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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몽검마도
작가 : 송진용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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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검마도』, 그 제목 그대로 그 명성 그대로.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던 명품 무협!

지금 먹빛 수묵화로 그려낸 거친 사내들의 이야기가
작가 송진용의 손에 새롭게 각색되어 그려지다!

세월을 격하여 새롭게 쓰인 몽검마도!
이제 그 명성을 확인할 때다!

 
제 24 화
작성일 : 16-07-19 17:13     조회 : 460     추천 : 0     분량 : 7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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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요하다 문득 멈추어 선 듯, 목단홍(牧丹紅) 앞에서 청춘을 회상하는 듯, 두 팔을 무료하게 늘어뜨린 채 어둡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마치 깊은 늪 같았다. 쏘아 보내는 이쪽의 기세를 남김없이 빨아들일 뿐, 반응이 없다.

 뒤를 알 수 없는 어두운 장막을 마주하고 혼자서 칼을 뽑아 겨누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막막했다. 이 잔인하고 비정한 손속으로 이름 높은 마두에게서 이렇게 현묘한 정중정(靜中靜)의 묘리를 보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보지 못했기에 내심 더욱 당황하게 된다.

 ‘이건 어렵다.’

 엄한상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고 있었다. 넘쳐나는 의욕과 투지로 시작한 일이었으나 겨누고 있는 시간이 오래 가자 이제는 무얼 어떻게, 왜 시작했는지 조차 혼란스러워졌다.

 들고 있는 칼의 무게가 점점 팔목을 압박해 왔다. 엄한상이 아주 느리게 자세를 바꾸었다. 어디에서든 변화의 단서를 만들지 않고서는 견디기 힘들었던 것이다.

 칼끝을 지루하리만치 천천히 올려 중단에서 상단의 겨눔으로 고치고 무거워지는 눈에 불끈 힘을 실었다.

 가슴을 훤히 드러내 보인 채 칼끝으로 하늘을 찌를 듯한 일기주천(一氣柱天)의 도세(刀勢)였다.

 상대가 공격해 오면 순식간에 받아치거나, 이쪽의 안위를 도외시한 채 과감하게 무찔러 가겠다는 의지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서문의 신색은 여전히 태연하기만 했다. 아예 뒷짐을 진 채 엄한상의 이마 너머로 먼 산을 바라본다.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휘장 사이로 지켜보고 있는 사도치 또한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가 아는 한 칼이란 저렇게 들고 있으라고 만들어진 물건이 아니었다.

 일단 뽑았다 하면 베고 가르고 찍고 쪼개 버리라고 있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려면 애초에 뽑지를 말아야 한다.

 팔힘을 기르기 위해 들고 버티라고 만들어진 칼은 없는 것 아니던가. 사도치는 만약 자기였다면 벌써 부수었던지, 아니면 부수어졌을 거라고 생각했다.

 움직여야 변화가 생기고, 변화가 생겨야 임기응변도 할 수 있고 수작도 부릴 수 있다. 그러지 않고서 어떻게 상대를 벤단 말인가.

 ‘쳇, 바보로군.’

 사도치가 입맛을 다셨다. 엄한상을 흘겨보며 저 칼로 장작이나 쪼개고 있으면 딱 맞을 놈이라고 생각했다.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당할 수 없을 때는 그저 무시해 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그것이 여태까지 그가 맹수를 상대로, 또는 적과 조우하여 칼을 겨누며 체득해온 투법(鬪法)이었다. 목숨을 걸고 대적하는 이상 이기지 못하면 어쨌든 죽는 것이다.

 당할 수 없는 상대라고 생각되면 더 늦기 전에 재빨리 달아나 버리던지, 아니면 내 목숨 따위는 개에게 던져 줘 버린다는 기분으로 무식하게 치고 들어가 끝장내 버려야 한다. 이쪽이 죽기를 각오하고 쳐들어가면 대부분 제 몸을 사릴 생각부터 하는 게 사람이었다.

 고수이든 하수이든 상관이 없다. 그리고 상대가 그렇게 몸을 사리면 이쪽에 기회가 오기 마련이었다.

 그것 또한 사도치가 생사를 도외시한 싸움을 수없이 하며 스스로 터득한 묘리였다. 그래서 그는 일단 싸우겠다고 마음먹으면 한 번도 망설이거나 시간을 끌어 본 적이 없었다.

 훨씬 강한 상대이든 터무니없이 약한 상대이든 나의 목숨 따위는 잊어버리고 무식하게 쪼개고 들어가 단숨에 끝장을 내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 저 바보는 어떻게든 이길 생각만 하고 있다. 그래서는 제풀에 지쳐서 죽고 말 것이라고 생각했다.

 엄한상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혀끝을 질끈 깨물었다. 짜릿한 고통과 함께 찝찔한 피 맛이 느껴지면서 정신이 확 맑아졌다.

