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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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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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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
 
작가연재 > 일반/역사
책사
작가 : 권오단
작품등록일 : 20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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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책사』는 명나라의 시조인 홍무제가 명을 건국한 이후, 제2대 황제 건문제가 천자가 된 1399년(건문 1년 6월)부터 제5대 황제 선덕제가 한왕 주고후의 반란을 평정하는 1426년(선덕 1년 8월)까지, 27년간의 역사가 배경이 된다. 후일 영락제가 되는 연왕이 조카인 건문제의 견제로 자신의 지위가 점점 위태로워지고 있음을 깨닫고 3년간의 내란(정난의 변) 끝에 황제의 자리에 오른 후, 영락제의 아들인 홍희제가 치열한 권력다툼 끝에 황태자의 자리에 오르고, 손자인 선덕제가 한왕의 반란을 평정하며 권력을 잡기까지 명나라 역사상의 부흥기인 인선의 치세를 주도했던 책사 목풍아의 활약상을 다룬 작품이다.

 
책사 1 - 나는 바람이 되련다 - 1
작성일 : 16-04-06 12:53     조회 : 611     추천 : 0     분량 : 8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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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건문(建文) 1년(1399) 6월, 석달 남짓 사신 접대를 위해 연경으로 출타하였던 역관(歷官) 목원유(木遠猶)는 승덕현(承德縣)의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기 무섭게 하인들을 다그치고 있었다.

  “몽룡이는 어디 갔느냐? 어딜 갔기에 아버지가 왔는데도 인사가 없단 말이냐?”

  “저...저...그것이...”

  하인들의 눈치를 살피는 품새가 미덥지 못하다. 목원유의 얼굴이 찡그러지며 이마에 혈관이 울긋불긋 부풀어 올랐다.

  “또, 또, 또 도박을 하러 간 게야?”

  “저‥그것이…”

  “그것은 뭐가 그것이야. 당장 몽룡이를 잡아오지 못해?”

  화가 머리끝까지 난 목원유가 대청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자 하인들이 황급히 바깥으로 뜀박질을 하며 달아났다. 쪽문 바깥으로 곤두박질하듯 달려 나가는 하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목원유는 혀를 찼다.

  “그 좋은 머리로 도박이라니……. 도대체 뭐가 되려 하는지? 쯧쯧쯧.”

  “모두 다 당신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요?”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목원유가 고개를 돌렸다. 목원유의 부인 유씨가 원망이 가득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부, 부인. 그것이 무슨 말이오? 내가 그 녀석을 그렇게 만들었다니…”

  목원유가 당황한 듯 말끝을 흐리자 유부인이 천천히 다가와 따지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 아이를 삐뚤어지게 만든 것은 당신이에요.”

  “내 탓이라니? 그 녀석이 도박장을 전전하고 불량배들과 어울리는 것이 모두 나 때문이란 말이오?”

  “그럼 제 탓이란 말인가요? 그 똑똑한 아이의 전도를 망친 당신 탓이 아닌가요?”

  쏘는 듯 원망하는 얼굴로 되묻는 유씨의 눈망울에 눈물이 어리었다. 목원유는 당장 할 말이 없어서 유씨의 얼굴에서 고개를 돌려 담장 앞에 길게 늘어진 버드나무를 바라보았다. 때는 염천이라 푸른 잎을 가득 단 버드나무가 부는 바람에 맥없이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목원유의 아들의 이름은 목몽룡(木夢龍). 커다란 태산 아래로 여의주를 문 용이 내려와 품속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고 태어난 아이였기에 몽룡이라 이름을 지은 것이다. 예사롭지 않게 태어난 아이여서인지 몽룡은 5살에 천자문을 때고 6살에 시를 짓는 신동(神童)으로 이름을 날렸다. 문재가 뛰어나고 재치가 남달라 여덟 살이 되던 해에 사서삼경을 모두 떼고 고을에서 열리는 과거마다 줄줄이 장원을 할 정도로 몽룡의 천재성은 고을마다 소문이 자자할 정도였다.

  사람들은 누구나 몽룡이 과거에 급제하여 승상(丞相) 정도의 큰 인물이 될 것이라 생각하였다. 몽룡 역시 그들의 뜻과 같이 나라에 큰 업적을 남기는 인물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에 전념하는 착한 아이였었다. 그런데, 그러한 몽룡이 15세가 되면서 갑자기 도박장을 전전하고 동내의 불량배들과 어울리며 삐뚤어진 길을 가기 시작하였다.

