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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여배우 월화의 생애
작가 : 한계령
작품등록일 : 2016.9.18

조선 최초 스크린의 여배우인 이월화의 일생 입니다.
척박한 조선 연극계와 영화계을 거치며 질곡의 삶을 산 그녀의 비극적인 생을 조감 합니다.

 
제5장 여배우의 한 (31) 홍소희
작성일 : 17-01-25 09:42     조회 : 455     추천 : 0     분량 : 6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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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장 여배우의 한

 

 (31)홍소희

 

 (분량이 많아 전 회를 둘로 놔누었습니다/ 착오 없으시길..)

 

 월화가 들릴 곳은 복 혜숙이 차렸다는 비너스 다방이다. 가끔 음식점으로 혜숙이 한데서 전화가 걸려 왔다. 벌써 2년이나 다 되어 가는데 한 번도 자신이 차린 다방 <비너스>에 와 보지 않는다는 투정이었다.

 

  그러고 보니 개업 때에도 화환 하나 보내지 못했다. 간혹 소식으로만 다방 영업이 잘 되고 있다는 소문은 들어내심 반가웠지만 그곳이 이제 약속 장소로 많은 영화인들이 모여 든다는 소식과 그곳에 백남 선생과 종화씨가 단골이라는 소리를 듣고는 더욱 갈 수 없는 장소가 되어 버렸다. 한번, 다방에 들리라는 혜숙의 간곡한 전화요청에 변명 아닌 변명을 하고 만다.

 

  “거긴 백남 선생님과 종화 씨가 단골이라는데 기생이 된 내가 어떻게 그 두 사람 얼굴을 대한단 말이냐?”

 

  그러자 혜숙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그럼 영업시간이 끝난 밤에 오면 되지 않니? 내가 다방 문을 안 닫고 기다릴 테니 꼭 좀 들리렴.”

 

  그렇게 한 번도 들리지 못했던 다방을 오늘은 월화가 찾아 나섰다. 동십자각 앞의 행길을 건너 인사동 뒷골목을 자박 자박 걸어서 예전 다니던 승동 교회 근처에 있는 다방 비너스는 걸은 지 얼마 안 되어 나타났다.

  출입구 벽에 멋으로 켜 논 장명등이 늦은 시간인데도 불빛을 밝히고 있었다. 혜숙은 입구 카운터에 앉아 장부에 주판을 퉁기며 계산이 안 맞는다는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월화를 보자 휘둥그레지며 놀라 반긴다.

 

  “아니 네가 웬일이냐? 그렇게 한번 들리라고 해도 안 오던 네가..”

 

  “그래 장사는 잘 되니?”

 

  “통 못해 먹겠다. 그놈의 외상 때문에... 외상 커피 값이 오 십 원이 넘는다. 모두 영화판 사람들이 지은 외상이야. 그 작자들 참으로 뻔뻔스럽기도 하지.”

 

  혜숙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별로 화난 표정은 아니다.

 

  “그럼 혹시 백 선생님도 외상값이 있지 않니?”

 

  “왜 없겠니? 종화 씨도 한두 푼이 아니다.”

 

  “그럼 그 사람들 외상값은 내가 갚아 줄게.”

 

  “그걸 왜 네가 갚는 담 말이냐? 그 사람들 널 영화판에서 쫓아낸 사람들 아니냐?”

 

  “왜 그 사람들이 날 쫓아내.. 다 내가 못나서 그런 거지.”

  이제 월화도 세상과 인생과 사람에 대해 관용할 줄 아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그처럼 애증으로 갈등했던 사람들의 외상값을 갚아 준다고 할 정도로 서먹했던 감정은 이제 오래 동안 갈지 않은 무딘 칼이 되었다. 그동안 그녀가 겪은 말 못할 사연과 산전수전은 그녀의 인생의 깊이를 더욱 강골지게 했다.

 

  월화는 붉은 카네이션이 소담스럽게 꽃병에 꽂혀 있는 한곳 테이블에 앉았다. 혜숙이가 골치 아프다는 듯 장부를 접고 다가오며

 

  “애! 너 그러고 보니 자리도 잘 찾아 앉는다.”

 

  “응?”

 

  “거긴 늘 윤 감독님 않는 자리야. 늘 오시면 그 자리에만 앉으신단다.”

 

  그 말에 월화는 화들짝 놀라 앞좌석으로 옮겨 앉는다.

 

  “윤 감독님에 대한 네 마음은 여지없는가 보구나.”

 

  “그런 게 아니라니까.”

 

  “지금 옮겨 앉은 자리는 또 어쩌니? 종화 씨가 자주 앉는 자리데?”

 

  혜숙은 월화를 놀려대며 재밌다는 듯 웃는다.

 

  “종화 씨는 지금 뭐한데?”

