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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무정지로
작가 : 참마도
작품등록일 : 2016.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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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격류는 그 연무 방법이나 파훼법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연성하기 힘들다.
하나 분명히 전단격류는 세상에 존재한다. 이미 익힌 사람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그는 아니라고 하지만...... .

전장에서 거두어지고 자라나, 전장의 사신으로 군림해 온 무정.
생사를 넘나드는 험난한 전장을 겪어온 그가 자유를 얻어 마침내
칼날 위 인생을 사는 무인들의 세계 속으로 뛰어드는데...
무정의 거친 기지개에 무림은 거대한 요동을 시작하는데...... ."

 
8 화
작성일 : 16-07-20 16:41     조회 : 549     추천 : 0     분량 : 8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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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정은 눈앞의 상황을 확인했다. 적병의 수는 약 삼십여 명 정도. 주의할 것은 몇 사람뿐이었다.

 우선 눈앞에 만도가 아닌 검을 쥔 두 몽고인들, 그리고 그 뒤의 늙은 승려, 얼마 전에 보았던 타마륵이 옆에 있는 것으로 봐서 그 스승이란 작자가 맞는 것 같았다.

 다시 그 뒤엔 몇 명의 군졸과 조금씩 물러나는 야달목차가 보였다. 무정은 고개를 돌렸다.

 낭인대원들은 잘해주고 있었다. 비연과 반뇌는 좌측을, 고죽노인과 상귀, 하귀는 우측을 맡고 있다. 그리고 무정의 뒤에는 광검과 패도가 바짝 붙어 있었다.

 “대장, 저 노인네를 치쇼.”

 광검이 다가와 속삭였다. 그리곤 신형을 배가하면서 무정의 앞으로 나서자 무정은 초우를 왼손으로 옮겼다.

 그리고는 빈 오른손을 허리 뒤춤으로 가져가 투환침 두 개를 꺼내 손바닥에 감추었다.

 어느 틈에 패도가 최선봉으로 나왔다. 패도, 광검, 무정, 이렇게 세 사람이 나란히 서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패도가 공격을 시작했다. 일행의 선봉으로 나온 그는 육 척의 거도를 지면과 수평으로 그었다.

 슈아아앙!

 공기를 찢는 소리가 들렸다. 워낙 긴 사정거리에 무거운 중병기라 달리한과 찰극나는 감히 검을 섞을 생각도 못하고 뒤로 분분히 물러섰다.

 “핫!”

 이어 낭랑한 울림과 함께 광검의 신형이 솟구쳤다. 아무래도 그대로 패도를 넘어 치고 나갈 기세였는데 그 높이나 동작이 유려해 무공이 상당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찰극나와 달리한은 얼굴을 굳혔다. 이대로 두면 자신들의 스승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는지 찰극나는 달리한에게 눈짓을 보냈다.

 달리한은 작게 고개를 끄떡이며 소뢰음사에서 배운 혈사검(血沙劍) 중 축지격일(縮地擊日)이란 쾌검의 초식으로 패도에게 달려갔다.

 찰극나는 그대로 신형을 띄워 운참견혈(雲斬見血)이란 초식으로 검을 아래에서 위로 길게 쳐 올렸다.

 차창!

 찰극나와 광검의 검이 공중에서 부딪치는 순간 광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찰극나는 불안한 마음에 검을 재차 휘두르려 했지만 검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광검이 천근추를 전개하면서 그대로 검을 눌러 버린 것이다. 둘의 신형이 밑으로 꺼지듯 내려갔다.

 무정은 광검이 자신의 앞을 막는 순간 작전을 감지했다. 전에도 해본 것이다. 광검이 몸을 솟구치자 무정도 솟구쳤다.

 이어 광검과 무정이 서로 부딪칠 즈음 광검의 신형이 쑥 꺼지자 무정은 그대로 전면으로 날아갔다. 무정은 왼팔을 오른쪽 어깨 부근으로 옮겼다.

 칠 척의 초우가 오른쪽 어깨 위로 높이 올라갔다. 그리고는 전방의 라마를 향해 날아갔다.

 마라불의 눈이 커졌다. 전장이라는 곳에선 언제나 변수가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우연한 변수가 아니었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전장에서 수십 번 이상 연출된 변수였다. 마라불은 경시하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단숨에 삼 장 거리를 날아드는 저놈,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슈우!

