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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세이안
작가 : 사이딘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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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영혼을 인도하는 사신, 카이.
만 번째 그 임무를 끝낸 후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죽음의 신,
샤이노스의 말에 소멸을 선택한다.
하지만 소멸 대신 사고로 죽은 한 인간의 몸에 들어가게 된 카이!
한심함과 모자람을 골고루 갖춘 채 배배 꼬인 과거를 가진
세이안의 삶을 대신 살아가만 하는 카이의 운명이 펼쳐진다.

 
제 22 화
작성일 : 16-07-19 16:42     조회 : 528     추천 : 0     분량 : 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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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쥬이스트 아카데미.

 체자로스 제국을 비롯한 대륙 안의 수많은 황실과 왕실에서 함께 뜻을 모아 세운 곳이었다.

 인재를 키운다는 목적으로 일반인도 입학이 가능한 곳이자 모든 교육 시설이 완벽하게 이루어진 곳으로 유명했다.

 “흐음…….”

 현재 세이안은 쥬이스트 아카데미에 대한 설명이 적힌 안내 책자를 보고 있었다.

 사고로 현재 집에 와 있긴 하지만 원래는 자신이 이곳 아카데미 학생이었다는 말에 조금 궁금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다 다시 한 가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열등감을 느낄 상대가 눈앞에 있었던 것도 아닌데…….’

 루시언과 함께 지냈었던 것도 아닌데 왜 갑자기 자살을 생각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보통 사람이 자살을 시도할 땐 주변 상황이 힘들어 견디지 못해 그런 방법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자신이 힘들다는 마음을 주변에 알리고 싶어 그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자신이 이 정도로 힘들다는 것을 알려 괴롭히고 싶은 상대인 루시언이 없는 곳에서 자살을 선택했다는 건 아무래도 이상했다.

 물론 자살 소식이 집으로 전해질 테니 이러나저러나 결과야 똑같을 거라 생각하고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상하군.”

 아무리 그렇지만 사람이 죽음을 선택할 땐 그날 그런 결심하게 한 계기나 원인이 한 가지는 있기 마련이었다.

 ‘그게 뭘까.’

 세이안은 그 원인이 무엇일지 궁금해하며 다시 깊은 생각에 잠겨 들었다.

 “세이안 도련님.”

 “음?”

 그때 조심스럽게 방문이 열리며 시녀 피케가 안으로 들어섰다.

 “무슨 일이야?”

 “저기…….”

 “……?”

 세이안에게 가까이 다가선 피케는 뭔가 할 얘기가 있는 듯했지만 우물쭈물하며 쉽게 말을 내뱉지 못했다.

 “죄송하지만 부탁이…….”

 “부탁?”

 “네.”

 세이안과 많이 친해지고 그를 두려워하는 마음도 거의 다 사라졌지만, 뭔가를 부탁하는 말을 꺼내기에는 아직 어려움을 느끼는 피케였다.

 “무슨 부탁?”

 “저기, 오늘 오후에 잠시 밖에 나갔다 와도 될까요.”

 “밖에?”

 “네…….”

 “마음대로 해.”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그게 뭘 그리 어려운 부탁이라고 저리 어렵게 말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세이안은 밖에 나갔다 오겠다는 피케의 부탁을 쉽게 허락했다.

 “그런데 어디 가려고?”

 “오늘 수도 번화가에서 축제가 열리거든요.”

 “축제?”

 “네, 여름이 시작된 것을 기념하는 축제예요.”

 “흐음.”

 그러고 보니 황성에서 집으로 올 때 뭔가 분주하게 사람들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본 듯했다. 자신이야 그런 것에 별로 관심이 없으니 대충 그러려니 하며 지나왔지만 말이다.

 “누구와 구경 가는 거지?”

 “네? 저 혼자 갈 건데요.”

 “혼자?”

 “네…….”

 “…….”

 슈레이튼 백작가에 들어온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데다 나이도 많이 어려 다른 시녀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피케였다.

