 뛰면서 공간을 점유했다.

 네다섯 번쯤 뛰었을까? 하귀는 체력이 달리기 시작했다. 합격을 주로 했던 그에게는 무리였다.

 하귀는 이를 악물고 뛰었다. 그 순간 한 개의 화살이 창의 동그라미를 뚫고 들어왔다.

 이대로 가면 대장의 머리가 뚫릴 것이기에 그럴 수는 없었다. 이를 악문 하귀는 결심했다.

 무정은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 저마다 화살 한두 개 이상씩은 몸에 박힌 일행이 보였다. 지친 기색의 하귀가 손을 놀리는 것도 똑똑히 보였다. 답답한 순간이다.

 그 순간 하늘에서 화살 한 대가 하귀의 방어를 뚫고 무정의 얼굴로 날아드는 것이 보였다. 무정은 움직이고자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저 무정은 이만 앙다물 뿐이었다.

 “이야아압!”

 갑자기 귓가에 하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무언가 검은 그림자가 그의 눈앞을 막았다. 하귀의 발이었다.

 푸욱!

 화살은 하귀의 장딴지를 관통하고는 무정의 눈앞에서 반 치 가량 사이를 두고 멈추었다.

 투두두둑!

 그의 얼굴에 하귀의 피가 튀었다. 부르르 떠는 화살 끝이 하귀의 피를 머금은 것을 무정은 똑똑히 보았다.

 하지만 화살비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하귀는 균형을 잃고 떨어지며 그대로 무정의 머리 위로 몸을 실었다.

 푸푹! 푹!

 잇달아 몇 개의 화살이 하귀의 몸에 박혔지만 화살은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하귀는 고통에 몸을 떨었다. 그때였다.

 투투투퉁!

 허공에서 화려한 창의 원이 그려졌다. 상귀였다.

 그는 왼쪽 어깨와 넓적다리에 화살을 맞고 있었는데 하귀를 보는 그의 눈에 핏발이 서 있었다.

 “야, 이 씁새! 이 멍청한! 아, 안, 안 일어나, 이 새끼야!”

 상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코 흘릴 적부터 같이 살던 놈이다. 그 누구도 그를 대신하지 못했다.

 어느덧 화살비는 멈추었다. 그러나 화살보다 더 아픈 상귀의 울부짖음이 일행의 마음속에 칼날처럼 비집고 들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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