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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일반/역사
책사
작가 : 권오단
작품등록일 : 20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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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책사』는 명나라의 시조인 홍무제가 명을 건국한 이후, 제2대 황제 건문제가 천자가 된 1399년(건문 1년 6월)부터 제5대 황제 선덕제가 한왕 주고후의 반란을 평정하는 1426년(선덕 1년 8월)까지, 27년간의 역사가 배경이 된다. 후일 영락제가 되는 연왕이 조카인 건문제의 견제로 자신의 지위가 점점 위태로워지고 있음을 깨닫고 3년간의 내란(정난의 변) 끝에 황제의 자리에 오른 후, 영락제의 아들인 홍희제가 치열한 권력다툼 끝에 황태자의 자리에 오르고, 손자인 선덕제가 한왕의 반란을 평정하며 권력을 잡기까지 명나라 역사상의 부흥기인 인선의 치세를 주도했던 책사 목풍아의 활약상을 다룬 작품이다.

 
책사 1 - 나는 바람이 되련다 - 3
작성일 : 16-04-06 12:58     조회 : 539     추천 : 0     분량 : 8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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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승평현 관아에서는 맹달의 살인사건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몽룡은 아침을 먹자마자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일도와 함께 관아로 달려왔다. 이날 관아에는 사건에 관계된 사람들과 구경꾼들이 이른 아침부터 모여들었는데 이들 중에 양대인과 그의 아들 양관도 있었다.

 “걸려들었다.”

 목몽룡은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옆에 있는 일도는 무엇 때문에 목몽룡이 걸려 들었다는지 알 길이 없어 멍하니 재판이 시작되길 기다릴 따름이었다.

 잠시 후 칼을 찬 맹달이 끌려와 관청 앞에 꿇려졌으며, 현령이 위엄있게 나타나자 재판이 시작되었다. 형부의 관원이 사건을 설명한 후 현령의 심문이 시작되었다. 맹달에게 몇 가지 통상적인 심문을 하였지만 맹달이 끝까지 부인하는 바람에 증인을 불러 다시한번 대질케 하였다.

 “그날 밤. 저는 맹달이 낫을 들고 대나무숲을 뛰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거짓말쟁이. 나는 그날 바깥에 나간 적이 없어.”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는데 거짓말 칠 테냐?”

 “아니라구요. 저는 아니라구요. 저는 정말 억울합니다.”

 맹달이 흐느껴 울었다. 목몽룡은 사람들 사이에 있는 양대인과 양관을 노려보았다. 돈의 힘으로 사람을 매수한 것이 틀림없었다. 증인은 양대인 집의 하인이었다. 아마 재판이 끝이 나면 하인에게 큰돈을 지불할 것이 분명하였다.

 “저놈이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는구나. 범행을 인정할때까지 매우 쳐라. 사정 봐주지 말고 매우쳐라.”

 나장들이 몸둥이로 맹달을 사정없이 매질을 하였다.

 “아이구, 불쌍한 우리 아들. 맞아 죽겠구나. 맞아죽겠어.”

 관가 앞에서는 맹달의 늙은 노모가 땅을 치며 서럽게 통곡하고 있었다.

 초다듬이질을 당하던 맹달이 끝내 매를 이기지 못해서 비명을 질렀다.

 “내, 내가 죽였다. 내가 죽였어.”

 나장들이 매질을 멈추었다.

 “그럴 줄 알았다.”

 현령이 미소를 지으며 피칠갑을 한 맹달을 내려다보았다. 지켜보고 있던 양대인의 입가에도 미소가 피어났다.

 관청에서 일어나는 송사는 대게 이런 식이었다. 무지막지한 고문에 무고한 죄인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하지도 않은 범죄를 자백하였다. 돈 있고 세력있는 자들은 편한 대접을 받으면서 무죄를 받았고, 돈없고 세력 없는 이들은 악형을 견디다 못해 유죄를 받았다. ‘힘 없는 자들이 당하는 세상. 구역질이 나는구나.’

 목몽룡은 이를 악 물었다.

 형졸이 살인에 사용한 무기를 현령에게 확인시킨 후 현령이 판결을 하였다.

 “맹달. 사형(死刑)”

 급창이 다시 한번 크게 소리를 지르자 양대인과 양관의 얼굴에서 미소가 피어올랐다.

