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잘 났으면 얼마나 잘났다고? 사람을 이렇게 막 대할 수 있는거야?"
실수로 마셔버린 소주 한 잔에 영심이의 두 볼은 발그레 홍조를 띄고 있었고, 헝클어진 짙은 갈색 단발의 파마머리는 영심의 뽀얗고 하얀 피부를 더욱 도드라지게 해주었다.
"맞아, 김현준 자기가 잘 나가는 여행작가면 여행 작가지 말이야! 자기가 뭐라고 영심이 너 한테 그런 성희롱적인 발언을 할 수있느냔 말이야? 이건 절대 그냥 넘어 갈 수 없어! 내일 당장 그 자식에게 전화해서 따져야 한다구!"
"뭐, 여행전문 출판사 편집자는 술도 마실 줄 알고 같이 여행도 갈 수 있어야 된다고? 그런 심한 말이 어디 있니?"
이경은 오른손에 들고 있던 이미 식어버린 닭다리를 한 참 아래 위로 흔들다 머스타드에 푹 찍어 마치 방금 사냥을 마친 사자마냥 크게 한움큼 베어 물었다.
영심의 입사 동기인 장르브랜드 메종드비앙의 로맨스 편집을 맞고 있는 이이경은 마치 전쟁이라도 나가는 기사처럼 비장한 눈빛으로 연신 주먹을 불끈 쥐며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이경아, 나 이제 어떻게 해! 그 멀대같이 키만 큰 김현준 그 자식이 날 찍었다는 소문이 회사 여기 저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