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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몽검마도
작가 : 송진용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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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검마도』, 그 제목 그대로 그 명성 그대로.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던 명품 무협!

지금 먹빛 수묵화로 그려낸 거친 사내들의 이야기가
작가 송진용의 손에 새롭게 각색되어 그려지다!

세월을 격하여 새롭게 쓰인 몽검마도!
이제 그 명성을 확인할 때다!

 
제 23 화
작성일 : 16-07-19 17:12     조회 : 474     추천 : 0     분량 : 7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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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일층의 탁자에 앉은 사내가 죽립을 벗고 우장을 풀어 가볍게 털었다. 물방울들이 영롱한 보석처럼 반짝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바람에 하품을 하며 수건을 걸치고 나오던 점소이가 눈을 찌푸렸다.

 “죽엽청 한 근하고 구운 오리고기 한 접시.”

 은편(銀片) 하나를 던진 사내가 힐끗 이층의 하서문을 올려다보았다. 각진 얼굴에 다부지게 닫혀 있는 입술의 선이 굵었다. 엄한상이었다.

 그는 요화로부터 하서문과 홍의관의 행적을 추적하라는 주문을 받고 있었다. 요화는 그 일을 잘 수행해 준다면 금군의 참장으로 천거해 주겠다는 약속을 했던 것이다.

 금군의 참장이면 삼품의 품계를 받는다. 중앙군의 고위직인 것이다. 엄한상으로서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

 또 그에게는 달리 백승도로서의 야심도 있었다. 삼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마운수나 유성추혼과 겨루어 보고 싶다는 무인으로서의 투지였다.

 다행히 대홍산 기슭에서 하서문의 종적을 발견했다. 낭산을 중심으로 방원 일백여 리에 걸쳐 흑기대의 인원 전부를 동원해 천라지망을 펼친 결과였다. 비록 유성추혼 홍의관의 행적은 놓쳤지만 하서문의 행적을 찾아낸 것만 해도 행운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지난 이틀 동안 다섯 명의 호위들만을 거느린 채 은밀하게 뒤를 밟아왔다. 그리고 지난밤에 하서문이 이가촌에 묵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엄한상은 그가 화선진에서 배를 타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되면 추적이 어려워지니 그 전에 잡아 두겠다는 생각에 직접 나선 것이다.

 하서문과 눈이 마주쳤다. 엄한상은 의외라고 생각했다. 마두라고 하기에는 그 외모가 너무 깨끗하고 청수한 바가 있었던 것이다.

 서당의 훈장이나, 고을의 유생으로 존경받으며 거드름을 피우는 자라면 딱 맞을 것이었다.

 “그만 떠나야겠다.”

 객방으로 돌아온 하서문이 그때까지도 호흡을 고르기에 여념이 없던 사도치를 힐끗 바라보고는 여장을 꾸리기 시작했다.

 하서문이 사도치를 부축하여 이층의 계단을 내려올 때까지 엄한상은 탁자 위에 보도를 풀어놓은 채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하서문이천천히 그 곁을 스쳐 지나갔다.

 “흥!”

 차가운 코웃음이 등을 때려왔다. 하서문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집 떠나면 개도 업신여긴다더니 제가 꼭 그 꼴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엄한상은 의문을 느꼈다. 하서문이 부축하여 나가고 있는 자에 대해서였다. 방갓으로 깊숙이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진면목을 알 수는 없었지만 걸음걸이가 불안한 것으로 보아 대단한 병자임에는 틀림없었다.

 하지만 노인은 아니었다. 누구일까. 천하에서 마운수 하서문의 조심스러운 부축을 받으며 운신할 수 있는 인물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게다가 지난 이틀 동안 저 경천동지할 마두는 마부석에 앉아 말을 몰았다. 하서문을 한낱 마부로 부릴 수 있는 자라면 보통의 신분이 아닐 것이다.

 이건 뜻밖의 수확이었다. 잘하면 마운수를 잡는 것보다 더 큰 공을 세울 수 있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생각에 엄한상은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서문은 마부석에 올라앉아 고삐를 잡고 있었다. 그가 모는 마차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삐걱거리며 좁은 산길을 천천히 나아갔다. 주위는 울창한 숲이었다.

 하서문의 표정은 유람이라도 나온 여느 노인의 그것에 다름없었다. 한가롭기 그지없는 것이어서 콧노래라도 나올 것 같았다. 마차 안에서 두터운 담요를 깔고 편히 누워 있는 사도치는 의문을 느끼고 있었다.