 증인까지 모두 매수한 상황, 살인한 무기는 맹달의 집에서 발견되었다. 더구나 악형에 자백까지 한 상황이었다.

 “대장. 이제 어쩝니까?”

 “어쩌긴 뭘 어째? 부딪히는 수 밖에.”

 목몽룡이 번쩍 손을 들고 관청마당으로 걸어 들어갔다.

 “상공대인. 맹달은 범인이 아닙니다. 진짜 범인은 따로 있습니다.”

 형리들이 멍하니 현령을 바라보았다. 이들 역시 대희루에서 번번히 목몽룡에게 신세를 진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몽룡을 막 대하지는 못하였다.

 “상공대인. 제가 진짜 범인을 알고 있습니다.”

 현령이 물끄러미 목몽룡을 바라보다가 손을 번쩍 치켜 들었다.

 “진짜 범인을 알고 있다고?”

 목몽룡은 사람들 사이에 있는 양관을 가리켰다.

 “예. 진짜 범인은 저기 있는 양대인의 아들 양관입니다.”

 현령이 몽룡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는 방금 맹달이 자백하는 것을 듣지 못했느냐?”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양관이 범인이라 하는거지?”

 “저도 양관에게 범인이라는 것을 자백받을 자신이 있습니다.”

 “그래? 만약 자백을 받지 못한다면?”

  “제 목을 걸겠습니다. 상공께서 제게 맡겨주시면 양관의 자백을 받아오겠습니다.”

  “좋다.”

  “사람들 앞에서 제게 약속하셨습니다.”

  “약속했다. 대신 양관이 아니라고 한다면 약속대로 네 목을 걸어야한다. 알겠느냐?”

  “예.”

  현령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양관을 손가락질했다.

  “저 자를 끌어내라.”

  형리들이 사람들 틈으로 들어가 양관을 끌어내어 무릎을 꿇리었다. 양관이 두려움으로 벌벌 떨었다. 푸른 비단옷을 입은 양대인이 부채를 든 손으로 연신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나리. 저희 아들은 죄가 없습니다. 이 꼬맹이가 무고를 하는 것입니다. 부디 살펴 주십시오.”

  목몽룡이 말했다.

  “양대인. 방금 듣지 않으셨습니까? 저는 이 일에 제 목을 걸었습니다. 그러니 물러서 주십시오.”

  양대인이 불만에 가득한 얼굴로 물러났다.

  “상공대인. 그럼 제가 이 자의 자백을 받겠습니다.”

  목몽룡은 현령에게 꾸벅 인사를 한 후에 나장들에게 소리쳤다.

  “나장들은 저놈이 자백을 할 때까지 매우 쳐라. 인정사정없이 쳐라.”

  나장들이 양관에게 몽둥이질을 하였다.

  “사람 살려.”

  양관이 몸을 옹송그리며 피했지만 나장의 몽둥이질을 감당할 수 없었다.

  양대인이 뛰어나와 소리쳤다.

  “상공대인. 매질을 멈춰주십시오.”

  목몽룡이 말했다.

  “아직 죄인의 자백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더 세게 매질하라.”

  형리들이 더욱 거세게 매질을 하였다.

  양대인이 소리쳤다.

  “상공. 상공. 제발 매질을 멈춰 주십시오.”

  현령이 손을 들자 나장들이 매질을 멈추었다. 양관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목몽룡이 포권을 하며 말했다.

  “상공대인. 아직 죄인의 자백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양대인이 말했다.

  “이런 법이 어디 있나? 그렇게 매질을 한다면 죄인 아닌 사람도 죄가 있다고 할 것이 아닌가.”

  목몽룡이 현령에게 말했다.

  “상공. 양대인은 상공대인의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합니다. 양대인의 말대로라면 맹달 역시 매를 맞아서 자백한 것이니 무죄가 아니겠습니까?”

  현령이 울그락불그락한 얼굴로 헛기침을 하였다.

  “그렇지만 저는 상공대인님을 믿습니다. 상공께서 없는 죄를 만들지는 않으셨겠지요.”

  현령이 헛기침을 하였다.

  “목이 걸린 것은 없던 일로 하지.”