 부인 유씨는 목몽룡이 삐뚤어진 길을 나가게 된 것이 출사에 뜻을 품지 말라는 아버지의 엄명 때문이라 생각하였다.

 목원유는 항상 몽룡의 명석함을 걱정한 나머지 큰그릇이 완성되기 전까지 참고 참아야한다고 말해왔다. 학문은 하루아침에 깨우치는 것이 아니니 유학의 종지를 깨우칠 때까지 출사해서는 아니된다는 명을 내린바 있었다. 그런데 유학의 종지를 깨우치는 것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서 몽룡은 번번히 목원유에 의해 제지당하곤 하였다.

 몽룡이 고금의 서적을 읽고 연구한 후 목원유 앞에서 그에 대해 이야기하면 목원유는 항상 모자라다는 이야기와 더 정진하라는 말을 해왔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른 후, 몽룡은 달라져 버렸다. 술집과 도박판을 기웃거리며 건달무리와 어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들의 망가져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유씨는 그 모든 책임을 목원유에게 돌렸다. 부인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닌 목원유가 한숨을 내쉬다가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었다.

  “부인. 몽룡은 하나 밖에 없는 자식이오. 재주 있는 자식을 아끼는 내 심정을 알아주시오.”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의 마음을 모르겠어요. 이제 명나라가 세워진 지도 30여년이 지났어요. 이제 나라는 안정되어가고 인재들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요? 그런데 일신의 안위만 생각하여 재주 있는 아이를 그토록 속박하다니. 그것이 부모로서 할 일인가요?”

  유부인은 매섭게 쏘아붙이고는 고개를 획 돌렸다.

  “지금은 때가 아니오.”

  “당신은 항상 때가 아니라고 말하는데 도대체 그 때는 언제 오는 건가요? 나는 정말 당신을 이해할 수 없어요.”

  “송백의 푸름은 겨울이 와야 아는 법이오. 지금은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당신은 내 말을 공감하지 못할 것이오.”

  “정말 당신을 이해할 수가 없네요.”

  유부인이 찬바람을 일으키며 쪽문으로 걸어가 버렸다.

  목원유는 난감하여 다시금 뜰 앞에 서 있는 버드나무를 바라보았다. 오뉴월 뜨거운 날씨가 답답한 마음처럼 더욱 후덥덥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목원유의 불호령을 받고 달려온 하인들은 대희루(大喜樓) 2층 누각으로 올라갔다. 경치가 특별하게 좋은 누각 난간 앞에 즐겨 앉아 차를 마시길 좋아하는 습관이 있다는 것을 잘 아는 까닭이다. 과연 난간 앞 의자에 앉아 느긋하게 차를 마시는 소년이 보였다. 나이는 열 대여섯쯤 되었을까? 머리를 묶고 흰 비단옷을 단아하게 입은 소년은 주위의 경관을 조망하다가 찻사발에 차를 따뤄 향을 음미하는 것 같았다.

 “도련님. 도련님.”

 살짝 눈을 감고 차향을 음미하던 목몽룡이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냐?”

 “주인어른께서 돌아오셨습니다. 또 이곳에 오신 것을 알고는 노발대발이십니다요.”

 “아버님이 오신 것은 짐작하고 있다만 소주에서 가져온 차를 맛보지도 않았는데 그냥 가면 섭섭하지 않느냐. 차 한잔 마시고 가면 아버님의 노기가 가라앉을 것이니 너도 이리 앉아 나와 함께 차나 마시자.”

 하인은 언제나 아랫사람에게 격의 없이 대하는 도련님이 고마울 따름이라 더 이상 재촉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럼. 잠시 기다리겠습니다.”

 “어허. 이리 와서 함께 마시자니까. 소호의 벽라춘(碧螺春)이라는 명차란다. 네가 언제 이런 좋은 차를 마셔볼 수 있겠느냐? 이리 오라니까.”

 목몽룡이 손을 흔들어 다시 재촉하였다.

 “도련님. 소인은 그저 도련님 마음만으로도 고맙습니다요.”

