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마침내 때가 왔다.
“여보세요”
“민재야 수고 많았고.. 니 혹시 수성교에 그 화장실 어딘지 기억하나?”
“어 기억하지. 근데 왜?”
“그래. 그럼 그리로 지금 나온나. 아버지 사건 관해서 얘기할게 있어서.”
“그래? 잘됐네. 나도 털어놓을게 있었는데... 금방 챙겨서 갈게.”
동생이 털어놓는다는 게 무슨 말일지는 모르지만 여차하면 용서는 없으리라고 다짐했다.
동생을 기다리는 시간동안 초조하여 손톱에서 피가 나도록 물어뜯고 있었다.
마침내 인기척이 들려왔고 동생이 나무방망이를 든 채 들어왔다.
“어딨어? 동생이 찾잖아”
“니는 무슨 형을 만나러 오면서 그런 걸 들고 왔냐!”
나는 내 두 손을 보이며 동생의 앞에 섰다.
“여기는 너무 외지잖아. 인적도 없고... 나도 나름 준비를 해왔지”
동생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할 말이란 게 뭔데? 들어나 보자”
“헤에 좋아. 깜짝 놀라지 말고 들어. 사실 형이 장례식동안 뭐하고 다녔는지 다 봤어. 어때 조금 쫄려? 아니면 이건 어때? 형이 나가있는 동안 경찰 검식 결과가 나왔어. 충격적인 게 뭔지 알아? 그 벽돌에 우리가족 지문밖에는 검출되지 않았다는 거야. 헤헤헤 무슨 뜻인지 알겠어?”
예상했던 바였다.
아니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나의 대답에 동생은 미친 듯이 웃어댔다.
“헤헤헤 알고 있었구나. 알고 있었어...”
동생은 눈을 가리며 웃느라 방망이를 어깨에서 내려놓았고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다.
동생을 나자빠뜨리고는 양 무릎으로 동생의 팔을 눌러 앉았다.
“미친 새끼! 대체 왜 그런 거야. 왜 내 뒤를 캐고 다녔냐고! 그게 아니었으면 이런 일까지 벌어지지는 않았을 거 아냐! 나는 그냥 덮으려고 했어! 근데 왜 그렇게 자발적으로 열심히냐고! 날 못 믿어서 그래? 그래서 지금도 이러는 거야!”
동생이 화장실이 다 울리도록 윽박질렀다.
나는 일순간 마음이 여려졌지만 다시 마음을 먹고 동생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미친놈은 너야. 덮는다고 이게 덮어질 것 같아?”
“아버지는 돌아가셨어. 이제 그 사건에 대해서는 히야랑 내만 알잖아! 이미 죽었다고.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그래 죽은 자는 말이 없지... 그러나 너랑 나는 살아 있잖아. 그러니 니가 자수해! 죽기싫으면...”
나는 마지막 자비를 베풀어 주기로 했다.
“미친 새끼! 그게 목적이었어? 싸이코패스 새끼! 죽여 버리겠어!”
동생은 거칠게 날뛰었고 그 모습을 본 나는 동생에게 큰 실망을 했다.
나는 품에서 송곳을 꺼내어 지금껏 제물을 바치듯 망설이지 않았다.
동생은 죽는 그 순간까지도 욕설을 멈추지 않았고 그 반증으로 나를 노려보며 죽었다.
“후 이제 모든 게 끝났어... 모든 게 끝났다고!”
나는 분노에 가득 차 울부짖었다.
아버지의 복수를 했지만 기분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개운하지 못했다.
“할배 어딨어! 모든 게 끝났다고! 이제 거울에 모든 것이 드러날 거야! 기다리던 순간이라고!”
그러나 노인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공허한 메아리만 화장실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다급히 거울을 확인했지만 그곳에는 사신의 거울은 온데간데없었다.
그저 여섯 갈래로 깨어진 보통의 유리창만이 나를 비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