  “상공. 만약 그렇다면 대인의 위엄에 누가 됩니다. 제가 반드시 죄인을 가리겠습니다.”

  목몽룡이 이번에는 증언을 했던 하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양대인이 이렇게 간청을 하니 이번에는 저 놈을 심문해보겠습니다. 저 자를 끌어내라.”

 형리들이 하인을 끌고 나왔다. 곤장을 든 나장들이 하인을 빙 둘러 섰다.

  겁에 질린 하인이 손을 모아 빌었다.

  “양대인 나리. 제발 살려주십시오.”

  몽룡은 증인과 양대인 간에 어떤 관계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목몽룡이 재빨리 소리쳤다.

  “저놈의 입에서 자백이 나올 때까지 매우 쳐라. 사정을 두지 말고 매우 쳐라.”

  하인이 몰매를 맞으며 소리쳤다.

  “양대인 나리. 살려주십시오.”

  양대인이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몽룡이 소리쳤다.

  “매질을 멈춰라.”

  나장들이 매질을 멈췄다. 몽룡이 피투성이가 된 하인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양대인의 짓이지?”

  “…….”

  확신이 들었다.

  “잘 생각하거라. 네가 만약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면 너는 이 자리에서 죽어. 양대인이 네게 눈을 돌리는 것 방금 보았지? 양대인은 자가 밖에 모르는 사람이야. 아마 네가 죽으면 더 좋아하겠지. 진실은 영원히 묻히니 걱정거리도 없고 말이야. 네가 개죽음을 당한 후에도 대대손손 호의호식하면서 살겠지. 너 같은 종놈 하나 죽는다고 무슨 일이 있겠어? 잘 생각해봐. 무엇이 옳은 판단인지.”

 몽룡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인은 무엇을 생각하는 지 말이 없었다.

 “나장들은 뭐하는가? 이 자의 입에서 자백이 나올때까지 매우 쳐라.”

 나장들이 곤장을 힘껏 쳐들었다.

 “살인자를 압니다. 살인자를 압니다.”

 하인이 소리쳤다.

 몽룡이 손을 들어 나장들을 물리고 하인에게 말했다.

 “누가 범인이냐?”

 하인이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양대인을 가리켰다.

 “양대인이 범인입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양대인에게 향했다.

 “나, 난 아니야. 난 아니야.”

 양대인이 창백한 얼굴로 두 손을 내 저었다.

 하인이 목몽룡과 양대인, 현령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바닥에 털썩 엎드려 말했다.

 “죽을 죄를 졌습니다. 모두 양대인이 벌인 일입니다. 양대인이 품행이 좋지 않은 아이와 아들이 만나는 것을 알고 제게 청부를 했습니다. 저는 다만 양대인이 시키는 데로 한 죄 밖에는 없습니다.”

 사람들이 와- 하고 소리쳤다.

  현령이 양대인에게 물었다.

  “양대인. 할 말이 있나?”

  양대인이 허탈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죽은 아이는 품행이 좋지 않은 아이였습니다. 반반한 얼굴 때문에 갈보처럼 이 남자 저 남자와 정을 통했지요. 그 애가 얼마전에 나를 찾아와 내 아들과 정을 통해서 임신을 했다지 뭡니까? 감히 제 주제도 모르고 내 아들과 혼인을 시켜 달라고 하지 뭡니까?”

  “그래서 저 자를 시켜 그 아이를 죽였나?”

  “내 아들이 미래와 가문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양대인이 고개를 떨구었다.

  목몽룡이 현령에게 몸을 돌려 포권을 하며 말했다.

 “상공대인. 이제 사건이 명확해 졌습니다. 양대인이 여자를 살해하였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 하인으로 하여금 과거 건달이었던 맹달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웠습니다. 이제 하인이 자백을 하였으니 판결을 내려주십시오.”

 현령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양대인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자를 포박하라.”

 형리들이 일제히 양대인을 포박하여 무릎을 꿇렸다.

 “대인. 죽은 것은 제가 아니라 제 하인입니다. 하인이 죽인 것입니다. 그것 만은 알아주십시오.”

 양대인의 횡설수설을 들으며 목몽룡이 현령에게 포권을 취하였다.

 “진짜 범인을 찾아드렸으니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나머지는 상공의 현명한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현령이 감탄을 하며 말했다.