 “마음으로만 고마워서는 반만 고마운 것이니 재미 없다. 이리와서 차 한잔 하거라.”

 목몽룡은 차를 따뤄 끝끝내 마다하는 하인에게 차를 건네주고 자신의 잔에 차를 부어 한 입을 마셨다.

 “아! 향이 좋구나. 너도 마셔보거라. 만약 마시지 않겠다면 너를 위해 특별히 똥차를 만들어 줄 테다. 똥차를 먹고 싶으냐? 명차를 먹고 싶으냐? 선택은 네게 달렸다.”

 “그렇다면 명차를 마셔얍지요.”

 파란빛이 감도는 차를 손에 든 하인은 코를 은은하게 만들어주는 차를 들고 어쩔 줄을 몰라하다가 얼른 잔을 들어 한입 마시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도련님. 말 오줌 같은 데요?”

 “와하하하. 차를 먹어보지 못했으니 당연하지. 그래도 구린내 나는 똥차보다는 낫지 않으냐?”

 “도련님도 짓궂으시긴……”

 목몽룡이 웃으며 차를 다시금 한 모금 마시려 할 때였다.

 “대장. 대장.”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건장한 사나이 하나가 머리가 하얗게 센 노파하나를 데리고 누각으로 올라왔다.

 노파는 목몽룡을 보더니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아 쉴새없이 머리를 조아렸다.

 “도련님. 제발 제 아들을 살려주십시오. 제 아들을 살려주세요.”

 몽룡은 고개를 들어 얼굴에 칼자국이 있는 사내를 바라보며 말했다.

 “일도야. 이 노파는 얼마 전에 대희루에서 나가 죽림촌에 정착한 맹달의 어머니 아니냐?”

 일도라는 사나이는 몽룡의 오른팔 격인 건달패의 우두머리로 얼굴에 길게 난 흉터 때문에 일도라는 별명으로 불려지고 있었다.

 “예. 맞습니다. 대장.”

 몽룡은 노파의 손을 잡아 의자에 앉히곤 말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노파는 흙과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두 손을 모아 몽룡에게 빌었다.

 “도련님. 맹달이를 살려주세요. 우리 맹달이가 누명을 쓰고 죽게 생겼습니다. 맹달이는 억울합니다요. 우리 맹달이를 살려주세요.”

 몽룡이 고개를 돌려 칼자욱이 있는 사내에게 물었다.

 “일도야. 도대체 어찌된 일인지 자세히 이야기해 보거라.”

 “죽림촌에 살인사건이 일어났는데 맹달이가 살인죄를 뒤집어 쓴 모양입니다. 맹달이가 오랫동안 건달노릇을 했지만 노모와 함께 정착한 후에는 농사를 지으며 정말 착실하게 살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습니다.”

 노파가 목몽룡의 손을 잡고 매달려 애원하였다.

 “도련님. 죽은 여자아이는 죽림촌의 부호인 양대인의 아들과 그렇고 그런 사이였습니다요. 맹달이는 그 여자와 한번 만난 적이 없습니다요. 죽은 계집과 양대인의 아들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을 마을 사람도 다 아는데 맹달이가 무엇 때문에 그 계집을 죽인단 말입니까? 맹달이가 대희루에서 건달짓을 한 적이 있지만 지금의 우리 아이는 새 사람이 되었습니다. 도련님. 우리 맹달이를 살려주십시오. 사람들이 그러는데 내일 형을 받으면 바로 사형될거라 합니다요. 제 아들을 살려주세요. 도련님.”

 일도가 끼어들었다.

 “대장. 맹달이는 사람을 죽일 만큼 흉악한 놈은 아닙니다. 그건 대장도 잘 아시잖아요.”

 몽룡이 팔짱을 끼고 잠시 생각하다가 노파에게 말했다.

 “제가 백방으로 힘을 써 볼 것이니 걱정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 계십시오.”

 노파가 몽룡의 손을 잡으며 흐느꼈다.

 “도련님. 저는 맹달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알고 있어요. 가서 기다리고 계세요.”

 “도련님. 저는 도련님만 믿겠습니다요.”

 노파가 손을 모아 간절하게 빌었다.

 몽룡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일도야. 가자.”

 “예.”

 하인이 놀란 얼굴로 몽룡에게 말했다.