 공기를 가르며 들리는 소리가 중병기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공속이었다.

 마라불의 눈앞에서 좌상에서 우하 쪽으로 발목을 노리며 휘둘러지는 듯하자 마라불은 살짝 신형을 솟구쳤다.

 파앗!

 도풍만으로도 땅바닥에 길게 선이 그어지고 있었다. 그 모습에 마라불은 이채를 띠며 오른손을 뒤로 빼며 그의 성명절기(盛名絶技)인 사십수의 혈뇌음장(血雷音掌)을 펼치려 했다.

 제아무리 대단한 자라도 육성의 혈뇌음장이면 해결될 일이었다. 놈의 참마도에서 이는 도풍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놈의 인중을 노렸다. 단 한 번에 승부를 내려는 것이었다.

 그때였다. 공기를 가르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검은 그림자가 마라불의 눈에 빠르게 들어왔다.

 무정의 오른손이었다. 공간이 어슴푸레 일그러지는 것을 봤을 때 자신이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빠르고 강한 힘이 담겨 있었다.

 마라불은 이를 악다물며 오른손을 눈앞으로, 왼손을 단전으로 돌려 방어한 채 호신강기를 끌어올려 마수무벽(魔手武壁)을 펼치고자 했다.

 왼손의 참마도는 허초였다. 놈이 뒤로 물러서면 힘들겠지만 다행히 공중으로 신형을 띄웠다. 무정의 오른손이 휘둘러지는 왼팔의 탄력을 그대로 이어 받아 원호를 그리며 돌아갔다. 놈이 인중을 겨냥하다 놀란 눈을 하더니 손을 머리와 단전 쪽으로 돌렸다.

 지금이었다. 그는 오른손에 쥐고 있던 투환침 두 개를 손에서 놓았다. 그것도 손목을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힘껏 돌리면서.

 파각!

 “크헉!”

 마라불의 입에서 고통에 찬 신음이 흘렀다. 암기라니? 채 방어할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다. 아니, 전혀 예상을 못했다.

 주먹이 날아오기에 권각술인 줄로만 알았다. 설마 암기를 날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 애당초 얕잡아 본 것이 화근이었다. 무공이 얕은 놈이 아니었던 것이다.

 방심의 결과 투환침 하나가 마라불의 오른손에 박혔고 또 하나는 그의 옆구리 쪽 기문혈 부근에 반 치 정도 박혔다. 반응이 늦었던 것이다.

 하나 그렇다고 해도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낼 수 있다는 사실에 마라불은 그제야 방심한 것을 후회했지만 그의 생각은 더 이상 이어질 수 없었다.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정체불명의 묵빛 투기를 담은 초우가 자신의 목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그는 사력을 다해 물러났는데 그것이 시작이었다. 도와 손, 발, 왼 어깨를 이용한 무차별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선기는 다시 잡을 수 없었다.

 마라불은 정신없이 뒤로 물러났다. 반격할 기회는 고사하고 오른손에 박힌 투환침을 뺄 시간조차 없었다. 권(拳), 퇴(腿), 박(膊), 슬(膝), 도(刀)의 연속적인 공격에 마라불은 속절없이 뒤로 밀려났다. 그의 몸에서 기이한 울림이 전해졌다.

 저자의 공격에 담긴 힘이 이상했다. 손을 섞으면 섞을수록 가슴 한쪽에서 기이한 울림이 느껴졌는데 어느새 마라불은 밀리다 못해 우량하 족의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약 십여 장이나 밀리고 말았다.

 파파파파팡!

 두 손으로 잡은 초우를 땅에 찍으면서 얻은 탄력으로 무정의 두 발이 힘찬 연환각(連環脚)을 토해냈다. 철각반을 찬 무정의 파괴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는데 막아도 손이 얼얼할 정도였다.

 순간 마라불은 한 병사의 목덜미를 잡아채 무정에게 던졌다. 창졸간에 무정은 발을 휘둘렀다.

 광대뼈 부근의 관료혈을 차인 병사는 그대로 공중으로 날아갔다. 땅에 떨어진 그의 목은 이미 부러져 있었다.