 “허허허. 참으로 영리한 아이로구나. 네 이름이 무어냐?”

 목몽룡이 고개를 들었다. 이때 시원한 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바람. 바람이라 하옵니다.”

 몽룡이 고개를 숙여 가볍게 읍을 하곤 맹달에게 웃음을 지었다. 맹달이 피와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말했다.

 “대, 대장……고맙습니다.”

 “빌어먹을 녀석. 앞으로는 잘 살아라. 알겠느냐?”

 “예. 대장. 정말 고맙습니다. 대장.”

 몽룡은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와 관아 앞에서 울고 있는 맹달의 노모에게 다가갔다.

 “도, 도련님. 우리 맹달이 어찌되었습니까?”

 “맹달의 누명을 벗었습니다. 이제 울지 말고 웃으세요.”

 목몽룡은 노모의 손을 잡고 빙그레 웃었다.

 “도, 도련님. 고맙습니다. 도련님은 저희 집안의 은인이세요.”

 “그런 말씀 마시고 맹달이와 함께 건강하게 잘 사세요. 며느리도 들이고 아이도 낳고 말이죠. 맹달이가 앞으로 효도할 겁니다.”

 목몽룡은 미소를 지으며 후덥지근한 아지랑이가 일렁이는 대로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도련님. 제가 도련님을 위해 항상 기도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도련님.”

 두 손을 모아 염불을 하는 노모를 바라보며 몽룡은 미소를 지으며 성큼 성큼 걸음을 옮겼다. 어느새 일도가 몽룡의 옆에 달라붙었다.

 “대장.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인게지. 운이 좋았어.”

  “운이라뇨? 대장의 말빨이 아니었다면 언감생신 가능한 일이었겠습니까?”

  “아부가 날로 느는구나. 너는 맹달이가 풀려나면 뒤처리를 해 주고 집으로 돌아가 노모에게 인사를 드리고 대희루로 오너라.”

  “예?”

  “먼길 떠날 것이다. 알겠느냐? 시간이 없다.”

  “알았어요. 알았다구요.”

  일도가 궁시렁거리며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몽룡은 부채를 펼쳐 바람을 일으키며 몽룡은 걸음을 멈추고 중얼거렸다.

  “바람. 바람이라……”

  문득 한구절 시 한수가 생각이 났다.

 

  一風出峀 去留一無所係

  한줄기 바람 골짜기에서 생겨남에 가고 머무름 조금도 거리낄 것이 없다네

 

 “바람. 그거 괜찮네.”

  몽룡은 하늘을 바라보며 빙그레 미소를 짓다가 그 길로 대희루로 돌아왔다.

  건달들과 점원들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콧노래를 부리며 누각 삼층에 위치한 방으로 올라간 몽룡은 금고 속에서 어음을 꺼내어 품속에 집어넣은 후 은전 몇 냥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즉시 붓을 들어 세상을 바꾸기 위하여 연경으로 떠난다는 서신을 쓰기 시작하였다. 어젯밤 어머니에게 미리 이야기는 하였지만 걱정하실 부모님을 생각하여 편지를 쓴 것이다.

  ‘반드시 성공하여 돌아오리라. 그때까지 편안하시길……’

  편지를 봉투에 집어넣은 후, 몽룡은 대희루의 관리를 맡고 있는 집사 풍계(風季)를 불렀다. 풍계는 곽도 때부터 금전적인 관리를 맡아보던 집사로 지금은 몽룡을 대신하여 대희루의 제반사항에 관한 업무를 보고 있는 왼팔이었다. 몽룡은 풍계에게 한동안 자리를 비운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이후의 수입 배분과 수하관리의 요령과 방법에 대하여 조목조목 이야기를 끝내고 나니 어느덧 정오가 되었다.

 점심 식사를 끝낸 후에 몽룡이 풍계에게 말했다.

 “때때로 연락을 보낼 테니 요령부릴 생각하지마랏. 이 편지는 내가 떠난 후에 집으로 보내고 말이야.”

  “예. 예.”

  빈틈없는 몽룡의 성격을 아는 풍계는 편지를 받아 넣으며 굽실 고개를 숙였다. 나이는 어리지만 머리가 대단히 좋은 몽룡이 곽도치를 제거하고 대희루를 수중으로 넣었을 때 풍계는 이미 죽은 사람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목몽룡의 덕으로 목숨을 건지고 다시금 이인자의 자리를 건질 수 있었을 때 몽룡에게 순순히 복종하기로 마음먹었던 풍계였다.

