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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호박 속 미녀
작가 : 야광흑나비
작품등록일 : 2016.4.6
호박 속 미녀 더보기

에브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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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병에서 악마를 꺼내 준 답례로 모든 것을 금으로 만드는 손수건을 얻게 된 남자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든 로맨스(?)입니다.

 
호박 속 미녀 2.
작성일 : 16-04-06 08:23     조회 : 620     추천 : 0     분량 : 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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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욕심

 

 그녀를 향한 감정은 자못 파괴적이고 복잡하기까지 하다.

 차라리 저 보석을 깨버리고 그녀를 자유롭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바람과 그녀를 다치지 않게 더 조심하며 호박 세공을 마쳐야겠다는 마음이 있는 반면에, 다 신경 쓰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호박 세공을 끝마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그녀를 울려서 호박이 깎여나갈 때마다 부수적인 수입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반.

 그녀를 울리지 않고, 다치지 않게 하면서 무사히 호박을 맡겨놓은 이들에게 돌려주고 싶은 마음도 반이다.

 그녀를 내어주고 싶지 않은 욕심과 당장이라도 그녀를 보내야 한다는 마음이 공존한다.

 단시간에 그렇게 되어버린 것은 그녀가 만들어내는 호박의 영향인건지 그녀 자신 때문인 건지 알 수 없지만 정확히 분리해서 생각하고 싶진 않다.

 그녀가 호박이고 호박이 그녀인 이상, 분리해서 생각한다는 자체가 무의미하게 여겨진다.

 “아직도 많이 아픈가요?”

 복잡한 속내를 숨기고 다시 돌아와 호박을 긁어내면서 물었지만 그녀는 입을 꾹 다물고 미소만을 그리고 있었다.

 참고, 또 참는. 그럼으로 인해서 더 확실히 듣고 싶어지게 만드는 묘한 표정이다.

 지켜주고 싶으면서도 괴롭히고 싶어지게 만드는 상반된 표정.

 그녀는 그렇게 나를 악마와 천사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게 만들었다.

 나의 이런 마음을 진즉에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녀의 눈이 내게 시선을 맞추었을 땐,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 한줄기를 흘려버렸다.

 “이거, 가져가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가져가서 뭘 하라고…….”

 호박 조각을 들어 올리고 물었다. 이미 그녀가 하려는 말의 의미를 알았지만……. 내 마음 속에 도사리고 있던 욕심은 사실 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가져가라고요?”

 끄덕 끄덕.

 “가져가서…….”

 그녀는 내가 세공하고 있던 호박의 왼쪽 단면을 손짓하며 입을 빠끔거렸다.

 “저것처럼, 세공해서 가지라고?”

 그녀의 몸짓을 해석하며 내 얼굴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밝아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욕심 사나운 그런 표정을 지어보였던 것인지 설핏 그녀의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는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아프지 않음에도 하염없이 처연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 왜…….왜 울어요?”

 물길을 만들며 옆으로, 옆으로 다시 증식하는 호박.

 물방울처럼 맺혔다가 영롱한 호박으로 변한다. 그렇게 원래부터 그 모양이었던 것처럼 호박 결정이 되어간다.

 난, 그 순간 모든 망설임을 버렸다.

 ‘그녀가 원한 거야. 그녀가 허락 한 일이니까.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

 마치 동전 하나를 집어넣으면 동전 더미로 변하는 항아리를 갖게 된 사람처럼 욕심이 참을 수 없이 끓어올랐다.

 이렇게 계속해서 자라나는 호박만 내게 있으면…….그녀만 내 곁에서 항상 있어준다면, 더는 가난을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앞으로는 내가 원하는 대로 공방을 운영할 수도 있어. 보석 판매가 저조해도 난 피해가 없을 거야. 호박 조각을 세공해서 팔아버리면 될 테니까.

 그러자 그동안 내가 끌어안고 있던 모든 고민이 일시에 해소된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그렇다면 나는…….

 이 호박을 내게 주고 실질적으로 서류 관리를 하고 있는 사람.