 ‘친다. 치고 말테다.’

 칼에 의지를 싣자 예리한 살기가 먼저 쏘아져 나갔다. 하서문이 비로소 느리게 엄한상의 눈에 시선을 맞추어 왔다.

 발끝에 불끈 힘을 주던 엄한상이 그 눈길을 받고 다시 주춤했다. 바짝 긴장하고 있던 장딴지가 딱딱하게 굳으며 저르르한 통증을 보내왔다.

 그때였다.

 “꽃을 따러 가는 데 머리띠는 왜 바꿔. 소상(瀟湘)에 깃든 달이 울금향(鬱金香)보다 고와서지.”

 딸랑딸랑하는 나귀의 방울소리와 함께 영롱한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흉흉한 살기가 감돌고 있는 이 무거운 적막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고운 노래 소리였다.

 긴장하여 지켜보고 있던 흑의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 쪽을 향했다. 하서문의 무표정한 시선도 뜻밖의 소리를 찾았다.

 한가롭게 나귀등에 앉아 다리를 흔들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울창한 자작나무 숲길이 꺾이는 소로를 돌아 나오고 있었다.

 머리를 두 갈래로 땋아 늘이고 있는 소녀는 쪽물이 바란 허름한 치마 끝으로 하얀 종아리가 드러난 것도 개의치 않고 있었다.

 그린 듯한 자태가 한 눈에도 예사롭지 않은 미인이었다. 하서문이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 절호의 기회를 잡은 엄한상이 발끝에 한껏 모아 두었던 힘을 일시에 풀며 튕기듯 땅을 박차고 도약해 들어갔다.

 싯- 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엄한상의 칼이 참마삭혼(斬魔削魂)의 한 수로 전광석화처럼 하서문을 베어갔다.

 요기를 뿌리는 새파란 도기가 구름처럼 한 덩어리로 몰려가더니 하서문의 가슴 앞 삼 푼 되는 곳에서 수십 가닥의 빛줄기로 갈라졌다.

 유성의 폭우가 쏟아지듯 전신으로 파고드는 그 섬뜩한 도세(刀勢)는 하서문으로서도 감히 경시할 수 없었다.

 “멋지다!”

 하서문의 몸이 뒤로 휘청, 하고 꺾였다. 봄바람에 버들가지가 살랑이듯 유연하고 부드러운 운신이었다.

 그가 뒤로 일보 물린 왼발의 뒤꿈치를 굳건히 땅에 박아 넣고 오른발로 원을 그리듯 움직이며 상하 좌우로 상체를 비틀고 눕거나 일어서며 허깨비처럼 맴돌았다.

 두 팔을 휘저으며 춤추듯 흐느적거리는 그의 그림자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칼이 스쳐갔다.

 마치 서로 그렇게 하기로 약속이라도 하고 있는 듯, 한 푼의 차이도 없는 절묘한 배합이었다.

 “과연 명불허전, 선풍취영보!”

 엄한상의 입에서 절로 경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 사이에도 그의 도는 초식을 바꾸어 성난 용이 발톱을 세우고 구름을 할퀴듯 하는 용조자운(龍爪刺雲)의 수법으로 하서문의 목과 가슴을 휩쓸어가고 있었다. 선풍취영보(旋風醉影步)는 하서문의 또 하나의 절기였다.

 그것이 펼쳐지면 사막의 용권풍(龍卷風)처럼 넓게는 백 장의 공간을 순식간에 휩쓸어 가고, 좁게는 한 자의 땅 위에서도 천시(千矢)를 흘려보낸다는 절세의 보법이고 또한 신법이었다.

 공격해 갈 때는 광풍노도처럼 거칠 것 없이 몰아쳐 가고, 몸을 사릴 때는 바람에 떠다니는 목화솜처럼 가벼운 것이어서 잡을 수가 없다.

 그런 선풍취영보였으니 엄한상이 기선의 효를 잃지 않기 위하여 이를 악물고 종횡으로 삼십육 도를 그어댔으나 하서문의 털끝 하나 다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하하, 그대는 구룡패도 육노괴보다 오히려 낫군.”

 흐릿한 그림자 속에서 하서문의 낭랑한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따다당! 하는 날카로운 쇳소리가 연달아 터져 나왔다.

 보는 사람의 눈을 어지럽게 하던 하서문의 신형이 우뚝 멈추어 섰고, 엄한상도 창백한 안색으로 칼을 누인 채 훌쩍 물러났다.

 그의 손에 들린 칼이 웅웅거리며 울고 있었다. 하서문의 철지(鐵指)가 촌음(寸陰)의 순간에도 정확하게 일곱 번이나 도신을 때려댔던 것이다.