 지난 이틀 동안 정신없이 내달리기만 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지겨울 만큼 천천히 가고 있으니 그렇다.

 목적지에 다 오기라도 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두텁게 내려진 휘장을 조금 들추었다. 밖은 수목이 울창하기만 했다. 깊은 산중인 것이다.

 사도치는 하서문이 장강에서 배를 탈 것이라고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디를 보아도 강은커녕 작은 개울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의아해 하는데 마부석에서 노래하듯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네. 도인은 산중에 있어도 천하인이 스스로 찾아오나니. 연단(煉丹)은 멀었는데 선학(仙鶴)은 벌써 날자는구나. 남천을 바라보고 문 나서자 다섯 아이가 길을 막네. 생사로(生死路)가 무중(霧中)인데 죽간(竹簡)을 던지니 무엇을 잡을꼬.”

 노래 끝에 정말로 죽통을 흔드는 듯 절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껄껄 웃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절묘하다 절묘해.”

 무엇이 그리 절묘하다는 건지 한참을 웃던 하서문이 마부석 뒤의 휘장을 들추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이놈아. 네 괘를 뽑아보니 천산돈(天山豚)이다. 꼼짝 말고 숨어 있으라는 뜻이니 이 아니 절묘하냐. 숨도 크게 쉬지 말고 거기 가만히 엎드려 있어라.”

 노인이 다시 휘장을 내렸다. 사도치는 대체 그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더욱 궁금해졌다.

 밖에서 가벼운 소음이 들려왔다. 휘장 사이로 훔쳐본 사도치의 눈빛에 증오의 불길이 일었다.

 다섯 명의 흑의인들이 마차를 따르고 있었는데, 흑기대의 무사들이 틀림없었다. 사도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이 노인은 정말 저들이 출현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단 말인가?’

 그런 의문이 드는 건 다섯 아이가 길을 막는다던 노래의 한 구절 때문이었다. 소리 없이 나타나 마차를 가로막고 선 흑의인들은 엄한상의 다섯 호위들이었다.

 그들도 노인의 노래를 들었다. 그래서 자신들의 존재가 이미 발각되었다는 것을 알고 미행을 포기하고 나온 것이다. 하서문이 잔잔한 눈길로 그들을 쓸어보았다.

 “노부가 누구인지 알고 왔느냐?”

 “…….”

 “그렇군.”

 하서문이 알겠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만으로 할 수 있겠느냐?”

 자상한 할아버지가 손자를 다독이는 듯 부드럽고 다정한 음성이었다. 사도치는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놈들이 흑기대의 고수들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 때문에 아무 상관없는 노인이 저놈들에게 해를 당해서는 안 되지.’

 큰일이라고 여기는 건 낭산의 사당 앞에서 펼쳐졌던 하서문의 냉혹 무정한 손속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가 어쩔 줄 몰라 하는데 흑의인들이 장검을 떨치며 일제히 땅을 박차고 덮쳐왔다.

 쐐애액-!

 발검(拔劍)과 운신(運身), 출수(出手)가 동시에 이루어졌다. 군더더기 없이 깨끗하고 빠른 솜씨였다. 그 한 수만으로도 그들이 예사롭지 않은 고수들이라는 것을 알기에 충분했다.

 끌끌, 혀를 찬 하서문이 손에 쥐고 있던 채찍을 가볍게 뻗었다. 그의 막중한 내력을 싣고 있는 채찍이 빳빳하게 펼쳐지며 허공을 쓸어갔다. 날카로운 휘파람소리가 났다.

 따다당!

 요란한 쇳소리가 귀를 따갑게 했다. 가느다란 가죽 채찍과 검봉이 부딪는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었다. 휘장 틈으로 그것을 본 사도치가 눈을 부릅떴다. 고수들의 싸움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에게는 불가사의한 일이기만 했던 것이다.

 “헛!”

 다급성을 발하며 세 놈이 튕겨져 나오는 검을 따라 몸을 뒤집었다. 한 줄기 기운을 빌어 허공에서 번신(翻身)을 자유롭게 하는 경공술 또한 놀라운 것이었다.

 그 사이 좌우에서 덮쳐든 자들의 검이 눈부신 예기를 뿌리며 쇄도해 들었다.

 “흥!”