 그 은행원만을 처리하면 완벽해질지도 모른다.

 그래. 그 사람만 사라지면…….

  ***

 나는 주어진 한 달하고도 일주일의 시간 중에 반을 세공 중에 떨어져 나간 호박을 재가공 하는 데 할애했다.

 작게 조각 낸 결정체라 세공 과정이 몹시 까다로웠고, 자칫 조각 전체를 버리게 될 위험도 있었기에 하루도 허투루 보낼 수 없었다.

 일주일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의 감정엔 여러 변화가 생겼다.

 혹시나 은행원이 당장이라도 나타나 빚의 원금과 이자를 갚으라고 할지 모른다고.

 당장이라도 이곳에 쳐들어 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만 했던 근원적 두려움이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던 것이다.

 그것은 은행원이 도통 연락조차 하지 않는 것 때문이었기도 했지만, 아버지의 유언장과 서류 그 어디에도 호박을 암시하는 서류가 들어있지 않다는 것도 한 몫 했다.

 그러자 나는 의심스러워졌다.

 ‘사실 아버지가 그렇게 쉽게 빚을 질 사람도 아닌데…….이건 좀 이상하지 않나? 혹시, 아버진 빚을 진 게 아닌데 은행원이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이 아니더라도 이미 감정은 욕심을 채우는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지고 있었다.

 “어차피 그쪽도 거짓말로 재산을 갈취한 거라면, 내가 다시 되찾아오는 것이 무슨 잘못이 있겠어?”

 은행에 확인 해 보니 은행원이라던 그 사람의 인적사항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도 없었다.

 외부에서 통장을 받아서 받은 돈을 기재하는 것도 2000도가 되기 이전에 이미 법으로 금지한 후였으니 외부를 돌아다니며 그런 일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었다.

 ‘불법. 어차피 불법을 자행하는 인간이라면…….그런 인간이 살아 있을 필요가 있을까?’

 나의 마음은 점점 더 음험해지고 있었다.

 나쁜 놈이라는 것은 너무나 확실하다. 아무도 그 놈에 대해 아는 이가 없는데 그런 놈에게 재산을 갈취 당하느니 내가 먼저 선수 쳐서 그 놈을 죽이는 게 낫지 않은가?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휘저어 놓았다.

 그러자 근원을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 놈을 죽이더라도 완전범죄가 될 것이라고.

 ‘그놈만 사라지면…….그놈만 세상에서 없어져 주면 모든 것이 깔끔해져.’

 나의 계획은 예상보다 빨리 이루어졌다.

 무슨 바람이 불었던지 갑자기 나타나 서류 하나를 빼먹었다 말하는 은행원 뒤에서, 그의 뒤통수에 망치를 들이대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꽈-광-!

 “윽!”

 “죽어버려!”

 “으윽…….당신.”

 단발마의 신음과 함께 그는 죽어버렸다. 원통한 듯 그의 눈은 희번득하게 커져 있었지만

 나는 더 이상 양심의 가책조차 느껴지지 않았고 두려움은 더더욱 존재치 않았다.

 ‘어차피 나쁜 놈. 나쁜 놈을 죽인 것에 양심의 가책 같은 건, 무의미해.’

 주말이라서 공방엔 아무도 없었으며 공방의 특성상 흔적을 지울만한 약품들도 항상 넘치듯이 상비 되어 있었다.

 가짜 은행원이 가져온 것은 아버지가 내게 남겼다던 부채 관련 서류였다. 아주 정교하고 꼼꼼하게 기재 된 내용이었지만 이미 은행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고 알려왔기에 비웃음만 터져 나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종잇조각에 내가 휘둘렸던 건가? 경영학과까지 나와서 이 작은 공방을 물려받은 내가?’

 나는 즉시 그 말도 안 되는 서류를 라이터로 태워버렸다.

 예상했던 대로 서류엔 호박에 관련 된 그 어떤 언급조차 없었으니 나중에 혹여 문제가 된다하더라도 호박은 온전한 내 것이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나는 그날 이후로 마음을 푹 놓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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