 가녀린 손가락 하나에서 쏟아져 나오는 경기가 오히려 무거운 칼을 누르는 것이어서 그 일곱 번의 순간적인 부딪침으로 엄한상은 적지 않은 내상까지 입은 뒤였다.

 목구멍을 타고 넘어오는 비릿한 선혈을 억지로 삼킨 엄한상이 부드득 이를 갈았다. 하서문이 조롱하듯 내뱉은 이름 때문이었다.

 구룡패도(九龍覇刀) 육반산(陸般山)은 하북에서 도왕(刀王)으로 불릴 만큼 쟁쟁한 위명을 떨치던 도법의 대가였다.

 엄한상의 사부이기도 한 그는 잔혹한 마두로 이름 높은 산동의 마왕 적교(赤鮫)와 일전을 겨루다가 목숨을 잃었다.

 엄한상은 하서문이 제 사부의 이름을 거론한 게 저를 조롱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견딜 수 없이 분했다.

 그래서 어금니를 질끈 물고 핏발선 눈으로 칼을 고쳐 잡는데, 그를 바라보는 하서문의 눈에는 잔잔한 웃음만 떠돌고 있었다.

 “훌륭한 도법이지만 그것에 너무 구애받고 있다. 내력을 조금 더 쌓고 초식의 껍질을 깨뜨려버릴 수 있게 된다면 십 년 안에 천승도(千勝刀)라고 불릴 것이다. 좋은 자질이다 그대는.”

 하서문의 입에서 나온 말이 뜻밖의 것이었다. 엄한상의 얼굴에 잠깐 의혹의 빛이 떠올랐으나 그는 이내 그것을 지워 버렸다.

 “다시 한 번!”

 으르렁거린 그가 칼을 곧추세우고 곧장 무찔러 들어갔다. 사문의 절학인 구룡팔십일도(九龍八十一刀)가 눈부시게 펼쳐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서문의 눈길은 힐끗 그들로부터 십장 여 떨어진 곳에 놀란 얼굴을 하고 서 있는 소녀에게로 향했다. 이상하게 마음이 쓰였던 것이다.

 소녀는 나귀의 고삐를 잡은 채 큰 눈을 더욱 동그랗게 뜨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갑자기 마주친 살벌한 싸움에 잔뜩 겁을 먹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갈 길을 가로막혀 화가 나 있는 것 같기도 했으며, 누가 이길까 궁금해 못 견디겠다는 치기어린 호기심을 담고 있는 것도 같았다.

 도대체 그 눈빛만으로는 소녀의 심경을 종잡을 수가 없었다. 어린 계집아이가 저처럼 복잡한 눈빛을 한꺼번에 보일 수 있다는 것이 불가사의했다.

 하지만 기껏해야 십 팔구 세의 어린 계집아이에 불과하다. 하서문은 더 이상 그쪽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노회한 자신의 이목을 속이고 술수를 부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보다는 코앞에 닥쳐온 엄한상의 구룡도를 대하는 일이 더 급하지 않은가.

 구룡팔십일도는 아홉 식의 패도적인 도법이었다. 매 식마다 다시 아홉 개의 변초가 있다. 그래서 구구 팔십일 도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초식이 거듭될수록 칼에 실리는 기운이 점점 더 강해져서 마지막 팔십일 초에 이르러서는 바다를 가르고 산을 쪼개 버릴 만한 위맹한 도기가 뻗어나가 방원 십여 장 범위의 모든 것을 한꺼번에 쓸어버린다는 무서운 도법이었다.

 석년의 구룡패도 육반산도 불과 다섯 식, 사십 오초의 도법을 펼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하북의 도왕으로 군림할 수 있었다. 지금 엄한상이 그의 구룡도에 실어 보내고 있는 패도적인 기운은 육반산이 펼치던 것보다도 서너 배는 강해 보였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말대로 그의 경지는 이미 사부 육반산을 뛰어 넘어도 한참 뛰어넘고 있었던 것이다.

 엄한상의 구룡도가 용틀임을 하듯 웅장한 기세로 쓸어 오자 하서문의 낯빛이 침중해졌다.

 그가 감히 경시하지 못하고 태산을 밀어내듯 장중한 기세로 일장을 뻗었다. 그러자 웅혼한 장력이 공기를 압박하면서 밀물처럼 밀려나갔다.

 파파팟-!

 엄한상의 칼이 몸부림치듯 요동을 치면서 장력의 소용돌이를 갈랐다. 허공을 치는 그의 칼에서 마치 불꽃이 이는 듯했다. 요란한 파공성이 귀청을 따갑게 하였다.

 일초 일초가 거듭될수록 도세가 더욱 막중해졌고, 그에 따라 하서문의 장력도 엄밀해져갔다.

 층층이 감겨오는 식인초의 덩굴을 가닥가닥 끊어가듯 엄한상의 칼이 팔방풍우의 기세로 어지럽게 몰아치며 전신을 조여 오는 하서문의 장력을 갈랐다.