 “도련님. 지, 집에는……”

 “무고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인데 어쩌겠느냐? 네가 알아서 아버님께 잘 말씀드려라.”

 몽룡은 일도라는 부하와 함께 누각을 내려가 버리고 말았다.

 하인은 난간에 기대어 멍한 얼굴로 몽룡이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의자에서 흐느끼고 있는 노파를 바라보았다. 노파는 염주를 붙잡고 중얼거리며 염불을 외고 있었다.

 점원 하나가 다가와 몽룡이 마시던 차를 치우기 시작하였다. 하인이 점원에게 말을 걸었다.

 “이보시오.”

 “왜 그러십니까?”

 “얼굴에 칼자국이 있던 사람이 우리 도련님을 대장이라고 하던데 무슨 말이오?”

 점원이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아직 모르세요?”

 “뭘 말입니까? 그 사람이 대희루의 주먹이라는 것은 저도 알고는 있습니다만 그런 사람이 도련님에게 대장이라고 굽실거라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점원이 얼굴을 일그리며 눈치를 살피다가 슬며시 다가와 속삭이듯 말했다.

 “집안의 하인들도 모르고 있었다니 놀랄 일입니다요. 사실 대희루의 주인은 목몽룡 도련님이에요. 이 곳의 건달들과 저희들은 모두 도련님을 대장으로 모시고 있구요.”

 “예에?”

 하인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였다. 도박을 좋아하여 대희루에 사는 줄로만 알았는데 기루가 도련님의 것이라니…… 목몽룡의 나이 이제 16세 일 뿐이다. 집안에서 큰돈을 준 것도 아니었으니 이 큰 대희루의 주인이라는 말을 좀 체로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는 걸요? 도련님이 대희루의 주인이라니……”

 “하긴 쉽게 믿기는 어려운 이야기니까요.”

 “어떻게 도련님이 대희루의 주인이 된 건지 이야기를 좀 해 주세요. 궁금하네요.”

 점원이 차를 치우다 말고 의자에 털썩 앉아 입을 열었다.

 “대장은 이곳 대희루에서는 전설과 같은 존재이지요. 여섯 푼으로 2년 만에 대희루를 인수하였으니 말이죠.”

 “이보쇼. 장난치쇼? 도련님이 특별나게 머리가 좋으신 분인 줄은 나도 알고 있지만 여섯 관도 아니고 여섯 푼으로 이렇게 큰 대희루를 어떻게 인수한단 말이오?”

 “그러게 전설과 같은 존재라는 것 아니오. 처음에 대장이 대희루를 찾아온 것이 2년 전 이었죠. 도박판 언저리에 서서 물끄러미 구경만 하던 대장이 어느 날 여섯 푼을 가지고 도박판에 끼어 든 것이 아니겠습니까? 첫날 여섯 푼이 은전 한냥이 되었는데 매일 매일 은전 한냥을 가지고 시작해서 세 냥을 따서 돌아갔지요. 한번도 잃은 적이 없어요.”

 “그럼 도박판에서 딴 돈으로 대희루를 샀단 말인가요?”

 “그렇죠. 그렇지만 돈만으로 대희루를 살 수는 없어요. 여자와 도박판이 있는 기루를 사려면 돈뿐만 아니라 반드시 주먹도 필요한 법이죠.”

 “도련님은 무예를 연마하신 분은 아닌데……나이도 어리고……”

 “그러니까 전설이라는 거죠. 돈도 없고 주먹도 없이 대희루를 접수했으니 말이죠.”

 “거 참 정말 믿기 어려운 이야기네.”

 “그렇죠? 대장은 매일 매일 도박에서 딴 돈으로 할 일 없는 건달들의 가족들에게 은혜를 베풀었죠. 직업이 없는 건달들의 집안은 항상 생계에 곤란을 받을 수 밖에 없으니 말이에요. 그런 가난한 집에 매일 매일 은혜를 베풀었으니 이 년 만에 이 지역의 모든 건달들의 가족들이 대장의 은혜를 받게 되었고 신세를 진 건달들이 스스로 머리를 숙이게 된 거죠.”