 게다가 최근 세이안이 피케에게 잘해 주는 모습을 보곤 괜히 샘이 난 다른 시녀들이 그녀를 무시하거나 없는 이처럼 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오늘 축제 구경도 혼자 할 수밖에 없었다.

 “…….”

 세이안은 피케의 말에 그런 자세한 사정까지 알 수는 없었지만, 최근에 그녀가 다른 이들과 함께 있는 모습이나 대화를 나누는 걸 본 기억이 없다는 걸 떠올리며 뭔가 사정이 있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다.

 “같이 가도 될까?”

 “네?”

 “나도 심심해서 말이야. 괜찮으면 같이 가면 안 되나?”

 “……!”

 자신이 따돌림을 받고 있는 사실이 괜히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있던 피케는, 함께 축제에 가자는 세이안의 말에 대번에 놀란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가, 같이요?”

 “왜? 싫어?”

 “아뇨!”

 “…….”

 싫으냐는 자신의 질문에 열심히 고개를 내젓는 피케의 모습을 보며 세이안은 피식 웃어 보였다.

 “에헤헤.”

 그런 그의 미소에 피케 역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처음 세이안에 대한 무성한 소문을 자신에게 들려주며 겁을 줬던 것도 자신을 괴롭히기 위한 다른 시녀들의 거짓말이었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

 

 “이쪽이요~ 이쪽으로 가요, 도련님.”

 “그러다 넘어진다.”

 세이안은 앞도 보지 않고 자신보다 한발 앞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피케에게 보며 조심하라 말을 건넸다.

 안 그래도 잘 넘어지는 녀석이 들떠서 걸어가는 모습이 불안 불안했다.

 “어… 어!”

 “……!”

 그리고 자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른 이들과 부딪쳐 그대로 앞으로 넘어지려는 피케를, 세이안은 급히 손을 뻗어 부축해야만 했다.

 “조심하라니깐.”

 “에… 헤헤! 네, 감사합니다, 도련님.”

 “…….”

 넘어질 뻔해 놓고도 축제 구경 나온 것이 기분 좋은 듯 배시시 웃는 그녀의 모습에, 결국 세이안 역시 희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가자.”

 “네.”

 그러다 그녀의 머리를 툭툭 치듯 가볍게 쓰다듬어 준 세이안은 다시 걸음을 옮겨 갔고, 피케 역시 그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저게 뭐야.”

 “왜 그러세요? 황… 아, 아니 레이니 님.”

 한편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시선이 있었다.

 애써 허름한 옷으로 분장을 했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미모와 분위기를 숨길 수 없는 듯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 바로 레이니 황녀였다.

 다른 이들에겐 비밀로 하고 몰래 황성을 빠져나와 그녀 역시 현재 축제를 즐기는 중이었다.

 “…….”

 그렇게 즐겁게 주변을 둘러보며 축제를 만끽하던 레이니 황녀는 우연히 한 사람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많은 이 중에서도 확연하게 눈에 띄는, 여자보다 더욱 고운 외모를 타고난 이! 바로 세이안을 발견한 것이다.

 그에 반가움을 느끼며 한 걸음 그에게 다가서던 레이니 황녀는 순간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웃어?’

 무표정의 대명사이자 까칠함의 극치를 달리는 세이안이 지금 자신이 눈앞에서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자신이 아닌 다른 이를 향해서 말이다.

 자신이 그렇게 그의 무덤덤한 표정을 깨뜨리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자신의 앞에서 단 한 번도 보여 준 적이 없는 모습을 다른 이에게 너무도 자연스럽게 선보이고 있었다.

 “…….”

 그런 세이안의 모습에 레이니 황녀는 그 자리에 굳어진 표정으로 멈춰 서서 그가 눈앞에서 사라질 때까지 움직일 줄 몰랐다.

 “뭐야…….”