 

  “지금 영화감독이 되어 영화촬영 중이잖니.”

 

  월화는 종화가 감독이 되었다는 사실에 놀라 눈이 휘둥그레진다.

 

  “영화감독?”

 

  “응..제목이 <꽃장사>라나?”

 

  “꽃...장사?”

 

  아! 드디어 종화씨도 영화감독이 되었구나..그건 기쁜 일이지만 작품을 하면서 나한테 이런 저런 연락도 없는 것을 보니 무척이나 서운하다. 하긴 나 같은 퇴물보다 젊고 싱싱한 여배우를 쓰는 게 당연하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 더욱 세상이 허무하고 그런 자신이 한심하기 까지 해 보인다.

 

  “근데 그 인간은 왜 장가도 안 간다니?”

 

  월화는 그런 서운함에 엉뚱한 질문을 던진다. 그 말에 혜숙은 살살 눈웃음을 치며

 

  “왜 올 여자 없으면 너라도 가려고? ”

 

  “나 같은 게 넘겨볼 걸 넘겨봐야지. 종화 씨는 명색이 양반가의 자제라는데 나 같은 기생 출신이 어울리기나 할 법이냐? 그리고 우린 친구야... 영원한 친구!”

 

  “친구? 좋아하네...그건 그렇고 그 남자, 정말 여자에 대해선 숙맥이더라. 며칠 전에 한 여배우가 나한테 놀러 와서 하는 말이 하루는 촬영장 숙소에서 종화 씨를 좀 놀려 주려고 남모르게 윗옷 자락을 잡아 당겼더니 글쎄 웃옷을 팽개치고 도망을 가더란다. 호호..”

 

  “어머! 정말! 종화 씨 정말 웃긴다. 그러니 장가를 못가지 호호”

 

  두 여자는 배를 잡고 웃는다.

 

  그런 순진하고 착한 종화의 얼굴이 떠오른다. 기생이 된 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종화를 만나지 못했다. 월화가 종화의 생각으로 잠시 침울해 있자 그 사이, 주방에 들어가 커피를 끓여 내 온 혜숙이 월화 앞에 앉으며 한 마디 한다.

 

  “이제 나도 말 좀 하자꾸나?

 

  “너 뭔가 내게 할 말이 있구나. 그래서 날 그리 오라했구나?”

 

  “응..”

 

  “좋은 일인 것 같은데?”

  혜숙은 커피 잔에 설탕을 직접 타 주며 생글 생글 웃으며 수줍게 말한다.

 

  “애! 내가 전에 권번에 있을 때 찬송가 부른 일 있었다고 했지?”

 

  “응! 너한테 들었지 근데 그게 뭐 잘못 됐니?”

 

  “잘못된 건 아니고 그때 그 찬송가를 듣고 울상이 된 그 남자가 우리 다방 단골손님이 되었단다.”

 

  “단골손님?”

 

  “실은 나를 보러 오는 거야.”

 

  “너 그 사람 좋아하는구나?”

 

  “글쎄 그건 잘 모르겠고..하여튼 나도 싫지는 않아.”

 

  “그 사람 뭐하는 사람인데?”

 

  “병원의사야.”

 

  “요 깍쟁이! 자랑하려고 날 그리 오라 했구나.”

 

  “그 사람이 날 사랑한데...”

 

  “사랑!...”

  월화는 사랑이라는 말에 환호성을 지른다.

 

  “그런데?”

 

  “그런데 뭐가 걱정인데?”

 

  “그 남자 유부남이야.”

 

  그 말을 하고는 혜숙은 슬프게 고개를 떨어뜨렸다. 월화 역시 걱정스런 얼굴이다.

 

  “왜 세상일이 모두 이 모양이지...왜 좋은 일엔 이리 가로 막히는 게 많을까? 우리 만 그런 걸까?”

 

  그 말에 고개를 숙인 혜숙이 맑게 웃으며

 

  “그게 세상 이치야! 모든 사람들이 모두 순조롭게 사는 것 같지만 내실은 그렇지 않잖아.”

 

  “그래...그러니 너도 알아서 잘 해라. 그 사람이 진정 널 사랑하다면 유부남이면 어떻고 절름발이면 어떠니?”

 

  “앤 왜 멀쩡한 사람을 절름발이를 만드니?”

 

  다시 두 여자는 배를 잡고 웃는다. 그러더니 혜숙이가 이내 정색을 하며

 

  “이제 너도 여자로써 네 길을 가야지...안 그러냐? 그만큼 여자로써 고생을 했으면 이제 됐다. 언제까지 혼자 살려고 그래! 이제라도 좋은 사람 만나 가정을 갖고 정착 해야지.”

 

  마치 훈계라도 하듯 단단한 목소리이다. 월화는 춘래의 이야기를 꺼낼까 망설이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는 자주 들릴게”

 

  “자주 안 와도 좋으니까 내 말 명심 해.”