 “…….”

 무정은 잠시 멈칫했다. 어떤 전투에서도 아군을 자신 대신에 희생시키는 법은 없었다. 전우는 소중한 존재다.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저 라마는 그런 생각도 없는 것 같았다.

 무정의 머리칼이 점차 하늘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분노했다. 이런 자는 살아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숨겨왔던 힘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묵빛 기류가 넘실대기 시작하며 동시에 칙칙한 살기가 그를 중심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아군이든 적군이든 그의 살기에 다들 몸을 떨었다.

 마라불은 겨우 한숨을 돌렸다. 그는 재빨리 투환침 두 개를 제거하고는 혈을 짚어 지혈했다. 분노가 치미는 얼굴로 덩치 큰 곰 같은 놈을 노려봤다.

 심상치 않은 묵빛 기류가 넘실대는 것이 보였다. 도대체가 알 수 없는 놈이다.

 “켈켈켈, 어린 놈! 한심한 놈이었구먼? 이만한 일로 발끈하…….”

 마라불은 말을 끝맺지도 못하고 양손을 휘둘렀다. 곰 같은 놈이 이 장 거리를 순식간에 좁히며 다가선 것이다.

 속도는 배 이상 빨라져 있었고 공격력 또한 확연하게 느낄 만큼 강해져 있었다. 그의 참마도에서 나온 묵기는 지면에 세 치 이상의 홈을 파내고 있었다.

 쩡! 쩌정!

 공수가 교차되면서 검풍과 소음이 난무했다. 마라불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의 무공 수위는 중원의 장문인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의 혈마장에 당한 사람은 셀 수도 없을 정도였고 본신 공력은 이미 일 갑자를 넘어 거의 이 갑자에 육박하고 있었다. 한데 동수라니…….

 이 도깨비 같은 놈은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것인가?

 검은 묵기로 감싸여진 무정의 권이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마라불은 왼손을 들어 정면으로 마주쳤다.

 쩌엉!

 마치 금속이 부딪친 것 같은 소리가 났다. 무정의 권은 마라불의 쫙 펴진 왼손의 반 치 앞에서 멈추어 있었다. 은은한 마라불의 공력이 무정의 권을 밀어낸 것이다.

 “음!”

 마라불은 신음성을 냈다. 자신의 왼팔을 타고 알 수 없는 힘이 팔을 휘감으며 가슴까지 밀려오고 있었다. 그놈의 이상한 공력 때문인데 아까부터 이 모양이다.

 제대로 막고 있는데도 그놈의 이상한 기류가 몸을 타고 들어왔고 점차 쌓여가는 몸 안의 타격에 마라불은 눈빛을 굳혔다.

 근접전은 무리였다. 그는 전력을 다해 연속 삼 장을 날리며 뒤로 날았다.

 

 남궁추는 눈앞의 적이 즐거웠다. 어느 정도 검 쓰는 기술도 좋았고 내력도 충실했다. 주위를 둘러싼 오이랏트의 삼천 병력이 있었지만 죽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검을 섞는 시간이 즐거울 뿐이었다.

 그때였다. 남궁추는 순간 엄청난 살기를 느꼈다. 놀라울 정도로 강한 살기가 주위에서 느껴지자 창졸간에 그는 손을 멈추었다.

 그러자 눈앞의 적도 그런 것을 느낀 듯 손을 멈추고 남궁추를 견제하면서 힐끔힐끔 옆을 바라보았다. 남궁추는 아예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놀라 눈을 크게 뜬 광검의 눈에 엄청난 묵빛 기류를 온몸으로 내뿜으며 돌격하는 무정의 모습이 보였다.

 눈으로 잡기도 힘든 빠르기로 바닥에 세 치 이상의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제길, 봐주고 있었던 거냐?”

 광검의 인상이 험악하게 구겨졌다. 저 정도 무위라고는 예측하지 못한 그는 무정이 끝까지 자신을 갖고 논 것이라 생각했다.

 순간 찰극나의 눈이 번쩍 뜨였다. 놈이 방심하고 있다. 고개를 돌리다니……. 인정하기 싫지만 자신은 놈의 아래였다. 그의 검이 직선으로 남궁추의 목을 향해 나가며 입꼬리가 올라갔다.