  몽룡은 점원에게 말 한필을 준비하라 이르고는 풍계와 함께 대희루의 계단을 걸어 내려왔다. 뜨거운 한낮이라 사람이 한산한 대희루 안에는 도박장을 청소하는 듯한 점원들의 목소리가 요란하다.

  세상이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한탕을 찾아 헤맨다. 일확천금을 노리며 도박장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어쩌면 혼란한 시대가 낳은 패배자들인지도 모른다.

  “수입이 늘어나면 땅을 사도록 해. 맹달이처럼 서른이 넘어가는 부하들에게 차례로 분배해주도록 해. 장사를 하고 싶다면 상점을 알선해 주고 말이야. 부하를 다루는데는 덕(德)이 최고야. 믿음이 있어야 배신이 없는 것이거든… 내 가족처럼 신경을 써 주는 것이 부하들을 다루는 최고의 길이란 말이야.”

  열여섯 답지 않은 몽룡의 말에 풍계는 고개를 굽실거렸다. 과거에 모셨던 곽도치는 부하보다 돈을 우선으로 생각하였지만 몽룡은 돈보다 부하를 먼저 생각한다. 아니 부하에 미치치 않고 부하 가족의 일까지 자신의 일로 생각하는 몽룡의 마음에 풍계는 나이를 떠나 진심으로 감복하는 것이다.

  “대장. 어딜 가십니까?”

  일층으로 내려오자 눈가 뺨에 한줄기 칼자욱이 일도가 싱글벙글 웃으며 다가왔다.

 “맹달이는?”

 “예. 무죄로 방면되었습니다. 양대인은 장 일백대에 삼천리 귀향을 받았고, 여자를 죽인 하인은 사형이랍니다.”

 “참말 돈이 좋구나.”

 “그러게요. 더러운 세상이지요. 사주한 놈은 살고, 일 한 놈은 죽고.”

 일도가 침을 뱉었다.

 “오는 길에 집에 인사는 드리고 왔느냐?”

 일도가 갑자기 생각난다는 듯 자신의 머리를 치며 말했다.

 “아니요. 잊어버렸는데요.”

 “이런 빌어먹을 놈. 내가 오늘 멀리 간다고 하지 않더냐? 노모에게 작별 인사를 드리고 오라고 집에 다녀오라 했더니 그걸 잊어버려?”

 “다녀올께요. 다녀오면 되잖아요.”

 “어서 다녀오지 못해? 빌어먹을 놈. 이렇게 빌어먹을 짓을 하고 있다니 내가 너를 믿고 무슨 일을 하겠느냐? 어서 노모에게 인사드리고 따라오너라. 정방산 방면으로 갈 테니 얼른 인사드리고 따라오란 말이야. 알겠냐?”

 “예. 대장.”

 일도가 허겁지겁 마을로 뛰어가기 시작하였다. 이내 목몽룡은 바깥에 준비한 말에 올라타 고삐를 잡고 따라온 풍계와 부하들에게 말했다.

  “내가 없더라도 잘 하고들 있어라. 이 대장은 반드시 금의환향해서 돌아온다. 나를 믿지?”

 “그럼요. 잘 다녀오십시오. 대장.”

 건달들이 꾸벅 고개를 숙여 읍하였다.

 “자. 가볼까?”

 몽룡은 고삐를 당겨 대로를 향해 말을 몰았다. 한참 달아오른 뜨거운 아지랑이를 뚫고 달려가는 몽룡의 얼굴에 후끈한 바람이 매섭게 스쳐갔다. 그 바람마저 몽룡에게는 상쾌하게만 느껴졌다.

 “그래. 이제부터 나는 바람이 되련다. 광활한 대륙에 휘몰아칠 바람이 되련다. 어지럽고 더러운 세상을 바꿀 사람. 천하백성들을 위해서…… 그래. 이제부터 내 이름은 목풍아(木風兒)다. 큰바람처럼 중원을 휘몰아칠 목풍아다. 와하하하하. 기다려라. 목풍아가 나가신다. 와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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