 

  그렇게 다짐의 말을 혜숙은 해 온다. 다방 문 앞에서 두 여자는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월화는 또 하나의 유성이 밤하늘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저별이 문성별이든 아니든, 이제 별을 세는 것조차도 잃어 버렸다. 허긴 다섯 개의 문성별이 다 사라진들 이제 무슨 소용인가? 이제 무대와 은막은 월화에게 있어 잊힌 먼 옛날의 금잔디 동산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조 씨가 온 집안에 불을 환하게 켜 놓고 월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 씨는 싱글벙글 웃으며 옷을 갈아입는 월화를 곁에서 도우며

 

  “그래 오늘 반가운 손님은 만나 뵌 게냐?”

 

  “아니...엄마는 족집게도 아니고? 어쩜 그렇게 잘 알우?”

 

  “잘 알긴? 실은 며칠 전 그 중국청년이 우리 집을 다녀갔단다.”

 

  “네에? 여길 다녀가요?”

 

  “너와 결혼하고 싶다며 이렇게 결혼반지까지 가져 왔더구나.”

 

  하며 조 씨는 금반지 한 쌍을 내어 놓는다.

 

  “그 사람 예전부터 너를 무척 사모 했던 모양이더라.”

 

  혹시? 무슨 야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이 노친네가 아직도 그런 흉흉한 짓거리를 버리지 못하고 순진한 춘래를 꼬여 돈을 뜯어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월화는 냉정하게 되물었다. 절대 그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조 씨는 난생 처음으로 지어 보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월화의 두 손을 꼭 잡더니 눈에는 일렁이는 눈물을 흘리며 더듬거리며 입을 연다.

 

  “지금까지 네게 잘못 한 것이 많았다. 나도 이제 늙어 언제 죽을지 모른다. 너에게 잘못을 사죄할 기회나 있으련지 늘 그 기회를 기다려 왔다. 나의 마지막 부탁이다. 그 중국 남자 정말로 착한 사람이더라. 이제 너도 나이가 들어 어디서 그런 사람을 만나겠니? 이제 고생은 할만치 했으니 너도 이제 여자로써 너의 길을 가야 하지 않겠니?”

 

  조 씨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늙은이 첩실을 가라며 패악을 부리던 그녀가 이제 개과천선을 하였는지 전혀 뜻밖에 제안을 해 오는 것이다. 사실 그녀는 얼마 전 부터 중병을 앓고 있다. 그 병은 몇 년 전 담낭 제거 수술의 부작용으로 대장으로 암이 퍼진 것이다. 그런 의사의 진단을 받고 그제야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았다. 참으로 허접스럽고 추한 인생을 살았다.

 

  어쩌다 우연으로 주어다 기른 수양딸에 의지해 그녀에게 못할 짓을 하며 모진 목숨을 이어 왔다. 그러면서도 그 딸이 잘 되기를 배우로 대성하기를 모질게도 빌고 빌었지만 결국 그녀는 청루에 웃음을 파는 기생으로 전략하는 신세까지 겪지 않았던가? 이제라도 그 딸에게 더 이상 자신의 겪어 온 추잡한 생을 잊게 해서는 안 된다.

 

  “내가 시집을 가면 어떻게 사실 참이 예요?”

  “복동이와 살면 되지 뭐?”

 

  “일본으로 시집을 가면 영영 볼 수도 없을 텐데?”

 

  “네 사진 보면 되지 뭐?”

 

  “그러고 보니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이 없네요.”

 

  “이번 기회에 우리 모녀 사진 한번 박아 보자구나.”

 

  며칠 후, 월화는 음식점에서 손을 뗐다. 그동안 수입금은 경비를 빼고 반을 받았으니 되었고 보증금으로 준 이백 원도 다시 돌려받았다. 월화는 그 돈을 조 씨에게 모두 주었다. 그러나 조 씨도 너도 이것저것 돈 쓸 용도가 많은 데니 지니고 있으라며 그 돈을 다시 월화에게 주었다. 월화는 그 돈을 거절했다. 그러자 조 씨는 마구잡이로 돈을 건네고 월화는 다시 건네주고 이러며 두 모녀는 서로 껴안고 한 없이 울었다. 눈물을 훔치며 조 씨가 말을 꺼냈다.

 

  “원래 나는 아이를 못 낳는 석녀 이었느니라. 그런 연유로 열여섯에 시집을 갔으나 소박을 맡고 쫓겨 나와 바로 기방에 적을 넣고 기생이 됐느니라.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너를 수양딸로 받아 드리고 널 의지가지로 키웠느니라. 허나 이제 너와의 수양모녀 관계를 끊으려 한다. 이제 너는 내 딸도 아니고 나 또한 너의 어미가 아니다. 허긴 네가 친딸이 아니었으니 널 그렇게 못 되게 할 수 있었겠느냐? 내 배 아파 난 친딸이었으면 말이다?”