 점원은 염불을 외고 있는 노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노파는 대희루의 주먹중의 한 사람이었던 맹달이란 자의 어머니이죠. 맹달이 건달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떠나려 하자 대장이 집과 땅을 사서 노모를 부양하며 살라고 정착시켜 준 거죠. 대장을 잘 따르면 언젠가 맹달처럼 미래를 보장받게 되는데 어떻게 사람들이 머리를 숙이지 않겠어요?”

 “과연……”

 하인은 감탄을 하며 머리를 끄덕였다. 병서(兵書)를 읽은 8살 무렵부터 몽룡은 대장이라 불리기를 좋아하였다. 대장이라 불리기를 좋아하는 만큼 사람들은 몽룡을 잘 따랐다. 아니, 사람들이 잘 따랐다기보다 사람들을 잘 따르도록 만들었다. 그는 언제가 몽룡이 약을 지어 찾아왔을 때를 기억하였다. 엄동한설에 어린 소년 하나가 방문을 열고 고사리같은 손으로 데롱데롱 매달린 약봉지를 건네주던 순간을 생각하였다.

 ‘부하는 내 손가락과 같다. 대장이 아픈 부하에게 이렇게 하는 건 당연하다.’

 찬바람을 맞아 빨갛게 상기된 볼에 두 눈을 내리깔고 제법 의젓한 얼굴로 말하던 몽룡을 생각함에 어쩌면 대장은 타고 난 것인지도 모른다 생각하였다.

 장난기가 많은 아이였지만 몽룡은 하인들을 가족처럼 생각하였으며 그 때문에 하인들 역시 몽룡을 대장으로 부르며 친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하였다. 그런 몽룡의 성품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거친 사람들을 덕으로 감화시켜 가는 몽룡의 이야기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대희루는 언제 어떻게 산 겁니까?”

 “작년 가을에 대희루에서 큰 도박이 벌어졌지요. 대장이 대희루를 사버리려고 작정을 한 날이었지요. 그 날은 대장이 작정한 듯 은화 삼백냥을 가지고 시작하여 판돈만 수 천냥으로 불어나는 큰 도박판이 되어버렸죠. 사흘동안 벌어진 도박판에서 대장은 그 돈을 몽땅 따 버렸고 대희루는 결국 알거지가 되어버리고 말았죠. 전 주인인 곽도치(郭倒治)는 이 지역에서 주먹으로 알려진 사람이었는데, 대장을 없애려고 하다가 도리어 그가 거느린 부하들에게 당해 버리고 말았죠. 이런 곳에서의 인간관계는 의리보다는 돈이 우선하지요. 건달들 간에 말이 의리지 의리를 아는 인간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전 주인인 곽도치만 하더라도 돈을 위해 부하를 희생시키는 비열한 인간이었지요. 그런데 도련님은 곽도치와는 틀리게 돈보다는 부하들을 먼저 생각하는 의리 있는 사람이었지요. 돈만 알던 곽도치와 의리와 신의로 사람들의 마음을 산 대장의 싸움은 처음부터 결말이 난 승부였어요. 곽도치는 도련님을 노렸다가 도리어 부하들에게 죽을 뻔 했는데 대장께서 그에게 큰 돈을 주셔서 온전한 몸으로 떠나보내셨죠. 그야말로 맥없이 대희루가 도련님 손으로 넘어와 버린 거죠.”

 “도련님은 정이 많은 분이라 하인들에게도 가족처럼 대해주시지요. 도움도 많이 주시고요. 그래서 집안의 하인들은 도련님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답니다.”

 “그렇죠? 그러고 보면 대장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닌 것 같아요. 도련님처럼 난 사람이 되는 거지. 그렇지 않나요?”

 “그렇긴 합니다.”

 하인이 점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왠지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려서부터 남달리 총명한 목몽룡을 보아왔던 때문인지도 몰랐다. 10살 무렵, 온갖 책을 두루 섭렵하고 줄줄 외워대던 몽룡을 보며 집안 사람들은 목몽룡이 큰 인물이 될 것이라 짐작하던 바였다. 나이에 비해 생각이 너무도 숙성하고 장난을 좋아하여 집 안 사람들 사이에서는 소사야(少邪爺)라는 별명이 있는 몽룡이었다. 큰물에서 놀아야 할 인물이 아버지를 잘못 만나 재주를 감추고 변방의 작은 마을에 쳐 박혀 있는 현실이 점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더욱 안타깝게만 생각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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