 차앙!

 찰극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디선가 보이지도 않는 검이 놈의 목 한 치 앞에서 자신의 검을 오른쪽으로 튕겨낸 것이다.

 주위엔 그와 자신밖에는 없다. 놈의 검이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왼쪽에 있었던 것이 오른쪽으로 옮겨져 있다. 놈의 얼굴이 다시 그를 향하고 있었다. 역팔자로 휘어진 눈썹을 하고서.

 “제길! 봐주고 있었단 말이지?”

 미친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광검이 다가섰다. 그러자 찰극나는 온몸에 까닭 없는 한기가 이는 것을 느꼈다.

 

 무정은 거대한 세 개의 기운이 몸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가슴 쪽을 겨냥한 듯하자 그는 재빨리 왼쪽 어깨를 앞으로 내밀고는 좌우로 흔들었다.

 카가각! 카가! 카가가각!

 그의 왼팔 갑주가 부서질 듯이 흔들렸다. 마라불이 노린 기운을 겨우 해소한 무정은 마라불을 찾았지만 그는 이미 오 장 밖으로 물러나 있었다.

 마라불은 얼굴을 이죽거리면서 왼손 중지를 꼿꼿이 세워 무정을 향하고 있었다.

 “켈켈켈켈, 너 같은 놈들을 상대하는 데는 확실히 이것이 최고지! 잘 놀았다, 곰 같은 놈아! 혈마지(血魔指)!”

 마라불의 음성이 가진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핏빛 혈광이 가는 실처럼 폭사되었다. 무정은 무의식적으로 오른손의 초우를 들어 올리며 왼손으로 그 뒤를 받쳤다.

 까앙!

 “…큭!”

 도면으로 쳐냈음에도 불구하고 무정의 신형이 그대로 삼 척 정도 뒤로 주르륵 밀렸다.

 장이라면 흘리고 피할 수도 있었겠지만 지법은 달랐다. 너무나 빠르고 내력도 집중되어 있어서 위력 또한 만만치 않았다.

 더구나 쾌속함을 생명으로 하는 혈마지였다. 무정은 가슴이 진탕되면서 양손이 저려옴을 느꼈다.

 난감했다. 하나 그의 두 눈만큼은 타오르고 있었다.

 비연과 반뇌는 곁눈질로 계속 무정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그들의 눈앞에 있는 적들은 약 십여 명 정도. 각자 무공 수위는 별로였지만 합격술이 뛰어났다.

 장창, 검과 도로 이루어진 이들은 착실한 수레바퀴처럼 잘도 돌아갔다.

 한달음에 쳐내고 대장에게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어찌할 수가 없었다.

 난감한 것은 반뇌가 더했다. 그의 무기는 이 척 삼 촌의 쌍검. 마상에서나 효과적인 단병이었고 전체 대원들 중 무공 수위가 제일 떨어지는 그였기에 수비하기에도 급급한 상황이었다. 비연은 흘끔 반뇌를 보았다. 그리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앗!”

 낭랑한 교성과 함께 비연의 검이 일변했다. 비연은 화산파 출신이었다. 그것도 천매검(千梅劍) 화문성(華文聲)이라는 현 화산 장문인의 무남독녀였다.

 검에 관한 재능이 남달랐음에도 불구하고 비연에게 이십사수매화검법(二十四手梅花劍法) 이외는 배우지 못하게 했다. 여자라는 이유에서였고 이에 불만을 느낀 그녀는 화산을 떠났다.

 이후 그녀는 여기저기 흘러 다니다가 반뇌를 만났다. 반뇌는 가문은 모르지만 숙부의 마수를 피하기 위해서 세상에 나왔다고 했다.

 우연히 비슷한 처지에 있던 두 사람은 이곳 전장까지 함께 온 것이다. 그리고 무정을 만났다.

 차라라랑!

 검날의 궤적이 변하며 힘차게 휘둘러진다. 현 상황은 잘못하면 반뇌도 다칠 만한 상황이었다.

 조금씩 남녀 간의 정이 싹트기 시작한 두 사람이었기에 비연의 검이 변한 것은 당연하기도 했다.