 

  “어머니! 무슨 그런 서운한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그러니 이제부터 이 늙은 여자는 상관도 말고 생각도 말아라. 그리고 오직 너만을 위해 살아라! 혹시나 그런 네가 못 미더워 새 수양딸을 드리기로 했다. 바로 복동이다. 이제 내 딸은 복동이니라.”

 

  그리고 월화가 떠나기 전날, 이들은 사진관에 가서 사진을 찍었다. 먼저 조 씨의 단독사진을 찍고 월화와 조 씨와 함께도 찍었다. 함께 온 복동이와도 사진도 찍었고 이제 새롭게 모녀지간이 된 조 씨와 복동이 두 사람도 사진도 찍었다.

 

  이제, 내일이면 월화는 이곳 경성을 떠나 낮선 일본 땅으로 간다. 조선과 일본의 합방으로 한나라가 되었다지만 말과 풍습과 모든 것이 다른 일본은 타국이 분명하다. 더욱이 식민지의 백성은 열등 2등 국민으로 멸시를 받는다는데 그런 낮선 곳에서 제대로 한 남자의 아내 역할을 잘 할 수 있을까 월화는 그게 정말로 걱정이다.

 

  그날 밤, 월화는 조 씨와 한 이불 속에서 잤다. 방안에는 언덕 넘어 자하문 밖 배 밭에서 불어오는 배꽃 향기가 가득했다. 배꽃 향기 때문인지 두 사람은 새벽녘까지 서로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었다. 새벽닭이 울자 조 씨는 결심하듯 입을 연다.

 

  “정숙아! 너의 출생에 대해서 궁금하지 않니?”

  조 씨는 오랜만에 월화를 정숙이라고 불렸다. 정숙이란 이름은 조 씨가 지은 이름이다. 그런 조 씨가 이제 정숙이란 이름으로 월화를 부르며 그녀의 출생에 대해 굳게 닫쳤던 입을 열려고 한다.

 

  “어머니! 생전 그 말씀에 대해서 한마디로 안 하시더니..”

 

  “이제 너와도 영영 이별 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너도 알 건 알아야지 안 그러냐?”

 

  “알고는 싶죠? 내가 누군지 나의 아비가 어미가 누군지? 왜 나도 육친이 그립고 알고 싶지 않겠어요.”

 

 

  월화는 벌써 가슴 깊은 곳으로 고인 눈물에 젖는다. 월화는 그런 자신의 과거와 사연이 궁금하고 혹시나 조 씨가 잠꼬대를 할 때면 귀를 기울일 정도로 얼마나 마음속으로 간절히 원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오늘밤 조 씨가 스스로 월화의 숨겨진 모든 것을 마치 헌 고리짝에 숨겨 논 오래된 옷가지를 꺼내듯 입을 연다.

 

  “너의 본성은 홍가이니라.”

 

  “내가 홍가라고요?”

 

  “너의 이름은 홍소희이다.”

 

  ‘나의 이름이 홍소희라니? 난생 처음 들어 본 낮선 이름이 내 진짜 이름이라니?’

 

  “홍 소희인 너는...”

 

  “그만하세요!”

 

  월화는 이불 속에서 상반신을 일으킨 채 억양을 높여 조 씨의 입을 막는다. 그런 월화의 반응에 조 씨는 얼떨떨한 얼굴로 변한다.

 

 “왜 그러느냐?”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요. 또 다른 내 이름이 홍 소희라면 난 그 홍 소희라는 이름의 무게가 또 나를 짓누를게 분명해요. 또 다른 내가 알지 못한 나와 연관 지은 그 많은 사람들과 사연들을 나는 멍에처럼 짊어지고 살고 싶지 않아요. 나의 이름은 홍 소희도 이 정숙이도 아닌 난 이 월화예요. 나는 내가 어딜 가든지 어디에 살던지 언제까지 이월화로 살 것입니다.”

 

  어느 새, 홍수 같은 눈물이 월화의 두 눈에서 흘러 내렸다. 말없이 지켜보던 조 씨도 눈물을 참으며 마지막 입을 연다.

 

  “역시...잘 생각 했다. 그래! 너의 이름은 월화다! 이 월화! 난 그런 네가 자랑스러웠느니라. 이제 어딜 가든 너는 조선의 여배우 이었다는 자존심 하나로 살아 가거라.”

 

 “어머니!”

 

  “월화야!”

 

  그렇게 모녀는 창가로 새벽의 여명이 훤히 밝아 올 때 까지 밤새 껴안고 울었다. 날이 밝자 월화는 춘래를 따라 부산으로 가서 시모노세키로 가는 연락선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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