 그렇게 세이안과 피케가 사라지고 한참이 흐른 후에야 레이니 황녀는 조용히 혼잣말을 내뱉으며 살며시 미간을 찌푸렸다.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

 자신이 아닌 다른 이에게 웃어 보이는 세이안을 보는 순간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반응에 더욱 화가 났다. 마치 꼭 세이안과 함께 있던 여자에게 질투라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저런 하찮은 여자에게?’

 황녀인 자신이 고작 저런 하찮은 여자에게 질투심을 느낀다는 것 자체를 용납할 수 없었다.

 그에 급히 자신의 기분을 풀어 보려 했지만, 자꾸만 울컥울컥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

 잠시 후 세이안이 사라진 곳을 가만히 바라보던 레이니 황녀는 그곳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레이니 황… 아, 아니 레이니 님! 어디 가세요?”

 레이니 황녀의 시녀인 제시 역시 급히 그녀의 뒤를 따라가야만 했다.

 

 ***

 

 “도련님! 저것 좀 보세요!”

 “…….”

 “아! 우리 저기로 한번 가 봐요.”

 “…….”

 “와아! 저기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구경 가요!”

 여자들이 원래 체력이 좋은 건가, 아니면 이 녀석만 이렇게 힘이 남아도는 건가.

 세이안은 여기저기 힘차게 돌아다니는 피케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벌써 2시간째 자신을 이곳저곳 끌고 다니고도 뭐가 그리도 보고 싶은 게 많은지 연방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피케.”

 “네?”

 “안 힘들어?”

 “네, 안 힘들……. 어? 도련님, 힘드세요?”

 “응, 잠시 쉬면 좋겠는데.”

 “……! 죄, 죄송해요.”

 피케는 들떠서 세이안이 피곤한 줄도 몰랐다는 사실에 급히 사과의 말을 건넸다.

 그에 세이안은 피식 웃으며 손을 들어 괜찮다며 근처 길가에 놓여 있는 의자로 다가가 앉았다.

 “제가 가서 마실 거 사올게요.”

 “뭐? 아니, 괜찮……. 빠르네.”

 그런 세이안의 모습을 본 피케는 음료라도 사 오기 위해 다급히 그 자리를 떠나 빠르게 어딘가로 향했다.

 “하아…….”

 만류할 사이도 없이 그렇게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피케의 모습에, 세이안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으며 정말로 여자들이 체력은 더 좋은 건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만 했다.

 “…….”

 그렇게 홀로 자리에 남은 세이안은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잠시 한가함을 느꼈다.

 “응?”

 그런데 그때 매우 익숙한 이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

 축제를 즐기고 있는 수많은 여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여자들을 향해 손까지 흔들어 주는 여유를 보여 주고 있는 한 사람.

 “클리프 형님?”

 그리고 그런 클리프와 달리 무표정한 모습으로 그와 일행이 아닌 척 조금 떨어진 곳에서 걸어오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많은 여자들의 추파 어린 시선을 받고 있는 한 사람.

 “루시언 형님?”

 바로 루시언과 클리프였다. 그들 역시 축제를 즐기러 나온 듯 편안한 복장으로 세이안이 있는 근처로 다가오고 있었다.

 “…….”

 세이안은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멀리 도망치려 했다. 저들과 다녔다간 귀찮은 시선들을 함께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끔찍했기 때문이다.

 물론 두 사람 못지않게 이곳까지 오며 수많은 사람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는 걸 본인 스스로는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세이안이었지만 말이다.

 “어? 저 녀석, 세이안 아냐?”

 “세이안?”

 “……!”

 하지만 막 자리에서 뒤돌아 도망치려 했던 세이안은 그보다 먼저 자신을 발견한 클리프와 루시언의 음성에 멈칫 걸음을 멈춰야만 했다.

 “하하! 이런 데서 다 만나는구나. 그런데…….”

 “…….”

 “설마 지금 우릴 보고 도망치려 한 건 아니겠지.”

 “…도망치면 안 되는 겁니까?”

 “뭐야! 이 녀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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