 어지럽게 뒤얽혀 칼과 사람을 구분할 수 없었다. 초수가 거듭될수록 살기가 겹겹이 쌓여갔고, 장영(掌影)과 도영(刀影)이 돌개바람처럼 난무했다.

 그 속에서 “통쾌하다!” 하는 하서문의 경쾌한 외침이 터져 나오고 쐐액! 하는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욱!”

 엄한상이 격한 신음을 터뜨렸다. 칼을 비틀어 가슴으로 파고드는 한 줄기 강맹한 장력을 막았으나 해일처럼 밀려드는 무겁고 장중한 기력을 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순식간에 팔목을 통해 가슴속으로 파고 든 그 막중한 기운에 기혈이 사정없이 역류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머리를 빠개왔다. 하서문의 일장에 실린 내력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거운 것이었다.

 그러나 물러서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는 엄한상은 이를 악물고 그대로 칼을 눕혀 용미파운(龍尾破雲)의 일초로 맹렬하게 찔러갔다.

 상대에게 일격을 가하여 주춤거리게 만든 하서문은 그 틈을 타서 힐끗 소녀가 서 있던 곳으로 다시 시선을 던졌다.

 역시 마음 한 구석에 걸리는 바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곳에 소녀는 없었다. 나귀만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을 뿐이다. 하서문은 당황했다.

 게다가 그 틈을 탄 엄한상의 칼이 코앞으로 밀려들어와 있었다. 혼란스러웠다. 설마 그가 칠성의 힘을 실은 자신의 일장을 감당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소녀의 종적을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헛! 하고 급히 숨을 들이쉰 하서문이 다시 선풍취영보를 밟았다.

 마치 철판교의 신법을 발휘하듯 뒤로 한껏 몸을 눕힌 채 왼쪽을 향하고 빙그르르 도는 하서문의 이마 위로 구룡도가 번쩍이며 지나갔다.

 그때였다. 우지끈!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마차의 지붕이 통째로 뜯겨져 나가며 작은 그림자 하나가 사도치를 업은 채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는 것 아닌가.

 ‘당했다!’

 통렬하게 느낀 순간 하서문은 오른 발을 번쩍 들어 마호퇴(馬號腿)의 수법으로 엄한상의 손목을 맹렬하게 걷어찼다.

 제대로 걸린다면 손목뼈가 으스러질 것이다. 그 절묘한 임기응변의 한 수에 크게 놀란 엄한상은 부득이 칼을 거두고 훌쩍 뛰어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역시 이 노회한 마두를 상대하기에는 벅차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삼십 년 동안이나 하루도 쉬지 않고 연마해 온 절기조차도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그런 엄한상을 놓아둔 채 하서문이 몸을 돌려 허공으로 신형을 뽑아 올리고 있었다.

 “영악한 계집!”

 으르렁거리는 그의 노호가 들리고 나서야 엄한상도 정신을 번쩍 차렸다. 사도치를 들쳐 업은 소녀는 벌써 삼십 여장 밖을 내달리고 있었다.

 아차, 하는 생각이 들자 엄한상도 들끓고 있는 기혈을 억지로 억누른 채 지체 없이 신형을 쏘아 올렸다. 세 사람은 순식간에 자작나무 숲 사이로 사라졌다.

 소녀는 엄한상과 하서문이 서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틈을 타서 살짝 마차 안으로 숨어 들어온 것이었다. 조그만 창을 통하여 한가닥 연기처럼 소리 없이 스며든 그녀의 신법은 귀신과도 같았다.

 노회한 하서문조차 기척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그 은밀함이란 가히 화신지경(化神之境)에 이르렀다고 해도 넘침이 없을 것이었다.

 휘장 사이로 정신없이 바깥의 일전을 바라보고 있던 사도치조차도 그녀가 곁에 앉아 있는 것을 모를 정도였다.

 비로소 기척을 느끼고 얼굴을 돌린 사도치의 눈에 어찌 보면 장난스럽고, 어찌 보면 요악(妖惡)하다고 해야 할 소녀의 얼굴이 바짝 다가와 있었다.

 한 가닥 맑고 청아한 사향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놀라서 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소녀의 섬섬옥수가 가볍게 그의 마혈을 짚었다.

 자신의 체구보다 훨씬 더 큰 사도치를 가뿐하게 들쳐 업은 소녀는 야생마처럼 거칠 것 없이 내달렸다.

 하서문은 한낱 어린 계집아이에게 당했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부쩍 내력을 돋구어 지면을 박차자 그의 신형이 단숨에 사오 장씩 쭉쭉 뻗어 나갔다.

 멀리 한 아름이나 되는 자작나무 둥치를 돌아가는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마치 사도치가 소녀를 품에 안고 달려가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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