 코웃음을 날린 하서문이 오른 손에 쥐고 있던 채찍을 회수해 들이며 왼 손으로 한 가닥 지력(指力)을 퉁겨냈다.

 따당!

 요란한 소리와 함께 좌측을 찔러오던 자의 검봉이 부러졌다. 하서문의 지력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예리한 송곳처럼 곧장 무찔러 들어갔다.

 “아악!”

 처음으로 터져 나온 비명소리가 숲의 적막을 깨뜨렸다. 심장을 꿰뚫린 자가 등 뒤로 핏줄기를 뿜어대며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오른 손의 채찍이 이번에는 면사(綿絲)처럼 부드럽게 말리며 우측을 찔러오는 자의 검신을 휘감아갔다. 강할 때는 무쇠보다 단단하고 부드러울 때는 바람에 날리는 깃털처럼 가볍다.

 한 가닥 가죽 채찍에 강약(强弱)과 완급(緩急)을 실어 공수의 조화를 자유자재로 부리는 하서문의 솜씨는 마술 같기만 했다.

 검신을 휘감긴 자가 기혈이 진탕되어 중심을 잃었다. 손에서 벗어난 검이 허공으로 솟구쳤고, 칼날처럼 빳빳하게 곤두선 채찍이 정수리 위로 떨어졌다.

 빠각!

 주방의 도마 위에서 잘 드는 칼에 일시에 양단(兩斷) 된 호박처럼 턱 밑까지 쩍 벌어진 자가 비명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떨어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괴괴한 적막이 영겁처럼 흘렀다. 남아 있는 세 명의 복면인은 검을 들고 있으되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공포에 질려 손을 가늘게 떤다.

 ‘세상에 어떻게 저런 일이…….’

 놀라기는 사도치도 마찬가지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이 조용하고 경쾌한 살육(殺戮). 그러한 싸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그에게는 충격적인 일이기만 했다.

 칼을 쥐면 아수라 같이 무서운 기세로 몸부림치며 온 몸을 던져 부딪치고 쪼개가던 자신과는 사뭇 다른 세계를 처음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잔인하고 처절하기로는 오히려 자신의 칼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명령이 없는 이상 물러설 수 없다. 살아남아 있는 세 명의 흑의인이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죽거나 죽이는 것만이 이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방금 겪어본 하서문의 손속은 소문으로 듣던 것보다 훨씬 더 잔인하고 비정했다.

 그래서 그들은 비로소 강호인이 하서문을 두고 왜 절명마운 무쌍무정이라고 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그 하서문이 아무 감흥도 없는 눈길로 저희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신(死神)의 눈빛을 볼 수 있다면 저럴 것이라고 느끼며 세 명의 호위는 부르르 치를 떨었다.

 “우얍!”

 그들이 공포를 떨쳐버리려는 듯 목청이 터져라고 고함을 지르며 일제히 몸을 날렸다. 꼬치를 꿰듯 단번에 하서문의 전신을 꿰뚫어 버릴 기세였다.

 “좋아, 좋아.”

 무엇이 좋다는 것인지 하서문이 유쾌하게 외쳤다. 그의 채찍이 다시 바람을 가르며 쓸어갔다. 그때였다.

 쐐액-!

 날카로운 휘파람소리를 내며 허공을 가르고 하서문의 등을 향해 쏘아져 들어오는 물체가 있었다.

 “흥, 쥐새끼처럼 숨어 있더니 이제야 머리를 내밀 모양이군.”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채찍으로 여전히 세 명의 검을 쓸어가며 왼 손을 등 뒤로 돌려 가볍게 물체를 낚아채는 솜씨 또한 절묘하기 짝이 없었다.

 하서문이 보여주고 있는 손짓 하나 하나가 심오하지 않은 것이 없었고, 절학이라 하지 않을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초식의 격을 갖춘 것은 없었다. 초절한 내력과 빠른 눈 그리고 정확한 상황 판단과 임기응변이만들어내고 있는 조화였던 것이다.내력의 뻗고 거둠이 자유로웠고, 그 시기의 적절함과 운용의 절묘함 그리고 힘의 강약과 기의 완급이 자연스러웠다.

 조화여의(造化如意)의 지경에 오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로운 경지가 어떤 것인지를 하서문은 몸소 시범해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비록 그의 출중함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지만 철저히 무초식의 묘를 따른다는 면에서는 사도치의 칼도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었다.