 화산의 이십사수매화검법은 화려함을 자랑한다. 검을 올리고 치고 내리는 동작이 부드럽고 표홀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지금 그녀의 검은 달랐다. 부드럽고 표홀하였지만 화려함은 버렸다.

 더구나 검을 휘두르면서 조금씩 검극을 돌리듯이 쳐내어 상처를 더욱 크게 만드는 살기 짙은 검이었다.

 그런 비연을 보며 반뇌는 쌍검에 힘을 주었다. 도움은커녕 짐만 될 수는 없었다.

 무정은 난감했다. 도저히 피할 수가 없었다. 움직이면 움직이는 대로 혈마지는 자신을 조준하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간다는 것은 더욱 요원한 일이었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자그마한 신음이 잇새로 흘러나왔다.

 상귀와 하귀는 속이 탔다. 이렇게 죽을 수는 없었다. 수십 년간 지속되는 변방의 전쟁. 상귀와 하귀는 그 통에 부모를 잃은 전쟁 고아였다.

 여타의 고아들처럼 고아원 생활에서 둘이 겪은 것은 지독한 가난과 배고픔이었다. 결국 상귀가 고아원을 떠나자 하귀는 그런 그를 따랐다.

 사천성에서 거지꼴을 하며 살다 얻은 것은 주위 사람들의 철저한 경멸이었다.

 십수 년을 전전긍긍하다 상귀는 하귀를 데리고 녹림이라도 갈까 해서 떠난 길에 웬 죽어가는 노인을 구하게 되었다.

 노인은 이름을 밝히기를 꺼렸다. 그는 은혜의 보답으로 그들에게 쌍장창법(雙長槍法)을 가르쳤다. 너무도 오묘한 창법이기에 한 사람이 익히는 것을 나누어서 둘이 배웠다.

 그때부터 둘은 언제나 합격(合擊)을 했으며 최소한 낭패는 보지 않았다.

 아쉽게도 노인은 일 년 정도만 세상에 미련을 두었다. 그 후 그들은 몇 년간 더 수련을 쌓다 돈을 벌기 위해 이곳 낭인대에 왔다.

 오 년간 일한 보수도 그대로 있고 게다가 전리품으로 챙긴 것들도 상당했다. 이대로 죽는다면 너무 억울했다.

 “니미 쓰벌, 이 씁새들! 저리 안 치워! 이 썅!”

 상귀가 소리를 지르며 육 척에 이르는 장창을 들고 공중으로 도약했다.

 “이 쉐이들이 성님 말이 말 같지 않냐, 앙!”

 질세라 하귀도 팔을 휘두르며 아래쪽의 적들을 쓸어갔다.

 고죽노인은 감정이 격해진 상, 하귀를 보면서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말만 거칠지 여린 놈들이다. 길거리 고아들에게 슬그머니 돈푼이나 쥐여주는 것을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문득 그는 고향인 해남도(海南島)가 그리웠다.

 그는 어려서부터 남해 삼십육검에 낙점될 만큼 두각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검을 고집하지 않았다. 오직 강하고 효과적인 것을 바랐고 그런 바람은 그로 하여금 검을 버리고 단창을 들게 했다.

 해남도는 특이하리만큼 그런 아집이 강해서 결국 이러한 점이 전통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쫓겨나다시피 나오게 되었고 그는 자신의 믿음을 관철시키기 위해 수련 장소를 찾다가 이곳 낭인대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의 노력은 어느 정도 결실이 있었고 그것은 지금의 상황이 증명했다.

 우량하 족에서 고르고 골라 합격술만은 전수시킨 적병들을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압도하고 있었다. 숨 쉴 틈 없는 공격과 방어의 연속이었다. 그는 잠시 무정의 기척을 느꼈다.

 육십 평생을 살아오면서 이런 경험은 없었다. 별다른 심법도 무공 초식조차도 없는 그가 이미 자신의 경지를 훨씬 뛰어넘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그 점이 고죽노인이 무정을 따르게 하는 이유이다.

 아마도 비록 지금은 고전하고 있지만 좌절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오히려 그보다는 자신이 위험했다.

 “무정, 뭐 하나? 자네가 살아야 우리가 사는 것을…….”

 마음속으로나마 고죽노인은 무정을 응원했다. 그리곤 오른손의 단창을 더욱 현란하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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