 때문에 사도치는 누구보다도 빨리 하서문이 보여주고 있는 위력의 실체를 꿰뚫어 보고 있었다. 머릿속이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따다당!

 다시 한 번 귀청을 찢는 듯한 쇳소리가 울렸다. 세 명의 흑의인들이 부러진 검을 들고 망연자실하여 서버렸다.하서문이 껄껄 웃었다.

 “이제 분수를 알았으면 게 얌전히 있어라.”

 하서문의 시선이 느리게 암기가 쏘아져 온 뒤쪽으로 향했다. 그의 손안에 잡혀 있는 것은 누렇게 색이 바랜 나뭇잎 한 장이었다.

 하서문의 얼굴에 처음으로 진지한 기색이 떠올랐다. 적엽상인(摘葉傷人)의 이 한 수는 고명한 것이어서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자가 그리 많지 않은 내가(內家)의 중수법이었다.

 “어느 고인께서 왕림하셨나?”

 하서문의 눈길이 향하고 있는 곳의 숲이 버석거리더니 엄한상이 굳은 얼굴로 걸어 나왔다. 하서문 눈길에 의혹을 담고 그를 뚫어져라 주시했다.

 “대인.”

 넋을 놓고 서 있던 세 명의 흑의인이 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호오, 이제 보니 그대가 흑기대의 군주였군.”

 하서문이 의외라는 듯 탄성을 발했다. 적엽상인의 한 수를 보고 엄한상이 녹록치 않은 인물이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힐끗, 수하들을 일별한 엄한상이 주먹을 쥐고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엄한상이요.”

 “그대가 백승도?”

 의외라는 듯 하서문이 새로운 눈길로 찬찬히 엄한상을 훑어보았다. 주루에서 얼핏 보았을 때와는 또 다른 기도를 갈무리하고 있는 그였다.

 담담한 가운데 굳건한 기개가 숨겨져 있었고, 이글거리며 쏘아보는 눈빛이 살아 있었던 것이다. 하서문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뜻밖이군. 그대 같은 인물이 요동 구석에 숨어 있었을 줄이야.”

 “본인도 선배임을 알고 놀랐소.”

 “그랬겠군. 다들 죽은 줄 알고 있었을 테니까.”

 “유성추혼 홍 노선배도 함께 보게 되기를 원했는데 유감이요.”

 하서문은 그가 낭산에서 자신과 홍의관이 남긴 자취를 찾아내고 뒤쫓았다는 걸 알았다. 그의 입가에 냉랭한 비웃음이 걸렸다.

 “과연 그만한 자격이 있을까?”

 엄한상이 대답 대신 칼을 들어 보였다. 그의 입은 굳게 닫혀 있었고, 활활 타오르는 눈빛만이 지지 않겠다는 듯 하서문을 압박해 들어오고 있었다.

 하서문이 비로소 채찍을 등자에 걸어 놓고 마부석에서 내려왔다. 하서문과 마주 대하여 선 엄한상은 묘한 기분을 느꼈다.

 뭐랄까, 그에게서는 고수와 마주섰을 때 받기 마련인 막강하다거나 벅차다는 느낌이 와 닿지 않았던 것이다.

 문약해 보이는 하서문은 그저 평범한 노인의 풍모 그대로 앞에 서 있을 뿐이었다. 살기도, 적의도 느껴지지 않았다. 과연 이 노마(老魔)가 싸울 의향이 있기는 한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렇다면.’

 엄한상은 천천히 칼을 뽑았다. 창백한 도신(刀身)이 머리 위에 솟아 있는 아침 햇빛을 튕겨내며 찬연하게 빛났다. 오래간만에 맛보는 청명한 대기에 환희하며 스스로 날뛰고 싶어 몸부림치고 있는 것 같았다.

 스르릉-

 칼집을 완전히 벗어난 보도가 새파란 요기를 뿌려댔다. 피 맛을 본지 오래인 것이다.

 그가 미끄러뜨리듯이 오른 발을 앞으로 밀어냈다. 칼끝으로 하서문의 인후를 노리고 굳게 자리 잡는다.

 공수를 겸한 중단의 겨눔이었으나 우측 어깨가 조금 더 앞으로 나와 있다는 데에서 쳐들어가겠다는 의지를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자세였다.

 칼끝을 대하면 받겠다거나, 피하겠다거나 어떤 형태로든 기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 엄한상이었다. 그러나 하서문의 자세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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